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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순논단한국종교 대순진리회에 나타난 유기체철학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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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경원 작성일2018.10.05 조회4,3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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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대진대학교 종교문화학부 교수 이경원

  

 

Ⅰ. 머리말

Ⅱ. 대순진리회의 종교현상과 유기체철학의 표현 
     1. 교리적 특징 

     2. 의례적 특징 

     3. 조직적 특징

Ⅲ. 맺음말 
 


※본 글은 2009년 1월 5일부터 1월 9일까지 인도 방갈로르에서 개최된 제7차 국제화이트헤드학회 「과정, 종교 그리고 사회」에서 발표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 

 


Ⅰ. 머리말   


  유기체의 철학(The Philosophy of Organism)은 미국 철학자 화이트헤드(A.N.Whitehead, 1861~1947)가 그의 저서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에서 주창한 말이다.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그리고 만년에 철학자로서 존경받은 그가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어떠한 것도 그것만으로 자족적으로 고립해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며 “존재하는 것은 언제나 서로 연관되어 있고 또 그 체계적 우주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현실적 사물은 하나의 유기체(결합체)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언제나 진행형으로서 새로움을 형성해나가고 있다고 본다. 아울러 철학의 대상으로서의 실재도 이런 유기체적인 사고방식에 입각하여 어떤 완성되고 고정된 것이 아닌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데서 그 철학적 특질이 드러난 바 있다.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과정’이란 한마디로 다자(多者)에서 일자(一者)로 향해 나아가는 부단한 창조적 전진을 말한다. 그리하여 이 세계는 과정과 실재 사이에서 변화 교체하면서 자신의 질서를 형성하는 하나의 <연장적 연속체>로 설명되기도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오늘날 근대의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탈피하여 전체론적이고 유기체적인 세계관이 요구되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러한 과정사상 혹은 유기체의 철학은 날이 갈수록 더욱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본 고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것은 화이트헤드가 강조하였던 유기체의 철학이 오늘날 한국의 신종교현상에서 유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며, 그 구체적 사례를 통해 하나의 흥미로운 접점을 모색해보는 데 있다.


  본래 한국의 사상 혹은 철학은 그 고래(古來)의 전통에서 볼 때 이미 유기체적인 사고가 짙게 깔려서 전개되어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이미 화이트헤드 전공자들은 동양의 전통에서 발견되는 유기체적 사고가 과정사상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자료가 되고 있음을 적잖이 지적해 왔다. 한국의 전통과 철학 또한 그러한 동양문화의 연장선상에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의 근대에 등장한 신종교는 전통종교로서의 유ㆍ불ㆍ도(儒佛道)와 달리 한국 고유의 철학과 문화가 결합해 탄생한 최초의 조직적인 종교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동양사상이 가지고 있는 유기체적인 사고방식이 그 바탕에 깔려있는가 하면, 더 나아가 궁극적인 창조성과 영원성을 향한 일체(一體, Oneness)의 이념이 내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 신종교의 대표적인 사례를 통해 그 이념적 특징과 의례적인 표현 그리고 조직의 구조를 살펴봄으로써 과정사상과의 연관성을 찾아보기로 하겠다.


   
Ⅱ. 대순진리회의 종교현상과 유기체 철학의 표현
 


  한국의 신종교로서의 대순진리회는 그 역사적 기원을 지금으로부터 138년 전 구한말에서 시작하고 있다. 이때는 이씨 조선의 말기로서 종교적ㆍ정치적ㆍ사회적으로 도탄기에 해당한다. 특히 종교적으로는 지배적인 기성종교가 일반 기층 민중들의 삶에 의미를 제공해주거나 보다 근본적으로 종교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었다. 이것은 전통종교가 지닌 진리성과는 별개로, 당시의 서양 문화적 충격과 피지배층의 성숙된 사회의식 그리고 변혁되는 세계에 대한 능동적인 참여의식 등을 반영하는 데 있어 전통종교의 역할이 미비했다는 것을 뜻한다. 대체로 유교, 불교, 도교는 지배층 중심의 종교, 초세간적 종교, 개인적 구복적 종교의 성격에 머물렀으며, 이와 함께 서양에서 전래된 기독교는 전통문화를 위협하는 이질적인 가치관으로 작용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 일반 민중들의 가슴에는 다가오는 새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가와 민족을 보전하며, 나아가 전 인류의 화평을 위한 새로운 종교적 가치관이 절실하였다고 본다. 바로 이 시기에 활동한 강증산(1871~1909)은 역사적 대종교가로서 대순진리회의 신앙대상이 되는 구천상제이시다. 

