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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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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선희 작성일2020.10.16 조회40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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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7 방면 교감 서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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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인해서 수반 챙기는 일도 조심스럽고 외출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려니 답답하기도 해서 뭐라도 해봐야겠다는 마음에 지인의 권유로 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포덕소가 밀양인데 나름 가까운 창녕에 양파밭으로 일 가기로 하고 모자에 신발이며 장갑과 옷을 준비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도만 닦았지 일을 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밥을 대충 챙겨 먹고 도시락을 싸서 모이는 장소에 갔습니다. 모인 사람들은 외국인에 나이 드신 분이 대부분이었습니다. 15인승 승합차를 타고 한 시간쯤 이동하면서 6월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이 하루하루 벌이에 고생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에 일어난 덕분에 비몽사몽이었고 차를 타고 도착한 양파밭은 어찌나 넓은지 끝이 안 보였습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갈까?’ 겁이 덜컥 났습니다. 2모작을 하는 밭이라 양파를 빨리 캐내고 다음 농사를 준비한답니다. 올해는 장마가 일찍 와서 수확이 늦으면 양파가 썩어 일 년 농사를 망친다는 말에 부담이 확 느껴졌습니다. 덥기는 무지하게 더웠고 장마로 물에 젖은 흙이 신발을 잡아당겼습니다.

  왼손잡이라 낫질이 서툴렀습니다. 양파를 자루에 탑 쌓듯 잘 담아야 하는데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쉽지 않았습니다. 공간이 비지 않게 꼭꼭 넣으려고 20킬로 자루를 들었다 놨다 흔들어가며 양파를 채웠습니다. 요령 없이 힘으로만 하니 허리며 손가락이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10년 넘게 해왔기에 장갑도 부드러운 속 장갑을 끼고 작업 장갑을 끼는 등 준비가 철저했는데 초보인 저는 아무것도 모른 체 삶의 현장에 뛰어든 것입니다.

  팔십 넘는 할머니도 벌써 저보다 한참 앞서가고 있었고 저는 제대로 일도 못 하고 허덕였습니다. 꼴찌로 가고 있으니 지켜보는 밭 주인의 눈치가 보이고 속은 속대로 상하고 땀은 땀대로 흐르고, 옷이며 장화에 장갑까지 흙투성이였습니다. 나중에 보니 무릎도 까져있었습니다. 점심시간도 따로 쉴 틈이 없이 다들 각자 싸 온 도시락을 후다닥 먹어치우고는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돈 벌기가 쉽지 않네’

  도 닦으면서 힘들다고 선각한테 투덜거리고 왜 하필이면 나냐고 조상님을 원망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상제님 품에서 지금까지 고마운 줄 모르고 살았구나, 상제님 밥이 제일 따뜻하구나 싶었습니다. 기도 모시고 심고 드리고 정성만 들이면 되는데, 게을러서 이 핑계 저 핑계로…, 눈물이 줄줄 흘렀습니다. ‘지금이라도 가버릴까. 내일은 안 와야지. 이게 무슨 짓이냐.’ 그러다가도 오기가 생겨 ‘아니지, 이것도 못 하면서 무슨 도를 닦는다고 하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렇게 허덕이다 보니 마칠 시간이 되었습니다. 손에 쥔 일당이 10만 원이었습니다. 이 돈을 벌려고 이렇게 고생했구나 싶으니 남편이 벌어주는 돈을 쉽게 쓴 내가 부끄러웠습니다. 돈 적게 벌어 온다고 잔소리나 하고…. 밭 주인이 내일도 또 와달라고 하기에 “네”하고 대답은 했지만, 속에선 ‘오기는 뭘 와!’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 날 아침, 눈이 저절로 떠졌습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또 밭으로 갔습니다. 3일째 되는 날 드디어 일이 났습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쑤시는 데다가 손톱에 피멍까지 들었습니다. 평생 안 하던 일을 하니 탈이 난 겁니다. 누가 피멍 든 거 그냥 두면 안 된다고 하면서 손톱 밑을 사혈을 해주니 시커먼 피가 줄줄 나왔습니다. 선각분은 “도를 좀 열심히 닦지 무슨 일은 한다고 그러냐, 약값이 더 들겠다. 정성 들이고 일심으로 기도 모시고 심고 들이고 하다 보면 될 텐데….” 하고 걱정하셨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나보다 더 부지런하고 하루하루 살아가려고 새벽부터 늦게까지 땀 흘리고 일하는데 나는 도 닦으면서 너무 편하지 않았나 반성했습니다. 게으르고 잠만 자고 어쩌다 축시 기도 한번 모시면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정말 부끄럽고 한심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밭에서 일하고 손톱이 4개나 빠졌습니다. 선각은 양파밭에서 3일 일하고 손톱 4개 빠진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양파밭 일한 것이 한 달이 지났는데 빠진 손톱은 아직도 자라는 중입니다.

  손톱이 빠지고 새 손톱이 자라면서 저도 바뀌었나 봅니다. 직접 몸으로 고생하고 돈을 벌어보니 사람이 달라져서 생전 안 하던 것을 해봤습니다. 남편 손을 붙잡고 돈 버느라 고생했고 돈 벌어줘서 고맙고 앞으로는 귀한 돈 아껴 쓰겠다고. 그리고 삶의 현장에서 힘들게 사는 수반들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에 가게를 하는 사람들이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 죽겠다는 말이 그냥 말이 아닌 저 마음속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하소연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한차원 다른 도인이 되어야겠다는 마음을 먹어봅니다. 사람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수도할 수 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내가 입은 덕화를 다른 사람들도 받을 수 있게 포덕을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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