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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논단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의 관점으로 본 대순진리회의 여성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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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마리아 작성일2018.10.05 조회5,4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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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의 관점으로 본 대순진리회의 여성관 01 

 

글 박마리아(대순종교문화연구소)

 

목 차  
1. 들어가는 말 
2. 해원상생 원리와 여성의 정체성
3. 우주론적 자연관과 여성성
4. 젠더동률의 실천의식과 여성의 역할성 

5. 맺음말 
  


1. 들어가는 말   


  60년대를 시작으로 서양에서 활발한 발전을 보여 왔던 페미니즘 운동은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사회주의, 그리고 급진주의의 여러 가지 사상적 양태로 여성문제의 제반 사항을 탐구하여 왔다. 반세기 이상에 걸쳐 남성 메카니즘에 대항해 왔던 페미니즘 운동은 관련된 많은 사회적 이슈와 찬반양론의 물결 속에서도 남성 중심주의 이데올로기를 양성 균형적(androgynous) 모드로 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여성 인권 문제에 역동성을 부여했다는 점에서 그 생명력을 면면히 지켜 왔다.  
  그러나 모든 생명의 ‘화합’을 모토로 세계가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을 추구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젠더의 문제를 양성의 이원화된 대립 구조를 통해 해결하기보다 ‘상호보완’의 의미를 부각시켜야 함은 페미니즘이 주시해야 할 핵심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에코페미니즘02은 보다 통합적이며 생명 중심적인 젠더문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 흐름에 보다 부합될 수 있는 젠더의 미래성을 제시하고 있다.  
  즉 에코페미니즘은 여성과 자연을 ‘동류’적 입장에 두고 남성지배 메커니즘이 갖는 ‘파괴성’과 남성 중심주의 규범에 대항한다. 이런 면에서 에코 페미니즘 또한 기존의 페미니즘운동과 마찬가지로 결국 양성의 대립을 위시한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에코페미니즘은 남성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인간과 문명이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 또한 결국 동등한 생명의 가치를 지닌 개체로서 ‘화합’을 이루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는 곧 젠더의 문제가 권위적 인식에 의거한 성적(性的)분별의 확대로 이어져 양성이 서로 대립되기보다 페미니즘이 도달해야 할 궁극적 취지를 생명과 생명 간의 통합에 두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에코페미니즘은 존재론적, 인식론적 가정에 있어 모든 부분은 동일한 기본요소를 갖고 있다는 논리를 펴는 환원주의의 기계론적 인식에 반대 한다. 인간과 자연을 과학이라는 틀에 의거하여 인위적으로 분할하고 파편화하는 환원주의적 사고는 물리적 발전과 이권의 증대를 위해 인간과 자연의 유기적 결합을 파괴시키는 한편, 진보와 발전이라는 미명하에 전쟁논리를 정당화한다. 에코페미니즘은 이러한 환원주의 과학이 여성과 자연의 생산성을 빼앗음은 물론 환경의 딜레마를 양산한다고 보고 환원주의의 위계적인 이분법에서 벗어나서 세계를 유기적 결합체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볼 때, 에코페미니즘은 산업화의 극점에서 ‘자연’과 ‘여성’의 갈 길을 모색해야 할 현대 사회의 여성주의가 나아가야 할 향방에 대해 긍정적인 대안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특별히 본고에서는 대순진리회에서 강조하는 생명과 여성에 관한 의미를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해석해 봄으로써 대순진리회에서 여성문제의 해법이 어떻게 제시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 해원사상 원리와 여성의 정체성 


