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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활동2010 이탈리아 세계 신종교 국제학술대회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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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경원 작성일2018.10.22 조회4,2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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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경원 (대진대학교 대순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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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세계신종교 국제학술대회가 개최되었다. 필자는 한국신종교학회 총무이사로서 학회의 권한을 위임받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이 행사에 참여하여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 한국에서 신종교연구는 종교학연구의 일환으로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연구되어 오다가 1999년에 한국신종교학회의 창립과 더불어 독자적인 연구의 성과들을 내놓게 되었다. 종교학을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 한국종교를 연구하는 학자라면 오늘날 한국 신종교의 역사와 사상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여 왔던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필자의 전공인 대순종학은 학문적으로 이미 신종교학의 영역과 많은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신종교 연구 분야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연구된 신종교 연구의 성과는 대순사상을 포함하여 어느덧 굴지의 학문분야로 성장해왔다. 따라서 이번 국제학술대회의 참가는 한국 신종교 연구의 성과를 알리고, 앞으로 한국에서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학문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유럽의 종교문화를 선도해온 국가이다. 특히 로마에 위치한 바티칸시국(Vatican City)은 전 세계 기독교문화의 총본부인 만큼 종교문화유적이 즐비한 곳이다. 여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토리노에는 20여 년을 세계 신종교 연구에 몰입해 온 유명한 연구소가 있는데, CESNUR(Center for Studies on New Religions)이 그것이다. 이 연구소의 소장이자 본 국제학술대회의 주최자인 마시모 인터로빈(Massimo Introvigne)은 사회학자로서 신종교 연구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 왔다. 신종교에 관한 그의 개인 저서만 하더라도 수십 권에 달하며 연구소 도서관에는 5만여 권의 신종교관련 도서가 소장되어 있다. 그는 1988년에 본 연구소를 창립한 후에 매년 유럽과 미국 대륙을 순회하며 세계 신종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해왔으며, 올해에는 특별히 이탈리아 본부에서 토리노대학과 공동으로 개최하게 되었다. 원고를 발표하는 학자 수만 하더라도 약 130명 정도가 참여하였으며, 사흘 동안 쉴 새 없이 진행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이틀째 되는 날에 종교문화탐방으로서 토리노 외곽에 위치한 베쫄라노 대수도원(The Abbey of Vezzolano)을 방문하였다. 10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수도원은 그 고아한 멋과 함께 이탈리아 지역의 중세 종교문화를 알게 해주는 좋은 유적지임에 틀림없었다. 여기서 행사참가자들은 이탈리아 소규모합창단 에스트로 알모니코(Estro Armonico)의 청아한 화음을 들으면서 고전적인 수도원의 분위기를 만끽하였다. 이어서 저녁에는 근처 코코나토(Cocconato) 산간마을 경치 좋은 식당에서 주최 측이 준비한 만찬행사에 참가하였는데, 이탈리아 전통음식과 함께 여유 있는 식사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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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술대회 행사기간 중 발표된 논문들은 신종교연구와 관련한 다양한 주제들로 넘쳐났다. 본 학술대회의 대주제인 ‘종교와 일상생활 사이에서 변화하는 신(Changing Gods. Between Religion and Everyday Life)’은 많은 종교학자들 사이에서 신종교 이해의 다양한 스팩트럼을 보여주게 했다. “신은 오직 기성종교에만 존재하는가? 아니면 모든 곳에 존재하는가?”, “종교적 진리는 널리 확산되고 있으며 기도의 형태 또한 다양하다.”, “전통종교의 신자들은 점점 감소하고 있고 새로운 종교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등등의 주장이 기조발표에서 이루어졌다. 이어서 오늘날 새로운 종교운동의 양상들을 조망해보고자 하는 노력들이 학술회의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고 있었다. 분과별로는 ‘다원주의와 세계화’, ‘이슬람과 세계화’, ‘종교, 법 그리고 민주주의’, ‘변화하는 새로운 세대’, ‘기도의 사회학’, ‘종교, 근대성 그리고 다원주의’, ‘변화하는 형이상학의 전통’, ‘변화하는 힌두교와 불교전통’, ‘변화하는 이슬람’, ‘변화하는 신종교운동’, ‘마음, 몸, 영혼’, ‘비교(秘敎)에 관한 시각’, ‘사례연구’, ‘구종교와 신종교운동’, ‘종교, 청소년 그리고 네트워크’, ‘예술은 우리의 신을 변화시키는가’, ‘변화하는 주술’, ‘유럽과 북미의 신종교운동과 폐단에 대한 반응’, ‘미국에 있어서 현대판 일부다처제’, ‘이론과 실천에 있어서 변화하는 종교’, ‘변화하는 신, 변화하는 관점’, ‘신종교운동과 그 비판: 무엇이 새로운가?’, ‘변화하는 종교체험’ 등이 주제로 다루어졌으며, 이외에도 이탈리아 내의 종교연구 성과들이 발표되었다. 대체로 행사 대주제의 성격에 맞추어 기성종교와 신종교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변화현상과 새로운 종교현상의 특징들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시각을 제공하고자 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었다. 신종교운동이 차지하고 있는 세계적인 현상과 그 종교사회적인 가치를 부정하지 않으면서 이를 엄연한 사실로서 객관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참여한 학자들의 많은 호응을 얻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참여한 모든 학자들의 진지한 토론과 관심은 새로운 종교학을 구축하고자 하는 열정과 끈끈한 유대감으로 넘쳐났다.  

