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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준비기간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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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언주 작성일2018.12.06 조회3,74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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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촌5 방면 보정 송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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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체육대회 율동 준비만 12번. 해가 갈수록 좀 편해지지 않을까,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늘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이번 체육대회는 뭔가 좀 달랐습니다. 방면 임원들이 율동팀에 수반을 좀 넣어달라고 부탁을 합니다. 심지어 율동하려고 수호 들어왔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율동을 준비했지만 이번 같은 반응은 처음입니다. 율동을 했던 수반들이 많이 바뀌고 좋아졌다는 겁니다. 방면에서 아무리 교화를 하고 공사 현장에서 작업을 해도 잘 바뀌지 않던 수반들이 체육대회 행사 준비를 계기로 스스로의 상태를 인식하고 바꾸려는 노력과 함께 수도에 대한 의지를 갖게 되었다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어쩌다 보니 이번 체육대회는 좀 일찍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매년 4월에 치러진 체육대회가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5월로 미뤄지게 되면서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이죠. 하지만 시간적 여유라는 것도 그저 머리로 계산되어지는 수치일 뿐입니다. 힘들고 어려운 고비는 길어진 시간만큼 더 겪어야 합니다.


  주변에서는, 


  “늘 하는 사람이 해서 그런지 갈수록 잘하는 것 같아요.”


  모르니 하는 얘기죠. 매번 율동팀을 짤 때마다 3분의 2가 신출내기거든요. 율동은커녕 자기 몸 하나 운신하기도 힘든 사람도 있습니다. 더구나 최연소 23세부터 최고령 40세까지 참여한 이번 팀은 최단신 150cm에서 최장신 180cm까지, 힙합을 하기엔 불리한 나이와 신체조건이어서 화합을 하기에는 너무 어려워 보였습니다. 동작을 맞추기에도 불리할 뿐 아니라 대열을 짜는 데 있어서는 이 이상 난감한 상황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한번 해 보자는 열정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기획단계에서 안무를 짜고 연습하면서 하나하나 동작을 가르치고 대열을 맞춰 보고 …. 그런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저 자신이 힘들다 보니 이번 율동팀들은 방면에서도 화합을 하거나 같이 맞춰서 하는 것이 잘 안 되는 사람들만 모였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버리고, 자기 아닌 남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조차 시기 질투하고 삐치고 …. 감당하고 싶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수도하면서 이렇게 간절하게 화합을 심고 드려 본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준비기간 동안에 아무리 동작을 가르쳐도 도저히 발전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정말 재미있는 것은 하필이면 잘 맞지 않는 동작부분의 가사가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 “행복해야 돼”라는 겁니다. 율동을 준비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보여주는 듯, 정말 언제나 처음 같은 마음으로 행복하게 해야지만 멋있는 공연을 보여 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한번은 너무 동작이 안 맞아서 그냥 단순하고 쉽게 가자고 한 적이 있습니다. 다들 각자 자기만 생각하는데, 앞사람 옆사람 보지도 않고 자기 몸 힘든 것만 생각하는데 더 이상 어려운 동작해서 뭐하냐고 그만두자고 해버렸습니다. 여러분도 힘들고 이끌어가는 안무팀도 힘들다며. 우리가 남들한테 멋있게 보이려고 하는 거냐며, 그냥 춤추고 노는 거냐며 밤늦게까지 다독이고 나서야 다시 마음을 먹고 화합을 했습니다. 그제야 대열이 맞춰졌습니다. 이렇듯 체육대회에서 방면 장기자랑은 재주를 보여주는 공연이 아닙니다, 적어도 수도하는 입장에서는. 자기 주장, 자기만의 생각을 버리고 화합하고 단결하고 서로 배려하며 맞춰야 하는 수도의 과정인 것이지요. 


  율동은 체력 소모가 많아서 세 끼 밥 말고도 꼭 참을 먹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수들이라고 적게 먹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통닭이라도 먹겠다고 하면 10마리는 기본에 더 없냐고 물어봅니다. 빵이랑 우유는 눈에 보이는 대로 먹어 없애지요. 참값을 대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다행히 방면 임원들이 조금씩 참값을 챙겨줘서 배고프지 않게 연습을 했습니다. 


  한번은 율동하는 선무를 데리고 참거리를 사러갔는데 임원들이 아무 말 않고 먹을 거랑 챙겨주니까 늘 뭐 먹고 싶다며 조르던 선무가 장을 보면서 자신들이 먹는 데 돈이 얼마나 드는지 실제 계산서를 보며 놀라는 겁니다. 정말 이렇게 드는지 몰랐다며. 이런 걸 다 챙겨주느라 고생했을 임원들을 생각하니까 해태한 마음으로 연습했던 자신이 부끄럽답니다. 연습보다 간식에 마음이 갔던 시간이 많았다며 연습실에 들어가서는 동료들에게 열심히 연습하자고 독려까지 하더라고요. 이래서 같이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수십 번의 말보다 한 번 같이 뭔가를 하는 것이 훨씬 효과가 크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또 하나의 난제가 닥쳤으니, 의상입니다. 옷 치수들이 가지 각각입니다. 26인치에서 38인치까지. 원하는 디자인에 딱 맞는 옷을 산다는 건 거의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요즘 옷들의 디자인은 몸에 꽉 끼는 스키니가 대세인데 동작도 크고 활동이 많은 우리가 그런 옷을 입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그나마 몇 년간 경험의 결과로 큰 치수 바지를 맞출 수 있는 곳을 찾았으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치어리더의 콘셉트에 맞게 제작하고자 방면에서 의상을 만드는 인력지원도 받았습니다.


  이렇게 서로 자신을 비우고 양보하고 남을 살피고 서로에게 맞춰가며 한 달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던 체육대회날 당당하게 무대에 섰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공연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네요. 뭔가 화합을 하려는 힘이 느껴졌답니다. 우여곡절 많았던 그 시간들이 한순간에 보상되는 것 같았습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방면 임원들로부터 전화가 옵니다. 가을 체육대회 때 수반을 보낼테니 꼭 율동팀에 넣어 달라면서요. 이렇게 방면에서 신경을 써주니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입도한 이상 도 안에서 모든 일들은 수도라는 것입니다. 이런 깨달음이 다음 체육대회까지 연결되어서 다시 화합의 장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하고 심고 드립니다. 

<대순회보> 9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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