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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의 길청계탑(靑鷄塔)의 구조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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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경언 작성일2018.10.08 조회5,3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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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탑(靑鷄塔)의 구조와 상징 

- 불교탑과의 비교를 통해서 -

 
연구위원 백경언

 

 

 목차 

     Ⅰ. 머리말
     Ⅱ. 탑 구조의 비교
         1. 불교탑의 구조
         2. 청계탑의 구조
     Ⅲ. 불교탑의 상징적 의미
     Ⅳ. 청계탑의 상징적 의미
         1. 명칭(名稱)의 상징
         2. 층별(層別) 상징
         3. 청계탑과 돌병풍
     Ⅴ. 나가는 말

 

 


Ⅰ. 머리말

 

  의미 없어 보이던 돌이나 나무 벽돌 등이 사람의 정성으로 층층이 쌓이면 하나의 탑이 된다. 어릴 때 쌓아 보았던 모래 탑부터 산길을 가다가 돌 몇 개 주워 얹어 놓은 귀여운 탑, 절이 있던 자리에 다소곳이 서 있어 세월을 가늠하기 어려운 탑들이 그것이다. 단순한 사물을 차곡차곡 얹어 놓았을 뿐이지만 건축에 드린 정성과 마음은 여느 형태의 구조물보다 지극하여 흔히 공을 들이는 행위에 비유되기도 하는 이름이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말하는 보통의 탑은 불교에서 유래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탑의 어원(語原)이 불교 건축물인 탑파(塔婆)의 줄임말인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따라서 불교탑에 대한 선행 고찰은 청계탑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청계탑(靑鷄塔)은 여주본부도장 준공(1986년, 丙寅)을 기념하여 이듬해 1987(丁卯)년 3월에 석공작업을 시작, 9월 12일 오시(午時)에 상량식을 거행하고 1988(戊辰)년 5월 10일(陽)에 높이 1,350cm, 45자의 10층 석탑으로 완공한 탑이다. 이 탑은 대순진리회의 중요한 상징물로 참배 시 많은 교화가 행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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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청계탑의 명칭을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푸른 닭’이라는 의미가 되기 때문에, 돌병풍에 새겨진 각층에 대한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이로 인해 이 탑이 상징하는 의미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탑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일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탑 전체가 상징하는 바를 두루 고찰하여 통합적인 해석을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 본의(本意)를 파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래 어떤 종교 조형물이든 여러 가지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돌병풍에 쓰여 있는 층별 의미를 기초로, 탑의 일반적인 구조 특히 불교탑이 상징하는 바를 참고하여 청계탑의 상징적 의미를 밝혀보려고 했다. 부족함을 무릅쓰고 여명(黎明)을 더듬어 새벽을 알리는 닭울음소리를 따라가는 심정으로 청계탑에 대해서 살펴보기로 하겠다.

 

 

Ⅱ. 탑 구조의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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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교탑의 구조


  탑이란 용어는 고대 인도어인 범어로 스투파(stupa), 팔리어로 투우파(thupa)가 중국으로 전해지면서 소리나는 대로 적게 되어 중국식 발음인 솔도파(率堵婆)와 탑파(塔婆)로 표기되었고, 중국인들이 이를 줄여서 탑(塔)이라 함으로써 만들어진 말이다. 인도에서 스투파는 ‘쌓아 올리다’라는 의미로 죽은 사람을 화장한 뒤 유골을 묻고 그 위에 흙이나 벽돌을 돔(dome) 형태로 쌓아 무덤을 이르는 말이었다.01 이는 오늘날에도 탑의 구조와 기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탑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많은 변천과정을 거쳐왔지만, 그 구조는 대체로 아래로부터 위로 기단부(基壇部), 탑신부(塔身部), 상륜부(相輪部)의 3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 기단부(基壇部)

 

① 지대석(址臺石)
   탑의 가장 아래에 놓아 변형되기 쉬운 땅을 평평하게 유지하는 돌이다. 실외
 에서 오랜 세월을 버텨야 하는 탑을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오늘날 건축
 물을 지을 때 바닥 콘크리트를 쳐 건물을 견고하게 지탱시키는 이치와 같다.

 

② 기단 굄석
  목조건물 양식을 충실히 따른 것으로 기단을 굳건히 괴는 돌이다.

 

③ 기단
  기단면석, 탱주, 우주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단 굄석 위에 면석(面石)을 세운다. 기단석의 모서리에는 우주(隅柱)라는 기둥 모양의 돌을 세워 하중을 받들게 한다.

무게 분산을 위하여 가운데에도 기둥을 세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탱주(撐柱)라 한다.

 

④ 갑석
   기단석을 위에서 마치 뚜껑처럼 덮고 있는 돌이다. 기단석을 위로부터 압박하여 고정하고 위에 올려질 탑신부를 위하여 평평한 면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2) 탑신부(塔身部)


  탑신부는 탑신(塔身)과 탑신을 덮는 옥개석으로 구성되어 있다. 탑신은 사리공(사리 구멍)을 파고 사리를 안치하는 곳이기 때문에 부처를 모시는 부분이 된다. 탑신을 덮고 있는 돌을 옥개석(屋蓋石)이라 하는데 지붕 모양이다. 탑의 층수를 알고자 하면 이 지붕돌을 세어 보면 된다. 옥개석 처마부분에는 옥개받침을 두어 야외의 환경에서 빗물에 의한 피해를 줄일 수 있게 해 놓았다. 탑의 이름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탑신(塔身)이므로 탑을 세운 취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3) 상륜부(相輪部)


