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에세이호단(護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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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3.31 조회4,756회 댓글0건본문
‘호단’이란 남의 단점이나 약점을 비호한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로 『공자가어』 「관사편(觀思篇)」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공자가 외출하려는데 소나기가 내렸다. 마침 준비해 놓은 수레에는 덮개가 없어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제자들이 방안(方案)을 궁리하다가 말했다.
“자하(子夏)01에게 있습니다. 그것을 빌려서 가시지요.”
공자가 이에 대답하였다.
“자하는 사람 됨됨이가 인색해서 재물에 약점이 있다. 내가 들으니 사람과 사귈 때는 장점은 높여 주고 단점은 피하여야 능히 오래 사귐을 유지할 수 있다.”02
또한 혜강(⋅康)03의 『여산거원절교서(與山巨源絶交書)』에 “공자는 자하에게 수레의 덮개를 빌리지 않는 것으로 그의 단점을 비호하였다.(仲尼不假蓋于子夏 護其短也)”는 말이 있다.
사람들은 남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더 잘 본다. 간혹 그 단점을 들춰내 문제 삼을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에 오랜 사귐이 깨지곤 한다. 그래서 남의 단점을 보안 할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그 단점을 문제시하지 않는 배려가 필요한 것이다.
『전경』에 상제님께서 모든 사람을 대할 때에 그 장점만 취하고 혹 단점이 보일지라도 잘 용서하여 미워하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다.04 즉,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의 장점을 취하고 그 장점을 살리는 데 중점을 둬야지 오히려 단점만 보고 장점을 무시하여 인사(人事)를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함을 일깨워 주신 듯하다.
장점이란 다른 것과 비교하여 특히 좋은 점이란 뜻이며 단점이란 단소(短所)와 같은 말로 부족한 점 혹은 결점이란 뜻이다. 우리는 자신과 직간접적인 관계이든 관계가 없든 간에 타인들에 대한 결점에 대해 말하는 것을 접할 때가 있을 것이다. 즉 타인의 단점을 미워하고 남들에게도 안 좋은 선입관을 갖게 해서 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고립시키게도 한다. 우리는 이런 행위가 상대방에게 화(禍)를 줄 뿐만 아니라 결국 자신도 화를 당한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단점이 있지만 한 가지 이상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의 장점을 살펴서 본받으려 하지 않고 단지 단점만을 미워하여 멀리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큰일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많은 사람의 정성을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의 힘이 모일 때 큰일을 능히 할 수가 있지 단 몇 사람의 힘으로는 작은 일밖에 할 수가 없다. 과거 성현들은 많은 층의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포용해서 가르치고 일깨워서 인류에게 많은 덕을 폈다. 타인의 부족한 점을 문제 삼을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단점을 포용 못하는 자신의 부족함이 문제임을 인식하고 자신의 마음을 넓혀야 더욱 큰 화합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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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공자의 제자로 공자보다 마흔네 살 어렸으며 공문 10철(孔門十哲)의 한 사람으로 시와 예에 통하였으며 사람 됨됨이가 그리 넓지 못했지만 정미한 토론을 즐겼기에 당시 그를 따를 사람이 없었다. 공자의 『춘추(春秋)』를 전하여 『공양전(公羊傳)』과 『곡량전(穀梁傳)』의 원류(源流)를 이루었다. 또 주관적 내면성을 존중하는 증자(曾子) 등과 달리 예(禮)의 객관적 형식을 존중하는 것이 특색이다.
02 商之爲人也 嗇短於財 吾聞與人交者 推其長者 違其短者 故能久也.
03 삼국시대 위(魏)나라 초군(⋅郡) 질현(⋅縣) 출신으로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이다. 친구 산도(山濤)가 자신의 후임에 혜강을 이부랑으로 천거한 때에 『여산거원절교서(與山巨源絶交書)』를 써서 그와의 절교를 선언했다.
04 교법 1장 11절 참조.
<대순회보 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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