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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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공균 작성일2020.06.25 조회5,078회 댓글0건본문
출판팀 이공균
“주모! 여기 국뽕 한 사발 주시오!”
요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댓글이다. 조선 시대 주막에서나 들을 수 있을 법한 이 말이 왜 젊은 세대의 유행어로 자리 잡았을까?
국뽕이라는 말은 약에 취한 듯 분별력 없이 맹목적으로 국가를(혹은 특정 대상을) 찬양하는 것을 비판하는 의미로 쓰이는 단어였다. 하지만 한국의 위상을 널리 떨친 박찬호, 김연아, 박세리, 손흥민, 봉준호 등을 비롯해 한류로 대표되는 K-POP, K-드라마 등의 활약으로 한국이 세계적으로 홍보되고 국격이 높아지는 모습을 보며 ‘주모! 국뽕 한 사발!’이라는 말이 유행하게 됐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게 됐음을 표현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그 쓰임새가 바뀌어 가고 있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세계적인 흥행에 이어 다시 ‘주모’를 찾을만한 일이 생겼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제72회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미국 최대의 영화 행사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4개 부문을 휩쓸며 큰 업적을 세운 것이다. 특히,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과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받은 것은 1955년에 델버트 맨(Delbert Mann)의 영화 ‘마티(Marty)’ 이래 64년 만이라 대단한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그 주인공이 동양계 인물이라는 게 매우 이례적이어서 더욱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일견에서는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이유가 흡수력에 있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가 한국으로 흡수되어 독창적인 콘텐츠로 새롭게 태어난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봉준호 감독이 성공한 원인과 맥락을 같이한다. ‘기생충’을 본 세계의 언론과 문화계의 평가에서 미국은 알프레드 히치콕(Alfred Hitchcock)01을, 프랑스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02를, 이탈리아는 지아니 모란디(Gianni Morandi)03를 봤다고 말한다. 봉준호 감독은 자본주의의 계급사회라는 다소 불편한 이야기에 다양한 문화를 섞어 그만의 독창적인 연출법으로 ‘기생충’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리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세계 각국의 공감을 얻음으로써 한류 시대에 역사적인 획을 추가했다.
봉준호 감독은 이번 성과를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마틴 스코세이지(Martin Scorsese)의 말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있었다”라는 말로 표현했다. 때마침 2월 24일 유튜브 생중계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방탄소년단이 “퍼스널한(개인적인) 이야기가 범세계적으로 통하는 시대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을 남겼다. 세계가 인정하는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이들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개인의 창의력과 독창성이 국가와 인종을 초월해 거대한 소통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으로 짐작된다. 이들 역시 시작은 개인이었지만 세상에 메시지를 던졌고 세상은 거세게 호응하고 있다. 개인이기 때문에 세상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었고 한류라는 이름으로 응답받고 있다.
인터넷, 핸드폰 등이 상용화되면서 세상은 작아졌다. 덕분에 개인의 창의력이 끊임없이 교류되고 다양한 문화가 뒤섞이는, 바야흐로 문화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시대에서 봉준호 감독과 방탄소년단 등 많은 한국인이 다양한 장르로 세계의 인정을 받는 모습에서 한국이 가진 문화의 저력을 엿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성공 원인이 흡수력에 있다고 말한다면, 한국 정서가 가지는 융합과 통섭의 포용력이 세상에 통용될 수 있다는 게 증명되는 셈이다. 한국 문화의 흡수력은 상제님께서 각 민족 문화의 정수를 걷어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다는 말씀을 떠오르게 한다. 상제님의 공사가 지금, 문화의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면 대순진리회가 가지는 종교적 독창성도 세계와 잘 어우러질 수 있지 않을까? 따뜻한 기대감이 주모의 사발에 스민다.
01 서스펜스의 거장으로 불리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화감독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싸이코(Psycho, 1960)’가 있다.
02 프랑스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으로 ‘가장 유명하고 가장 대중적인 프랑스 작가’라고 평가받는다. 불후의 걸작으로 꼽히고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저자이며, 우리가 잘 아는 ‘레미제라블(장발장)’도 빅토르 위고의 작품이다.
03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칸초네 가수. 칸초네는 향토색 짙은 민요나 격조 높은 가곡, 재즈의 영향을 받은 노래 등 널리 대중이 애창하고 있는 유행가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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