  탑의 위쪽 부위를 일컫는 말로 바퀴 모양을 하고 있는 보륜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윗부분에 있기 때문에 상륜(上輪)이라 불릴 법도 한데 상륜(相輪)이라 한다. 이때 ‘상(相)’은 ‘서로’ 또는 ‘함께’란 뜻 외에 나무 목(木)과 눈 목(目)이 합쳐진 문자이므로 지상보다 높은 곳인 나무에서 내려다보고 있다는 말이 되어 ‘살펴보다’, ‘다스리다’, ‘인도하다’ 또는 ‘인도하는 사람’의 뜻으로 쓰였다.
  ‘륜(輪)’은 하늘의 운행이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의 1년, 혹은 아침ㆍ낮ㆍ저녁 ㆍ밤의 1일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것을 바퀴모양으로 표현해 놓은 것이다. 그래서 수레바퀴는 순환하는 우주의 진리 혹은 법의 상징물이 된다. 이렇게 법을 상징하는 수레바퀴에 있는 바퀴살은 24개로 하루가 24시간인 것 혹은 1년이 24절후인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문양은 진리의 수레바퀴를 굴리는 자를 의미하기도 하여 부처 자신이나 전륜성왕의 상징물로도 쓰인다. 이는 석가모니가 녹야원에서 다섯 비구에게 설법하시는 장면에 석가모니 대신 등장시키는 것(초전법륜)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러한 상륜부는 아래로부터 노반(露盤), 복발(覆鉢), 앙화(仰花), 보륜(寶輪), 보개(寶蓋)로 이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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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반은 상륜부의 맨 아래 있는 받침대로 ‘이슬을 받는 그릇’이라는 널찍한 돌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신성한 존재를 그 위에 모시기 위한 구조물임을 알 수 있다. 복발은 사발을 뒤집어 놓은 모양으로 인도 초기불탑인 반구형 돔(dome) 모양을 동아시아에서 부르는 말이다. 인도의 불교문헌에는 이 반구형을 안다(anda), 혹은 가르바(garbha)라 했다.02 앙화는 하늘을 향해 활짝 피어 있는 연꽃 모양으로 보륜을 우러러 받든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보륜은 상륜부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진리의 수레바퀴, 또는 그 바퀴를 굴리는 존재를 상징하고 있다. 보개는 보륜을 덮고 있는 지붕으로 통치자의 권위와 석탑의 신성함을 상징한다.

 

 

2. 청계탑의 구조


 청계탑도 불교탑과 마찬가지로 크게 상륜부ㆍ탑신부ㆍ기단부(좌대)로 구성되어 있다. 상륜부에는 앙화, 9개의 보륜, 보개 등이 있고, 탑신부는 1ㆍ2ㆍ3층이 8각, 4ㆍ5ㆍ6ㆍ7ㆍ8ㆍ9ㆍ10층은 4각으로 총 10층이며, 기단부(좌대)는 1층 심우도(尋牛圖), 2층은 현무도(玄武圖), 3층엔 12지신도(支神圖)가 양각되어 있다.

  

1) 상륜부


  앙화 위에 9개의 운형(雲形) 보륜이 있고, 그 위에 보개가 있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이다. 앞에서도 보았듯이 상륜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륜이다. 청계탑의 보륜은 그 수가 9이며 수레바퀴 모양이라기보다 구름모양을 한 운형(雲形)이다. 이렇게 둥근 모양은 하늘을 상징한다 하여 구환이라고 한다. 구환은 『초사(楚辭)』 「천문」에 “구환은 곧 아홉 겹이다. 누가 이것을 헤아리겠는가?”라 하였고, 남송(南宋)의 주희(朱熹,1130~1200)는 『초사집주(楚辭集注)』에서 “이란 곧 하늘의 둥근 모양을 말한 것이다. 구(九)는 양수(陽數)의 극(極)이니 구환은 즉 구천(九天)이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양수(陽數)란 하늘을 나타내는 수(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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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탑신부


① 사각의 4ㆍ5ㆍ6ㆍ7ㆍ8ㆍ9ㆍ10층
  상륜부 밑으로 7층의 탑신을 볼 수 있다. 이는 4×7=28로 28수(宿)를 의미한다. 아름다운 옥개석이 사각으로 되어 있고 각 면석(面石)에 28수의 신명(神明)을 한 분씩 조각해 넣었다.

 

② 팔각의 1ㆍ2ㆍ3층
    4각의 옥개석 아래로 8각형의 옥개석을 이고 있는 3층의 탑신이 있다. 이는 3×8=24로 24절후를 의미한다. 면석엔 24절후의 신명을 조각해 넣었다.

 

3) 기단부(좌대)


① 기단부 3층
     옥개석이 있는 탑신 밑으로 원 모양의 기단부가 나온다. 맨 위의 기단부 3층엔 12마리의 짐승이 조각되어 있다.


② 기단부 2층
     현무도(玄武圖)에는 네 방위의 주재자인 사신도(四神圖)가 양각되어 있다.


③ 기단부 1층
   득도(得道)와 성도(成道)를 나타내는 심우도(尋牛圖)가 조각되어 있다.


