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칩(驚蟄)치성 > 이야기

본문 바로가기

이야기
HOME   >  교화   >   이야기  

이야기

치성이야기경칩(驚蟄)치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3.28 조회6,438회 댓글0건

본문

 ec6258257012d08f3042aff2dfb8db5f_1546213 

경칩은 우수(雨水)와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절기(節氣)로서 양력으로는 3월 5일 무렵이다. 경칩은 겨울 동안 잠을 자다 어느 순간 깨어나는 개구리와 벌레들을 떠올려 봄에 대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시기다. 1년 중 새봄은 입춘에 시작하지만 정작 봄이 힘찬 발걸음을 옮기는 때는 경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24절기의 명칭과 순서는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지어진 『회남자(淮南子)』에서부터 쓰였는데, 경칩은 처음부터 이 이름은 아니었다. 『한서(漢書)』에는 경칩이 열 계(啓) 자와 겨울잠을 자는 벌레 칩(蟄) 자를 써서 계칩(啓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후에 서한(西漢) 6대 황제인 한경제(漢景帝, 기원전 188~기원전 141)의 이름이 계(啓)였기에 황제의 이름을 함부로 쓸 수 없으므로 놀랄 경(驚) 자로 바꾸게 되었다.

 

그 뜻을 보면 경(驚)은 ‘말[馬]이 앞발을 들어 위를 보고[敬] 놀라다’라는 의미이고, 칩(蟄)은 ‘벌레[虫]가 땅속에 숨거나 붙잡힌다[執]’는 뜻이다. 즉, 땅속에 숨어 있던 벌레가 깜짝 놀란다는 말이다. 옛사람들은 이 무렵에 첫 번째 천둥이 치고, 그 소리를 들은 벌레들이 땅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처럼 경칩은 그간 보이지 않게 움직이던 봄이 눈에 띄게 도약하는 절기이다.

 

경칩 때가 되면 겨울철의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고 이동성 고기압과 기압골이 주기적으로 통과하게 되어 한난(寒暖)이 반복되며, 기온은 날마다 상승하여 봄으로 향하게 된다. 이 시기에는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소생하는데, 겨울 동안 동면(冬眠)하던 동물과 개구리가 땅속에서 나오고, 각종 새싹이 돋아 나오기 시작한다. 우수,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물이 풀리고 완전한 봄을 느끼는 계절이 되는 것이다.

 

조선 시대 『성종실록』에 따르면 ‘우수’에 삼밭을 갈고 ‘경칩’에 농기구를 정비하여 ‘춘분’에 올벼를 심고 본격적인 농사가 시작된다고 하였다. 또한, 농가에서는 경칩에 보리싹이 자라고 있는 성장 상태를 보고 그해 풍흉을 예측하는 농점(農占)을 본다. 보리싹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고 생기 있게 잘 자라고 있으면 그해에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믿었다. 이렇듯 경칩은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절기다.

 

고려·조선 시대 왕실에서는 왕이 농사의 본을 보이기 위해 경칩이 지난 해일(亥日)에 토지에다 선농제(先農祭)01라는 의식을 시행하였다. 경칩 이후에는 갓 나온 벌레 또는 갓 자라는 풀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불을 놓지 말라는 법령(法令)을 내리기도 했다. 또 경칩에 흙 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하여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하고, 벌레가 없어진다고 하여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 남부 지방에서는 고로쇠나무를 베어 그 수액(水液)을 마시는데, 위장병이나 속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첫 수액을 통해 한 해의 새 기운을 받고자 하였다.

 

경칩 절후를 관장하는 신명은 고사렴(高士廉)이다. 24절 후 신명 중 6번째에 나오는 고사렴은 행동이 점잖고 민첩하며 넓은 도량과 품위가 있었다. 그는 평생 책 보기를 좋아하였고 한 번 본 책은 외울 정도로 총명하였으며 선왕(先王)의 가르침을 끝까지 지키고자 노력한 충신이었다. 죽음에 임하여서는 자신의 묘(墓)에 오직 옷 한 벌이면 충분하다고 하면서 다른 부장품(副葬品)은 넣지 않도록 당부하였다.02 그는 중국의 대표적인 명군 당 태종이 등극하는 데 있어 큰 공을 세운 인물이기도 하다.

 

종단에서는 1992년 3월 5일, 1993년 3월 5일 축시(丑時)에 포천수련도장에서 경칩 치성을 모셨고,03 1994년 3월 6일에는 여주본부도장에서 치성을 봉행하였다.04 경칩은 겨울 동안 잠들어 있던 천지 만물이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변화의 시기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삶을 살아가듯 이제 창생들이 밝은 세상이 도래함을 깨달아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들이 천지 공정(公庭)에 참여케 하여 지상낙원의 복을 받게 하는 것이 상제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대순회보> 204호

 

참고문헌 

·김명자, 『한국세시풍속Ⅰ』, 서울: 민속원, 2005.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한국세시풍속 사전 2월편』,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2005.

·한국민속사전편찬위원회, 『한국민속대사전』, 서울: 민족문화사, 1993.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한국민속대관』 4, 서울: 고려대학교출판부, 1982.

·임동권, 『한국세시풍속연구』, 서울: 집문당, 1985.

·김동철, 송혜경, 『절기서당』, 서울: 북드라망, 2013.

 

------------------------------

01 고려·조선 시대에 선농단(先農壇)에서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며 신농씨(神農氏)와 후직씨(后稷氏)에게 드리는 제사.

02 교무부, 「인물소개: 경칩 절후를 관장하는 고사렴」, 《대순회보》 89호, p.56 참조.

03 《대순회보》 36호, p.8 참조.

04 《대순회보》 41호, p.8 참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12616)경기도 여주시 강천면 강천로 882     전화 : 031-887-9301 (교무부)     팩스 : 031-887-9345
Copyright ⓒ 2016 DAESOONJINRIHOE.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