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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神明)의 음호(陰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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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03 조회5,4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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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한성민

 
   상제께서 하루는 공우(公又)를 데리고 어디를 가실 때 공우에게 우산을 사서 들게 하셨도다.
 공우는 상제께서는 원래 우산을 받는 일이 없었고 비록 비 오는 날 길을 가실지라도 비가 몸에 범하는 일이 없었던 일을 생각하여 이상히 여기더니 뜻밖에 비가 오는도다. 상제께서 공우에게 우산을 받으라 하시니 공우는 상제께 받으시길 청하여 서로 사양하다가 함께 비를 맞아 옷이 흠뻑 젖으니 상제께서 말씀하시기를 “이 뒤로는 우산을 들지 말라. 의뢰심과 두 마음을 품으면 신명의 음호를 받지 못하나니라”고 하셨도다. (행록 4장 40절)

 

  사람은 살아가면서 사회와 주위환경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뿐만 아니라, 육체적인 부분도 영향을 받고 마음도 주변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지배를 받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이나 평상시 바르게 먹었던 마음이 달라진 여건에 따라 변질하기도 한다.
  위의 구절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공우는 상제께서는 비가 몸에 범하는 일이 없었던 일로 믿고 있었는데 우산을 받으라는 말씀에 공우의 평소에 믿고 있던 마음이 달라져 비를 맞게 되었다. 이처럼 사람 마음이 변하거나 두 마음을 품으면 신명(神明)의 음호(陰護)를 받지 못한다고 상제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이렇게 사람의 마음이 변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며 왜 신명의 음호를 받지 못하게 되는지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당나라 때 지현(智顯)이란 스님이 있었다. 그는 계행(戒行)이 청정하고 정혜(定慧)를 남달리 닦아서 대중 가운데 뛰어났다. 항상 마음이 자비하여 화를 내지 아니하므로 대중 스님들은 그를 추천하여 간병(看病) 일을 보게 하였다. 하루는 어디서 성질이 포악하고 인물이 괴상한 환자가 왔는데 시키는 대로 듣지 아니하면 마구 때리고 야단을 쳤다. 몸에는 문둥병이 만성이 되어 사방이 곪아 터지고 피와 고름이 흘러서 코를 두를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항상 옆에 불러 앉혀 놓고 떠나지를 못하게 하였다.
  지현은 생각하기를 ‘이 사람의 병이 만성이 되어 신경질을 더 부리니 내 그를 더욱 어여삐 여기고 어떻게든지 낫도록 해주어야겠다.’ 하고 멀고 가까운 데를 가리지 않고 약만 있다면 가서 구해왔다. 때로는 밥을 짓고, 죽을 쑤고, 약을 달이고 하여 그에게 가져다 바치면 이 노승은 밥그릇을 팽개치기도 하고 죽그릇을 내던지기도 하며, 또 약이 쓰다고 짜증을 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지현은 그런 뜨거운 죽그릇이나 밥그릇을 뒤집어쓰고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극진히 간호하였는데 그 간호의 덕택이었던지 그렇게 중한 문둥병이 3개월 만에 완치되었다.
  그도 사람인지라 떠나는 마당에 지현을 극구 칭찬하며 “가히 현세의 보살이다. 복을 짓는 가운데는 간병(看病)보다 더 나은 것이 없는데 지극 정성으로 간호하여 내 병이 이렇게 나았으니 네 나이 40이 되면 나라의 국사로 뽑혀 천왕의 존경을 받으리라. 만일 그때 천하제일의 음식을 먹고 천하제일의 의복을 입어 황제와 나란히 봉연을 타고 돌아다닌다고 마음에 허영을 놓지 아니하면 크게 고통받는 일이 있으리라. 그때에는 꼭 나를 찾아야 할 것이니 잊지 마라.” 하였다. 그러나 지현은, “스님은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저 같은 사람에게 나라의 국사는 다 무엇이며 천하일미가 무슨 상관이 있겠습니까? 오욕을 버리고 출가수도 하는 것은 견성성불을 하여 무량중생을 제도코자 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니 설사 그러한 지위가 나에게 부여된다 하더라도 초근목피(草根木皮)와 현순백결01의 누더기를 떠나지 않겠습니다.”