 

Ⅲ. 불교탑의 상징적 의미

 

  지금부터 약 3,000년03 전 인도의 사카족 왕자로 태어났던 석가모니가 스물아홉에 출가하여 서른다섯에 득도한 후 40여 년간 가르침을 전하다가 열반(涅槃)에 드셨다. 장례 풍습에 따라 화장을 하자 많은 양의 사리(舍利)가 나와 이를 나누어 여덟 부족이 가져갔다. 가져간 사리를 봉안하여 여덟 기(基)의 탑을 세웠는데 이를 근본팔탑(根本八塔)이라 한다.
  훗날 인도를 최초로 통일한 아소카(재위: 기원전 273~232년)왕은 석가모니 무덤(스투파) 여덟 기를 발견하고 그 속에 있던 사리를 나누어 통일 영토 곳곳에 8만 4천 기의 탑을 세웠다. 이는 인도를 통일하는 과정에서 전쟁의 비참함을 경험한 아소카 왕이 석가의 덕과 진리에 의한 통치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다는 깨달음에서 시행한 것이다. 이후 스투파는 단순히 인도의 무덤이 아니라 성스러운 구조물로 변모 인식되어 경외와 참배의 대상이 되어갔다. 뒷날 급격하게 증가하는 탑에 넣을 사리는 한계가 있어서, 진신사리(眞身舍利) 대신에 석가의 말씀을 기록한 경전을 넣었다. 이를 법신사리(法身舍利)라 하며, 석가모니 화장터의 흙이나 돌을 넣거나 대체 용도로 쓸 구슬 등을 가지고 탑을 세우기도 하였는데 이를 변신사리(變身舍利)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상을 봉안하는 예도 있는데 이는 석가모니 자체를 무덤에 그대로 봉안한다는 의식이기도 하다. 이렇게 해서 탑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석가모니의 몸, 더 나아가 진리 그 자체라는 상징물로 인식되어갔다.04

  

 

Ⅳ. 청계탑(靑鷄塔)의 상징적 의미

 

1. 명칭(名稱)의 상징


  탑의 이름은 탑신(塔身)에서 비롯된다. 청계탑 역시 탑신에 그 명칭이 의미하는 내용을 간직하고 있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청계탑은 탑신 자체만으로는 이름에 해당하는 구체적 정보를 얻기 어려운 점이 있어, 탑신은 물론 이름에 대한 상징성도 아울러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도(道)에서 푸를 청(靑)이라는 글자는 12월 도(道)를 의미하는 말로 익히 알려져 있다. 12월이 도(道)라는 것은 만물이 나서 자라고 결실하는 모든 것이 1년 12달의 조화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만물이 따라 살아가는 길이므로 이 도(道)를 벗어난 것은 없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시(四時)와 합기서(合其序)하여 만물은 나고 성장하며 결실되므로 이를 관찰하여 요임금은 역상일월성신경수인시(曆像日月星辰 敬授人時)하였다. 이러한 춘하추동(春夏秋冬) 사시의 어김이 없는 것을 『주역』에서는 천도(天道) 또는 신도(神道)05라 하여 천지의 현현묘묘한 조화가 1년 12달 사시(四時)에서 일어남을 밝히고 있다. 이런 12달을 ‘十二+月=靑’이라는 한자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청(靑)의 색(色)은 『석명(釋名)』06「석채백(釋采帛)」에 “靑, 生也, 象物生時色也07”라 하고 있어 새로운 탄생을 의미하는 빛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계(鷄)에 대해서 살펴보면 12지지 중 열 번째 짐승이며 시각으로는 오후 다섯 시에서 일곱 시, 달(月)로는 음력 팔월이며 향(向)은 서(西)이다. 말하자면 닭은 방위(方位)의 신(神)이자 시간(時間)의 신이다.
  닭은 또 문ㆍ무ㆍ용ㆍ인ㆍ신(文武勇仁信)의 오덕(五德)을 지녔다고 알려져 있다. 즉 닭의 붉은 볏[冠]은 문(文)을, 발톱은 무(武)를, 싸움에서 용감히 맞서는 것을 용(勇), 먹이를 독점하지 않고 소리 내어 이웃을 부르는 행동을 가리켜 인(仁)이라 하고, 때를 맞추어 변함없이 새벽이 왔음을 알리는 것을 신(信)이라고 그 의미를 부여했다. 닭은『주역』에서 팔괘(八卦)의 손(巽)에 해당하며 손 방위는 남동(南東)쪽이므로 여명(黎明)이 시작되는 방향이다. 이렇게 어둠이 가고 빛이 도래하는 방향에 있으므로 밤을 지배하던 잡귀를 물리치는 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아 서조(瑞鳥)로 여겼다. 『회남자』 역시 “해가 뜰 때면 천하의 닭들이 모두 따라서 운다.”라고 한 것을 보면 이러한 특징을 닭의 가장 큰 덕으로 여긴 것을 알 수 있다. 닭은 또한 모성애가 강해 알을 품으면 식음을 끊고 뜨거운 가슴으로 새 생명을 탄생시킨다. 이렇게 닭은 오래전부터 덕성(德性)과 더불어 천시(天時)에 반응하는 가축이라고 칭송되어지고 있는데, 『說文』  知時畜也(닭은 때를 아는 가축이다)”는 물론, 영국의 유명한 생태학자인 데스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08는 “닭은 바람과 해와 별을 알았다. 이는 자연 순환에 깊이 조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고 하고 있어 이에 대한 동ㆍ서양의 공감을 알 수 있다. 새와 짐승 중에 자연에 조율되어 있지 않은 존재가 없겠지만 닭은 특히 인간과 가까이 있으면서 해ㆍ달ㆍ별 등 천체의 운행을 살펴 이를 인간에게 고고성(呱呱聲)으로 알리는 존재가 분명하다.
  그러므로 청(靑)이 지닌 12월과 새로움, 계(鷄)가 지닌 밝아오는 세상의 도래를 알리는 덕(德)의 이름으로만 보아도 청계탑의 명칭이 갖는 상징은 新天地家家長歲 日月日月萬事知 明德觀陰八音八陽 至氣今至願僞大降으로 시작되는 돌병풍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2. 층별(層別) 상징

 

