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성이야기입춘(立春)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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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2.15 조회7,015회 댓글0건본문
입춘은 대한(大寒)과 우수(雨水) 사이에 있는 절기(節氣)이다. 태양의 황경(黃經)01이 315도일 때이고, 농사와 계절에 편리하게 쓰기 위해 양력으로 구분하여 보통 2월 4일경에 해당한다. 입춘은 주로 음력 정월에 드는데, 어떤 해는 윤달이 있어 일 년 동안 정월과 섣달에 거듭 드는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재봉춘(再逢春)’이라 한다.
입춘은 24절기 중 새해의 첫 절기이며 세시풍속에서 농사준비를 시작하는 날이다. 입춘을 기준으로 보통 88일째 되는 날 밭에 씨를 뿌리고, 210일째에는 농작물과 태풍 피해에 대비해야 한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새로운 생명의 기운이 감도는 때이다. 동양에서 입춘은 정월의 첫 번째 절기라 하여 설을 지나지 않더라도 나이를 한 살 먹는 것으로 간주하며 봄을 알리는 날이기 때문에 신년(新年)으로 여긴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를 3,000년 동안 지내오면서 농경문화와 관련된 의례 행사가 많다.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02에 보리뿌리점[麥根占]이라 하여 농가에서는 입춘날 보리뿌리를 캐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점치는데, 보리 뿌리가 세 가닥 이상이면 풍년이고, 두 가닥이면 평년이고, 한 가닥이면 흉년이 든다고 한다. 그리고 묵은해의 액(厄)을 멀리 보내고 새로운 봄을 맞이한다는 의미로 입춘축(立春祝)03을 쓴다. 가장 널리 쓰이는 입춘축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04과 ‘소지황금출 개문만복래(掃地黃金出 開門萬福來)’05이다. 입춘축은 입춘이 드는 시각에 한지에 써서 집의 대문이나 방의 천장, 문기둥에 붙인다. 그 까닭은 집안에 온갖 잡귀가 들어오는 것을 막고 일 년의 운수가 대통하며 평안하게 하려고 붙이는 것이다. 그래서 예부터 “입춘방을 써서 붙이는 것이 지신제(地神祭)를 지내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상(喪) 중에 있는 집에서는 써 붙이지 않는다.
입춘날 입춘 절식이라 하여 궁중에서는 오신반(五辛盤)06을 장만하여 수라상에 올렸다. 오신반은 겨자와 함께 무치는 생채 요리로 엄동(嚴冬)을 지내는 동안 결핍되었던 신선한 채소의 맛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이것을 본떠 민간에서는 입춘날 눈 밑에 돋아난 햇나물을 뜯어다가 무쳐서 입춘 절식으로 먹는 풍속이 생겨났으며, 춘일 춘반(春盤)의 세 생채라 하여 파·겨자·당귀의 어린 싹으로 입춘채(立春菜)를 만들어 이웃 간에 나눠 먹는 풍속도 있었다.
우리 종단에서는 기념의례 치성에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24절후 중에 사립(四立: 立春, 立夏, 立秋, 立冬) 이지(二至: 夏至, 冬至)의 치성을 모시는데, 도인들은 그때마다 절기 시간에 맞추어 치성에 참여하게 된다. 계절의 시작에 모시는 입춘치성에서 도인들은 올 한 해도 천지의 은혜에 감사하며 소원성취를 상제님과 천지신명께 기원하게 된다.
입춘 절후를 관장하는 신명은 위징(魏徵)이다. 24절후 신명 중 4번째에 나오는 위징은 『전경』에 “밤이면 옥경에 올라가 상제를 섬기고 낮이면 당 태종(唐太宗)을 섬겼다”(교법 3장 33절)라는 구절에 등장한다. 위징은 신계(神界)와 인계(人界)를 넘나드는 재상(宰相)으로서 매서운 간언과 인의(仁義)의 정치를 충언(忠言)하여 당태종이 초심을 잃지 않도록 바른길로 이끈 당나라 개국공신이기도 하다. 입춘치성에 참여하여 백성의 안위를 생각하고 당태종을 올바르게 섬겼던 위징의 충의(忠義)를 되새긴다면 도인들의 수도생활에 큰 교훈이 되리라 본다.
상제님께서 “춘무인(春無仁)이면 추무의(秋無義)”라 하셨다. 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리지 않으면 가을에 거둬들일 것이 없으며 겨울에 먹을 것이 없다. 입춘을 시작으로 포덕 사업에 정성을 들인다면 올 한 해에도 상제님의 일꾼이 많이 들어올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고 옛 성현들의 말씀에 일평생의 계획은 어릴 때 설계하고, 1년의 계획은 봄에 세워야 한다고 하였다. 입춘 시기에 한 해의 포덕 사업 계획을 잘 세워 상생의 마음으로 서로 실천해야 한다.
도인들은 만물이 소생하는 입춘을 맞아 소망하는 바를 기원하고 상제님을 비롯한 천지신명의 은혜에 보답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순회보> 203호
참고문헌
김명자, 『한국세시풍속Ⅰ』, 서울: 민속원, 2005.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 『한국세시풍속 사전 정월편』,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2004.
한국민속사전편찬위원회, 『한국민속대사전』, 서울: 민족문화사, 1993.
고려대학교민족문화연구소, 『한국민속대관』 4, 서울: 고려대학교출판부, 1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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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춘분점에서부터 황도를 따라 잰 천체 각도의 거리.
02 1819(순조 19)년 김매순(金邁淳)이 지은 한양(漢陽)의 연중행사를 기록한 책.
03 입춘첩(立春帖), 입춘방(立春榜)이라고도 한다.
04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합니다.
05 땅을 쓸면 황금이 생기고 문을 열면 온갖 복이 들어온다.
06 다섯 가지의 자극성 있는 나물로 만든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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