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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야기은선대 전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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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4.12 조회6,4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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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선녀 채선이와 금강총각 금동이의 결혼 [上]

   

  유점사 터에서 효운동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참나무, 잣나무, 소나무 등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얼마 안 가 왼쪽 구연동과 앞쪽의 효운동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합쳐지는 곳이 나온다. 여기서 효운동 개울을 따라 오르면 왼쪽에 수십 길이나 되는 바위벽이 경사져 있고, 앞쪽에는 바닥을 가로질러 서 있는 바윗돌 사이로 맑고 푸른 물이 쏟아져 소용돌이치는 큰 소가 나타난다. 이것이 그 유명한 구룡소(九龍沼: 길이 19m, 너비 15m)인데, 전설에 의하면 유점사 53불과의 싸움에서 패한 9마리의 용이 여기에 잠깐 머물다가 구룡연으로 갔다고 해서 그렇게 불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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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룡소를 지나 한참 가면 우거진 나무들 사이로 삐죽삐죽한 바위들이 나타나고 오른쪽에 은선대로 통하는 갈림길이 나타난다. 이 길을 따라 비탈길을 오르면 곧 사방에 수많은 바위들이 나타나고 그 가운데에 둥글우묵한 바위가 우뚝 솟은 것이 은선대(隱仙臺)이다. 이곳에 오르면 사방 전망이 확 트여 주변의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동으로는 멀리 동해가 바라보이고 가까이 칠보대와 그 뒤에 우뚝 솟은 미륵봉의 모습이 보인다. 특히 장군봉과 채하봉 사이에서 굽이쳐 흘러내린 물이 채하봉 남쪽 절벽에서 기다랗게 쏟아지는 십이폭포(十二瀑布)의 경관은, 웅대한 배경과 더불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낼 만큼 빼어난 절경을 이루고 있다. 금강산 4대 폭포 중의 하나인 십이폭포의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은선대’인데 그 이름의 유래에 관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옥황상제께서 계시는 옥경대(玉京臺)에서 남쪽으로 멀리 내려다보이는 남악(南岳)의 산봉우리는 언제나 엷은 안개 속에 잠겨있었다. 그곳에는 언제나 하늘나라 선녀(仙女)들이 내려와 노닐곤 하였는데 삼천 년이 흘렀건만 아직 한번도 선녀들이 속세의 남자들과 접촉한 일이 없었다. 그것은 선녀들을 관할하는 위부인이 엷은 안개를 쳐서 선녀들의 아름다운 자태가 속세의 남자들 눈에 띄지 않게 하고, 선녀들에게는 일체 속세에 내려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다. 만약 선녀들이 속세 사람들과 접촉하려는 기미만 보이면 부인은 그날로 옥황상제께 고해 무서운 형벌을 받게 하였다. 그래서 선녀들은 남악에서 팔만 년을 살아 팔만옹이라 불리는 백발의 노인을 제외하고 다른 남자를 알지 못했다.

  선녀들은 항상 아침이면 위부인 앞에 나와 조용히 경전을 외우다가 쉬는 시간이면 날개옷을 입고 남악의 봉우리를 훨훨 날아다니곤 했다. 그녀들은 남악에서 내려다보이는 인간세계에 몹시 가고 싶었으나 잠시라도 안개 밖으로 나가면 위부인으로부터 엄한 꾸중을 들어야 했기에 그럴 수 없었다. 선녀들 중 가장 성격이 활달했던 채선은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봉우리만 맴돌아야 한다니?”라고 불평하다가, 몇 해 전에도 그로 인해 한 달 동안이나 벌을 받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간 세상에 내려가고 싶어 하던 채선의 희망은 우연한 기회에 이루어졌다. 그것은 금선이란 선녀가 위부인께 선녀의 몸에 향기를 풍기는 구슬을 잃어버렸다고 고하면서 시작되었다. 위부인이 눈썹을 꼿꼿이 세우고 어디에 구슬을 떨어뜨렸냐고 묻자, 금선은 남악봉을 돌다 속세에 떨어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위부인이 더욱더 놀라 몇 만 리 밖까지 내다볼 수 있는 요원경을 통해 보니 구슬은 금강산 골짜기 안에 떨어져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던 부인은, “금강산의 골짜기를 흐르는 맑은 담소에 떨어졌구나. 물속에 떨어졌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그 구슬이 사람들의 손에 들어갈 뻔했구나.”하며 안도하였다.