  상제님의 사상에 근거해 볼 때, 모든 존재는 보편적으로 상호성원리가 적용되는 유기적 결합체이다. 즉 상제님께서는 인간과 신명, 음과 양, 하늘과 땅이 상호배타적 관계가 아닌 상호 결합의 원리로써 연계되어 있다고 보시고, 상호연관성을 가지는 존재들이 유기적 화합을 이루게 하심으로써 ‘조화’의 이법을 실현하셨다. 이는 물질과 비물질의 세계를 별개로 보는 이원론에 반(反)하는 사상이라 할 수 있으며, 모든 존재가 정당한 합(合)의 과정을 거쳐 일체를 이룰 때 새로운 ‘생성’과 ‘완전’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다자즉일자(多者卽一者)의 개념과도 상통한다. 
  이렇게 세계를 유기적 결합체로 보시고 상호성의 원리로서 상생의 이법을 실현하심은 상제님께서 인류를 구제하시기 위해 세상에 강세하심으로부터 그 의미가 실천되었다고 볼 수 있다. 즉 상제님께서는 진멸에 빠진 인류를 구제하시기 위해 인세에 강세하시어 친히 ‘후천의 개벽 공사’를 진행하시게 되는데, “천지신명이 모여 상제가 아니면 천지를 바로잡을 수 없다 하므로 괴롭기 한량없으나 어찌할 수 없이 맡게 되었다”03 라는 『전경』의 내용은 상제님께서 괴로움을 감수하시고 스스로를 희생하여 상생의 뜻을 몸소 실천하셨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렇듯 상생의 뜻을 실천하시기 위해 상제님께서 많은 고통을 감내하심은 『전경』의 기타 여러 곳에도 소개되어 있다. 상제님께서는 광구천하의 뜻을 펼치시는 과정 중, 세인들에게 종종 광인 또는 술사로 오인을 받기도 하셨으며, ‘역적질을 한다’는 누명을 쓰기도 하시고, 일제치하에서는 자신을 따르는 종도들과 함께 의병으로 오인 받아 고부 경무청에서 심한 고문을 당하기도 하셨다. 
  이 외에도 『전경』에 의하면, 상제님께서는 생전에 약방을 차리시고, 많은 병자들을 치료하셨는데, 약재를 따로 쓰지 않고 병을 치료하시는 독특한 치료 방법으로 신열과 해소에서부터 문둥병에 이르기까지 각종 병들을 치료하시어 많은 이들을 병고에서 해방시키심은 물론 대속을 통해 괴질을 진압하기도 하셨다.  
  이렇게 상제님께서는 스스로 상생의 원리를 실천하시는 방법을 통해, 당시 사람들의 고통을 해소해 주시는 한편, 후천의 개벽 공사를 진행하심으로써 새로운 미래를 설정하셨다. 그 구체적 예로서, 상제님께서는 “상극의 지배로 인해 삼계(三界)에 원한이 가득 찼기 때문”에 선천에서의 상극에 따른 모든 원한을 풀고 상생의 도로써 창생을 건져야 함을 표명하시고,04 천계ㆍ지계ㆍ인계에 대한 개벽(開闢) 공사를 진행하신다.

  즉 상제님께서는 삼계를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상통(相通)하는 일체(一體)로 보심으로써, 세계가 연쇄적 연결고리를 가짐을 표명하심과 동시에, 선천에서 상극(相克)의 의미로 작용했던 상호성의 원리가 후천의 이법에서 상생(相生)의 원리로 작용되어야 함을 설파하셨다. 이러한 해원공사에 있어 상제님께서는 또한 근원적인 부분을 해결하지 않고는 일이 성사되지 않는다고 보시고 인류의 기록에 원의 시작인 단주(丹朱)의 원을 기점으로 ‘해원공사’를 행하신다. 
 『전경』의 내용에 의하면, 삼계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가장 급박한 해결 사안은 바로 원을 푸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는 ‘천상싸움이 결정된 뒤에 인간 싸움이 결정된다’는 논리를 설파하심으로써,05 신명계와 인간계의 밀접한 상관관계를 설하셨는데, 삼계의 해원을 위해 신명계에 대한 해원공사를 행하셨으며, 지기를 뽑는 공사 등을 통해 지계에 대한 공사를 행하셨다. 이 외에도 인계에 대한 해원공사를 행하심으로써 상생의 원리로 구제창생(救濟蒼生)을 도모하셨다. 이는 음의 세계와 양의 세계가 서로 밀접한 관계로 연결되어 있음은 물론 세계가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삼계에 대한 해원이 실현되어야 함을 직접적으로 시사하는 내용이다.  
  특별히 인계에 대한 해원공사를 실행하심에 있어 상제님께서는 인간의 완전한 삶을 위해서는 계급의 타파가 불가피하다고 보시고 반상의 구별을 없앰을 지향하시는 한편 특별히 ‘약한 자’를 우대하여야 함을 강조하셨다. 

  즉 “이제 해원시대를 맞이하였으니 사람도 명색이 없던 사람이 기세를 얻고 땅도 버림을 받던 땅에 기운이 돌아오리라”,06 “빈천하고 병들고 어리석은 자가 곧 나의 사람”07이라는 상제님의 말씀은 선천시대에 사회의 주류로 인정받지 못하고 억압받는 ‘약한 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보장하시겠다는 뜻을 현시하고 있다. 

  이렇게 상제님께서 ‘약한 자’로 칭했던 사람들은 가난하고 빈천한 자들 외에 오랜 기간 동안 억압된 ‘성’으로 존재했던 여성들도 포함되는데, 상제님께서는 아직 남성인권이 사회의 주류로 인정되고 여성을 경시하는 풍조가 팽배했던 시대적 상황에서 “남존여비의 관습이 무너지리라”08고 예언하심으로써 여성해원을 지향함을 나타내셨다. 
  특별히 상제님께서는 남존여비의 관습을 무너뜨리는 일환으로 정음정양(正陰正陽)의 공사를 시행하셨다. 당시 종법제도의 폐습 아래 조선의 조정이 축첩제도를 공인하는 상황에서 조선의 여성들은 조선왕조 500년의 역사 동안 축첩제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며 심지어 일부 여성들은 ‘씨받이’라는 명목으로 가계 계승을 위한 희생자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상제님께서 여성의 원을 풀어주시기 위해 ‘정음정양’의 ‘공사’를 시행하셨다는 것은 불합리한 당시의 시대적 환경을 통탄하시어 남녀 동권을 제도화하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하셨음을 의미한다. 

