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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이야기백운대전설 -사람을 잘 가려보는 ‘금강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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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1.12.19 조회3,5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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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금강 백운동은 마하연(摩訶衍) 터에서 만회암(萬灰庵) 터를 거쳐 백운대에 이르는 산악경치와 기암준봉들이 빼어나기로 유명한 곳이다. 마하연 터에서 칠성각을 뒤로 하고 600m만 더 오르면 만회암 터가 있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갈라진 길을 따라 산중턱을 가로질러 한참 가다가 작은 고개 하나를 넘으면, 좌우로 깎아지른 낭떠러지에 겨우 두어 사람 지나갈 수 있는 칼날 같은 능선이 나타난다.

 

  이 아찔한 능선을 타고 조금 더 나아가면 갑자기 주먹처럼 생긴 바위가 불끈 솟아올라 뚝 잘려진 곳이 나오는데, 이곳이 그 유명한 전망대인 백운대(白雲臺: 969m)이다. 백운대는 아침이면 구름이 흩어졌다가 저녁에 모여드는 곳이다. 저녁 무렵, 산허리에 안개가 감돌고 노을이 비치면 바위산이 흰 구름으로 인해 붉은 머리 흰 학이 어울려 노는 것 같은 모습을 연출한다. 이곳에 올라서면 개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뻗으면 잡힐 것 같은 혈망봉(血望峰)이 마주 보이고, 그 옆으로는 법기봉(法起峰)이 연이어 있다. 산봉우리들은 기암괴석을 머리에 이고 기묘한 만물상을 이루었다. 계곡의 폭포와 물소리는 한데 어우러졌으며 발아래 굽이굽이 내려다보이는 만폭동 골짜기의 경치는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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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운대에서 다시 고개를 북쪽으로 돌리면 실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황홀하고 신비로운 장관이 펼쳐진다. 중향성(衆香城: 1,520m)이 바로 그것인데 그 옛날 법기보살(法起菩薩)이 이곳에서 불법을 설했다고 한다. 중향성은 비로봉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뻗어 내린 산줄기이며, 수없이 많은 향불을 태운 연기가 실안개처럼 피어올라 자욱하게 성벽을 둘러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한 중향성은 기암들과 우거진 소나무 사이로 백옥같이 희고 은빛으로 단장한 흰 돌들이 수없이 머리를 쳐들고 층층으로 쌓여 있어서 작은 것은 병풍처럼 보이고 큰 것은 성벽처럼 보인다.

 

  이렇게 신비로운 광경을 접했던 춘원 이광수는 조물주가 천지를 창조할 때 중향성을 만든 까닭이 궁금했던지 『금강산유기(金剛山遊記)』에서 다음과 같이 자신의 심정을 술회했다.

  

 

중향성 바라보니 흰 구름에 잠겼는데

천지개벽의 큰 비밀 물을 길 없어할 제,

향기로운 바람이 그리로 나와 옷소매를 떨치더라.

 

 

  금강산은 어디를 가든 발길 머무는 곳마다 빼어난 절경으로 유명하지만, 특히 백운대에서 바라본 중향성의 경치를 으뜸으로 치는 이들이 많다. 가을에 단풍이 들 때는 푸른 하늘마저 흰빛을 드러내고 석양이 비치면 눈이 부신다고 한다. 더구나 백운대와 중향성은 흰 구름을 사이에 두고 서로 상대가 되어 잘 어우러졌다. 백운대가 없었다면 중향성 그 높은 봉우리들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을 것이고, 중향성이 없었다면 백운대가 그렇게 유명하진 않았을 것이다.

 

  백운대에서 불지동(佛地洞)계곡으로 조금 내려가면 바위에 ‘옥녀동금강수(玉女洞金剛水)’라 새겨진 조그만 샘이 있다. 이곳에는 예로부터 물맛 좋기로 유명한 금강수가 나온다. 그 맛이 얼음처럼 차면서도 달고 부드러워 백운대에 올랐다가 이 물을 마시지 않고는 떠날 수 없고 맛들이면 다시 찾게 된다고 한다. 맛도 맛이지만 그 물의 뛰어난 약성(藥性) 때문에 금강수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이 전해오고 있다.

 

  세조(世祖, 재위 1455~1468)는 어린 조카인 단종(端宗, 재위 1452~1455)을 몰아내고 조선 제7대 왕으로 등극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충신(忠臣)과 백성을 죽였다. 집권 초기에 불안했던 정국(政局)은 차차 안정되었으나, 자신이 저지른 죄과 때문인지 만년에는 종기(腫氣)가 온몸에 퍼져 만신창이가 되었다. 이런 세조의 병에 대해 세상 사람들은 “저 병은 하늘이 내린 천벌일 게야.”라고 말하곤 하였다.

