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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내수의 금강산토성수련도장 여름 수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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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곽지영 작성일2020.06.29 조회3,58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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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5-8 방면 교무 곽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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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5박 6일의 일정으로 금강산토성수련도장(이하 토성도장)에서 수호를 섰습니다. 방면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밤, 지난 며칠을 돌아봅니다. 하늘은 그지없이 맑았고 금강산의 첫 봉인 신선봉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깨끗했습니다. 도장과 그 주변의 풍경을 글로 표현할 길이 없어 아쉽습니다. 싱그러움과 본격적인 무더위가 겹치는 여름의 초입 무렵에 이 아름답고 고요한 곳에서 수호서며 아침과 낮으로 참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이런저런 일이 많았는데 짧게나마 소감을 끄적여 봅니다.

  첫날, 토성도장으로 가기 위해 먼저 여주본부도장에 왔습니다. 그리고 익숙하게 토성도장으로 가는 도장 버스를 탔습니다.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가 깨니 늘 들르던 홍천 휴게소입니다. ‘아, 이제 강원도구나!’ 싶었습니다. 다시 또 달리는 버스 안에서 자다 깨어 반쯤 뜬 눈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강원도의 절경을 감상했습니다. 비몽사몽 중에 어떤 바위가 눈에 들어오는데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멋있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울산바위일 것만 같았는데 버스에서 ‘울산바위’라며 웅성거렸습니다. 역시 사람들에게 유명한 장소는 눈을 확 뜨이게 하는 나름의 멋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드디어 만난 토성도장은 여전히 정겹고 반가운 곳이었습니다. 다만 겨울과 달리 여름의 해는 아주 쨍쨍하여 눈이 부셨습니다. 도장에 도착하여 마치 내 집에 온 듯 자연스럽게 숙소를 찾아가서 짐을 풀었는데, 이제 도장은 제게 낯선 공간이 아니었고 새롭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너무 익숙하다 보니 제가 하는 모든 행동에 마음을 써서 정성을 들인다기보다 타성에 젖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도장에 발을 내딛는 것이 너무 익숙하여서 외려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가운데 여름날의 토성도장은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도장에 계신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바쁘게, 또 묵묵하게 도장을 가꿔나가는 모습들 덕에 새로운 도장을 만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겨울 동안 못 보았던 형형색색의 화분들이 등장했고, 목장부지의 마스코트인 귀염둥이 강아지는 못 알아볼 정도로 성장해서 어느덧 성견에 가까운 모습이었습니다. 지난 산불이 났던 도장 주변의 화재 현장에는 몸통이 까맣게 탄 나무들 가운데 언제 그랬냐는 듯 싱그러운 초록색이 곳곳에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저는 수호서면서 화분과 주변 소나무에 물을 주는 일을 했습니다. 해가 워낙 쨍쨍하다 보니 흙이 쉽게 메말라 물을 많이 주어야 했습니다. 무겁고 기다란 호스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물을 주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었고, 물뿌리개를 이용해서 주는 일도 많은 양의 물을 담아서 이동하다 보니 너무 무거워 힘들었습니다. 저는 제 수호시간이 얼른 지나가길 바라면서 안에서 편안하게 앉아있고 싶고, 얼른 물주는 일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종사원들은 다들 정성스럽게 물을 열심히 주고 있었습니다. 저마다 그동안 쌓인 비법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었는데 그것을 보며 ‘진짜 정성이 가득하시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둘째 날은 옥황상제님께서 봉천명하신 날이었고 여주본부도장에서 치성 모신 따끈따끈한 음복이 토성도장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음복 준비를 돕기 위해 사과와 토마토를 썰었습니다. 칼이 무뎠던 건지 사과가 실했던 건지 손목이 너무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다음 썰어야 할 과일 후보로 참외가 있었지만, 토마토를 선택했습니다. 썰어진 음복을 쟁반에 골고루 나눠 담아야 하는데 얼마큼씩 담아야 할지 몰라 돕는 내내 질문투성이였고 알록달록하니까 어느 쟁반에 담았는지 헷갈려서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치성 모신 후에 그저 가만히 앉아서 맛있게 음복하고 돌아왔던 게 얼마나 편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누군가는 열심히 썰고 쟁반에 옮겨 담았을 음복을 저는 너무나도 편하게 먹고 그 고마움을 생각하기는커녕 오히려 방면으로 돌아갈 준비에 바빴던 것입니다. 음복뿐만 아니라 도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에는 많은 사람의 보이지 않는 정성이 담긴 것인데, 알고 보니 저는 늘 받아만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정성들 덕분에 그동안 도장에서 안락하게 지낼 수 있었으니 앞으로는 정성을 잊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수도인이 되고자 합니다.

  이즈음에는 농사일이 많아 한창 바쁠 때라고 합니다. 그래서 수호자들이 전적으로 지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고추가 잘 성장하라고 곁가지를 떼어내고 보리수 열매와 앵두를 따기도 하며 새로운 작물을 심기 위해 비닐을 치거나 잡초 방지를 위해 부직포를 까는 등 여러 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수호 서며 잠깐씩 거들고 있는데 길어봐야 일주일가량입니다. 그런데 종사원들을 비롯해 수호자들은 매일같이 까맣게, 또 빨갛게 익어버린 피부 위에 구슬땀 흘려가며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증명이라도 하는 듯 뙤약볕 아래에 하루도 한시도 거르지 않고 작업을 한 덕에 상추, 배추, 오이, 깻잎, 고추 등이 식탁 위에 차려집니다. 싱싱하고 건강한 유기농 먹거리를 많이 먹을 수 있었고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참 감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작업하다가 이온 음료를 마시며 더위와 갈증을 달래던 중 누군가 소회를 밝혔습니다. “처음에 여기 왔을 때는 수도하는 곳이라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고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되었어요. 그런데 어느덧 안심(安心)·안신(安身)이 되어 편안한 곳으로 다가왔어요.” 어느 곳보다 조용한 곳이지만, 각자의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어 도장이 온전하게 돌아가는 듯합니다. 그래서 도장은 한 명 한 명이 소중한 매력적인 공간입니다. 시간과 장소에 맞춰 어느 하나 늦지 않고 부지런히 돌아갑니다.

  말만으로 ‘정성을 잘 들여야지’ 하기보다는 꾸준한 실천이 중요하다고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매일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일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데도 많은 도인을 위해, 도장을 위해 묵묵히 할 일을 해내는 사람들을 보며 정말 감사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도장에 있는 내내 어느 하나 쉬운 일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곳에 함께 있었다는 게 참 좋았고, 누군가에게는 감사했고, 자신의 맡은 바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에 감동했습니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여 노력하고 화합으로 작업을 해나가며 결실을 이루는 과정을 통해 정성이 무엇인지 다시 배우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머무르면서 너무나 즐겁고 행복하며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번 수호를 계기로 상제님의 무한한 덕화에 감사하고 상생과 성·경·신으로 꾸준히 수도해나가렵니다. 무엇보다도 기꺼이 다른 사람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는 겸손의 자세를 가지면서 덕을 실천하는 수도인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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