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활동2010 한국종교학회,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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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병만 작성일2018.10.22 조회4,338회 댓글0건본문
연구위원 박병만
지난 해 12월 21일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심포지엄’이란 주제 아래 국립중앙박물관 소강당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후원과 한국종교학회 주최로 열린 이 자리에는 한국종교학회장인 류성민 교수(한신대 종교문화학과), 부회장인 윤원철 교수(서울대 종교학과)를 비롯하여 윤이흠 명예교수(서울대 종교학과) 등 많은 종교학자들과 종교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리는 한국 종교학계의 흐름과 종교계의 실상을 파악하고자 하는 뜻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게 되었다.
먼저 류성민 교수는 “최근 종교 간 대립과 갈등이 예전보다 더 첨예화되어 우려할 정도로 심각한 양상을 띠고 있다.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갈등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우리 민족과 국가를 위해 소통과 화합의 방안 및 토대를 마련하고자 심포지엄을 개최하게 되었다.”는 취지의 개회사로 심포지엄의 막을 올렸다.
기조발표자인 종교학계 원로 윤이흠 명예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유교ㆍ불교ㆍ기독교 그리고 샤머니즘과 민족종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신종교들이 모두 공존하는,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다종교사회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중 어느 종교도 현재 우리 사회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종교는 자신의 절대 신념체계를 지키고 또 전파하려는 본성을 지니고 있는데, 이러한 본성이 다종교 상황에서 종교적 갈등과 마찰을 먼저 불러일으킵니다. 그 갈등과 마찰은 종교가 자체의 속성과 논리적 주장을, 건강한 자제력과 사회질서에 대한 배려 없이, 각각 경쟁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입니다.”라고 현 시대의 종교적 실상과 갈등의 원인을 설명하였다.
이어 약간의 다과시간을 가진 후 ‘다종교 상황과 종교 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큰 주제 아래 세 편의 논문발표가 있었다.
■ 다종교 상황과 종교 간 커뮤니케이션
우리나라의 종교 역사를 살펴보면 샤머니즘의 바탕 속에 불교ㆍ유교가 전래되어 전통신앙으로 자리 잡았고, 근세에는 가톨릭과 개신교가 전래되고 자생적인 민족종교가 등장하여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보기 드문 다종교 국가의 형태를 이루었다.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다종교 상황에 대해 첫 발표자인 김영태 명예교수(전남대학교)는 “지극히 복합적으로 구조화되어 있어 결코 단순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단정하며, 한국의 다종교 상황의 구조를 지역과 관련하여서는 “옛 신라지역에 속해 있었던 강원도ㆍ경상도는 어느 종교보다도 불교전통이 비교적 강하고, 서울과 경인 지역, 충청도, 전라도는 비교적 기독교가 더 활발한 양상을 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류성민 교수의 ‘종교 간 호감도 조사연구’에 의하면 천주교 신부들의 경우 불교에 호감을 갖는 반면 개신교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불교 승려들의 경우 유교, 천주교, 한국의 자생종교 순으로 호감을 갖고 있는데 비해 개신교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개신교 목사들의 경우 천주교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있지만 불교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소개하였다. 그리고 개신교가 타종교에 비해 배타성이 가장 강하고, 종교 간 갈등의 중심에 개신교가 있다는 몇몇 학자들의 주장을 인용하기도 하며 우리나라의 다종교 상황의 구조적 측면에 대해 발표했다.
신광철 교수(한신대)는 “삼국사회의 ‘유ㆍ불ㆍ도의 정족(鼎足)’과 불교중심이었던 고려사회의 ‘유ㆍ불 병존(竝存)’의 역사를 통해 종교가 종교 자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위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대의 지성들은 자신의 전통에만 함몰되지 않고 당대의 종교지형을 구성하는 모든 전통들에 대해 정통했으며, 상호교유(相互敎諭)를 통해 인식의 폭을 확장시켜 나갔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지성들, 특히 종교적 지성들은 스스로의 전통에 대한 이해에 갇히지 말고 한국 종교지형을 구성하는 모든 전통들에 대한 ‘열린 이해’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라고 종교 간 화합과 공존을 위한 해법의 실마리를 제시하였다.
세 명의 발표자는 종교 간 소통과 화합을 위해서는 종교단체에서 이웃종교에 대한 인식을 넓혀주는 교육을 실시하고, 국가적으로는 초ㆍ중ㆍ고등학교의 윤리과목이나 사회과목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종교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종교지식을 전수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리고 강돈구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는 종교 간 화합과 공존은 종교학자나 종교단체, 종교인들보다는 우선 제도적인 장치(헌법의 종교관련 정비, 종교헌장 제정 등)를 통해 가능하다는 제안의 발표를 설득력 있게 했다.
총평시간을 끝으로 오전 일정을 마치고 참석자들은 박물관 내 한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오후 일정으로는 ‘종교 간 갈등 극복 및 공존을 향한 길’이란 명제 아래에 ‘현대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구조와 해법’을 가톨릭ㆍ불교ㆍ기독교의 종교학자들이 각기 자기 종교적 관점에서 통찰한 논문을 발표하고, 마지막으로 종합토론이 예정되어 있었다.