  강증산 성사께서는 『대순진리회요람』에 따르면, “음양합덕 신인조화 해원상생 도통진경의 대순진리에 의한 종교적 법리로 인간을 개조하면 정치적 보국안민과 사회적 지상천국이 자연히 실현되어 창생을 구제할 수 있다는 전대미증유의 위대한 진리를 선포하시며 이에 수반된 삼계공사를 행하시었다”고 한다. 
  오늘날의 대순진리회는 바로 이러한 강증산 구천상제의 유지(遺志)를 계승하여 성립된 종단으로서, 이미 일제시대에 종단의 형태를 갖추었으며 현대에 이르러 1969년에 그 정식 명칭이 확립되었다.  
  대순진리회의 종교현상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교리적 특징   


  먼저 교리적 특징에서 대순진리회가 공식적으로 표방하는 종지의 내용을 살펴보기로 하겠다. 종지는 크게 네 가지 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음양합덕(陰陽合德), 신인조화(神人調化), 해원상생(解冤相生), 도통진경(道通眞境)이 그것이다.
  첫째, 음양합덕에 대해서 살펴보면, 음양론(陰陽論)은 동아시아 전통의 지배적인 철학으로서 이 세계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주요한 패러다임이다. 동양 고전인 『주역(周易)』에서 일찍이 지배적인 사고체계로 설명된 바 있다. 즉 음과 양은 서로 성질을 달리하는 두 요소로서 이 세계 전체를 구성하고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 두 요소는 서로 대립하고 투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의존적이고 보완적이면서 자기존재를 위해 상대를 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관계에 놓여있다. 따라서 음양론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론을 바탕으로 하여 이 세계의 조화(調和)로운 측면을 지향하는 이론으로 볼 수 있다. 한편 대순진리회의 ‘음양합덕’은 기본적으로 이러한 음양론에 기초를 두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창조적인 측면 또는 영원한 가치를 실현하는 측면을 강조하고자 한다. 즉 인간의 역사가 이러한 음양조화의 가치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투쟁과 대립을 일삼아 온 것을 돌이켜볼 때, 근본적으로 가치관의 전환을 모색하고 나아가 우주 자연의 환경적인 구조까지도 개벽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천지창조의 이념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강증산 구천상제께서는 당신께서 행한 ‘천지공사(天地公事)’에서 이미 ‘일음일양(一陰一陽)’과 ‘정음정양(正陰正陽)’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후천 새시대의 새로운 환경이 도래할 것임을 선언하였다. 음양합덕은 이렇게 주어지는 후천의 새로운 환경을 구조적으로 규정하는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 신인조화(神人調化)란 하나의 종교사상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신과 인간의 관계론을 새롭게 규정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으로 신과 인간의 관계는 철저한 유신론(有神論) 혹은 휴머니즘적인 무신론(無神論)이 대세를 이루어왔다. 현대의 무신론은 종교의 존립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을 정도로 반종교 이론이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종교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본성적으로 종교를 떠나서 생활할 수 없으며 또한 종교적 대상으로서의 신(神)과의 관계를 떠나서 존립할 수 없다. 문제는 이와 같은 신과 인간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관한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하겠다. 대순진리회에서 주창하고 있는 신인조화의 이념은 어느 한쪽의 지배적인 관계를 강조하지 않는다. 신은 인간이 없으면 그 의지를 실현할 대상이 없으며, 인간 또한 신이 없으면 그 사회를 궁극적으로 계도할 대상이 없게 된다. 즉 상호 불가분의 관계에서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조화(調化)의 이념은 조화(調和)와 조화(造化)의 합성어로 본다. 신과 인간의 상호 존재(mutual being)는 서로 의존적 관계 하에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며, 이와 같은 존재는 상대적으로 인간의 위상이 승격된 형태로 나타난다. 대순진리회의 주요사상에 해당하는 ‘인존(人尊)’은 신과 인간이 결합하여 탄생하는 신인간(new human being)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셋째, 해원상생(解冤相生)은 대순진리회의 종지가 추구하는 윤리적 이상을 담고 있는 표현이다. 인류사회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상호관계성에 관한 철저한 이해와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대순진리회의 세계관에서는 오늘날의 인류사회가 당면한 사회적 부조리 혹은 투쟁적인 역사의 원인을 ‘선천(Prior World)’을 지배한 ‘상극(Mutual antagonism)’의 원리 때문으로 보고 있다. 상극이 지배한 선천세계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인간 상호간의 원(冤)이 발생하였다는 점이다. 원은 상호간의 적대적인 감정의 응어리진 형태로서 상대에 대한 원망과 함께 자기 소원을 성취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의 상태를 말한다. 이어서 원(冤)은 어떠한 형태로라도 해소되고자 하는데 인류역사를 지배해 온 모든 부정적 사태는 바로 원(冤)의 축적과 발현의 모습이었던 것이다. 대순진리회에서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는 ‘후천(Later World)’으로서 이와 같은 원이 근본적으로 해소되고 나아가 다시는 원이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관계론이 나오는 사회를 말한다. 그 관계론을 이름하여 ‘상생(Mutual beneficience of all life)’이라고 한다. 상생의 관계론은 오직 ‘남을 잘 되게끔만 하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상대를 적극적으로 도와줌으로써 결과적으로 자신도 잘 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상호간에 상생을 실천하며 나아가 인간과 자연만물, 인간과 신에 이르기까지 모든 관계가 상생으로 지배되는 사회가 바로 대순진리회가 지향하는 후천의 모습이다. 

