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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을 일깨워준 후각들의 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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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미정 작성일2019.03.19 조회5,1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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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57방면 선감 윤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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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입도한 지 2개월 되던 늦겨울 밤. 콩콩콩…. 희미한 소리에 잠든 의식이 깨어나면서 건물을 울리는 사람들의 외침이 이어졌다. ‘무슨 소리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나뒹굴었고 눈이 번쩍 떠졌다. 계단 위쪽에서 나를 내려다보는 희미한 형체의 주인이 선각과 동료 수도인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새도 없이 그들이 괜찮으냐고 소리쳐 물었다. 그제야 일층계단에서 지하층까지 쪼그린 상태로 굴러 떨어졌다는 것을 알았다. 도담 듣는 후각을 위해 후각 집 근처에서 밤새워 정성을 들이던 중, 언 몸을 녹여보려고 건물 안에 잠시 들어왔다가 이런 웃지 못할 사건을 겪은 것이다. 잠시도 방심하지 말라는 신명의 따끔한 채찍질로 여겨져 심기일전하기로 마음 먹으면서 다친 곳이 없는 것에 신명의 가호를 느꼈다.
  이렇게 나의 수도생활은 정성을 들이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내 조상님과 후각들의 조상님을 위한 마음에 힘든 겁액 청산도 마다치 않고 사소한 과부족으로 일을 그르칠까 봐 항상 반성하는 자세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수도하며 중간임원을 거쳐 상임원이 되었다. 이후 많은 역경과 우여곡절이 있었고 종단 내에 바른 수도생활에 대한 각성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수도방식과 사고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난 그 속에서 취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몇 년을 혼란스럽게 보냈다. 이런 나에게 초심의 정성을 돌아보게 하는 일이 생겼다.
  몇 개월 전 석회에서, 도장에 장독대를 만들 예정이므로 장독 마련에 동참하고 싶은 방면은 정성 들이라는 말이 있었다. 도장에 복을 짓는 일이니 타방면에서 정성을 많이 올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장독 값이 이미 80%가 넘게 마련되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 방면에도 정성금에 대한 공식적인 수의(隨議)가 내려와서 후각들에게 전했다. 그러나 정성금이 걷히리란 기대를 하지 않았다. 후각들 형편이 여의치 않았고, 무리한 정성은 어떤 식으로든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후각들이 무리하게 정성 들이는 걸 나 스스로가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또 정성금을 올리기엔 조금 늦은 것 같아서 ‘이미 다 걷혔을 텐데 굳이 정성을 들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후 형편이 어려운 후각들이 소액의 정성금을 모아 올렸다. “애썼어요.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올린 정성이라 큰 복이 될 거예요.” 이런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를 했어야 했는데 무딘 마음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늦었다는 생각에 즉시 정성금을 올렸다. 더는 정성 올릴 사람도 없을 거 같았다. 하지만 다음날 정성금은 올라왔고 난 장독값이 다 마련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성금이나 공과금으로 대체하고 싶었다. 며칠간 조금씩 올라온 정성금은 이미 올린 것과 합해 거의 장독 하나 값이 되었고 후각들 형편으로는 큰 정성을 들인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런 결과를 예상치 못했던 나로서는 ‘우리 방면이 항아리와 특별한 인연이 있나?’, ‘후각들의 정성에 너무 무심했나?’라고 돌아보면서 정성금의 용도를 바꾸고 싶어 한 인위적 마음을 반성했다. 그러면서 또 다른 고민을 했다. ‘장독 한 개 값에서 조금 부족한데 내가 채울까? 꼭 한 개 값을 채워야 하는 건 아닌데….’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그래! 채우지 말자! 한 개 값을 해야 완전한 정성을 들인 것 같은 이 마음에서 벗어나 보자! 하나를 채우려는 것도 내 욕심일지 모른다. 있는 그대로의 정성으로 충분하지.’
  이렇게 정성금은 다 끝났다고 생각했다. 뜻밖의 결과를 이뤄낸 후각들에 대한 대견함과  뿌듯함이 충만한 가운데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한 통의 문자가 왔다.
  “선감요, 오늘 양선무가 연락소에 다녀갔는데요, 장독 정성금으로 00원을 올렸습니다.”
수도하면서 가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그건 정말 신명이 작용해서일까, 그렇게 믿고 싶은 마음일까? - 이 문자를 확인한 순간이 그랬다. 내가 채울까 말까 고민했던 그 금액이었다! (그리고 이후로 정성금은 더 올라오지 않았다) 내 마음을 꿰뚫어 보신 듯 무언(無言)의 답이 온 것 같았다. 이렇게 절로 되는 일인 것을! 정성금에 대한 무심함, 장독값이 다 마련되었을 것이므로 할 필요가 없으며, 용도를 바꾸고자 했던 생각들이 인위적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 인위적인 생각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상임원으로서의 책무에 관한 강박관념을 발견했는데 상제님의 진정한 뜻을 깨닫고 벗어날 수 있었다. ‘윤미정, 참 힘들었겠다. 그런 강박관념을 다 벗은 줄 알았는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거니? 이제 그만 정성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렴. 상제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건 바른 수도생활을 통해 참된 인간이 되는 거야. 초심으로 돌아가 매사에 정성을 잘 들이면 일이 절로 이루어지는 거 알지?’ 이렇게 나 자신을 다독여 초심으로 돌아가보자 마음 먹었다.
  시간이 지나 본부성 석회 때, 장독 정성금에 대한 경과보고가 있었다. 장독 정성금이 넉넉하게 올라와서 토성도장에 필요한 장독도 사고 유익하게 쓰겠다는 내용이었다. 방면들이 화합하여 일을 이루고 그 넉넉함으로 주변도 살필 수 있어 참석한 많은 임원 분께서 흡족해하셨다. 순간 단결을 강조하시면서 내 방면 남의 방면 분별없이 모든 도인이 다 고마운 것이며 나의 문전을 쓸다가 이웃 문전까지 쓸게 되는 것과 같이 성금의 덕은 이웃이 받는다는 도전님의 말씀이 피부에 와 닿았다.
  후각들의 자발적 정성 덕이다. 그들의 정성이 아둔한 선각을 일깨운 것이다. 거친 풍랑을 만난 것처럼 힘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힘이 되어준 후각들이었기에 늘 고마웠었다. 이제 또 초심의 정성을 상기(想起)시켜주니 보은의 마음이 절로 든다. 그래서 자모지정(慈母之情)과 은사지의(恩師之義)를 갖춘 선각자가 되리라 다짐하며 감사의 말을 전한다.
  “부족한 선각의 후각으로 와주어 고맙고, 등불이 되어 줘서 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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