 『전경』의 또 다른 내용을 보면, 상제님께서는 여성의 가치를 격상시키심과 동시에 사회적 인격체로서의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셨음을 알 수 있다. 즉 “도는 장차 금강산 일만 이천 봉을 응기하여 일만 이천의 도통군자로 창성하리라. 그러나 후천의 도통군자에는 여자가 많으리라”09 라는 대목에서는 여성의 인격 또한 남성의 인격과 차별 없이 대우되어야 하며, 동등한 성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음이 강조되고 있다. 

  대순진리회에서의 도통(道通)의 의미는 곧 인간의 완성을 의미하며, 심신이 완전함에 이른 상태에서 신명(神明)을 부림은 물론 신명과 조화를 이루게 되는 상황을 의미한다. 인간으로서 천문(天文)과 지리(地理)에 통하고 인사(人事)에 통함은 물론 심신이 완전함에 이르는 경지가 남녀의 구분 없이 ‘닦은 바’에 따라 이루어지고, 상술한 내용과 같이 도통군자로 여성이 더욱 창성할 수도 있다는 내용은 현대 사회에 있어 당연시 될 수 있는 내용일 수 있으나 성차(性差)의 관념이 농후했던 조선말에서 근대에 이르는 시점에서는 기존의 남녀 인식에 전복적인 의미로 작용한다. 또한 도통에 이어지는 말로 상제님께서는 군자(君子)라는 말을 언급하셨는데, 『설문해자』를 참고하여 보면 군(君)은 곧 존귀(尊貴) 자체를 뜻하며 또한 글자의 형상이 군주가 앉아 있는 모습과 같다고 되어 있다.10 또한 현대의 중국어 사전을 참고해 보면 군자의 의미는 학식과 덕망이 높음을 나타내거나 아내가 자기 남편을 이르는 말이라 기록되어 있다.11 이렇게 볼 때, 도통군자는 성차를 멀리한 개념이자 탈 젠더의 의미를 현시하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과거‘약한 자’를 대표하는 여성의 모습은 종속의 역사에 갇혀 정체성의 부재 속에 존재했던 불완전한 개체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상생의 의지로써 해원을 기약하고 공사를 행하셨던 상제님은 세계가 상생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그 일환의 하나로 남존여비의 폐해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사상으로부터 출발하시어 정음정양의 공사를 계획하고 실천하셨으며, 도통군자의 예언을 통해 여성의 인격이 비천(卑賤)함으로부터 존귀(尊貴)함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하셨다. 즉, 남녀평등 시대를 열고자 하셨던 상제님의 실천의지는 상생사상을 기반으로 한 해원공사로 귀결되며, 상제님께서는 여성 해원 공사를 통해 억음존양(抑陰尊陽)의 폐습으로 쌓이고 맺힌 여성의 원 과 한(恨)을 풀어 주심과 동시에 여성의 정체성을 확고히 수립시키셨던 것이다. 

  이 외에도 『전경』의 내용에 근거한 예를 들자면, 상제님께서는 여성의 해원 공사를 추진하심에 있어 여성의 가치성을 만물을 생성하는 ‘땅’의 이미지로 부각시키시는 한편, 이러한 여성의 의미를 다시 ‘하늘’과 대등함과 동시에, 만물과 상호 상생의 의미를 갖는 존재로 보시고 여성의 가치성을 새로이 정립하셨다. 즉, 상제님께서는 건곤(乾坤)의 위치를 바로 잡아 새로운 예법을 세울 것을 표명하심으로써, ‘하늘’만을 높이고 ‘땅’을 낮추는 천지불협(天地不協)의 상극성(相克性)을 부정하심은 물론, 세계의 관계망 중의 여성이 또한 주체적 존재로써 타자에 대해 지대한 영향력을 끼침을 강조하셨던 것이다. 

  인간계에 대한 해원은 곧 생명계의 해원에 대한 내용이며, 천계, 지계와 서로 상생원리의 연관성을 가진다. 이는 곧 삼계에 얽힌 상극의 고리가 풀려야만 세계가 진정한 ‘화평의 길’에 이르게 됨과 동일한 의미를 갖는다. 

  이렇게 세계의 유기적 관계망 속에서 바라보는 여성 해원의 의미는 여성이 사회와 문화 그리고 생태적 연결고리 중의 한 부분임과 동시에, 여성이 종속의 역사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인식하는 주체적 자아의 모습을 찾아야 함을 나타내고 있다. 즉 에코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보면, 인류는 근대성을 이루는 과정에서 ‘타자’를 ‘적’으로 인식하고, ‘타자’와의 끊임없는 투쟁과 상호간의 ‘점탈’, ‘착취’를 통해 생존경쟁 중의 이해관계에 충실해 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강자와 약자 간의 지속적인 교전상태를 유발함으로써, 생명 상호간의 상호 화합적 네트워크를 파괴시키고 사회적 분열과 인간성 말살을 조장시켰는데, 이로써 여성과 남성의 관계 또한 이원론적 사고에 의해 상호 대립적 의미로 개념화 되어 왔다.  
  이에 반하여 상제님께서 행하셨던 여성해원 공사는 ‘상생’이 지닌 가치와 의미를 현시함으로써 에코페미니즘에서 모든 생명이 유기적 결합 속에서 상호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함을 강조하는 의미와 일맥상통한 지향점을 지니는데, 이로써 상제님의 사상을 현 시대 상황에서 재해석해 보는 의미를 찾아 볼 수 있다고 생각된다.   