  마지막 개념으로서 ‘도통진경(道通眞境)’은 앞서 말한 음양합덕 신인조화 해원상생의 이념이 전 인류사회에 적용되고 나아가 우주만물에 이르기까지 그 가치가 실현된 이상사회를 가리킨다.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한 집안이 되고, 진정하고도 영원한 평화를 이룩하며, 우주시대를 향해 무한한 가치를 펼쳐나가는 인류의 궁극적인 이상향을 말하고 있다.

  이상의 종지에 대한 설명에서 대순진리회는 그 기본적인 교리가 하나의 유기체적인 철학을 내포하고 있으며, 또한 그 독창적이고도 창조적인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2. 의례적 특징   


  다음으로 대순진리회의 종교현상에서 하나의 행위적 표현으로 나타나는 의례에 관해 살펴보기로 하겠다. 대순진리회 종교의례의 종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부, 수련, 기도, 치성 등이 그것이다. 이 다양한 의례에서 엿볼 수 있는 공통적인 요소로서 모든 예의의 기초가 되는 절법을 중심으로 그 유기체적 철학의 특징을 살펴보기로 한다. 대순진리회의 신앙대상 앞에서 예의를 갖추기 위한 절법은 ‘법배(法拜)’라고 하는 일정한 형식을 지닌다. ‘법배’는 그 절하는 행위에 진리가 깃들어 있다는 말이다. 즉 법배란 신앙대상인 구천상제께 올리는 예의이며 또한 구천상제의 대순진리를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그 동작을 살펴보면 일단 ‘상악천권(上握天權)’하고 ‘하습지기(下襲地氣)’하여 상제님께 4배를 하는 것이다. 이 뜻은 “위로는 하늘의 권세를 거머쥐고, 아래로는 땅의 기운을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그 행위의 주체가 되는 자는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은 하늘과 땅이라는 우주 자연과 대면해 있으면서 대우주와 소우주의 관계로 존재한다. 인간과 하늘·땅은 서로 상함적(相含的)이면서 서로 의존해 있다. 동양전통의 가치관에 따르면 인간은 이와 같은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서 결합되어 탄생하였다고 한다. 하늘과 땅은 곧 자연이며 인간과 자연은 이렇게 철저한 유기체적 관계로 이해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러한 유기체의 철학에 기초를 두고 표현하는 대순진리회의 ‘법배’는 또 하나의 창조적 인간의 모습을 지향하고 있다. 즉 ‘인존(人尊)’이라고 하는 사상과 관련하여 인간이 바로 우주의 중심이 되고 우주적 가치실현의 주체로서 드러나는 새시대의 주역임을 표현하는 것이 바로 법배이다. 여기서 말하는 ‘인존’은 전통적으로 일컬어 온 ‘인본주의(Humanism)’, ‘인권(Human rights)’, ‘인간중심주의(Anthropocentrism)’와도 맥락을 달리한다. 인존사상은 인간 안에 초월적인 신이 살아 숨쉬고 있으며, 인간 안에 대자연의 은혜와 운행이 다 담겨있다는 말이다. 종교적 대상으로서의 신을 무시하지 않으며 그와 창조적으로 결합을 이루고, 대자연과 하나 되어 조화로운 일체관계를 인간 안에서 구현하는 것이다. 신적인 위엄도 인간에게서 찾을 수 있고 대자연의 조화도 인간에게서 나온다. 이처럼 인존사상은 인간을 중심으로 신과 대자연이 하나가 되는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대순진리회의 법배는 인존사상을 표현하기 위한 주요한 의례형태로서 오늘날 종단의 종교행사에서 모든 사람들이 행하는 가장 기초적인 절법으로 인식되고 있다.  


