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철학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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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21 조회2,683회 댓글0건본문
연구위원 김대현
이번 시간은 ‘인도철학의 형성 배경과 대표적인 특징 그리고 전반적인 흐름’에 대해서 한번 엿보기로 하겠습니다. 석가여래의 고향이기도 한 인도에 대한 여러분의 인식은 어떻습니까? 아마도 보통은 무덥고 인구가 많은 나라, 경제와 정치가 낙후된 나라, 그리고 다양한 신(神)의 나라 정도로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그 외에도 인도는 귀한 정신적 자원을 보유한 나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도라는 거대한 사유의 광산에는 깨달음을 향한 긴 수행의 기억들이 다이아몬드의 원석이 되어 깊이 묻혀 있습니다. 흔히들 철학의 뿌리를 말할 때 그리스를 거론하는데 역사와 사상의 폭을 가늠해 보면 인도에 비할 바가 아닙니다.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철학적 사유의 싹이 인도에서는 이미 기원전 16세기 이전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입니다. 단지 수행과 실천이 중심이 되어 종교와 철학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개념적 분석력이 약하다는 이유로 철학의 영역에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 이유는 기록문화보다는 암송문화를 중시하는 풍조로 인해 그러한 오해를 나은 듯 합니다.
이렇듯 인도철학의 진정한 모습은 역사 내부에 심오하게 흐르는 인도인 개개인의 사유와 수행의 삶 그 자체인 것입니다. 서양 학문의 지식 중심적 경향과 달리 호흡하는 인간의 삶과 함께 이어온 삶과 수행의 철학인 것입니다.
1. 인도철학의 형성 배경
인도철학이 형성된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인도의 자연환경에 관한 것이며, 다른 하나는 인도인이 추구하는 삶의 목표에 관한 것입니다. 먼저 자연환경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인도 대륙은 히말라야·힌두쿠시 산맥과 벵갈만·아라비아해·인도양에 둘러싸인 아열대 지역에 위치해 연중 반은 남서 계절풍, 반은 북동계절풍의 영향을 받는 매우 무더운 지역입니다. 이러한 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인도인들의 활동성은 약해져 정적이며 인종(忍從)적, 사색적인 성향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연현상에 대한 경외심과 그 자연현상의 근원으로서의 우주적 신의 조화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이 바로 그 속에서 싹튼 것입니다.
인도철학의 형성 배경으로서 인도인이 추구하는 삶의 기본 목표도 흥미롭습니다. 전통적으로 인도인들 삶의 기본 목표는 법(法: dharma), 부(富: artha), 욕망(慾望: k?ma), 해탈(解脫: moksa)의 네 가지입니다. ‘다르마’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개념인데 간략하게 말해서 보편적 법칙과 정의 그리고 사회에 대한 의무, 행위의 규칙을 의미합니다. ‘부’는 직업, 재물의 의미로 생활에 필요한 물질적 수단을 가리킵니다. 재물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일 뿐입니다. ‘욕망’은 인간의 본능인 성적 즐거움과 만족을 추구하는 것으로 실리와 욕망은 반드시 다르마에 의해 조화되고 절제되어야 합니다. 끝으로 ‘해탈’은 이 네 가지 중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해탈이란 생의 유한성과 근본적 무지로부터 해방되어 무한한 삶과 완전한 자유를 찾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탈은 삶과 동떨어져 먼 곳에 있지 않고 누구에게나 가능하며 현실의 삶 한가운데서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인 목표입니다. 이렇게 인도인들은 정신적 삶과 물질적 삶의 조화를 이루면서 개인적 이상과 사회적 의무 모두를 지향하고 있는 것입니다.
2. 인도철학의 주요특성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나타난 인도철학에는 일반적인 특성이 있는데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인도철학에서의 지식은 그 자체로서 가치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신(神)을 자각하고 행(行)을 수반하여 해탈에 이르기 위한 방법이 될 때 비로소 가치를 갖게 됩니다. 인간의 고통이 무지에서 기인하므로 지식을 통해 무지로부터 벗어날 때 해탈에 다가설 수 있다고 본 것입니다. 둘째, 이렇게 볼 때 인도철학은 종교와 하나로 융합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종교적 이념을 지지하는 구체적 체계가 철학이고 그 철학의 실천이 바로 종교인 것입니다. 철학이 종교적 특성에서 분리되어 독립된 학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셋째 인도철학에 종교적 절대신은 지극히 법칙적인 존재로서 진리의 현신과 같습니다. 그래서 인도의 종교에서 절대신은 법칙의 창조자이면서 창조된 법칙 자체로서 존재합니다. 그것을 통해 인도의 종교가 교조(敎祖)의 권위보다는 법, 즉 다르마 중심의 형태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넷째, 인도철학은 진리에 이르고 그와 합일하는 실질적인 방법으로 명상과 요가를 제시합니다. 자이나교의 고행과 불교의 선(禪) 등이 그것인데, 이것은 궁극적 진리란 감각과 이성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직접적, 비지각적, 비개념적, 직관적 통찰에 의해서 이를 수 있는 것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다섯째, 인도철학의 연구 방법은 옛 성전(聖典)에 대한 이해를 중심으로 이루어집니다. 해탈에 이르는 길은 옛 성인이 이미 성전을 통해 인간에게 전해주었다고 여겨, 베다 문헌이나 불전, 자이나교의 성전들을 연구하는 것이 철학적 연구의 기본 방법인 것입니다. 끝으로 인도철학은 학적인 체계를 정돈하는 데 있어 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도철학 옛 문헌의 저자와 역사적 연대가 불분명한 점과 새로운 사상이 생겨나더라도 이전 사상이 소멸하지 않고 함께 계속해서 발전해 옴으로써 나중에는 서로 간의 경계가 애매해진다는 점이 그 이유입니다.