1) 상륜부의 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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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형 모양의 구환은 구천(九天)을 의미하므로 구천은 “모든 신성(神聖)ㆍ불(佛)ㆍ보살(菩薩)들이 회집(會集)하여 구천에 하소연하므로… (교운1장 9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이 우주를 총할(總轄)하시는 가장 높은 위(位)에 계신 천존(天尊)께 하소연하였다는 말이니 그 구천은 바로 상제께서 삼계(三界)를 통찰(統察)하사 건곤(乾坤)을 조리(調理)하고 운화(運化)를 조련(調練)하시고 계시는 가장 높은 위(位)임을 뜻한다.(『대순진리회요람』, 6~7쪽 참조) 이때 총할(總轄)이라는 말의 ‘할(轄)’은 ‘수레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차축의 끝에 지르는 못’이라는 의미로 ‘관할하다’ 또는 ‘지배하다’의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탑에서 가장 존귀한 부분을 나타내는 청계탑의 상륜부는 삼계의 운행을 관할하고 계시는 구천의 위(位), 또는 구천상제님을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탑신부의 상징 28수와 24절후


  옥개석이 사각으로 된 7층은 천구(天球)상에서 태양이 1년 동안 지나가는 황도(黃道) 주변의 165개 별로 하늘의 주천도수(周天度數)를 영역별로 맡고 있는 28개의 별자리 묶음을 말한다(정확히는 적도와 황도 주변에 분포된 별자리 묶음). 별자리를 28개로 묶어 놓은 이유는 달이 지구를 한 번 공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27일 7시간 43분 11.5초로 약 28일이기 때문이다. 28수는 편의상 7개씩 묶어 네 방향에 분속 시켰는데 이를 방위별로 나눠보면, 동방칠사(東方七舍)는 춘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쪽으로 떠오르는 각(角)을 시작으로 차례로 항(亢)ㆍㆍ방(房)ㆍ심(心)ㆍ미(尾)ㆍ기(箕)이고, 북방칠사(北方七舍)는 하짓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쪽으로 떠오르는 두(斗)를 시작으로 차례로 우(牛)ㆍ여(女)ㆍ허(虛)ㆍ위(胃)ㆍ실(室)ㆍ벽(壁)이며, 서방칠사(西方七舍)는 추분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쪽으로 떠오르는 규(奎)를 시작으로 차례로 루(婁)·위(胃)·묘(昴)·필(畢)··삼(參)이고, 남방칠사(南方七舍)는 동짓날 초저녁 동쪽 지평선 위쪽으로 떠오르는 정(井)을 시작으로 차례로 귀(鬼)· 유(柳)·성(星)·장(張)·익(翼)·진(軫)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각 방위의 별 중에 첫째 별인 각(角)·두(斗)·규(奎)·정(井)은 반드시 해질 무렵 동쪽 하늘에 나타난다.09 춘분날 동쪽으로 나타난 각성을 위시한 항(亢)··방(房)·심(心)·미(尾)·기(箕)를 동방(東方)의 청룡성(靑龍星)이라 한다. 한여름이 되면 하늘이 90°회전하므로 동쪽 지평선으로 북방칠사인 현무가 나타나고, 가을이 되면 다시 90°회전하여 서방칠사인 백호가 동쪽 하늘에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한 겨울이 되면 또 90°회전하여 정(井)을 위시한 귀(鬼)·유(柳)·성(星)·장(張) ·익(翼)·진(軫)의 남방칠사인 주작이 떠오른다. 달의 운동으로 본다면 달은 각(角)에서 시작하여 동쪽으로 움직여 약 28일이 되면 진(軫)에 이른다. 또한 28수는 태양이 지나가는 길가에 가로수처럼 고정되어 있어 일 년간 태양이 움직이는 황도(黃道)를 따라 관찰할 수 있다. 따라서 28수는 일 년 동안을 여행하는 태양이 잠시 들렀다 가는 여관 역할을 한다하여, 잠잘 숙(宿), 집 사(舍)를 붙여 28수(宿) 혹은 28사(舍)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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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탑신부의 28수는 천구상에서 태양이 하늘을 한 번 돌 때(周天, 실제로는 지구가 돎), 항상 그 자리에 위치하여〔恒星〕 하늘의 틀을 잡아주고 있는 별자리들이다. 자연 만물의 생ㆍ 장ㆍ염ㆍ장하는 변화뿐 아니라, 땅의 각각에 대응되게 작용하여 해당 지역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2139년 두수(斗宿)에 오성(五星)이 모이게 되어 세계가 평화로워지고 아시아가 최고로 번성하게 된다.”10 라는 등의 주장이 이를 근거로 제기되는 것이다. 고대에 제갈공명이 단을 쌓아 북두성에 빈 것도 개인의 삶 역시 별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다. 지상에서 펼쳐지는 모든 일이 이렇게 하늘 별들로부터 내려지는 고유한 파장에 의해 영향을 받음을 이해한다면, 하늘에 확고하게 자리하여 장구한 세월 변함없이 빛나고 있는 28수의 존재는 그 자체로 위대하다. 이를 담당하고 있는 각각의 신명을 면석(面石)에 조각하여 모시고 있는 부분이 사각으로 있는 7층의 탑신부이다.
  그 아래로 팔각으로 된 옥개석이 3개인 부분이 있다. 이는 24절기를 나타내는 것이다. 24절기는 황도를 24등분한 것이다. 농경사회에서 계절의 변화를 아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이러한 계절은 태양의 운동에 따라 바뀌는데, 고대 중국 주(周)나라 때 고안된 24절후의 구분은 달의 움직임을 근거로 하였기 때문에 기후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것을 명나라 말기에 활약했던 서양인 신부 마테오 리치(利瑪竇, Matteo Ricci, 號는 時憲, 1552~1610), 우르시스(態三拔, Sabbthin De Ursis, 1575~1620), 디아스(湯若望, Emmanuel Diaz, 1574~1659) 등이 당시에 쓰이고 있던 대통력(大統曆)과 회회력(回回曆)의 결함을 보충하여 서양역산(西洋曆算)으로 한역서(漢譯書)를 낸 결과로, 마테오 리치 신부가 별세하고 난 뒤 1644년에 서양력인 시헌력(時憲曆)이 반포되어 실용화되면서 계절의 변화가 반영된 24절기의 사용이 가능해졌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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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때 24절기는 황경(黃經) 0°인 춘분점부터 태양이 지나는 황도를 15°씩 분할하여 태양이 각 분할점을 통과할 때를 절기(節氣)로 정(定)한 것이다. 그림 <절기의 날짜와 황경(黃經)>을 보면 상세히 알 수 있다. 절기와 절기 사이는 대부분 15일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14일, 16일이 되기도 한다. 이는 지구의 공전궤도가 타원형이어서 태양을 15°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24절기는 계절의 시작과 밤낮의 길이, 기온의 한서(寒暑) 등을 기준으로 명명하였다. 이로써 만물이 봄에 태어나고 여름에 성장하며 가을에 결실되고 겨울에 저장하는 생ㆍ장ㆍ염ㆍ장의 마디를 알게 돼, 씨 뿌리고 가꾸고 거두기에 좋은 시점을 정할 수 있었다. 탑신부의 팔각으로 된 3층엔 이러한 절기를 담당하고 계신 신명, 곧 장손무기ㆍ효공ㆍ두여회ㆍ위징ㆍ방현령ㆍ고사렴ㆍ울지경덕ㆍ이정ㆍ소우ㆍ단지현ㆍ유홍기ㆍ굴돌통ㆍ은개산ㆍ시소ㆍ장손순덕ㆍ장양ㆍ후군집ㆍ장공근ㆍ정지절ㆍ우세남ㆍ유정회ㆍ당검ㆍ이세적ㆍ진숙보 등 24절후 신명을 모셔 놨다.  

