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야기이화동(梨花洞)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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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4.19 조회6,077회 댓글0건본문
- 금강산 속의 별천지 이화동
외금강의 깊은 골짜기 안에 ‘이화동’이란 별천지가 있다. 하지만 그곳에 가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옛날 충청도 아산현 대동촌에 홍아무개라는 선비가 살고 있었는데 일찍이 금강산 구경을 간 적이 있었다. 그는 외금강의 어느 골짜기에 이르러 어디로 어떻게 가는 게 좋을지 몰라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한 스님이 바쁜 걸음으로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홍선비가 그 스님에게 “어디로 가는 길이오?” 하고 물으니,
그 스님은 “제가 사는 곳은 아주 먼 곳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가 다시 “나도 함께 갈 수 없겠소?” 하니,
“다리 힘이 아주 센 사람이 아니면 못 갑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홍선비가 굳이 따라가겠다고 요청하자, 스님은 한참 동안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그만하면 꽤 갈 수 있겠습니다. 함께 가시죠.”라고 하였다.
스님은 앞장서서 인적 없는 산길을 따라 몇 십 리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성큼성큼 걸어갔다. 홍선비가 간신히 따라가는데 앞에는 험준한 고개가 솟아 있고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는 큰 모래벌판이 있었다.
“이 모래는 아주 부드러워서 발을 옮기지 않고 조금만 서 있으면 무릎까지 파묻히고 맙니다. 내가 걷는 것처럼 발을 잽싸게 옮겨 디뎌야 이 근심을 면할 수 있습니다.”
홍선비가 발을 부지런히 놀려 스님이 하는 대로 하니 어느덧 모래벌판은 끝나고 거기서부터는 길이 산허리를 타고 도는 코스였다. 그런데 얼마쯤 더 갔더니 길이 뚝 끊어지고 말았다. 아래를 굽어보니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인데 맞은편 언덕은 한 길(2.4~3m)이 넘게 떨어져 있었다. 홍선비는 겁이 나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스님은 여기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하더니 아무런 어려움 없이 훌쩍 뛰어 건넜다. 그러나 홍선비는 아무래도 따라 뛸 수가 없었다. 그러자 스님은 언덕의 홈에다 발을 붙이고 하늘을 마주보고 반듯이 눕더니 그에게 펄쩍 뛰어 자기 품속에 떨어지라고 하는 것이었다. 홍선비가 그 말대로 하니 스님이 곧 그를 받아 겨우 건널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또 험준하고 굴곡이 많은 산길을 돌아서 마침내 목적한 곳에 이르니 여기야말로 별천지였다. 사방은 높고 낮은 수려한 봉우리들로 둘러 막혔는데, 그 가운데에는 논밭이 많고 땅은 기름졌으며 수십 호 되는 인가(人家)가 있었다. 아담하게 잘 지은 집들이 늘어서 있고 마을 밖 언저리에는 맑은 시내가 흐르는가 하면, 골짜기에는 배나무가 무성했다. 그곳 사람들은 집집마다 배를 쌓아놓고 있었으며 농사도 잘 지어 풍요롭게 살고 있었다. 동네 사람들은 스님처럼 다 머리를 깎고 있었으나 절간 같은 곳은 없었다. 알고 보니 그들은 과도한 조세와 공물, 부역 등을 피하기 위해 스님행색을 하면서 심심산골에 숨어사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홍선비가 외부세계에서 용케 험한 길을 지나 여기까지 왔다고 칭찬하면서 아주 귀한 손님으로 대우해주었다. 이집 저집에서 번갈아가며 홍선비를 초대해 극진히 대접했는데, 그렇게 한 달 남짓 되었을 때였다. 홍선비가 이제는 돌아가야겠다며 자신이 왔던 길을 찾으니, 사람들이 한결같이 그 길로 올 수는 있어도 갈 수는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함께 왔던 스님은 여기서 나가는 길은 따로 있다며, 돗자리 두 개를 엮어서 걸머지고 홍선비를 인도해 길을 떠났다. 몇 리쯤 가서 높고 가파른 고개를 하나 넘으니 그 아래에 큰 너럭바위가 있는데 그 위로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바위는 얼마나 큰지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돗자리 한 장을 홍선비에게 주면서 돗자리에 등을 대고 너럭바위 위의 물발이 센 곳에 가서 누우라고 하였다. 누워서 흔들거리며 한참 동안 흘러 내려가니 비로소 흙이 있는 곳에 닿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 거의 삼십 리를 더 가 고성(古城)에 이르러 스님이 말하기를 “우리가 사는 곳은 배꽃이 필 때면 온 골짜기 안이 환하게 밝아져서 마치 눈이 온 날 아침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화동(梨花洞)이라 하지요.”라고 하였다. 그 이야기를 듣고 홍선비는 소문으로만 전하던 이화동 별천지를 자신이 직접 방문한 사실에 대해 몹시 기쁘게 생각하였다.
이 전설은 금강산의 몇 가지 기묘한 지형지물을 이야기 속에 곁들여 길손을 후대하던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풍속을 담고 있다.
<대순회보> 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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