3. 우주론적 자연관과 여성성 

 

  동, 서양에서 여성을 남성에 비해 열등한 성으로 인식하고 남성과 여성의 문제를 ‘대립적’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미 오랜 시간의 문제이다. 즉 구 영어에서 인간을 의미하는 Man이 용어 자체에 여성, 남성에 대한 상호 ‘대립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은 모두가 주지하는 사실인데, 여성적 인간을 의미하는 Woman은 곧 Man+Wif의 합성어로서, 여기서 Wif는 후에 Wife로 변형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그 어원은 ‘수치’ 혹은 ‘부끄러움’을 나타낸다.  이와 연관하여 플라톤이 사용한 ‘여성’(woman)이라는 용어에 대해 엘리자베스 스펠만은 이렇게 말한다.


  “그가 집단으로서의 여성들, 즉 정형화된 방식으로 여성들을 언급하면서 사용할 때, 그는 여성의 몸속에 있는 열등화된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가 통치자 여성을 언급하면서 사용할 때는 남성의 몸속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몸에 있는 탁월한 영혼(여성의 몸속에 있는 ‘남성적’ 영혼)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하다. 한 남성의 ‘여성적’(가령 겁 많은)영혼은 남성의 몸에 있는 열등화된 영혼이다. 여성적인 것에 대한 플라톤의 경멸은 열등화된 영혼과 여성적인 것을---그것의 남성 화신과 여성 화신 모두에서---동일시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한다.”12  


  이 외에도 앨리슨 M. 재거와 아이리스 마리온 영은 『여성주의 철학』에서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들의 여성에 대한 ‘대립적’시각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몇몇 여성주의 철학자들은 ‘이원적인’ 사유가 필연적으로 모든 영역을 긍정적이고 가치있는 극단과, 부정적이고 가치가 떨어지는 극단으로 나누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사유방식은 남성을 남성적인 것(The masculine) 특히 남성이 남성으로서 열망하는 것과 관련된 지적이고 도덕적인 가치들 으로 정하게 된다고 제안된다. 열등하거나 비난받을 만한 것 혹은 비열한 것으로 거부되는 것은 ‘여성적인 것’(The feminine)이라는 항목으로 치부되었다.”13 

 

  영어에서 여성을 나타내는 단어 Woman에서 단적으로 보여지는 여성에 대한 편파적인 섹슈얼리티의 관점 외에도, 고대의 사상가들로 부터 이어져 온 뿌리 깊은 여성 폄하의 젠더의식, 십자군 원정시기에 남성이 자신의 ‘자산’을 지키듯 여성에게 ‘정조대’의 사용을 강요한 예 등은 서양 역사에서의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확연하게 보여 준다.  
  상술한 부분의 예들은 서양에서의 여성에 대한 인식의 원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데, 그렇다면 동양에서의 상황은 어떠할까. 

  한자의 예를 들어 볼 때, 갑골문자로서의 ‘女’의 의미는 꿇어 앉아 있는 여성의 형상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때 여성은 남성들에 의해 ‘강제로 잡혀 온’ 상황으로 양손을 앞쪽으로 모으고 있거나, 혹은 두 손이 등 뒤로 묶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렇게 상형문자에 대한 해석의 유추를 통해 중국의 학자들은 역사적으로 ‘강제 혼인’이 존재하였으며, 이때 여성들의 지위가 부권에 종속되어 있었다고 추정한다.14 

  또한 중국의 역사에 있어 최고의 교육자이자 사상가로 추앙받았던 공자는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어려운 존재들이니, 가까이 하면 불손하며, 멀리하면 원망한다”15 하였다. 이 외에도 출가를 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출가한 후에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별세한 후에는 아들을 따라야 한다.”는 삼종의 의미는 남성 여성이 ‘대립자’의 구도로 존재해야 하는 사회적 구도 속에서 ‘종속자’로 인식되어지는 여성의 운명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이 외에도 장구한 시간에 걸쳐 중국 사회에서 성행했던 전족, 축첩제도, 공창(公娼)제도, 가기(家妓)의 성행 등은 중국 사회에서 남성의 부속품으로 존재했던 여성 운명의 비극적 상황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이렇게 단적인 예들을 통해 보더라도 여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차별적 인식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뿌리 깊이 자리해 왔음을 알 수 있는데, 동, 서양에 걸쳐 여성이 사회의 주체적 참여자로서 참정권을 인정받게 된 시기가 19C말- 20C에 이르러서야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여성인권에 대한 억압을 함축적으로 보여 주고 있으며, 남성을 중심으로 여성성을 평가하는 편협적인 사고와 인식을 드러낸다. 

