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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문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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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3.24 조회6,9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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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명의 아내를 둔 남자가 있었다. 그는 첫째 부인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자나 깨나 늘 곁에 두고 살았다. 둘째 부인은 아주 힘겹게 얻은 아내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어 싸우면서 쟁취한 아내이니만큼 사랑 또한 극진하기 이를 데 없다. 그에게 있어서 둘째 부인은 든든하기 그지없는 성(城)과도 같은 존재다. 셋째 부인과 그는 특히 마음이 잘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며 즐겁게 지냈다. 그러나 넷째 부인에게는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녀는 늘 하녀 취급을 받았으며,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했지만 싫은 내색을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그의 뜻에 순종하기만 하였다.

  어느 때 그가 머나먼 나라로 떠나게 되어 첫째 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 그러나 그녀가 냉정히 거절하자 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둘째 부인에게도 함께 가자고 했지만 둘째 역시 거절하였다. 첫째도 안 따라가는데 자기가 왜 가느냐는 것이다. 이번에는 셋째 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 셋째는 “성문 밖까지 배웅해 줄 수는 있지만, 같이 갈 수는 없습니다.”라고 말한다. 크게 낙담한 그는 마지막으로 넷째 부인에게 같이 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녀는 “당신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 따라가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여 그는 넷째 부인만을 데리고 머나먼 나라로 떠났다.

  불교의 『잡아함경』에 나오는 이 이야기의 ‘머나먼 나라’는 저승길을 말합니다. 그리고 ‘아내’들은 ‘살면서 아내처럼 버릴 수 없는 네 가지’를 비유하는 것입니다.

  첫째 아내는 육체를 뜻합니다. 육체가 곧 나라고 생각하고 애지중지하며 함께 살아가지만 죽게 되면 우리는 이 육신을 데리고 갈 수 없습니다. 사람들과 피투성이가 되도록 싸워서 얻은 둘째 아내는 재물을 의미합니다. 든든하기가 성과 같았던 재물도 저승길에는 가져갈 수 없습니다. 셋째 아내는 일가친척, 친구들입니다. 마음이 맞아 늘 같이 어울려 다니던 이들도 무덤까지는 따라와 주지만 저승길까지 함께 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나라는 존재를 잊어버릴 것입니다. 넷째 아내는 바로 마음입니다. 그리고 생전에 지은 업(業: 카르마)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은 별 관심도 두지 않고 천덕꾸러기로 대하였지만 죽을 때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나서는 것은 마음과 지은 업입니다.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한 물건도 가져오지 않았고 죽을 때에도 역시 빈손으로 갑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 못하고 오직 자신이 닦은 마음과 지은 업만 다음 생으로 가져갈 뿐입니다. 밝게 닦은 마음과 적선(積善)의 공덕은 사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영혼의 여정에 밝은 빛을 비추게 될 것이지만 반면에 원척(冤慼)으로 일그러진 마음과 악덕(惡德)은 사후에도 그대로 이어져 영혼의 여정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行)을 짓느냐가 사후의 삶 또한 규정짓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죽어 가지고 갈 수 없는 것은 환영(幻影)과도 같습니다. 뜬구름과도 같은 환영에 집착하여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악행을 쌓는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내가 진정 아끼고 사랑해야 할 아내가 네 번째 아내임을 살아생전에 깨달을 수 있다면, 그것도 일찍 깨달을 수 있다면 이 또한 다행한 일이 아닐는지요. 『계초심학인문(誡初心學人文)』에서 “삼일 수심(三日修心)이 천재보(千載寶)요 백년 탐물(百年貪物)이 일조진(日朝塵)”이라 하신 옛 성현들의 말씀이 새삼 마음에 와 닿습니다.

  상제님께서도 “나는 오직 마음만 볼 뿐이로다.”(교법 2장 10절)라고 하셨습니다. 진실로 죽어서까지 가지고 갈 수 있는 것만이 진정한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생전에 마음을 맑고 밝고 깨끗하게 가지고 적선(積善)·적덕(積德)을 많이 하는 것에 인생의 참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대순회보> 143호 

참고문헌
·김월운, 『잡아함경』, 동국역경원,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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