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야 미친다 - 조선 지식인의 내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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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3.15 조회2,812회 댓글0건본문
정민이 쓴 『미쳐야 미친다』라는 책 제목에는 ‘상식에서 벗어날 정도로 지나치게 열중한다’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한 분야에 통달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은 거기에 ‘미치지’ 않고서는 이루기 어렵습니다. 이 책에는 한 가지에 미쳐 당시의 그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우뚝 선 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습니다.
이 책은 책제로만 보면 한 가지에 몰두한 벽(癖 : 고치기 어렵게 굳어버린 버릇)에 관한 글로 구성되어 있는 듯 보입니다. 하지만 3개의 큰 제목 중 첫 번째만이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나머지는 조선시대 선비들의 편지, 산문, 기행문, 일화 등을 다루었습니다.
첫 번째, ‘벽(癖)에 들린 사람들의 이야기’는 꽃에 미친 김덕형, 표구에 미친 방효량, 돌만 보면 벼루를 깎기로 이름난 정철조, 독보적인 천문학자 김영, 독서광 김득신, 책에 미친 바보 이덕무 등에 관한 내용들을 작가의 사실감 있는 필체로 적은 것입니다. 두 번째, ‘맛난 만남’에서는 허균과 화가 이정의 우정에 관한 글, 허균과 기생 계랑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 권필과 송희갑의 강화도 생활, 정약용과 제자 황상에 얽힌 일화, 홍대용과 그의 벗들에 관한 일화, 박지원의 짧은 편지, 가족을 그린 정약용의 편지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일상 속의 깨달음’에서는 이옥과 박지원의 소품 산문, 이덕무와 정약용의 산문, 홍길주의 이상한 기행문,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에 관한 허균의 생각, 정약용의 유기(遺記: 죽은 뒤에 남은 기록) 세 편에 관한 일화 등이 있습니다.
조선시대의 여러 인물들이 소개되어 있는 이 책에서 박제가는 벽에 관해 “홀로 걸어가는 정신을 갖추고 전문의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이 있는 자만이 능히 할 수 있다. 홀로 걸어가는 정신이란 남들이 손가락질을 하든 말든 출세에 보탬이 되든 말든 혼자 뚜벅뚜벅 걸어가는 정신이다. 이리 재고 저리 재고, 이것저것 따지기만 해서는 전문의 기예, 즉 어느 한 분야의 특출한 전문가가 될 수 없다.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힘이 바로 벽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이 선택한 한 분야에 깊은 애정과 열정을 다한 모습은 시대를 초월해 오늘날 우리들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그러한 열정은 어느 시대에나 필요하다고 생각하기에, 시대의 한 획을 그어 간 수많은 광인(狂人)들에게서 진정으로 ‘미치는’ 방법을 우리들도 배워보았으면 합니다.
《대순회보》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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