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왕 랄프’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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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22.10.13 조회1,607회 댓글0건본문
▲ 영화 ‘주먹왕 랄프’ 영상 캡쳐
영화 ‘주먹왕 랄프’는 유행이 지난 오락실 게임 ‘다고쳐 펠릭스’의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게임에서 악당 랄프가 커다란 주먹으로 건물을 파괴하기 시작하면 착한 펠릭스가 등장해 고칩니다. 펠릭스가 건물을 고치면 랄프는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고 게임은 끝이 납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오락실 문을 닫으면 게임 캐릭터들은 집으로 돌아갑니다.
랄프가 돌아간 집은 건축 폐기물이 가득한 쓰레기장입니다. 랄프는 진짜 악당이 아니라 악당 역할을 할 뿐인데 주민들에게 미움을 받고 따돌림을 당합니다. 랄프는 바로 옆에 있는 건물에서 주민들이 어울려 지내는 모습을 보며 외로움을 느끼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칩니다.
게임 30주년 기념일에 랄프는 초대조차 받지 못합니다. 파티에 함께 하고 싶지만 아무도 랄프에게 자리를 내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영웅 메달을 따오면 함께 살게 해주겠다는 주민들의 말에 랄프는 메달을 따려고 다른 게임을 찾아갑니다.
▲ 영화 ‘주먹왕 랄프’ 영상 캡쳐
랄프는 무시무시한 버그들의 전쟁 게임에 들어가 목숨을 걸고 메달을 얻어내지만, 실수로 들어간 자동차 경주 게임에서 메달을 빼앗깁니다. 그렇게 랄프가 다른 게임에서 활동하는 동안 ‘다고쳐 펠릭스’는 고장 나버립니다. 결국 게임이 오락실에서 퇴출당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은 랄프가 없으면 게임 자체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랄프의 중요성을 깨닫고 찾아 나섰으나 랄프는 메달 없이 자기 게임으로 돌아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다른 게임에서 죽어버리면 원래 게임에서도 부활할 수 없는 것이 규칙이지만, 다른 게임에서 만난 왕따 오류 캐릭터가 자신과 같은 처지인 것에 마음이 쓰입니다. 영화는 후반부로 흘러 랄프가 자신의 게임으로 돌아가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펼쳐집니다.
저에게도 랄프같은 도우가 있었습니다. 열정이 넘쳐 힘 조절이 안 되어 포덕소 물건이 종종 부서지곤 했습니다. 포덕소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저에게는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다행히도 그에게는 펠릭스같은 후각이 있어서 다시 고쳐놓기도 했습니다. 그릇이나 컵이 깨지는 것도 포덕소에서는 마음을 들여다보고 반성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현관문 손잡이를 잡아 뽑기도 하고 방문의 경첩을 휘기도 하고 20년 동안 고장 한번 없이 잘 쓰고 있던 밥솥을 깨기도 해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그 도우의 마음 자세가 잘못된 건 아닌가 의심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 영화 ‘주먹왕 랄프’ 영상 캡쳐
하지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니 그 도우가 도심이 넘쳐서 정성도 들이고 일을 의욕적으로 할 때 오히려 물건을 부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성이 없는 부분은 자라온 환경의 차이로 그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상제님께서 모든 사람을 대할 때 그 장점만 취하고 혹 단점이 보일지라도 잘 용서하여 미워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저는 그의 단점 하나를 너무 부각해 오히려 그 사람의 수백 가지 장점을 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포용력이 부족하니 포용력을 넓혀줄 수 있는 사람과 수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 같았습니다. 한 번의 교화로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지만, 마음이 안 좋을 때마다 상제님 말씀을 떠올리면서 마음을 바꾸려고 했더니 단점을 보고 원망하는 마음보다는 이해하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지금 그 도우는 랄프가 다른 게임에 간 것처럼 다른 환경에서 수도를 하고 있어 만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는 랄프가 부수는 건물의 주민들처럼 처음에 행동만 보고 그를 멀리했다가 상처를 주기도 하고 서로 안 좋았던 시기도 있었지만, 멀리 떨어지고 포덕소에서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어서야 도우의 소중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순 물건도 많았지만 포덕소가 운영되는 데 얼마나 많은 역할을 했는지 점점 더 알게 되었습니다. 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덕분인지 다른 사람을 대할 때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다른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해해보려고 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됩니다. 고정관념이 강한 저였는데 본의 아니게 저에게 반복훈련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 도우와 그 전부터 저에게 마음 고쳐먹는 법을 가르쳐주셨던 선각분들 덕분에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어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깨달음을 준 그 도우가 어려운 상황을 잘 극복하고 나아져서 다시 만나 즐거운 일도 힘든 일도 함께하고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화합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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