  한국의 상황을 살펴보자면, 과거 한국사회가 제도나 정치, 문화에 있어 유교적 영향을 많이 받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특별히 고려 말에 성행했던 유교의식은 조선조에 이르러서는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게 됨으로써, 유교적 가치관이 사회 내부에 팽배하게 되었고, 이러한 사회적 인식 속에서 칠거지악(七去之惡)과 삼종지도(三從之道) 등은 여성이 마땅히 지켜야 할 ‘규범’이자 ‘덕목’으로 인식되게 된다.  
  즉 가부장적 이념 아래에서 남성성에 대립하는 의미를 지니는 여성성의 의미는 결국 남성 중심의 사회적 제도와 인간의 인식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남성성에 비하여 ‘하등’의 의미를 지니는 인격체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이는 곧 여자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보부아르의 말이나 여성의 본질은 인위적인 것이라고 했던 존 스튜어트 밀의 견해와 마찬가지로 불평등을 야기하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제2의 성’으로 고착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상황을 말해 준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속에서 상제님께서는 조선조의 사회 형태를 몸소 체험하심으로써, 여성에 대한 사회적 폐단에 대해 개혁을 시행하시게 된다. 즉 상제님께서는 강력한 유교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속박 받는 ‘피지배자’의 삶을 살아가는 여성의 한을 풀어주시는 공사를 진행하심과 동시에, 여성에 대한 대장부(大丈婦), 여장군(女將軍) 등의 의미부여를 통해, ‘순종’과 ‘억압’의 의미를 탈피한 새로운 여성상을 제시하셨다. 이는 즉 여성적인 ‘돌봄’과 ‘포용’의 미덕을 지님과 동시에 삶의 주체로서 ‘용기’와 ‘적극적 의지’의 미덕을 지닌 여성성으로서,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룬 여성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곧 양중유음(陽中有陰), 음중유양(陰中有陽)의 이치와 상통한다. 

  이로써 볼 때, 상제님께서는 새로운 여성성을 제시하시는데 있어 여성의 자연적 특성, 곧 ‘땅’이나 ‘어머니’의 의미가 지닌 ‘베품’, ‘온화’, ‘생산’ 등의 여성성을 부정하시지 않는 측면에서, 남성과 동등한 차원에서 새로운 사회를 건설할 수 있는 여성상을 강조하셨다.  
  이러한 여성성은 에코페미니즘이 지향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인 젠더의 규범에 의해 정해지고 강요된 여성의 특질이 아닌, 여성의 자연적인 특성을 인정함과 동시에 주체적 여성의 의미를 강조하는 여성성과 매우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의미를 극단적으로 인식하는 사유방식과 대조를 이룬다고 할 수 있으며, 여성성의 의미를 단지 젠더 규범에 의한 ‘순종’이나 ‘희생’의 덕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에서 탈피하여, 여성성의 고유한 특성에 가치를 부여함은 물론 남성성에의 ‘대립자’로부터 ‘조화자’로의 의미 전환을 나타냄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상적 의미는 대순진리회의 종지인 음양합덕(陰陽合德)ㆍ신인조화(神人調化)ㆍ해원상생 ㆍ도통진경(道通眞境)으로 그 의미를 재해석할 수 있

다고 보여 진다. 즉 대순진리회에서는 음양합덕ㆍ신인조화ㆍ해원상생이 곧 수도의 목적인 도통진경 모든 불협을 탈피한 ‘완전한 세상’ 으로 이르는 길임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또한 모든 인간이 합덕을 이루고 조화를 이루는 사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배타’와 ‘대립’으로 대변되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도를 ‘합덕’과 ‘조화’의 관계도로 전환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즉 땅의 이미지는 하늘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존재로서 하늘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스스로 하늘의 기운을 내재하고 있는데 이는 하늘에 땅의 기운이 내재되어 있음과 같다. 이는 곧 동(動)과 정(靜), 이(理)와 기(氣), 변(變)과 화(化)가 상호성의 원리에 의해 생성되고 움직이며, 둘이 하나로 합쳐질 때 새로운 상황을 형성해 내는 ‘생산’의 의미를 지니며, 각자의 독립된 기운 속에 상대성의 기운을 내포하고 있음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렇게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존재하면서도 상대적 기운을 지닌 대상들이 합쳐져 ‘조화’를 이룰 때, 새로운 ‘덕’이 생성되게 되고 이는 ‘지상선경’을 이루는 근간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시 말해 대순진리회에서의 음양합덕, 신인조화의 의미는 ‘상생’의 이념을 실현하는 상호성의 원리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는 남성과 여성 간의 ‘상생’과 ‘조화’의 의미도 함께 포함한다는 점에서 ‘자연’과 ‘순리’를 지향하는 에코페미니즘과 매우 근접한 사상적 의미를 보여 준다고 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의 여성성의 의미는 마땅히 가부장제의 비생산적인 모식을 탈피해야 하고, 이미 많은 부분에서 개선된 형태로서의 의미를 실현하고 있다. 그러나 과도하게 여성의 남성화를 추구하거나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립적 의미를 강조한 진부한 여성주의의 고리에서 탈피하여 주체적 의미를 지니는 여성성의 의미를 찾고 개발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현 사회가 주시해야 할 새로운 여성주의의 지향점이 아닌가 한다.

