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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우(道友)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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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재원 작성일2018.12.06 조회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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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방면 정리 이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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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도하고 나서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새로운 경험을 통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이 있었다. 필자에게는 공사(工事)를 통한 경험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공사 현장의 일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한 필자에게 ‘현장’은 정말 만만찮은 곳이었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니 힘들기도 했지만 뭘 해야 할 지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다닐 때를 생각하면 ‘그런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이다.


  꽤 오랜 시간 ‘설비’에서 일을 하였지만 실력이 늘지는 않았다. 워낙 그런 쪽에 서툴고 또한 노력도 부실했던 탓이다. 하지만 어디서 본 것은 있어서 흉내는 낼 정도가 된 시점이었다. 몇 해 전인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추석연휴로 집에 갔을 때의 일이다. 집에 가니 어머니께서 수도꼭지가 샌다고 걱정하신다.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옆집에 살고 계신 기술자 아저씨에게 부탁을 하는데 이 아저씨가 고향에 가신 터이고 그동안은 바빠서 부탁을 못하셨단다. 아버지는 원래 이런 일을 못하시는 분이니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계셨다.


  수도꼭지 가는 일이라.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 정도는 뭐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수도꼭지 하나 사와서 뒷면에 테이프 발라서 옛날 수도꼭지 빼고 교체하면 끝이라고. 그러면서 어머니께 제가 갈아 놓겠다고 말씀드렸더니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셨다. 백면서생에 할 줄 아는 일이 거의 없는 아들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신 분이시니 너무 당연한 반응이었다.


  “네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


  놀란 어머니에게 수도꼭지 살 돈만 달라고 했다. 얼만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돈을 받아 가지고 시장에 갔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추석 연휴로 문을 연 가게를 찾기 힘들었다. 시장을 다 돌다보니 작은 보일러 가게가 눈에 뛰었다. 가게와 살림살이를 같이 하는 집이었다. 문을 연다고 연 것이 아니었지만 다행이었다. 거기서 수도꼭지를 하나 사고 테이프는 집에 있는 것을 썼다. 그리고 공구함을 뒤지니 작은 파이프 렌치가 있었다. 그것으로 수도꼭지를 갈아 드렸다.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지 못해서 쩔쩔매던 아들을 보면서 “남자는 뭘 해도 잘해야 한다.”고 걱정하셨던 그래서 반신반의 하시던 어머니는 놀라기도 하시고 한편으로는 대단히 기뻐하셨다.


  그날 저녁. 누나들과 매형들이 왔고 모든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머니가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수도꼭지가 새서 걱정이었는데 우리 아들이 갈았다고. 모두가 놀라는 눈치였다. 그리고 칭찬이 이어졌다. 


  추석 연휴를 마치고 현장에 돌아와서 점심을 먹다가 지난 추석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던 중에 이 이야기를 했더니 ○선무가 나도 그런 일이 있다고 한다.


  ○선무 이야기는 이렇다. ○도 수도를 하면서 공사를 받들게 됐고 이런 저런 다른 일도 했지만 설비를 오래했다. 그 중에서도 화장실 배관 쪽을 많이 하였다. ○선무의 집은 시골인데 언젠가 갔더니 아버님이 화장실을 고쳐야 되는데 걱정이라고 하시더란다. 재래식 화장실에 변기라도 앉히고 벽돌이라도 쌓았으면 하셨던 것인데 자재비도 그렇지만 시골에 기술자를 불러 쓰려면 일당이 만만찮다고 걱정하시더란다. 


  그래서 ○선무가 자신있게 말했다고 한다.


  “뭘 그런 것을 갖고 걱정하십니까.” 


  그리고는 재료만 사 달라고 했단다. 


  아버님이 깜짝 놀라시면서 


  “네가 할 수 있겠냐?”


  고 하시는데 속으로 ‘제가요 현장에서 이것 전문입니다.’ 했다고.


  ○선무는 필자와는 달리 일을 잘했다. 성격도 좋고 힘도 좋아서 뭘 해도 어렵게 하는 법이 없었다. ○선무가 집에서 며칠 동안 변기 갈고, 블럭 쌓고, 지붕 씌우고, 미장 마무리까지 해드렸더니 아버님이 놀라서 말씀을 못하시더란다. 감격에 겨우신 아버님이 ○의 손을 잡으시고 이름만 부르시더라고.


  “○○아!!” 


  ○선무는 이야기 끝에 한마디 덧붙였다. 


  “별일도 아닌데 머리털 나고 아버지한테 가장 큰 칭찬을 들었다.” 


  ○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가 웃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도장에서 공사를 받든 보너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사를 받들면서 생전 처음 하는 일에 힘이 들 때면 도장 공사는 외수 도인들에게 큰 수도요 공사장은 외수 도인들의 수도장이라는 말씀이 참으로 큰 힘이 된다. 


  뭔가 제대로 하는 일이 없었던 필자에게 현장 경험은 더할 수 없는 자산이 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상제님의 말씀을 100% 확신할 수 있었다. 나와 같이 일 못하는 사람도 쓰신 것을 보면 상제님께서는 그 사람의 기술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진정 그 마음만을 보신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도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을, 아니 수도하고 있을 외수 수도인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나의 도우(道友)들이다. 모두들 별 사고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대순회보> 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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