3. 인도철학의 흐름
인도철학의 전반적인 흐름에 대한 이해는 인도철학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덜게 합니다. 그 전반적인 틀에 대한 이해가 인도철학에 대한 친근함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인도철학의 흐름에 대한 시대적 구분은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여러 사상들의 전개상황을 시간적 기준인 고대(1기·2기), 중세(1기·2기), 근·현대로 나누어 그 대략적인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고대 제1기(기원전 1200~기원후 120)
고대 1기는 사유의 싹이 활발하게 형성된 시기로 신화적 요소가 다분하며 그 형태가 뚜렷하지 않은 것이 특징입니다. 브라만교가 기원전 1000~800년 경 성립되어 그 후로 각종 인도 종교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베다』를 성전으로 하는 브라만교는 원시적인 사상으로부터 고도의 철학적 사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유의 요소를 형성하여 인도철학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브라만교는 다신교로서 신들의 대부분은 자연신이며 하나의 세계원리로써 다양한 현상세계의 성립 이유를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베다』 경전의 마지막 단계인 우파니샤드에서는 우주의 근본원리인 브라만[brahman, 梵(범)]과 개체인 아트만(?tman, 我)의 이 양자는 본질적으로 동일(梵我一如)하다고 설해집니다. 또한 여기에서 등장한 업, 윤회 그리고 해탈이라는 개념은 내용을 달리하면서 후대의 인도 사상 전체에 일관되어 흐릅니다.
기원전 500년에 이르자 『베다』 성전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육사외도(六師外道), 마하비라와 고타마 붓다와 같은 사문(沙門: 자유사상가)들이 나타나 새로운 사상을 전개했습니다. 그중에서 마하비라와 고타마 붓다가 대표적인 사문으로 각각 자이나교와 불교를 창시했는데 특히 불교는 아소카왕(재위, 기원전 268~기원전 232)의 보호 아래 인도 전체로 뻗어 종교계·사상계의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한편으로 브라만교와 토착 민간신앙의 결합으로 생긴 힌두교가 발현되었습니다.
고대 제2기(120~600)
고대 2기(120~600)는 여러 철학 체계가 확립되고 전개된 시기입니다. 우선 불교를 살펴보면 불교는 석가 입멸 후 100년 경 상좌부와 대중부로 나뉘고 여기에서 다시 20개의 부파로 나뉘어졌습니다. 기원전 100년 경 나타난 대승불교에서는 용수(龍樹: 나가르쥬나, 150~250년경)가 공(空)사상과 중도이론을 체계화했는데 이런 그의 학파를 중관파(中觀派)라고 합니다. 중관파와 대립하며 대승불교의 큰 줄기를 형성한 유식파(唯識派)는 공(空)의 입장에 서면서도 유식무경(唯識無境: 존재는 인간의 의식일 뿐 의식이 없으면 또한 존재도 없다는 설)을 주장하고 또한 만유는 알라야식이라는 의식의 현현(顯現)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모든 중생이 여래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여래장 사상이 성립되었습니다.