     
4. 젠더동률의 실천의식과 여성의 역할성 

  
  사회에서의 여성의 역할성에 주목하는 데 있어, 여성의 역할성을 저해하는 가장 큰 성(性)적 편차의 의미를 지닌 문화적 유형을 꼽는다면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 지구적 차원에서 이러한 ‘여성의 몸’에 대한 담론은 ‘탈 젠더화 시대’를 위해 주목해야 할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즉 ‘여성의 몸’은 여성주의가 그 기치를 내건 이래, 장구한 시간에 걸친 화두로서 여성주의 논의의 중점이 되어 왔고, 여성주의는 줄곧 ‘여성의 몸’과 관련된 이슈들에 주목해 왔다. 이는 여성이 하나의 인격체로서 인식되어 온 것이 아님을 입증하고 있으며, 남성이 주류가 되는 사회에 ‘종속자’의 의미를 지니는 존재로 인식되어 왔음을 대변하고 있다. 

  현재 한국 또한 이러한 여성의 ‘성별화 된 몸’에 대한 토론이 다양한 학문적인 영역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나, 사회 실천적 영역에서는 여러 기타 국가의 상황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그에 대한 해결의 방향성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16  
  이러한 성별인식이 구 사회에서는 물론 현 사회에서도 여전히 해결해야 할 ‘지상과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제님께서 제시하셨던 이상적 윤리의 의미를 살펴봄은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즉, 상제님께서는 손에 살릴 생 자를 쥐고 다닌다고 말하셨는가 하면, 종도들에게 호생(好生)의 덕으로써 억조 창생을 살리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셨다. 이는 상제님께서 “한 사람이 원한을 품어도 천지의 기운이 막힌다”17고 하여 한 개체가 존재하는 것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셨음과 같이 모든 생명체에 대한 존중의식을 나타낸다. 
  특히 상제님께서는 상부하여 순절하는 청춘과부를 가리켜 “악독한 귀신이 무고히 인명을 살해하였다”18라고 하시며 구습의 허례와 폐단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겪는 여성의 상황을 개탄하셨다. 이에 과부의 개가가 통용되는 공사를 시행하시여, 사회에 남녀동권의 의미를 각인시키시는 한편, ‘여성의 몸’에 대한 구습적 통제와 억압을 ‘해제’하셨다.  
  과부에 대해 순절을 강요했던 사회적 폐습은 진정한 인격체로서의 여성의 권익을 말살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인격체의 의미를 상실한 여성의 존재는 사회적 정체성의 의미를 잃은 ‘육체화된 존재’로 전락된다. 상제님께서는 곧 이렇게 사회적으로 불합리한 위치에 있는 여성의 사회적 가치를 격상시키심으로써 여성에게 자주적 인격체의 의미를 부여하셨다. 또한 가정과 사회 등 공동체 내에서 개인이 갖는 역할의 의미를 중시하시는 등, 개인의 윤리와 공동체의 윤리가 상호 조화를 이룰 것을 강조하심으로써, 구습의 허례적 관념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아를 실현함과 동시에, 공동체내에서 전체와 융화를 이룰 수 있는 이상적 성 윤리관을 제시하셨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추구하는 여성관에 있어서도 여전히 주목해야 할 점이라 할 수 있는데 , 현 사회에서의 ‘여성 해방’의 의미는 ‘남녀 동권’ 사회의 토대 위에서 특히 개인의 자아를 실현하는 데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즉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인간의 ‘욕구 단계설(needs hierarchy)’에 따르면,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안전 욕구(safety needs), 애정과 소속의 욕구(love and belongingneeds), 자기 존중의 욕구(self-esteen needs), 자아 실현의 욕구(self actualizationneeds)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욕구를 단계적으로 설명한 것인데, 그중 자아실현의 욕구는 인간이 지닌 욕구의 마지막 단계로서 사회적 인격체인 인간이 자신의 뜻과 의지를 사회 내에서 실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한 인격체로서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는 현 여성주의가 주시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은 대순진리회는 전체 임원의 수(20,611명)를 기준으로 할 때, 여성 임원(13,585명)의 비율이 남성 임원(7,026명)에 앞선다는 것이다.19 이는 대순진리회에 내에서 여성의 활동 정도를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으며, 여성이 종단 내에서 특별히 규율에 위배되는 행위를 하지 않는 한 그 활동 범위가 넓고 자유롭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대순진리회의 임원 체계는‘연운제(緣運制)’를 바탕으로 함으로 개인이 포덕(布德)한 다과에 따라 여성, 남성의 성별 차이에 상관없이 임원으로서 활동하게 되는데, 여성 임원의 비율이 남성 임원에 비해 현저히 많다는 것은 여성 도인들이 수도를 통한 자아실현에 매우 적극적임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또한 포덕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와 마찬가지로 ‘덕을 펴는’ 활동을 통해 공동체 속에서 선도자의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지속적인 여성 역할의 발전과 확대를 도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대순진리회에서는 남녀 도인이 동등하게 교리 관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성차에 따른 장애요인 없이 여성 도인들이 자신들의 역할성을 활성화하는 데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즉, 일반적으로 남녀 성직자들이 동등하게 대순진리회의 교리에 관련한 제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로는 수강(受講)과 연수(鍊修) 등을 들 수 있다. 수강은 36명의 인원이 한 반이 되어 2박 3일간 도장에서 숙식을 제공 받으며 강사로부터 대순진리회 교리내용에 대한 강의를 듣고 기도에 참석하는 등의 활동을 하는 것을 말하며, 연수란 90명의 도인들이 한 반으로 구성되어 5박 6일간 도장 외 대순사상 관련 지역을 탐방함은 물론 교리에 관련한 교화를 청강하고 기도, 수련을 통해 심신을 연마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대순진리회의 여성 도인들은 남성 도인들과 마찬가지로 도장 내에서 행해지는 수련, 기도, 치성, 공부에 참석함을 통해 스스로의 수도에 전념한다.  