  “허, 그 사람 장담은… 이제 두고 보면 알게 아닌가.”
  “그렇다면 스님, 스님의 주소나 알아야 찾아가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참 나도 망령이로구나, 나는 다룡산 두 소나무 아래 영지 옆에서 산다. 그리로 오면 만날 수 있다.”
  “감사합니다. 만일 그런 일이 있으면 꼭 찾아뵙겠사오니 부디 버리지 마십시오.”
  “그런 것은 걱정하지 말고 너무 늦지 않게 하여라.”
  이렇게 다짐한 노장과 지현은 아쉬운 작별을 하였다. 과연 그는 40세가 되었을 때 국사가 되었다. 나라에서는 훌륭한 도인을 찾아 나라의 스승으로 모시고자 천하 총림에 조서를 내렸는데 이구동성으로 지현스님을 추천하니 그가 결국 국사 자리에 앉게 되었다. 지현대사는 몇 번이나 사양을 하고 거절하였으나 그는 어찌할 수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왕명을 받고 오달조사(悟達祖師)라는 호를 받으니 금빛 찬란한 비단장식에 금란가사가 몸에 둘리고 천하에 제일가는 음식이 입을 떠나지 않고 천하 인민이 부러워하는 만조백관이 그의 앞에서는 꼼짝달싹도 못하고, 또 왕은 항상 그를 자기와 똑같은 봉연에 태우고 정치를 자문하니 세상에 그보다 더 높은 사람은 없었다. 오달조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깨가 으쓱해졌다. 그래서 지난날의 계행은 간 곳이 없고 40여 년 동안 길들여온 오후 불식(午後不食)도 지키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이상하게도 넓적다리가 쓰리고 아팠다. 만져보니 난데없는 혹이 하나 났는데 시시각각으로 커져 사람의 머리만 하였다. 그런데 이상스런 것은 그 혹에는 머리도 나고 코도 있고 눈도 생겨 필시 사람의 얼굴과 똑같았다. 걸음을 걸으면 씻기고 아파 견딜 수가 없으므로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일국의 국사로서 항상 자비의 상호(相好)02를 떠나지 않았으므로 그가 국사에 추대된 것인데 국사가 되어 얼굴을 찌푸리고 험상궂은 상호로 만조백관을 대하게 되니 세상에 그보다 더 괴롭고 난처한 일은 없었다. 좋다는 약은 다 써 보아도 낫지 않았다. 그런데 하루는 이상하게도 그 아픈 곳에서 사람 소리가 났다. 밤중이 되어 가만히 옷을 벗고 들여다보니 어쩌면 그렇게도 사람의 얼굴과 꼭 같은 창(瘡)인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인면창(人面瘡)이라 부르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인면창이 말했다.
  “오달아, 너만 그 좋은 음식을 먹지 말고 나도 좀 다오. 그리고 걸음을 걸을 때는 제발 조심조심 걸어 나를 좀 아프지 않게 해다오. 네가 다리를 절뚝거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억지로 걸음을 걸을 때마다 나는 얼굴이 씻겨 아파 견딜 수가 없구나.” 하였다. 오달은 깜짝 놀라,  “네가 도대체 누구인데 나를 이렇게 괴롭히는 거냐? 도대체 말해 보아라.”
  그러나 그는 입을 꼭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 오달조사는 왈칵 소름이 끼쳤다. 창피하여 견딜 수가 없었다. 명색이 한 나라의 국사로서 이러한 병을 가졌다면 얼마나 추잡하고 창피스런 일인가. 오달은 금시 부귀도 영화도 다 싫어지고 임금님을 대하는 것도 만조백관을 대하는 것도, 천하 총림의 대덕 들을 대하는 것도 다 싫어지고 부끄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그는 어느 날 밤 몇 년 전에 일러 주시고 가던 그 노장 스님이 생각났다.
  오달조사는 부귀고 영화고 다 팽개치고 야반도주를 기도하였다. 다룡산 두 소나무 사이에 이르니 안개가 자욱이 끼었는데 어디서 이상한 풍경 소리가 들렸다. 가서 보니 한 칸 정자에 바로 그때 그 노장이 앉아,
  “오늘 네 올 것을 기다리고 있었노라.” 하였다.
  “스님, 이것 좀, 이것 좀 고쳐 주십시오. 이놈이 나를 잡아먹으려 합니다.”
  “그래, 내 이르지 않았더냐. 그런데 너는 설사 국사가 된다 하더라도 초근목과와 현순백결의 누더기를 떠나지 않는다고 하였었지, 그것은 바로 너의 원수다. 어서 저 영지로 내려가 말끔히 씻어 버려라.”
  그 노장의 이 같은 말을 듣고 오달조사가 영지가 있는 곳으로 내려가니 인면창이 일러 가로되,
  “내가 너에게 할 말이 좀 있다.”
  “무슨 말이냐?”
  “네가 나를 알겠느냐?”
  “내가 어찌 너를 알겠느냐?”
