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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경계하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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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정락 작성일2019.04.08 조회4,9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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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최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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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수도 생활을 하면서 욕심에 사로잡혀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때가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적인 욕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일을 그르치고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올바른 삶과 멀어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항상 자신의 마음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지나친 욕심을 경계해야 함은 도전님 훈시에서도 강조되고 있다. “인간은 자기 도량에 따라 기획하는 설계가 의욕으로 발동되고 그것이 행동으로 나타납니다. 즉 기획과 설계의 행동이 의욕적인 발동인데 이러한 인간의 의욕이란 한이 없어서 허영과 야망으로 넘쳐 허황된 꿈으로 사라지기 쉬운 것입니다. 이와 같이 허황된 꿈으로 화하면 드디어 실망과 후회는 물론 자기도 남도 원망하게 되어 한을 품게 되는 것입니다.”01 이 말씀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지만,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과욕을 부린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한을 품을 수도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일을 추진할 때, 자신의 상황과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의욕만 앞세우다 보면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이로 인해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자신의 욕심만을 채우려는 것은 그 순간은 만족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결국 자신의 위태로움을 자초하는 일이 된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이러한 욕심을 경계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로 ‘계영배(戒盈杯)’라는 술잔을 사용했다.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란 뜻으로 선인(先人)들이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술잔이다. 술을 많이 마시는 것을 절제하기 위해 제작했다고 해서 절주배(節酒杯)라고도 불린다. 이 잔은 술이 잔에 70% 이상 차면 밑의 구멍으로 모두 새어버리는 구조로 되어 있다. 즉, 잔 중앙에 관을 만들어 그 관의 경계까지 술을 따르면 일반 술잔처럼 술이 높이를 유지하다가 이 관의 경계를 조금이라도 넘으면 수압 차에 의해 술이 밑구멍으로 흘러버리는 것이다.02 그래서 계영배는 과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술잔은 유좌지기(宥坐之器)라는 용기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순자(荀子)』 「유좌(宥坐)」편에서는 유좌지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공자가 노환공(魯桓公)의 사당을 구경할 때 거기에 의기(欹器: 한쪽으로 기울거나 엎어지도록 만든 용기)가 있었다. 공자가 사당을 지키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는 무슨 그릇인가?” 사당을 지키는 사람이 말했다. “이는 유좌지기(宥坐之器: 군주가 자신의 오른쪽 곁에 두고 교훈으로 삼는 용기)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나는 유좌지기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비면 기울고, 알맞으면 바로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진다’고 했다.” 공자가 제자들을 돌아보며 물을 가져다 부으라고 했다. 제자들이 물을 부으니 과연 알맞으면 바로 서고, 가득 차면 엎어지고, 비면 기울어졌다. 공자가 크게 탄식하였다. “아! 차고도 엎어지지 않는 게 세상 어디에 있겠는가!”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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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영배와 그 단면. 출처: 국립중앙과학관 

 

 

  유좌지기는 중국 춘추시대 노나라 환공이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며 항상 곁에 놓고 마음을 가지런히 했던 그릇이다. 이 그릇은 차거나 비면 엎어지고 기울어지지만, 알맞으면 바로 서 있게 된다. 계영배와 유좌지기는 모두 인간의 지나친 욕심을 경계하는 의미가 있다. 후대 사람들도 이 용기를 곁에 두고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과욕을 경계했는데, 조선에서는 실학자 하백원(河百源, 1781∼1845)과 도공 우명옥(禹明玉)이 계영배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04 특히 우명옥이 제작한 계영배는 조선 후기 무역 상인 임상옥(林尙沃, 1799∼1855)05이 사용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가득 채워서 마시지 않기를 바라며, 너와 더불어 함께 죽으리라(戒盈祈願 與爾同死)”라는 문구를 계영배에 새겨 넣었다. 여기서 ‘너(爾)’는 계영배를 지칭하는데, 이 문구는 임상옥이 평소 계영배를 곁에 두고 욕심을 경계하였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렇듯 계영배에는 지나친 것은 부족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인간의 삶은 늘 탐욕의 유혹에 휩싸이기 쉽다. 그래서 욕망에 휩싸인 자신을 되돌아보고 경계해야 한다. 사리사욕에 매달린 감정을 걷어내고 돌아보면 결국 위태로움은 나의 사적 욕심을 성취하려는 데 그 원인이 있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하여 자칫 자기 욕망을 제어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곤 하는 우리에게 도전님 말씀은 참으로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며 알맞은 선을 지킬 줄 아는 계영배에 담긴 지혜처럼, 우리는 지나친 욕심이 생기려 할 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참고문헌

『순자(荀子)』  

신동준, 『순자론』, 서울: 인간사랑, 2007. 

박정주, 「계영배(戒盈杯)」, 『대한토목학회지』 58, 2010. 

편집부, 「넘침을 경계하는 술잔」, 『행복한 동행』 4월호, 2010.

 

 

 

01 《대순회보》 2호, 「도전님 훈시」.

02 편집부, 「넘침을 경계하는 술잔」, 『행복한 동행』 4월호 (2010), p.79 참고. 

03 『순자』 「유좌(宥坐)」, “孔子觀於魯桓公之廟, 有欹器焉, 孔子問於守廟者曰: ‘此爲何器?’ 守廟者曰: ‘此蓋爲宥坐之器’, 孔子曰: ‘吾聞宥坐之器者, 虛則欹, 中則正, 滿則覆.’ 孔子顧謂弟子曰: ‘注水焉’ 弟子挹水而注之. 中而正, 滿而覆, 虛而欹, 孔子喟然而歎曰: ‘吁! 惡有滿而不覆者哉!’” 이에 대한 번역은 신동준, 『순자론』 (서울: 인간사랑, 2007)을 참고하였다.

04 박정주, 「계영배(戒盈杯)」, 『대한토목학회지』 58 (2010), pp.106-107 참고. 

05 중국으로 통하는 관문인 의주에 살며 인삼무역을 통해 조선에서 손꼽히는 거상(巨商)이 되었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인삼무역권을 독점하기도 하였다. 상인이자 중인 출신으로 많은 부를 쌓았고, 1832년 왕의 특지(特旨)로 곽산군수가 되어 굶주린 백성을 구제하는 등 선정을 베풀었다. 1834년 의주부 일대에 큰 수재가 나자 사재(私財)를 털어 수재민 구제에 앞장섰다. 정직과 신의를 바탕으로 훌륭한 상인(商人)의 도를 보여주어 후세에 귀감이 되었다. (‘다음백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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