 

3) 기단부의 상징


① 기단부 3층 12지신도는 12방위(方位)와 12월(月)을 상징한다.
하늘을 12분야인 12지차(之次)로 나눈 것은 목성〔歲星〕이 12년을 주기로 같은 황도상에 되돌아오기 때문에 황도를 30°씩 12등분한 것이라는 설(說)도 있지만, “해와 달이 1년에 12번 만나는데 이 만나는 점을 12차(次)라고 한다.”12라는 설이 더 유력하다. 태양이 가는 길 황도(黃道, 실제는 지구가 가는 길)와 달이 가는 길 백도(白道)는 거의 비슷한 괘도를 그리며(백도는 황도면에 5° 정도 기울어져 있음) 타원 운동을 하고 있다. 이 운동에서 달이 백도를 도는 주기는 약 27일 7시간으로 28일 정도로, 태양이 황도를 1년에 1바퀴 도는 것에 비해 상당히 빠르다. 이로 말미암아 느리게 도는 태양을 달이 1년에 12번 따라잡는 현상이 일어나게 되는데 그 위치는 매년 약간씩 다르다. 이렇게 만나는 자리를 평균 잡은 후 하늘을 12구역(區域)으로 나눴다. 이를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의 12지(支)를 사용하여 그 위치를 표시하는 관념은 대략 전국(戰國) 시기에서 진한(秦漢)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13 『주례(周禮)』14를 보면, 신(辰)을 ‘십유이신지호(十有二辰之號)’라 하여 12지지를 12지신이라고도 했다. 천문도의 테두리 원 속을 자세히 보면 괄호 안에 12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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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도를 살펴보면 모두 원(圓)으로 되어 있다. 하늘의 모습, 해와 달이 가는 길의 모습, 별들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모습, 모든 것이 원(圓)의 모양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원운동을 12등분한 12지지 중, 축(丑, 12월)월에 있는 동지(12월 22일경)라는 도수(度數)는 위도상 황도(그림의 노란색 원)가 적도(빨간색 원)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시점으로 음(陰)이 가장 큰 상태(낮이 가장 짧음)이다. 이날이 지나면 양(陽)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다시 황도가 적도에 가장 멀어지는 하지(6월 21일경)가 되면 양(陽)이 극(極)에 이르게 된다. 주돈이의 저서 『태극도설』을 보면 오기(五氣)와 사시(四時)의 출처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無極而太極 太極動而生陽, 動極而靜靜而生陰 靜極復動, 一動一靜互爲其根 分陰分陽兩儀立焉, 陽變陰合而生水火木金土, 五氣順布四時行焉 五行一陰陽也 陰陽一太極也 太極本無極也. 無極이 太極이다. 太極은 움직여 陽을 낳고 움직임이 極에 이르면 고요해진다. 고요해지면 陰을 낳고 고요함이 極에 이르면 움직임으로 되돌아간다. 한 번 움직이고 한 번 고요함이 서로 그 根源이 되어 陰으로 갈리고 陽으로 갈리니 곧 兩儀가 세워진다. 陽이 변하고 陰이 합하여서 水火木金土가 생겨난다. 五氣가 순조롭게 펴져서 사계절이 운행한다. 五行은 하나의 陰陽이요, 陰陽은 하나의 太極이며, 太極은 본래 無極이다. 