  “그럴 것이다. 그러나 나는 너를 잊지 않고 있었다. 나는 옛날 한(漢)나라 경제(景帝) 때 재상 착조이다. 네가 오나라의 재상인 원익(袁益)으로 있을 때 우리나라에 사신으로 왔다가 무슨 오해를 했던지 경제 임금께 참소하여 나를 무고히 죽게 하였다. 그러므로 나는 이것이 철천지 원한이 되어 기회만 있으면 원수를 갚고자 하였다. 그런데 네가 세세생생에 스님이 되어 계행을 청정히 지니고 마음 닦기를 게을리하지 않아 좀체 틈을 얻지 못하였더니 마침 네가 국사가 되어 계행이 해이해지고 수도를 게을리하여 모든 선신(善神)03이 너를 버리고 떠나가는 바람에 내 너를 괴롭히려고 인면창으로 변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그러나 너는 불심이 깊어 많은 사람을 구제해 온 까닭으로 오늘 저 스님의 은혜를 입어 네 병을 낫게 되었으니, 이 못은 해관수(解寬水)라는 신천(神泉)으로 한 번 씻으면 만병이 통치되고 묵은 원한이 함께 풀어지는 까닭이다. 저 스님은 말세에 화주로 다룡산에 계시는 빈두로존자(賓頭盧尊者)이니 보통 사람이 아니니라. 이러한 성현의 가피를 입어 너와 내가 세세에 원수를 풀고 참 도를 구해 나아가게 되었으니 어찌 다행한 일이 아니냐. 그럼 잘 있어라!” 하고 그 인면창은 감쪽같이 스며들었다. 오달국사는 그동안의 해이해진 계행, 거만한 마음을 참회하고 그 물에 목욕하니 병은 간 곳이 없고 몸은 날아갈 듯 신천지를 얻은 것 같았다.
  해관수에서 나와 아까 만났던 빈두로존자를 뵙고자 그곳을 찾았더니 소나무는 여전한데 정자와 사람은 간 곳이 없었다. 과연 성현의 영적(靈跡)04임에 분명했다.
  오달조사는 이로부터 곧 나라에 사표를 쓰고 그곳에 안주하여 자비수참(慈悲水懺)을 짓고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행하니 만수행인(萬修行人)의 본이 되고 시방제불(十方諸佛)의 찬탄한 바 되었다.05
  이처럼 사람이, 특히 수도인이 도를 닦아 나가는 과정에서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마음이 변하게 되면 신명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신명의 보호를 받지 못하면 나에게 닥쳐오는 척이나 마를 이겨내기란 매우 어려워진다고 할 수 있다. 『전경』에 상제님께서 종도들을 꿇어 앉히고 몇 번이고 다짐과 맹세를 받으시고 또 재차 물어보시는 내용이 있다.06 또한, 변함이 있으면 몽치로 더수구니를 친다 하셨고 칼로 배를 가르겠다고07 하실 정도로 무서운 말씀도 하셨다. 이것은 사람의 마음이 그만큼 수시로 너무나도 잘 변하기 때문에 매우 염려하시는 말씀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에 따라 신명이 보호해 주거나 아니면 떠나기도 한다고 여겨진다. 그렇다면 사람의 마음이 변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도를 해 나가는 것은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어렵고 힘들기 때문에 이겨내고자 하는 마음보다 좀 편해지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때 복마(伏魔)의 발동이 일어나 내가 수도해 나가는 과정을 가로막는다. 그리하여 사람이 편해지고자 하는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변하는 것이다. 어려움을 제대로 이겨내지 못하면 마음이 변하게 되고 마음이 변하게 되면 신명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더욱이 높은 직책이나 많은 이에게 대우를 받는 위치일수록 처음에 마음먹었던 자신의 맹세나 약속이 세월이 지나도 변하거나 두 마음을 품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신명의 보호를 받고자 하기에 앞서 도(道)를 믿으면서 또 다른 사사(私邪)로움을 품고 있는지 혹은 자신의 역할과 책무를 잊고 전적으로 남에게만 의지하는지 늘 성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제님께서는 “너희들이 믿음을 나에게 주어야 나의 믿음을 받으리라.”08라고 하셨다. 즉 마음이 변하지 않는 확고한 믿음이 있는 자라야 상제님께서 찾으신다고 하신 것이다. 수도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상제님에 대한 믿음이 변하지 않을 때 신명의 음호도 함께 있음을 알아야 하겠다.
 

__주__
01 옷이 해어져서 백 군데나 기웠다는 뜻으로, 누덕누덕 기워 짧아진 옷을 이르는 말.
02 부처의 몸에 갖추어진 훌륭한 용모와 형상.
03 정법(正法)을 지키며 사람에게 선을 베풀어 이롭게 하는 신.
04 신령스러운 사적(史跡), 또는 그런 내력이 있는 곳.
05 한정섭 편저, 「靈驗說話」 『불교대사전 (上)』, 불교정신문화원, 2001, pp.825~828 참조.
06 행록 5장 22절.
07 행록 4장 41절.
08 교법 1장 5절.

 

​《대순회보》 1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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