자이나교는 1세기 경 백의파(白衣派)와 공의파(空衣派)의 두 파로 분열되었고 정통 브라만교에서는 새로운 철학학파가 확립되어 인도 사상의 주류를 형성했습니다. 브라만교의 새로운 철학학파란, 『베다』성전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불교, 자이나교와 같은 비정통파에 대항해 『베다』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통파로서의 육파철학이 그것입니다. 육파철학에는 삼키아학파, 요가학파, 니아야 학파, 바이세시카 학파, 미만사 학파, 베단타 학파가 있습니다. 삼키아 학파는 우주의 근본원리로서의 순수한 정신적 원리인 ‘프루샤’와 물질적 원리인 ‘프라크리티라’로써 현상세계를 설명하려는 이원론입니다. 요가학파는 요가를 통해 정신통일을 이루고, 해탈에 이르고자 했습니다. 니아야 학파는 논리학과 인식론으로 올바른 지식근거로서의 직접지(直接知), 추리, 유비, 증언의 4종을 주장했습니다. 바이세시카학파는 실체, 속성 등 6개의 범주를 세워 현상계의 구성 원리를 밝히고자 했고, 원자론을 주장함으로써 인도의 자연철학을 대표했습니다. 미만사학파는 다르마(법)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베다』에 전해진 제례·의례의 의미에 대해 철학적으로 고찰하고자 했습니다. 베단타학파는 우파니샤드의 주요 개념인 브라만에 집중하여 우주의 근본원리로 브라만만을 인정했습니다. 이들 학파들도 후대에 가면서 다시 여러 파로 분열되었는데, 인도 사상계의 주류를 형성하면서 오늘날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세 제1기(600~1200)
중세 1기는 상업자본의 몰락과 왕조의 교체로 인해 불교와 자이나교가 아울러 쇠퇴하고, 농촌에 기반을 둔 힌두교가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고대에 확립된 여러 체계에 큰 변화는 없었지만 인도 논리학의 체계가 정밀해지고 베단타 철학에서 불이일원론(不二一元論: 현상계를 유일실재자의 환영으로 봄)이 성립되는 등 인도 사상의 주류 형성에 굳건한 토대를 굳힌 점은 주목할 만합니다.
그러나 이 시대를 대변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힌두교의 여러 종파와 밀착한 종파의 발생과 전개입니다. 7세기경 남인도의 시바성전파, 9세기경 여러 시바교 관련 종파 그리고 여러 비슈누교 관련 종파가 그것입니다. 또한 대우주와 소우주를 동일시함으로써 현실을 긍정하며, 여성 원리인 샤크티 숭배를 특징으로 하는 탄트리즘이 성립·전개된 것도 이 시기입니다. 불교는 8세기 이후 밀교화의 성향이 커지고 1203년에 이르면 이슬람 교도의 세력에 의해서 사실상 소멸의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중세 제2기(1200~1800)
중세 2기는 이슬람교의 침투와 사상변용의 시대입니다. 이슬람 신비주의가 침투함으로 인해 힌두교는 그것에 대한 대응으로 12세기에 라마누쟈가, 13세기에는 마드하가 비슈누교를 베단타 철학으로써 굳건히 했습니다. 15, 16세기에는 새로운 종교운동이 일어났는데 그 속에는 근대적 사유의 조짐도 나타났습니다. 바라바의 순수 불이일원론, 라마난다의 진보적 힌두교, 그 제자 카빌의 종교개혁과 종교 통일론, 나나크의 시크교 등이 그 중요한 움직임들입니다.
근ㆍ현대(1800~ )
근·현대는 인도가 1858년 영국의 식민지가 되어 그리스도교의 전파, 영어의 보급, 서양의 사상·문물과의 직접적인 접촉 등으로 인도의 종교·사상이 큰 영향을 받은 시기입니다. 그러자 힌두교 내부에서는 종교개혁운동이 일어났으며 라마크리슈나와 라마나 마하리시는 힌두교의 전통을 체현하여 되살리고자 했습니다. 1870년대부터는 서양의 종교, 윤리, 사회, 정치적 요소를 힌두교에 접목시킨 네오힌두이즘이 등장합니다. 그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들은 ‘라마크리슈나’의 제자이자 라마크리슈나미션(모든 종교·진리의 귀결점이 하나임을 강조한 교단)을 설립한 ‘비베카난다’, 근대 인도가 낳은 최대의 사상가라고 하는 ‘오로빈드 고슈’, 진리의 파지와 비폭력의 실천을 통해서 인도의 독립에 전념한 ‘마하트마 간디’와 저명한 시인 ‘타고르’입니다. 이들 모두는 서양철학에 대해 긍정적인 방식으로 대응하면서 인도철학의 정체성 확립에 힘쓴 이들이었습니다. 이슬람에서는 ‘무하마드 이크바르’가 행동주의와 자아의 개발을 강조하는 것으로 1920년대의 무슬림 지식계급에 활력을 주고 파키스탄의 건국 운동에 대한 길을 열었습니다.
인도라는 거대한 사유의 광산 속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내는 작업이란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이번 시간에 다룬 내용들은 그 원석의 가치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인도철학, 나아가 사유의 기쁨과 진리를 향한 모험의 의지를 얻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면 그것으로 족하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시간과 공간에서 발생했건 신(神)과 우주만물 그리고 인간 스스로를 고뇌했던 흔적은 결국 도(道)라고 하는 절대 진리의 일부로서 그 속에 합일되게 됩니다. 시공(時空)의 경계를 넘어 대순(大巡)하는 진리(眞理)의 무한성 속에서 각기 다른 종교와 사상의 색채는 홀연히 사라질 테니까요.
참고문헌
편집부, 『종교학대사전』, 한국사전연구사, 1998.
길희성, 『인도철학사』, 민음사, 2001.
심재룡, 『동양철학의 이해 1』, 집문당, 2001.
조수동, 『인도철학사』, 이문출판사, 1995.
《대순회보》 13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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