  이밖에 대순진리회 성직자 양성에 관련하여 대진대학교의 대순종학과에서는 2010년부터 전 신입생들에게 무상으로 4년제 교육을 책임짐은 물론 무료로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대순종학과의 제반 교육을 이수한 남녀 졸업생은 대순진리회 교리 연구 외에도 여러 가지 종단 관련 인력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므로, 이로써 전문 인력의 활동이 더욱 활성화 될 전망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에 여성의 능력부족으로 취업이 어렵다고 생각한 경우(15세 이상 전국 조사)는 1.9%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 이르러서는 6.3%를 차지하여 여성의 능력을 좀 더 높이고 확대해야 한다는 의식을 반영하고 있다.20 이렇게 볼 때, 현 사회에서 여성이 교육의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곧 사회활동에 주체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한다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대순진리회 내에서 남녀가 동등히 성직자 양성의 교육 기회를 부여받음은 곧 여성의 자질을 높이고 공동체 사회 내에서 주체적 존재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교육 기회 외에도, 대순진리회에서는 남녀 도인들이 균등한 기회를 갖고 4부서인 교무부, 총무부, 수도부, 기획부21에 근무하여 도장 내 제반 업무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성 도인들은 또 초등학생, 중ㆍ고등학생들의 하계ㆍ동계 캠프와 대학생들이 참여하는 ‘성지순례’의 지도교사로도 참여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아프리카 자원 봉사단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도장 내 외의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여성 도인들이 젠더동률의 맥락에서 여러 가지 교육적 기회를 부여받고 도장 내외의 제반 활동에 제약 없이 참여함은 ‘여성의 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남녀 부동률의 담론을 초월함을 나타낸다. 이는 또한 여성이기에 받아들여야 하는 여러 가지 제약적인 부분을 탈피하여 ‘페미니즘적인’ 것에 종속되어 있는 젠더 문제를 ‘주체화’한 젠더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적극적인 실천의지를 나타낸다.  
  즉 여성의 몸에 대한 담론은 단지 생리학적으로 남녀가 차별화된다는 문제를 넘어서서 역할성이 배제된 몸은 단지 남성에 의해 전유되며, 탈 인간화된 몸일 뿐으로 이러한 성차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회나 종교 단체 모두 실천적인 움직임과 관련된 체제 도입이 필요하다.  
  대순진리회에 있어서의 여성의 역할성에 대한 여러 가지 실천은 여성으로 하여금 제도와 사회적 인식에 묶여 있는 ‘주변적’ 존재의 의미를 탈피하고, 여성이 공동체의 화합 속에서 개인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능동적 ‘역할자’로서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젠더동률 의식에서 출발하여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인격체로서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고 ‘조화’를 이루어 나가는 것을 지향함은 생명윤리를 강조하는 에코페미니즘의 사상과 유사점을 지니는데, 이는 과거와 형태를 달리한 현대사회의 ‘성차별’ 문화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라 할 수 있다. 

  


5. 맺음말 


  최근 한국의 경제력 순위가 세계 15위에 링크되고 있는 시점에서 유엔개발계획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여성권한척도(GEM: Gender Empowerment Measure)는 109개국 중 61위로 나타났다(2009년 기준).22 또한 국가 인권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성적(性的) 차별은 장애와 사회적 신분 차별에 이어 3번째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통계가 나왔다.23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볼 때 국내의 젠더 담론이 다양하고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고 남녀의 성적 차별면도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으나 사회제도와 인식의 측면에서 여성문제는 여전히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러한 현실적 과제를 주목하여 본고에서는 대순진리회의 여성관을 에코페미니즘의 시각에서 살펴봄으로써 대순진리회의 사상적 의미와 관련된 내용의 실천의지를 현대적 시각에서 재해석해 보았다. 본문에서 다루어졌던 여러 가지 여성의식에 근거해 볼 때, 대순진리회 여성관의 기저를 이루는 관점은 생명의 유기체적 결합 사상에 근거하여, 남성과 여성의 극단적 대립을 완화시키고, ‘화합’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는 에코페미니즘이 지향하는 ‘조화’의 여성주의와 매우 닮아 있다. 이밖에도 여성 도인에 관련한 종단의 실천방안은 ‘형식적인 남녀평등’을 뛰어 넘어 대순진리회의 현실적인 실천생활로 주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볼 때, 대순진리회의 여성관과 젠더 동률의 실천방안은 페미니즘이 미해결 과제로 남겨 둔 여러 가지 여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시사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종단 내에서의 여성 인력 양성이나 여성 핵심 인력 확대 등은 앞으로도 개선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또한 이러한 진보적 여성주의의 모색은 ‘화합’의 공동체를 지향하는 현대적 세계관과 공동의 지향점을 지니고 있음으로써, 이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대순회보> 110호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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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앨리슨 M.재거ㆍ아이리스 마리온 영 편집, 한국여성 철학회 옮김, 『여성주의 철학』, 서광사,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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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論語全譯』, 江蘇古籍出版社, 1998.
24. 施正宇, 『漢字的故事』, 新世界, 2007.

