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성이야기입동(立冬)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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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1.11 조회5,937회 댓글0건본문
글 교무부
당검(唐儉)01이 관장하는 입동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이다. 과거 중국에서는 입동을 기점으로 5일씩 묶어 초, 중, 말의 삼후(三候)로 삼았다. 초후에는 비로소 물이 얼기 시작하고, 중후에는 처음으로 땅이 얼어붙으며, 말후가 되면 꿩은 드물어지고 조개가 잡힌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입동을 특별한 절기로 여기지 않지만 겨울로 들어서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겨울채비를 시작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신선한 과일이나 채소를 먹기가 힘들어지므로 당장 반찬거리가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입동 무렵이면 밭에서 무,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는 등 먹을거리를 저장해두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 해 동안 농사짓느라 애쓴 소에게는 여물을 잔뜩 준비해주고, 이웃 간에는 햇곡식으로 팥 수수떡을 만들어 나눠 먹었다.
입동에는 치계미(雉鷄米)라고 하는 미풍양속도 있었다. 옛날에는 계절별로 마을에서 자발적인 양로 잔치를 벌였다. 특히 입동(立冬), 동지(冬至), 제석(除夕)날에 일정 연령 이상의 노인들을 모시고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였는데 이것을 ‘치계미’라고 하였다. 어느 집이든 일 년에 한 차례 이상은 치계미를 준비했는데, 입동 무렵에는 미꾸라지의 품질이 좋을 때라서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도랑 바닥에서 잠자고 있는 미꾸라지를 잡아 도랑탕을 대접했다고 한다.02
그런가하면 입동이 들어있는 음력 10월은 모든 신령에 대한 제사가 베풀어 지는 달이었다. 그래서 가문의 조상을 위한 제사인 시제(時祭)를 비롯하여 토지신이나 재물, 곡식과 관련된 신에게도 제사를 모셨다. 한 해 동안 일하여 얻은 수입과 수확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대동(大同)굿이나 부군(府君)굿, 성주받이 등의 각종 행사가 이달에 모두 이루어졌다. 그래서 음력 10월을 ‘상(上)달’이라고 불렀다. 그 외에도 한 해의 농사가 풍년인지 흉년인지 점쳐보는 ‘입동보기’와 겨울의 추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해보는 ‘날씨점’을 쳐보며 겨울을 보낼 준비를 했다.03
도장에서도 입동에 치성을 모신다. 현재 종단에서는 24절후 중에서 사립(四立: 立春, 立夏, 立秋, 立冬)과 이지(二至: 夏至, 冬至) 때만 치성을 모시고 있다. 사립은 각 계절의 시작이고, 이지는 각각 낮과 밤이 가장 길거나 짧을 때이다. 그중에서 입동(立冬)은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는 때로 천지만물의 모습이 양에서 음으로 변하는 시기이다. 동양에서는 입동 후 3개월을 겨울이라고 본다. 그래서 입동이 되면 곰이나 개구리 등은 겨울 동안 잠잘 준비를 하고, 풀이나 나무들은 불필요한 영양분의 소모를 억제하기 위해 잎사귀를 말려 추위에 버틸 준비를 한다.
이렇듯 전국적으로 천지신명께 감사드리는 제사가 행해지고 자연계의 생물들이 월동준비를 하는 시기가 바로 입동 무렵이다. 수도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시린 겨울 같은 고난을 겪게 된다. 하지만 상제님께서 대순하신 진리를 가슴깊이 새겨보고, 도주님의 법방과 도전님의 가르침대로 하나하나 행해나가다 보면 아무리 추운 겨울도 무사히 넘어가기 마련이다. 입동에 치성을 모시는 것은 수도하는 의미를 되새겨보고,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정돈해보라는 뜻이 아닐까.
《대순회보》 제12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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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당나라 개국에 일조한 2 4명의 공신에 속하는 인물로 성격이 호방하여 작은 것에 매이지 않았고 효성이 지극했다고 알려져 있다. 돌궐에 사신으로 파견되어 활동하고, 역사서 편찬에도 참여했다고 한다.(『대순회보』 112호 참조.)
02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겨울편』, 2006.
03 차용준, 『전통문화의 이해』 1권, 전주대학교 출판부,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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