 

  그는 특히 태극의 본은 무극이라 하고 있다. 이는 태극이 천문도상에 나타난 하늘의 운행인 원(圓), 곧 무극에서 비롯된 그 기동 작용을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원(圓)이 무극(無極)이며, 무극이 태극(太極)인 이치로 1년 12달로 돌아가는 천도(天道)의 운행을 말하는 것이다. 만물의 변화와 조화가 1년 12달로 무위이화(無爲而化) 하는 천도의 작용이므로, 1년 12달은 법도(法度)일 뿐만 아니라 만물이 따라가는 길, 즉 도(道)가 된다. 위의 그림은 동지(冬至)로부터 양(陽)의 기운이 발하기 시작하여 차차 성(盛)하다가 하지(夏至)에 극(極)에 이르고, 그것이 뿌리가 되어 다시 음(陰)의 기운이 성해 나가는 모습을 태극의 모양으로 그린 것이다. 기단부 3층의 12지지는 이렇게 1년 12달로 돌아가는 하늘의 운행을 하나의 원안에 12마리 동물로 배치해 표시해 놓았다.
  또 12지지는 12방위를 나타낸다고 하는데, 이는 천도가 그대로 땅에 반영된다는 동양의 사고를 반영한 것이다. 12달을 의미하는 12지지를 땅에 반영시켜 12방위의 개념을 만든 것으로, 오늘날 풍수의 방위를 볼 때 사용하는 패철(佩鐵)이 바로 그 예(例)이다. 하늘과 지상을 관련지어 이해하려는 것이 동양의 전통적인 관념이기 때문에 천도와 지도를 구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② 기단부 2층 현무도는 사방위와 사계절을 뜻한다.
  사신(四神)은 28수를 이루는 각 지역의 별들로 이루어진 하늘의 사령(四靈)이다. 그러므로 각기 사방의 일곱별을 맡아 방위와 계절을 주관한다. 4계절을 나눌 때 동양에서는 4립(四立)이라 하여 입춘(立春)ㆍ입하(立夏)ㆍ입추(立秋)ㆍ입동(立冬)을 계절의 시작으로 보고, 서양에서는 2분(分)ㆍ2지(至)를 기준점으로 보아 춘분(春分)을 봄, 하지(夏至)를 여름, 추분(秋分)을 가을, 동지(冬至)를 겨울의 시작으로 삼았다.
  이때 봄은 방위로는 동방(東方)이며 만물을 태어나게 하고 자라게 하는 목(木) 기운이 강한데 이를 청룡(靑龍)으로 표현했다. 청(靑) 또는 창(蒼)은 동방의 색이며, 시작의 색이 푸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고, 겨우내 땅속에 있던 씨앗이 껍질을 벗으며 새싹으로 돋는 모습은 구부렸다 펴는 곡직(曲直)의 양상이라, 뱀이 오랜 세월 땅에 있다가 변화무쌍하게 허물을 벗고 승천하는 격이므로 이를 용(龍)에 대비한 것이다.
  여름은 방위로는 남방(南方)이며 만물이 무성하게 자라나 꽃 피우는 화(火)기운이 강한데, 이를 주작(朱雀)으로 표현했다. 난(鸞)ㆍ공작ㆍ봉황 등을 총칭하여 주작이라 하며, 『흡문기』에는 ‘봉황이 단혈(丹穴)에서 태어나니 모두 붉은 것이다. 그러므로 남방(南方)으로 상을 취했다.’라 하고 있다. 즉 남방의 타오르는 성대한 기운을 염상(炎上)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를 형상한 것이다.

  가을은 방위로는 서방(西方)이며 만물을 단단하게 하고 결실을 맺게 하는 금(金)기운이 강한데, 이를 백호(白虎)로 표현했다. 백(白)은 『설문』에서는 ‘서방(西方) 색(色)’이라고 했는데 이는 백(白)이 해질 무렵 선명하지 않은 하늘 빛깔 또는 순백의 씨앗 속 색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호(虎)는 걷어 들이는 엄숙하고 살벌한 행위를 행하는 준엄하고 매서움을 띠고 있기 때문에 숙살(肅殺)이라 하며, 『춘추고이우(春秋考異郵)』에 ‘삼수(參宿)와 벌수(伐宿)는 호랑이의 덕(德)이니, 베이고 죽임을 주관한다.’고 하였다. 백호(白虎)는 이를 형상화한 것이다.
  겨울은 방위로는 북방(北方)이며 만물을 저장하고 감추는 수(水)기운이 강한데, 이를 현무(玄武)로 표현했다. 현(玄)은 『설문(說文)』에 ‘유원(幽園)’이라 하여 심오하다는 의미로 쓰였다. 노자는 이 자(字)를 만물을 생성하는 본원이라 하는 현빈(玄牝)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은 색(色)만을 나타내는 글자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사기(史記)』 「천관서(天官書)」에는 ‘두수(斗宿)와 우수(牛宿)는 뱀의 몸이고, 여수(女宿)는 거북과 뱀이 모두 포함된 몸이며, 허ㆍ위ㆍ실ㆍ벽수는 거북 몸이다.’라 하였다. 물 기운이 아래로 빠져나는 윤하(潤下)가 일어나 만물은 굳어지고 칩복(蟄伏)15하게 되는데 이런 기운을 형상화한 것이 현무(玄武)이다.
  이를 천구상에 나타내 보면, 앞의 그림 <하늘에 28수로 그려 넣은 사신도>와 같은데,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달리(대략 반씩) 보인다. 그림은 봄(仲春) 때의 모습이고, 한여름(仲夏) 때는 화살표 방향으로 90° 회전한 상태(동: 현무, 남: 청룡, 서: 주작, 북: 백호)로 보이고, 한가을(仲秋) 때는 다시  90° 회전한 상태(동: 백호, 남: 현무, 서: 청룡, 북: 주작)로 보이고, 한 겨울(仲冬)엔 또 90° 회전한 상태(동: 주작, 남: 백호, 서: 현무, 북: 청룡)로 보인다.
  이상을 종합하면 상륜부와 기단 1층을 제외한 부분은 1년 12달 12방위가 생성되는 근본과 기운이 나타나 펼쳐지는 사방위와 사계절의 양상을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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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 기단부 1층의 심우도
  1층 심우도는 득도(得道)와 성도(成道)를 의미하므로 불교의 목우도(牧牛圖)와 대순진리회의 심우도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불교의 목우도에서 소는 인간의 마음에, 목동은 수행자(修行者)에 비유된다. 삼독(三毒: 貪·嗔·痴)에 물들었던 수도자가 자신의 참모습(佛性)을 찾아가는 과정을 목우(牧牛), 즉 소치는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에 비해 대순진리회에서는 소는 축(丑)이며, 축(丑)은 12지지(地支) 중 12월을 의미하여 도를 상징하고 있다. 심우도는 이러한 도를 찾아 득도와 성도를 이루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렇다면 12월의 도(道)란 무엇이고 대순진리회에서 무엇을 행해 나가는 것이 12월의 도를 찾아가는 것인가? 12월의 도를 찾으라 함은 12월은 4철이므로 12월 4일생으로 탄강하신 도주님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제님께서는 “나는 생장염장(生長斂藏)의 사의(四義)를 쓰나니 이것이 곧 무위이화(無爲而化)니라” 하시고 상등은 만사를 임의로 행하게 된다고 하셨는데, 만사를 임의로 행하기 위해서는 그에 부합한 기운과 지혜가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智者 與天地同 有春夏秋冬之氣 每事 任意用之 謂之智慧勇力 大智 與天地同 有春夏秋冬之氣”16라고 하였듯이 천지와 같은 춘하추동의 기운이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하게 되는 도통은 만사를 임의대로 행할 수 있는 도통으로, 이는 1년 12달의 춘하추동의 기운을 갖지 않고는 이룰 수 없는 것이다. 즉 12월 4일로 오신 도주님의 도란 1년 12달의 조화에 통할 수 있는 도를 말함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기운을 고스란히 내리는 천강(天降)이 있는 도(道)라야 한다. 구천상제님께서도 천강의 중요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강조하셨다.