25. 湯可敬 撰, 『說文解字今譯』, 岳麓書社, 1997.
26. 康寔鎭, 南德鉉, 李相度, 張皓得 共編, 『진명중한사전』, 진명 출판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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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김순자, 「대순진리회에 있어서 여성에 대한 사회교육적 기능」, 종교 교육학연구 제4권.
29. 김혜숙, 「아시아적 가치와 여성주의: 책임의 도덕과 권리의 정치학」, 철학연구회 98년도 추계 발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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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본 글은 「신종교학회」 제22집 (2010년 4월)에 게재 되었던 필자의 논문을 일부 수정한 것임. 
02 에코페미니즘은 생태학과 여성주의를 결합하여 일컫는 말로서, 이에 대한 논의는 70년대에 프랑스의 프랑스와즈 드본느(Francoise d’Eaubonne) 가 『페미니즘 또는 죽음』이라는 저서에서 그 용어를 사용함을 시작으로 마리 델리(M. Daly), 캐롤린 머천트(K. Merchant) 등을 거쳐 주로 여성과 자연의 종속성을 동일시하여 여성과 자연의 상관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하여 왔다. 
03 『전경』, 공사 1장 9절.
04 『전경』, 공사 1장 3절.
05 『전경』, 교법 1장 54절.
06 『전경』, 교법 1장 67절. 
07 『전경』, 교법 1장 24절.
08 『전경』, 교법 1장 68절.
09 『전경』,예시 45절.
10 湯可敬 撰, 『說文解字今譯』(長沙: 岳麓書社, 1997), p.188.
11 康寔鎭, 南德鉉, 李相度, 張皓得 共編,『진명중한사전』(서울: 진명 출판사, 2001), p.953.
12 앨리슨 M.재거ㆍ아이리스 마리온 영 편집, 『여성주의 철학』 제1권, 한국여성 철학회 옮김(서울: 서광사, 2006), p.41.
13 앨리슨 M.재거ㆍ아이리스 마리온 영 편집, 『여성주의 철학』 제1권, 한국여성 철학회 옮김 (서울: 서광사, 2006), p.35.
14 施正宇, 『漢字的故事』(北京:新世界, 2007),참조. 
15 “唯女子與小人難養也, 近之則不遜, 遠之則怨”, 閻韜, 馬智强譯注, 『論語全譯』(南京: 江蘇古籍出版社, 1998년), p.150. 
16 매춘, 성형수술, 강간 등에 관한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전히 여성의 ‘성별화 된 몸’에 대한 미해결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앨리슨 Mㆍ아이리스 마리온, 『여성주의 철학』 제2권, 한국여성 철학회 옮김 (서울: 서광사, 2005), p.344 참조.) 이에 대한 한국의 상황을 보면, 2004년에 ‘성매매 특별법’이 제정 되었음에도, 휴게텔, 인형 체험장, 호텔에서의 기업형 성매매 등 다양한 형태의 변종 성매매가 속출하고 있는 외에도, 여성 연예인의 성상납 문제로 인한 자살사건 등이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어, 사회문화적 성별 인식이 과거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음을 현시하고 있다. 이 외에도 2009년 통계자료를 참고해 보면 여성 비경제 활동 인구가 1042만 명에 달함으로서, 남성 경제 활동 인구인 527만 8000명에 비해 두 배에 달하는 수치를 기록하였음을 볼 때 여성의 사회 참여도가 남성에 비해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노동부, 「2009년 여성고용동향분석」 참조)   
17 『전경』, 공사 3장 29절. 
18 『전경』, 교법 1장 46절.   
19 자료 출처: 대순진리회 기획부. (2007년 12월 31일 통계 기준)   

20 여성 취업 장애 요인 사회조사보고서, 통계청, 2006, 2009년.   
21 교무부, 총무부, 기획부, 수도부는 대순진리회의 종무원(宗務院) 소속이다.   
22 녹원뉴스닷컴(http://www.nokwonnews.com), 2009. 10. 7. 
23 YTN 뉴스(http://www.ytn.co.kr ), 2010.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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