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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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황보경옥 작성일2017.02.03 조회4,832회 댓글0건본문
흥해방면 선무 황보경옥
10月의 추석연휴! 짧지 않은 징검다리 휴일에 난 그 동안 미흡했던 도장 수호에 그 시간을 쓰기로 마음 먹었다. 출발하면서 제일 먼저 떠올린 건 주차장의 나무들이 갈아입었을 색색의 단풍이었다. 우리 도장만큼이나 사계절이 바뀔 때 정확하게 제 모습을 갖는 곳도 드물 것이란 생각은 종종 했지만 이번의 도장으로 가는 마음은 사뭇 그 의미가 달랐다. 입도 후, 처음으로 임원들을 모시고 직접 치성물을 싣고 나선 길이었기에 조금은 들뜬 마음이었고, 실수하지 않을까 은근히 걱정도 되는 그런 길이었다. 바쁜 지방의 사업을 잠시 신명들께 부탁드리고 추석치성을 모시고 추계체육대회까지 정말 마음 푹 놓고 도의 향기에 젖고 싶었다. 춘계체육대회 때 연합이 유일하게 등수에 든 줄넘기(2개 차이로 1등은 놓쳤지만)가 생각났다. 등수에 관계없이 화합의 장으로 하나 되는 대운동장의 열기와 이길 때와 질 때에도 그 이유가 모두 도에 합일되는 그 신비한 조화를 이미 맛보았기에 아는 얼굴이 있건 없건, 온전히 모르는 얼굴이라도 다 반가울 것 같았다. 도착해서 수호교대를 위해 들른 상황실에서 수호팀장께선 대뜸 내게 백일장에 참여하라고 하시면서 수도생활 중 느낀 감동을 가감없이 글로 한번 옮겨보라고 말씀하실 때, 방금 전에 들렀다 온 내정에서의 느낌을 다른 도우들과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치성물을 실은 우리 차는 곧바로 일각문을 지나 영대 앞까지 곧장 가게 되어 있었다. 본전 앞에서 잠시 내려 읍배를 드리고, 앞서 내정에 들어간 차가 나올 때까지 잠시 기다리는 동안 내 가슴은 마치 방망이질이라도 하듯 쿵쾅거렸다. 도전님께서 계신 곳! 하기야 어디든 계시지만, 치성 참석 때마다 수반도인들에게 그 치성의 성격과 기운의 차이를 나름대로 배운 대로 정성들이는 법을 일러주면서도, 정작 내 자신도 깨닫지 못했던 이런 느낌이 뭔지 앞선 차가 내려와 지나갈 때까지도 미처 알지 못했다. 처음 가보는 내정! 내정에 들어서기 위해 맨 마지막에 거치는 급경사와 굴곡은 마치 한계를 넘어야 하는 미시령고개 같았다. 침착하게 차를 몰아 치성물을 내리기 쉽도록 주차하고, 치성물 물목기(物目記)를 드리고 읍배를 하라는 임원의 말씀에 그제야 나는 내정을 살펴 올려다볼 수 있었다. 아! 그 단아함이란! 도전님을 처음 뵌 것은 은신하신 직후, 분향소에 설치되어 있던 그 큰 사진이 전부였다. 흰 한복을 입으시고 약간 옆으로 서 계시던 도전님의 용안이 준 느낌은 너무나 소박하셔서 마치 옆집 아저씨같이 친근한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그곳에 그분께서 그렇게 따뜻한 모습으로 서 계신 것이 아닌가? 오랜 시간 친정을 들리지 않은, 시집보낸 딸을 반기듯 그곳은 너무나 포근하고 따뜻했다. 간간이 낙엽들은 바람에 쓸려 마당 구석에 옹기종기 모였고, 듬성듬성 떡잎 같은 낙엽을 붙인 정원의 나무는 그대로 고향집의 모습이었다.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어떻게 그런 느낌을 받았는지는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이해가 가지 않지만 내려오면서, 아니 지금까지도 생각나는 건, 그래 이제부터 나도 수반들에게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그런 느낌을 주는 수도인이 되어야겠다는 것이다. 일한다고, 도(道)를 가르친다고 이해시켜 이끌어가기 전에 무조건 행하도록 했던 그 지독한 무지몽매함, 그러다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 수반이 주저하기라도 하면 척신 운운하면서 마치 난 도통이라도 한 듯 의기양양했던 그 오만함, 일을 정성스레 해 나가기보다는 무엇을 했다는 외양에 더 많은 신경을 썼던 그 자만심 ….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부끄러운 지난 날의 내 모습들이 그 짧은 시간에 기적같이 내 앞에 펼쳐졌다. 그런 나를 꾸지람 없이 스스로 알 때까지 지켜보며 기다려주신 임원들의 그 마음 속은 오죽했을까 하는 생각이 미치자 할 수만 있다면 지나간 수도생활을 불도저로 한꺼번에 밀어 엎어버리고 싶었다. 하늘을 봤다. 너무나 푸른 하늘이 수호를 서고 있는 초소 위, 거기에 있었다. 4일 후면 체육대회가 있는 날이다. 응원의 그 함성에 내 모든 부끄러움을 날려버리고 이제 새로 태어나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자. 나만의 아주 특별한 이 가을! 천지 삼라만상이 성공으로 영글듯, 나도 새로이 영글어 더 알차고, 더 힘찬 날갯짓으로 다시 날자. 그래 그렇게 보은하자. 누구에게나 따뜻한 수도인의 모습으로 …. 2006년 10월 6일 신축회관 수호방에서. |
<대순회보 6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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