  

 상제께서 어느 날 한가로이 공우와 함께 계시는데 이때 공우가 옆에 계시는 상제께 “동학주(東學呪)에 강(降)을 받지 못하였나이다”고 여쭈니 “그것은 다 제우강(濟愚降)이고 천강(天降)이 아니니라”고 말씀하셨도다. 또 “만일 천강을 받은 사람이면 병든 자를 한 번만 만져도 낫게 할 것이며 또한 건너다보기만 하여도 나을지니라. 천강(天降)은 뒤에 있나니 잘 닦으라”고 일러주셨도다.17

 

   우리는 도전님의 훈시(訓示) 말씀을 통해 “모든 조화(造化)가 1년 12달에서 일어나므로 1년 12달이 도(道)이며, 이러한 1년 12달의 조화에 통하는 것이 도통(道通)이다.”18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심우도는 도주님께서 내놓으신 1년 12달의 기운을 받을 수 있는 도를 얻고, 이를 통해 성도(成道)하는 과정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1년 12달은 우주진행의 태극 이치이며 인간의 인위(人爲)가 가미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진법(眞法)이다. 이를 인간이 따를 수 있도록 정(定)해 놓으신 도법이 시학(侍學), 시법(侍法)공부이므로 이 공부가 세상에 유일한 진법(眞法)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춘하추동 사시의 기운으로 만사를 임의로 운용할 수 있는 도통은 이렇게 1년 12달의 기운을 받는 천강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므로 봄ㆍ여름ㆍ가을ㆍ겨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심우도는 1년 12달로 돌아가는 사계절의 기운을 짜는 공부의 한 자리를 맡는 과정을 상징한 것이라 하겠다.


 

3. 청계탑과 돌병풍

 

  청계탑은 1987(丁卯)년 9월 12일 상량식을 거행했다. 그러나 돌병풍에는 청계탑의 완공일이 다음 해인 무진(戊辰) 四월로 그와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그 이유는 청계탑 옆의 돌병풍 때문이다. 돌병풍의 제막식이 1988(戊辰)년 4월 27일 행하여졌기 때문에 탑의 완공일을 청계탑 상량일이 아닌 돌병풍을 완공한 날로 표기한 것이다. 다시 말해 돌병풍은 청계탑과 독립된 구조물이 아니라 청계탑의 일부 즉 “청계탑의 병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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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러한 설명이나 취지를 기록하는 둘레석 혹은 병풍 구조는 기념탑의 보편적 모습이므로 조금만 주의를 갖고 살펴보면 우리 주위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므로 돌병풍은 청계탑의 내용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하고 정확한 단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글은 내용보다 상징에 초점을 두었으므로 한문으로 되어 있는 병풍의 해석보다는 청계탑과 돌병풍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서 그친다. 양옆에 신장이 양각된 병풍은 청계탑을 호위하듯 서 있어 탑이 상징하는 모든 내용을 지키고 있는 듯하다. 이는 마치 『대순진리회요람』 「취지」문에  

 

“대순하신 유지를 계승하여 오십년 공부종필로써 전하신 조정산 도주의 유법을 숭신하여 귀의할 바를 삼고자 대순진리회를 창설한 것이다.” 

 

하신 말씀을 형체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아 감탄이 절로 나오는 구조이다. 구천상제님의 유지를 계승하여 전하신 도주님의 유법을 받드는 곳이 대순진리회이다. 청계탑과 돌병풍은 이러한 종통과 진리의 관계뿐만 아니라 이를 성인의 행적에 비유하여 세상에 도를 알리라는 사명적 내용까지 담고 있어 그 의미는 생각할수록 심오하다.