  위부인은 선녀들을 둘러보며 누가 구슬을 찾아오겠냐고 물었다. 그러자 금선이 먼저 자신이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위부인은 혼자서는 곤란하다며 함께 갈 사람을 물으니, 한참 있다가 채선이 가겠다고 나섰다. 채선은 혹시나 자신의 속내를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으나 다행히 부인의 허락이 떨어졌다. 다만 절대 속세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도록 조심하고 너무 늦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만 들었다.

  채선과 금선은 그날 한낮이 되어서야 금강산 봉우리 근처에 이르렀다. 금선은 무사히 구슬을 찾을 수 있을지 염려되었으나, 채선은 이내 금강산의 아름답고 기묘한 모습에 매료되어버렸다. 티끌하나 없이 수려한 봉우리들, 바위 위에 바위가 올라섰는가 하면 그 위에 몇 백 년 자란 노송이 가지를 드리우고 있었다. 또한 아찔하게 솟은 절벽에는 비단 같은 폭포가 드리워져 있고, 바위에 부딪치며 흘러내리는 물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맑았다.

  채선은 구슬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다 잊어버린 듯 발길이 사뿐히 땅에 닿자 목련화 한 가지를 꺾어들고 방긋 웃으며 금선이를 돌아보았다. “채선아, 어서 구슬을 찾아야지.”라는 금선의 말에 그녀도 정신이 든 듯 머리를 끄덕였다. 채선이 금선을 데리고 위부인이 가르쳐준 대로 어느 한 골짜기의 큰 웅덩이로 내려가니, 비취색 물결이 어찌나 푸른지 하얀 날개옷을 잠그면 금새 초록색이 들 것 같았다.

  “아하, 구슬이 저기 있네.” 물속을 들여다보던 금선은 몹시 기뻐했다. 채선도 기뻤지만 어떻게 물속에 들어가 구슬을 꺼내 와야 할지 고민이었다. 물속에 들어가려면 옷을 벗고 헤엄을 쳐야 하는데 이는 선녀들의 법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선녀는 한숨만 내쉬며 맥없이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채선이 결심을 굳힌 듯, 별일이야 있겠냐며 걱정하는 금선을 대신해 옷을 벗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잠깐 사이에 구슬을 주워 물 밖으로 나왔지만 금선에게는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채선이도 별일 없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급히 손을 놀려 옷을 입었다. 누가 꼭 자기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옷을 다 입고서야 채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방긋 웃었다. “이제는 하늘로 올라가야지.” 금선이 걱정스럽게 말하자, 채선은 이 아름다운 골짜기를 떠나고 싶지 않으니 조금만 더 놀다가자고 하였다. 그런데 이때 두 선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이 생겼다. 가까이서 피리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어머나, 이게 웬 피리소리야?” 금선은 깜짝 놀라 채선이의 가슴에 얼굴까지 묻었다. 그러나 채선이의 놀라움은 더욱 컸는데, 마치 속세의 어떤 사내가 지금까지 자기의 거동을 엿보고 있다가 놀려대기 위해 피리를 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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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선은 부끄럽기도 하고 희롱당하는 것이 분하기도 해 눈물까지 떨어뜨리며 금선의 머리에 얼굴을 비볐다. 그러나 여전히 들려오는 피리소리는 끝없이 깊은 심산 속으로 들어가듯, 때로는 애끓는 심정을 호소하듯 바람 따라 더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며 선녀들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다. 그녀들은 이내 피리소리에 매혹되어 점차 무서움도 부끄러움도 잊고 자신들도 모르게 소리 나는 곳으로 한 걸음 두 걸음 옮겨가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대순회보> 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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