3. 조직적 특징  


  대순진리회의 종교현상에서 주목되는 또 하나의 표현양상은 바로 그 조직체계에 있어서의 특징이다. 기성의 전통종교가 오늘날 속지주의(屬地主義)를 중심으로 교세를 관리하고 있는 반면 한국 신종교로서의 대순진리회는 철저한 속인주의(屬人主義)를 기초로 하고 있다. ‘연원(淵源)’ 혹은 ‘연운(緣運)’으로 대변되는 대순진리회의 조직체계는 하나의 신성한 인맥으로서 전체가 하나의 ‘가족(family)’을 상징하고 있다. 즉 신앙대상으로부터 주어진 신성한 진리를 하나의 조직체계 내에서 표현하고 있다는 말이다.

  모든 회원(도인)은 저마다 속한 ‘방면’이 있으며, 이 방면은 대가족에서 소가족으로 분가해 나가면서 이루어지는 인맥체계를 나타내고 있다. 그 가장 최소단위에 해당하는 관계가 바로 ‘선각(Ahead)’과 ‘후각(Behind)’이다. 전도인(傳道人)은 선각으로서 수도인(受道人)인 후각을 자모지정(慈母之情)으로 가르치며, 후각은 선각에 대해 은사지의(恩師之義)의 심정으로 배운다. 이로써 서로 통심정(通心情)이 되어 연운관계가 확대되면 하나의 소규모 조직이 탄생하며, 이를 관리하는 성직(聖職)이 임명된다. 이것이 더욱 확대되면 중규모 조직이 형성되고 나아가 대규모 조직으로서 하나의 방면(方面)이 탄생하는 것이다. 방면은 또 하나의 방면을 탄생시키고 수많은 방면이 어우러져 하나의 전체를 이루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종단조직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개인 상호간의 관계와 전체조직의 유기적 일체성이다. 선각과 후각은 일방적 관계가 아닌 상호 의존적이면서 보완적인 관계이다. 다 같이 진리를 실천수행하는 수도인으로서 상부상조(相扶相助)하며 교학상장(敎學相長)하는 관계이다. 다만 선·후의 차이에서 생겨나는 인맥을 잘 관리함으로써 확대된 인맥을 형성하고 하나의 가족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 방면은 하나의 큰 집안(Household)이며 선·후각의 관계가 대규모로 확대된 체계이다. 선·후각의 관계를 떠나서 방면이 존재할 수 없으며, 방면이 없이 선·후각이 존재할 수도 없다. 말하자면 모든 인맥이 일체의 관계에서 상호 유기체적인 특성을 이루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종단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적 특성은 대순진리회가 보여주는 유기체철학의 공동체적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맺음말 


  이상으로 한국 종교 대순진리회에 나타난 유기체철학의 표현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기본적으로 과정사상은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유래된 유기체철학을 현대에 이르러 새롭게 발휘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화이트헤드가 추구하였던 유기체철학은 근대 과학과 종교의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현대성과 미래의 가치관을 밝히는 데 있다. 이분법(Dualism)적인 가치관을 넘어서 통일적이고 다수성(多數性)을 긍정하는 새로운 이원적(Dualistic)인 세계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우주는 상호적인 관계에 놓여 있으며 궁극적인 창조성(Ultimate Creativity)을 원리로 하는 영원한 진행형으로 묘사되고 있다. 

  한국의 종교 대순진리회에 나타난 유기체철학의 표현은 화이트헤드의 사고방식을 가진 자에게 상당히 친숙한 종교적 유형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본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문화에서 종교 또한 그 역사적 깊이에서 우러나온 고유한 사고방식이 있기 마련이다.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부각되지 못했던 유기체의 철학이 한국사상에서는 본래부터 짙게 깔려서 전해온 바가 있다. 특히 중국으로부터 수입되어 발전되었던 유·불·도 삼교(三敎)의 정신은 동양철학 전공자들에게 서양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비해 일원론(Monism)적인 특징을 지니는 것으로 지적된 바 있다. 리(理, Li) 혹은 기(氣, Qi), 공(空, Emptiness), 도(道, Tao) 등의 개념은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철학은 단순한 일원론을 넘어서서 언제나 대립물의 원융회통을 추구해왔으며 그 궁극적 경지에서 조화와 새로운 창조성을 추구한다. 이런 점에서도 한국철학은 중국이나 인도의 그것과도 맥락을 달리한다고 본다. 앞서 살펴본 대순진리회의 유기체철학의 표현은 동양적 기반하에 놓여 있으면서도 한국 고유의 철학전통을 계승한 종교로서 교리적인 면, 의례적인 면 그리고 조직적인 면에서 그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21세기의 새로운 가치관을 모색하고자 하는 과정사상가들에게 그 구체성의 확인이라는 점에서 한국 종교 대순진리회에 관한 일독(一讀)을 권하고 싶다.  

<대순회보> 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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