  “新天地 家家長歲 日月日月萬事知”로 시작하여 “萬國活計南朝鮮 淸風明月金山寺 文明開化三千國 道術運通九萬里”로 끝나는 돌병풍의 힘찬 내용은 우렁차게 울어대는 닭소리의 내용으로 충분하다 하겠다.
 

 

 

Ⅴ. 나가는 말

 

  대순진리회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청계탑은 구천상제님과 1년 12달로 집약된 우주자연의 원리뿐만 아니라, 진법을 찾아 개인의 도통완공과 지상에 선경이 이루어지는 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빠짐없이 포괄하고 있다. 특히 가장 밑에 심우도를 배치함으로써  1년 12달의 기운을 내려 천존과 지존보다 큰 인존시대를 여는 장면이 연상되게 하고 있어 각 층의 유기적 관계가 하나로 관통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청계탑 주위로는 일분일초도 쉼 없이 돌아가는 시학(侍學)·시법(侍法)의 공부소리가 들리고 있다. 땅에 자리를 정하여 신명을 봉(封)했던 지존(地尊)시대가 있었던 것처럼, 이제 그보다 더 큰 인존(人尊)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사람으로 1년 12달의 기운을 응감시킬 자리를 마련하고 있는 현장이다. 한 자리만 부족해도 안 되며, 사고자가 생겨도 안 되는 것이다. 이는 하늘도 뜯어고치고 땅도 뜯어고쳐서 신명이 사람에게 드나들게 하시고 모든 것에 운을 붙여 삼계를 개조19하시겠다는 상제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공부이기도 하다. 신명을 봉(封)하는 를 잡는 이 공부가 성공해야 이러한 모든 일이 가능해진다. 도를 받든다는 이름의 숭도문(崇道門) 안 대부분 건물이 공부와 관계된 용도로 쓰이고 있는 것도 주의해 볼 필요가 있다. 지정된 장소에서만 행해져야 하는 공부와 그러한 장소들의 중앙에 깃발처럼 서있는 청계탑의 위치도 본의(本意)의 상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린 시절 학교에서 수업시간을 알리던 종소리가 기억난다. 숭도문에 들어서도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공부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언젠가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시던 할머니의 음성이 귀에 쟁쟁하다. 이제는 돌아가셨지만 그 염려 덕분에 대학도 졸업하고 직장도 가졌다. 도전님께서 우리의 생명보다 중(重)하다 하셨던 공부다. 우리 도의 목적이 이 공부에 달렸다 하셨던 훈시(訓示)가 뇌리에 선하다. 그러므로 도를 받든다는 것은 한 사람이라도 더 포덕하여 공부에 사람을 올려 드리겠다는 구체적인 일이다. 이 공부에 성공이 있음을 알고 도인 모두가 공부를 중심으로 일치단결을 이룬다면 어둡고 혼몽한 기운은 걷히고 밝고 기운찬 아침이 밝아 올 것이다. 청계탑은 이러한 진리의 상징물로 오늘도 찬란한 빛을 발하며 우뚝 서있다!  

 <대순회보> 118호


참고자료 

. 『典經』, 대순진리회 출판부.
. 『대순지침』, 대순진리회 출판부.
. 『大巡眞理會要覽』, 대순진리회 출판부.
. 김희경, 『한국의 탑』, 열화당, 2005.
. 강우방·신용철, 『탑 (한국미의 재발견 5) 』, 솔, 2003.
. 이순지 저/ 김수길·윤상철 공역, 『천문류초』, 대유학당, 1998.
. 안상현, 『우리 별자리』, 현암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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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강우방·신용철, 『 탑, (한국미의 재발견 5)』, 솔, 2003, p.13.

02 강우방 ㆍ신용철, 앞의 책, p.65.

03 대한 불교조계종 종헌 25장 5조에(1999.10.12 개정 前) “본종(本宗)은 석가모니불의 기원을 단기 1307년으로 기산(起算)한다.”라 하고 있다. 2011년은 북방불기로 3038년이 된다. 현재 불기는 입멸년도를 BC 544년으로 하는 남방불기를 채택하고 있다.

04 강우방ㆍ신용철, 앞의 책, pp.15~18.

05  聖人以神道設敎而天下服矣

06 한대의 훈고학자 유희(劉熙, 생몰년 미상)가 찬한 모두 여덟 권으로 된 훈고의 자서(字書)이다.

07 청(靑)은 탄생이며 만물이 생겨날 때의 색이다.

08 1928년생. 버밍엄대학에서 동물학을 전공한 뒤 옥스퍼드대학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취득. 1967년에 출판한 『털없는 원숭이』는 인간을 마치 동물로 비유하여 종교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으나,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수천만 부가 팔렸다.

09 이순지 저/ 김수길·윤상철 공역, 『천문류초』, 대유학당, 1998. p.14.

10 강우방ㆍ신용철, 앞의 책. p.4.

11 청(靑)에서 1644년 순치 2년부터 시행, 그 뒤 2번의 수정을 거치면서 청나라 말까지 사용된 역(曆). 시헌력이란 이름은 『상서(尙書)』 「설명(說命)」에 ‘유성시헌(惟聖時憲)’이란 표현에서 따온 것이다. 전반적으로 중국의 역법을 따랐으며, 지구 중심의 우주 체계를 채택했다.

12 이순지 저/ 김수길ㆍ윤상철 공역, 『천문류초』, 대유학당, p.18.

13  『중국천문학사』 第二冊, p.171 참조

14 『의례(儀禮)』·『예기(禮記)』와 더불어 고대의 예법을 정리한 책. 주공(周公) 희단(姬旦)의 작품으로 전해온다.

15 자기 처소에 틀어박혀 몸을 숨기는 것.

16 제생 43절

17 교운 1장 58절

18 도전님 훈시(1991년 4월 20일)

19 예시 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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