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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문수레바퀴 깎는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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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0.04 조회60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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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한상덕

 

  『장자(莊子)』의 「천도(天道)」 편에 ‘참된 진리가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수레공 노인의 이야기는 우리 수도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진리에 대한 참다운 깨우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교훈을 찾아보려 합니다. 장자는 이 우화의 첫머리에서 “세상에서 도라 하여 귀중히 여기는 것은 서책(書冊)이다. 하지만, 서책은 말에 불과하나 그 말에는 귀하게 여기는 뜻이 있다. 그 뜻이 가리키는 것은 말로는 전할 수가 없는 것인데 세상은 말을 중시하여 서책을 전한다. 슬프구나. 세상 사람들은 모양과 색깔, 이름과 소리만으로 도의 실정(實情)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양과 색깔, 이름과 소리로는 도의 참모습을 알기에 부족하다”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러한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비결에 대하여 수레공의 이야기를 들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제(齊)나라 환공(桓公, 기원전 716~643)이 대청마루 위에서 서책을 보고 있었다. 윤편(輪扁)이라는 수레공이 마루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망치와 끌을 내려놓고 마루 위를 쳐다보며 환공에게 아뢰었다.
“감히 여쭈온데, 대왕께서 읽고 계신 것은 무엇입니까?”
“성인의 말씀이다.”
“그 성인은 지금 살아 계십니까?”
“이미 돌아가셨다.”
“그렇다면 대왕께서 지금 읽고 계신 책은 아마도 옛사람의 찌꺼기일 것입니다.”
환공이 벌컥 화를 내며 말했다.
“과인이 책을 읽고 있는데 수레바퀴나 만드는 네놈이 감히 시비를 건단 말이냐. 만일 이치에 맞는 설명을 한다면 무사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러자 윤편이 대답했다.
“제가 평소에 하는 일의 경험에 비추어 말씀드리겠습니다. 수레바퀴를 깎을 때 많이 깎으면 굴대가 헐거워서 튼튼하지 못하고, 덜 깎으면 빡빡하여 굴대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더도 덜도 아니게 정확하게 깎는 것은 손짐작으로 터득하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을 뿐, 입으로 말할 수 없으니 바로 그사이에 비결이 존재합니다. 물론 더 깎고 덜 깎는 그 어름에 정확한 치수가 있을 것입니다만, 제가 제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제 자식 역시 저로부터 전수받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나이 칠십임에도 불구하고 손수 수레바퀴를 깎고 있는 것입니다. 옛 성인도 그와 마찬가지로 가장 핵심적인 깨달음은 책에 전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것입니다. 그러니 대왕께서 읽고 계신 것이 옛사람의 찌꺼기일 뿐이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01

 

  위의 이야기는 윤편이 당상(堂上)에서 책을 읽고 있는 환공을 보고 왜 찌꺼기를 읽느냐며 들고 있던 도구를 내려놓고 도에 대해 논했던 일화입니다. 환공은 춘추시대 제나라 15대 군주로 춘추오패 중 한 사람입니다. 재위 중에 관중(管仲)을 재상으로 삼고 개혁을 추진하여 제나라를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게 하였습니다. 반면 윤편은 오랜 기간 수레바퀴 깎는 일에 전념하여 그 일에 정통한 장인(匠人)입니다. 전국시대 장인은 집안의 노예에 불과했던 미천한 신분이었습니다. 이렇게 미천한 수레공 윤편이 환공에게 당신이 지금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여기서 장자는 경전을 철저히 암기한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진리를 깨닫는 것과는 차이가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경전이란 성인이 체험을 통해 깨달은 사실을 기록한 소중하고 고귀한 책이지만, 그 깨달음을 단지 문자로 기록한 것일 뿐입니다. 문자로는 결코 그 소중한 깨달음을 온전하게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윤편은 수레바퀴 깎는 작업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실질적인 일을 통해 끊임없이 연마하여 기술의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는 경전이란 성인의 찌꺼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인간은 유한한 존재입니다. 위대한 성인 또한 그가 살았던 시대에 한정된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윤편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삶의 지혜를 군주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는 환공에게 책만으로는 도에 대한 깨달음을 얻기가 어렵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수레를 깎는 사람의 몸 상태, 나무의 재질과 상태 등 작업의 여건은 일정하게 유지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윤편은 그 변화의 모습에 따른 장인의 기술을 글로써 모두 전할 수 없어 오직 스스로가 실천을 통해 몸소 느껴야 함을 강조합니다. 이처럼 진리의 진정한 체득은 바로 실천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글과 말로 표현되는 언어의 한계를 경계하였습니다. 『주역(周易)』 「계사전(繫辭傳)」에 ‘서부진언(書不盡言), 언부진의(言不盡意)’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글은 말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고, 말은 생각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외면적인 형식보다는 진리의 본질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윤편은 성인의 말씀이 담긴 경전을 옛사람의 찌꺼기에 비유했습니다. 이는 환공이 경전을 읽고 성인의 가르침을 깨달은 것으로 착각한 것에 대한 일침입니다. 성인의 가르침이 적힌 경전을 읽다 보면 외면적인 문장의 색채에 빠져서 그 속에 있는 찌꺼기를 참다운 진리로 잘못 판단할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장자는 수레공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진리가 서책만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며 체험을 통해 구해야 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이라면 성현들의 말씀을 바탕으로 수행하나 그 부족한 부분은 실천을 통한 깨달음으로 이루어야 할 것입니다.
  도주님께서는 「각도문(覺道文)」에 “무릇 성인의 경전은 문장의 색채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진리를 구하는 것이며, 진인의 마음은 그 진실을 구하는 것이지 겉꾸밈을 구하는 것이 아니다”02 라고 밝히셨습니다. 이는 수도인에게 도를 깨우치는 자세를 제시해주신 말씀입니다. 문장의 색채, 겉꾸밈, 조작을 버리고 진리, 진실, 천연(天然)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진인의 마음은 어떤 조작된 가식이나 화려함보다는 순수한 진리를 구하는 데 있습니다. 그 진리는 바로 실천을 통해 깊어지고 깨달아지는 것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도는 기본적으로 실천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도인은 도의 근본에 대한 바른 이해에 기초하여 실천수도를 행하여야 합니다.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진실로 성경신을 다하여 실천해 나아갈 때 비로소 진리의 참모습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작은 지식에 고정되지 않고 겸손한 자세로 그 진리를 실천해 나가는 것이 수도의 첫걸음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대순회보> 209호

 

【참고 문헌】
『전경』
장자, 『장자 쉽게 읽기 [외편]』, 이시헌 옮김, 서울: 문사철,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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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장자ㆍ외편』, 「천도」, “桓公讀書於堂上, 輪扁斲輪於堂下, 釋椎鑿而上, 問桓公曰, 敢問, 公之所讀者, 何言邪. 公曰, 聖人之言也. 曰, 聖人在乎. 公曰, 已死矣. 曰, 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桓公曰, 寡人讀書, 輪人安得議乎. 有說則可, 无說則死. 輪扁曰, 臣也以臣之事觀之. 斲輪, 徐則甘而不固, 疾則苦而不入. 不徐不疾, 得之於手而應於心, 口不能言, 有數存乎其間. 臣不能以喩臣之子, 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 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 古之人與其不可傳也死矣. 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02 교운 2장 33절, “夫聖人之經典, 不求文章之色彩而求其眞理. 眞人之心, 求其實而不求外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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