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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 감수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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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공균 작성일2019.04.15 조회4,80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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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팀 이공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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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교육진흥법의 핵심가치인 예, 효, 정직, 책임, 존중, 배려, 소통, 협동의 덕목은 성(誠)·경(敬)·신(信)을 바탕으로 학생들의 전인적인 인격형성을 목표로 하는 학교법인 대진대학교와 산하 6개 고등학교의 건학정신과 맞물려 있다. 학교법인 대진대학교 산하 고등학교 교육과정연구회에서는 해원상생의 원리에 입각한 성실·경건·신념의 정신으로 국가와 인류사회 발전에 공헌할 올바른 인격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18년 3월 고등학교 최초로 인성교재 『상생대진 DOUBLE행복』을 자체 개발하여 보급하고01 산하 6개 고교에서 인성교육 통합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종단 산하 고등학교도 입시 위주의 현 교육제도에서 탈피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전인교육의 장을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퍽 이례적이어서 충분히 귀감이 될 만하다.

 

최근 JTBC에서 사회 상류층 부모의 처절한 교육열을 다룬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최고시청률 23.8%를 기록하며 종영됐다. 드라마에서 최고의 성적을 요구하는 부모의 교육열이 빚어낸 결과는 전혀 아름답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다 감수하시겠냐고 물었습니다.”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 분)이 남긴 명대사는 명문대학 입학이라면 전쟁터도 불사하겠다는 교육열 높은 부모들을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한다.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메피스토펠레스가 건네는 속삭임이 이랬을까? 욕망을 뒤흔드는 제안은 그 무엇보다 달콤하다. 눈앞에 있는 게 너무 탐이나 그 대가가 크다는 걸 알면서도 쉽게 손을 놓지 못한다. 부모의 욕망이 커질수록 아이들의 삶의 가치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자식을 망가뜨리고 가족을 파괴하는 건 내가 아니라 그 부모들입니다”라는 김주영의 대사가 가슴에 낙인처럼 새겨진다.

 

드라마 ‘스카이캐슬’이 큰 인기를 끈 이유가 무엇일까? 흥미로운 주제와 배우들의 명품 연기도 한몫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공감’에 있다고 본다. 제작진이 드라마의 장르를 ‘리얼 코믹 풍자 드라마’라고 소개한 것처럼,  현재 한국 교육계의 치열한 입시경쟁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현실적으로 보여준 점이 인기의 비결인 듯하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성공’의 시발점이라 불리는 대학 입시는 학생과 부모에게 모두 언제나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입시를 위한 경쟁은 인성함양을 등한시했다. 개인의 특성과 재능이 무시된 채 하얀 종이 위에 새겨진 등급은 차갑고 잔혹해 보였다. 지식과 인격의 괴리에서 오는 현상은 비행과 학교폭력, 청소년 자살률 증가 등이라는 처참한 결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5년에 인성교육진흥법이 제정02되기 이른다.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이다’라고 정의하는 이 법은 인성 계발을 교육으로 규정한 세계 최초의 법이다.

 

인성교육을 법으로 제정한다는 건 인성이 중시되는 사회를 지향한다는 것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인성이 교육제도라는 틀에서 평가됨으로써 본질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성이라는 것은 단기간에 배울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평가를 통해 얻은 점수가 학생의 인성을 대변하는 지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미 학교 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성교육 인증제, 인성교육프로그램 등도 인성교육을 대행해 주는 사교육 업체들 탓에 그 의도가 변질되고 있다. 매년 방과후학교의 참여율은 줄어드는 반면, 사교육비는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결국 인성조차 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으로 귀결된다. 입시를 앞둔 학생들의 현실로 인해 인성교육진흥법의 의도가 무색해진다

 

이러한 입시경쟁의 현실 속에서 인성교육은 한가한 외침이라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교법인 대진대학교 산하 6개의 대진고등학교는 인성교재를 제작하고 인성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인성교육에 대한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인성교재를 편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한 교육과정연구회 소속의 담당 선생님은 “상위권을 유지하는 인문계 고등학교의 입장에서 입시 준비시간을 쪼개 인성교육에 투자한다는 것은 현 교육제도에서 큰 부담이 되는 일이지만, 어떤 식으로든 학생들의 미래에 인성적인 부분이 큰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라고 전했다. 물론 대진고등학교에서 진행하는 인성교육이 현 교육제도를 역행하는 것은 아니다. 대진 with 영상제, 인성 프로그램 체험활동, 타인을 돕는 친 사회적 행동 공개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장학금, 현장체험학습 지원이라는 혜택을 받게 된다. 모든 활동은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되어 학생부종합전형 평가에 긍정적으로 반영된다. 학생부종합전형 평가항목에서 대학들이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인성이므로, 인성교육프로그램을 받은 대진고등학교 학생들에겐 또 하나의 강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다양한 인성 관련 활동을 통해 배려, 나눔, 이해 등 공감능력이 함양되어 실제로 인식의 변화, 행동의 성숙이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경쟁의 교실이 상생의 교실로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다는 말처럼 들린다.

 

비윤리적, 비도덕적 사건 사고가 만연하는 요즘, 인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노력의 문제는 비단 학생들만의 과제가 아니다. 오히려 사회 전방위에 위치해 있는 성인들의 책임이 더욱 크다. 현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타파하고 학교를 진정한 전인교육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서는 분명 감수해야 할 것들이 많을 것이다. 현 교육제도의 자화상을 보자. 우리는 지금 바른 교육의 힘으로 찬란한 문화의 발전을 이룩하고 있는가? 아니면 탐욕으로 인해 분란과 쟁투를 만들어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가?

 

“배운다는 것은 사람의 도리를 하려고 배우는 것이다”03

 

 

도전님께서는 “학교 교육은 전인교육을 통한 국민윤리도덕과 준법정신을 함양하여, 건전한 공민으로서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심신이 건실한 참된 인간을 육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04 라고 하셨다.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참된 인재상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사람의 내면과 관련한 복합적인 현상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인성이 교육제도라는 틀에서 본질이 흐려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의 인성을 올바르게 함양하기 위해서는 철학, 교육학, 심리학, 문화학 등 다양한 학문적 소양이 필요한 것은 물론, 주변의 어른을 포함해 교사와 부모의 도덕적·사회적 성숙이 오랜 시간 함께 동반되어야 한다. 전인교육·자녀교육에 박람박식(博覽博識) 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이 모든 게 성인이 된 사회 구성원들이 책임을 지고 함께 감수해야 하는 부분일 것이다.

 

 

 

 

 

01 정소명, 「학교법인 대진대학교 산하 고등학교의 인성교육」, 《대순회보》 215 (2019), p.33.

02 2015년 4월 16일 인성함양진흥재단법안(의안 번호 1914747호) 발의 제정 이유로 ‛세월호 참사로 인해 무너진 인성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졌으므로 사회 전반적으로 범국민적 차원의 인성 운동을 통한 인성함양이 필요하다’고 발표했다. 그 당시 세월호 476명의 승객을 버리고 혼자 탈출한 이준석 선장을 보며 비도덕적인 어른으로 성장하면 안 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래서 인성교육진흥법을 이준석 방지법이라고도 한다.

03 「도전님 훈시」(1989. 2. 12).

04 『대순지침』,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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