■ 종교 간 갈등 극복 및 공존을 향한 길
첫 순서인 박일영 교수(가톨릭대)는 “경쟁만이 능사는 아니다. 공동선을 추구하기 위한 노력과 서로의 값진 경험을 나누며 사는 것이 요구된다. 그렇다고 하여 모든 종교의 차별성이 무시된 하나의 종교공동체를 이루려는 것이 아니다. 서로를 섬멸하려는 것이 아니라 공존과 상생의 입장을 정착하려는 것이다. 이 공동적 인식이야말로 21세기 종교의 목표여야 하며 진리의 길을 걷는 도반으로서 이웃 종교의 협력은 절실히 요구된다.”고 역설하였다. 그리고 한국의 종교들이 민중을 밥으로 여기는 자세가 아니라, 민중의 밥이 되어주는 자세를 가질 때 이 땅에는 조화와 평화가 가득한 새 하늘과 새 땅이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근래 들어 개신교계의 팔공산 국제불교테마공원 조성 저지, 봉은사 땅 밟기, 불교의 템플스테이 예산안 삭감 등 불교계와 개신교계 그리고 정치계와 종교계 간의 갈등이 심화되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의 해법으로 박희택 원장(불교아카데미)은 종교 간의 대화와 정치권의 뒷받침, 시민사회의 연대적 압력, 공무원의 엄정한 중립 그리고 보편적인 종교교육의 실시를 제안하였다.
아울러 그는 “개신교계는 2005년 통계청의 개신교인구 급격감소 발표 이후 초조감을 드러내면서 공격적인 신앙행태를 노골화하여, 시민들로부터 기존에 받던 불신과 외면을 스스로 심화시키고 있다. 배타적이고 공격적이어서 종교평화를 역행하는 교단으로부터 시민들은 멀어진다는 사실과, 기독교이면서도 비교적 부담을 주지 않고 종교평화적인 가톨릭을 신앙하는 시민대중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인도불교와 고려불교의 쇠망은 교리의 관념화와 정치권력과의 유착으로 종교성을 상실했음에 기인한다. 교리만 훌륭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 교리를 신행하는 당사자의 진실한 실천이 문제가 될 뿐이다. 불교인들은 교리의 우월성에 취하여 아집(我執)과 법집(法執)이 더 강해질 수 있다. 집(執)을 버리고 한국사회의 종교적 갈등을 해소하는 사상적ㆍ실천적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불교계에 각성을 촉구했다.
신재식 교수(호남신학대)는 한국교회 전체나 교파의 이익보다는 자기 교회의 이익을 더 앞세우는 것을 ‘개교회주의’라고 하는데, 특히 대형교회에서 가장 잘 구현된다고 했다. 그는 “특정 교인이나 단체가 종교 갈등 상황을 유발함으로써 개신교 전체에 대한 평판이 나빠지더라도, 이로 인해 그 개인이 속한 교회나 단체는 혜택을 볼 수 있을 경우, 그런 일은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개교회주의를 지향하는 교회나 단체가 임박한 종말론이나 배타적 구원론으로 무장하게 되면, 아무도 말릴 수 없는 강력한 행동집단으로 탈바꿈한다. 한국사회의 사적 영역에서 종교 갈등의 상당 부분은 성장을 꿈꾸는 이런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종교다원주의 자체를 교회 성장의 장애물로 이해하는 현 한국 개신교 상황에서는 종교다원주의 상황에 대한 언급마저 금기이다.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적 태도 자체가, 종교다원주의 상황에 대한 의식적 무관심이 사실은 교회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쇠퇴를 촉진하는 요인이라는 인식이 한국교회 안에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목회자들에게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발표자들의 열정적인 발표와 참석자들의 진지한 태도로 강당 안은 사뭇 진중한 분위기였다. 우리는 잠깐의 휴식시간을 가졌고 마지막 일정인 종합토론01이 이어졌다. 지리산 실상사 주지이기도 한 도법 스님은 “태양은 불교인의 것도 기독교인의 것도 아닌데, 불교인의 것으로 기독교인의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시민의 힘은 대단하다. 결코 무지하지 않으니 종교인들은 자기위주의 편협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종을 울리는 등 시종일관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패널들은 모든 종교는 돈과 권력으로부터 분립을 외치고 있지만 제도권 종교로 정치적 종교화되고 있으며, 종교 간에 서로 파이전쟁을 하고 있다는 현실 비판과 종교는 종교 본연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데 모두 의견을 같이했다. 나아가서 다원주의적인 인식을 가지고 다양한 종교가 서로 어울려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도록 다 같이 노력해나가자는 사회자의 제안을 끝으로 심포지엄을 마쳤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루었던 우리나라의 다종교 상황, 그리고 종교 간 갈등의 원인과 극복방안에 대한 논의들은 이 사회에 건전하고 훌륭한 종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 종단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우리 종단의 진리가 세계 어느 종교의 진리보다 위대하다 할지라도 도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우리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한다면 종단의 발전을 기약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느껴졌다. 이제는 우리 도인들도 좀 더 열린 마음과 폭넓은 시각을 가지고 “가정화목ㆍ사회화합ㆍ인류화평으로 세계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대순진리이다.”라고 하신 도전님의 훈시를 반드시 실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대순회보>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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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패널 : 박경준(동국대 불교학과 교수)ㆍ김흡영(강남대 신학과 교수)ㆍ박문수(한국가톨릭문화원 부원장)ㆍ박광수(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ㆍ도 법(인드라망 생명공동체 대표)ㆍ변진홍(가톨릭대 김수환추기경연구소 부소장)ㆍ박종화(경동교회 목사)ㆍ윤석산(천도교 교서편찬회 위원장,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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