 

  조정(朝廷)에서는 전국에서 용하다는 의원들을 모두 불러들여 좋다는 약을 다 써보았다. 그러나 세조의 병은 점점 더 깊어졌고 나중에는 용상(龍床)에 앉아 있는 것도 고통스러워 하였다. 아무리 애를 써도 차도가 없자 세조는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찰에서 불공(佛供)을 드렸고, 명산대천에 나아가 기도를 드리기도 하였다. 때때로 백성들에게서 인삼과 녹용을 거두어들여 실컷 먹어보기도 하였으나 별다른 효험이 없었다.

 

  바로 그럴 때쯤 금강산 백운대에 치병에 특효가 있는 ‘금강약수’가 있다는 소식이 궁중(宮中)으로 날아들었다. 그러자 세조는 곧바로 금강산으로 향하는 행차 길에 올랐다. 그가 만폭동을 지나 마하연에 도착하여 백운대를 바라보니 까마득하게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도저히 올라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여봐라! 백운대에 가서 금강약수를 떠오너라.”

 

  세조는 신하들로 하여금 금강약수를 떠오도록 하였다. 임금의 명(命)을 받은 신하들은 연신 땀을 흘리며 백운대에 올라 약수를 가져왔다.

 

  하지만 세조는 “그 물빛이 어찌 그리 푸르냐?”며 공연히 트집을 잡아 물었다.

 

  “네. 약수는 약성분이 있기 때문에 색깔이 푸른 줄로 아옵니다.”

 

  “허허, 그러면 이 약수에는 약성분이 많겠구나!” 하면서 희색만면하여 너털웃음을 짓고는 금강약수를 마시기도 하고 종기에 바르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다른 사람들은 한두 번 마시고 바르면 즉시 효과가 나타났는데 세조에게는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그러자 세조는 제관(祭冠)을 불러 치성을 올리게 하였고, 무당을 불러 굿도 해보라고 하면서 신하들을 힘들게 하였다. 이렇게 열흘이 지났을 무렵, 어느 날 저녁에 세조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하는 말이 “당신의 병은 신병(身病)이 아니라 속병이 단단히 든 것이어서 금강약수도 효과가 없을 터이니 그만 돌아가시오!” 하고는 이내 사라졌다.

 

  다음 날 아침 세조는 신하들을 모아놓고 어젯밤 자신의 꿈에 웬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의 병이 속병이라 하였으니 그대들 생각은 어떠한가?” 하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신하들 가운데 누구도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세조는 그날 저녁에 다시 명산대천에 제사를 지냈다. 그랬더니 전날 밤 꿈에 나타났던 그 노인이 하는 말이 “당신은 소보다도 우둔한 사람이요, 당신의 속병이란 악한 마음을 말하는 것이오. 금강약수는 마음이 선하고 양심적인 사람에게만 효험이 있지 당신처럼 불의한 사람에게는 아무런 효험이 없소.”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깨어보니 또 꿈이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세조는 곧 행장을 수습하여 금강산을 떠났다고 한다. 그때 세조의 꿈에 나타났던 백발노인은 금강신(金剛神)으로서 금강약수의 화신이란 말이 전해 온다.

 

  또 이런 이야기도 전해 오고 있다. 일본에게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 이완용이 금강약수가 좋다는 말을 듣고 자신의 부하들과 기생들을 거느리고 금강산 백운대 밑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이들이 백운대 약수터에 도착해 보니, 얼마 전까지 바위벽 밑에서 졸졸 흘러나왔다던 금강약수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완용은 한 방울의 금강약수도 마셔보지 못한 채 만폭동을 거쳐 표훈사로 돌아갔다.

 

  “금강약수를 마시려고 금강산에 왔는데 그냥 돌아갈 수야 없지. 다시 한번 가보자.”

 

  이렇게 결심한 그는 다음 날 아침 표훈사의 남여군 중들을 재촉해 백운대 약수터로 찾아갔다. 그런데 이번에도 샘은 말라 있었고 금강약수도 전혀 나오지 않았다. 결국 만고의 역적 이완용은 금강약수를 먹어보지 못한 채 다시 발길을 서울로 돌려야만 했다.

 

  이 소식을 접한 금강마을 사람들은 하도 이상해서 백운대 골짜기에 찾아가 보았다. 그러나 약수터에는 예전과 다름없이 금강약수가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금강산에 있는 맛좋은 금강약수도 매국노를 싫어하는데 하물며 사람들은 더 말해 무엇하겠나!”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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