  필자는 학술행사 셋째 날에 진행된 제32분과 ‘새로운 신종교운동’에 참여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으로서의 한국 신종교운동」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였다. 이 국제행사는 그동안 유럽 사회를 중심으로 활동해오다 보니 아시아 종교, 특히 한국 신종교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동안 한국종교 연구는 국내에서 유관학자들의 활발한 활동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영어로 출판되고 작성된 문서들이 희박하다 보니 외국학자들에게 널리 알려질 기회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한국어로 된 논문과 저서는 방대하지만 영어자료는 사실상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필자의 임무는 발표장에서 한국의 신종교 연구현황을 소개하고 관련된 영어학술지를 보여주는 것이었다. 우선 발표장에 모인 외국학자들은 한국에서 신종교 연구가 이렇게 알차게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또한 최근에 출판된 영어학술지는 외국학자들로 하여금 한국 신종교 연구에 대한 흥미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고 본다. 이는 몇몇 외국학자들로부터 받은 감사의 이메일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필자의 발표가 끝난 후 청중석에서는 몇 가지 질문들이 이어졌다. 첫째는 한국 신종교 교단의 국제 활동 정도를 묻는 질문이었다. 통일교의 경우는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나 그 외의 교단은 국내의 교세만큼 국제적인 인지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묻는 것 같았다. 둘째는 한국에서 전통종교와 신종교 사이에 어떤 특별한 경계가 있는가의 질문이었다. 이는 한국의 전통종교가 신종교발생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것이다. 셋째는 한국의 신종교 교단에서 세운 대학들이 교학을 가르치는 것 외에 일반 종교학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새로운 종교운동과 함께 자신의 교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성의 종교전통에 대한 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 종교문제 혹은 종교학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건전한 교양이 되고 있는 만큼 교학을 하나의 학문으로 교육하기 위해서는 일반종교에 대한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충분히 동의할 만한 내용으로 파악되었으며 서로가 수긍할 만큼의 토론으로 마무리되었다.  

  본 학술행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느낀 소감이라고 하면 우선 국내에서의 연구 활동은 언제나 다양한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열린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종교학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특정 교학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학문은 세계적인 것이므로 인간의 보편적인 이성에 수용되지 않으면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 새로운 종교이념 또한 오늘날의 인류가 필요로 하고 동의할 만한 진리를 가지고 있을 때 신자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종교연구는 언제나 객관적이고도 보편적인 이성에 입각하여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 하나는 수많은 외국학자들과 외국서적들을 고려할 때 한국에서의 연구가 국제화와 무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학회활동도 물론이지만 교단의 활동 또한 국제화는 거부할 수 없는 조류임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 번역사업과 외국어집필사업은 국제교류의 기초가 되는 일이므로 정부나 기관의 각별한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끝으로 필자가 전공하고 있는 대순종학은 비교적 학문의 역사가 짧은 만큼 국제교류에 있어서도 기반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대순진리회 종단의 특별한 관심과 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전개된 대진대학교의 발전 가능성을 볼 때 무엇보다도 대순종학이 세계적인 학문으로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 내일의 종단의 세계 활동을 뒷받침하고 나아가 지성과 인격을 겸비한 종교지도자의 양산을 위해서는 하나의 학문으로 구축되고 세련된 신앙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교계와 학계의 긴밀한 연관과 함께 학문 활동에 적극적인 지원과 참여가 요청된다고 본다. 

<대순회보> 1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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