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화목을 위한 자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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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2.03 조회5,142회 댓글0건본문
연구원 이주열
부모와 자녀의 대화 시간은 하루에 얼마나 될까요?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한 어린이 재단에서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학생 571명을 대상으로 일과를 조사했습니다.01 이를 토대로 학생들이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의 평균을 산출했습니다. 결과는 13분이었습니다. 24시간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가 나온 까닭은 맞벌이 가정이거나 학생이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일 것입니다. 만약 부모가 수도인일 경우 포덕 사업이나 수호, 치성·공부·참배와 같은 행사 참석으로 자녀와 충분히 대화를 갖지 못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가정화목은 도전님께서 말씀하신 3대 실천사항 중 하나입니다. 또한, 가정화목을 우선해야 만사(萬事)를 이룰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02 부모와 자녀 사이에 화기애애한 대화는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 위한 필수 요건 중 하나입니다. 24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으로 수도와 사회생활에 만전을 기하며 가정의 화목까지 이루려면 주어진 13분을 잘 활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와 자녀의 일반적인 대화에 나타나는 문제점을 알아야 합니다. 다음 인용한 사례는 다소 투박한 단어와 거친 말씨가 있지만, 대화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순화하지 않고 표기하였습니다.
어머니: (게임) 그거 하고 있으면, 엄마가 그거 모습 보면 좋냐? 집에 오면 솔직히 짜증 나. 너 그런 거 하면. 게임도 머리에 들은 게 있어야 하지 매일 오락만 하고 게임만 하면 그게 되냐? 머리는 확 비어 있는데 그 오락만 하고 있어?
아 들: 아… (엄마가 말하는 동안 계속 고개를 숙이고, 가끔 손으로 고개를 감싼다)
어머니: 동생들이 보고 뭘 배우냐고.
아 들: (무안한 듯 작은 목소리로) 컴퓨터 배우겠죠. (비난이 계속되자 짜증을 낸다) 하…
어머니: (게임) 이런 이야기가 나오니까 (동생들이 뭘 배우냐는) 그런 이야기까지 나오는 거지.
아 들: 아… 알았어. 아~ 진짜.
어머니: (아들의 행동이 못마땅한 듯) 저거 봐.
아 들: 짜증나요.03
게임은 부모와 자녀가 자주 갈등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인용한 사례에서 어머니는 아들이 게임하는 모습에 분노했습니다. 문제의 책임을 아들의 행동에서 찾은 것입니다. 어머니의 비난성 말투가 계속되자 아들도 짜증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대화 과정에서 보였던 어머니와 아들의 감정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습니다.04 어머니와 아들은 이 감정을 풀기 위해 에너지를 소모해야 합니다. 문제 해결에 사용해야 할 시간이 감정의 해소로 낭비되는 것입니다. 만약 해소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갈등에 부딪힌다면 해결하지 못한 감정이 중첩되어 터질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는 인용한 사례와 같이 갈등의 원인을 자녀의 행동에서 찾습니다. 즉, 내가 느낀 감정의 책임을 상대에게서 찾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식을 ‘너 전달법(You-message)’ 대화05라고 부릅니다. ‘너 전달법’ 대화로는 갈등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하기 위한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할 수 없습니다. 서로를 탓하여 불화만 조성할 뿐입니다.
자녀는 부모와 대화를 통해 요구 전달, 감정표현, 사회관계 기술을 학습합니다.06 또한, 부모와 친밀도가 높은 자녀일수록 사회 문제 해결력이 높아집니다.07 사례에 나온 대화처럼 부모로부터 부정적인 말을 듣고 자란 자녀는 능동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함양하기 힘듭니다. 평소 자녀와 대화를 나눌 때 인용한 사례와 유사한 대화 방식을 구사한다면 언어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나 전달법(I-message)’은 긍정적인 언어습관을 형성하는 좋은 방법입니다. 이 대화 방식은 감정을 행동으로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부모의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나 전달법’은 ①무슨 일이 일어났고(사실), ②그것에 대해 어떻게 느끼며(감정), ③왜 그렇게 느끼는가(이유)라는 3단계08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앞에서 제시한 갈등 사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사실만을 말합니다. ①“집에 와서 보면 항상 게임하는 모습만 보여.” 다음으로 사실에 대해 느낀 감정을 말합니다. ②“걱정된다.” 마지막으로 그런 감정이 나타나게 된 이유를 설명합니다. ③“게임만 하게 되면 눈과 허리 건강에 좋지 않을뿐더러 공부나 독서하는 시간이 줄어드니까.” 비난이 담긴 말보다 효과적으로 상황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문제를 일으킨 책임을 ‘너’에게 전가하지 않습니다. 너의 행동으로 ‘나’는 어떠한 감정이 든다는 사실을 설명합니다. 내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지만, 상대를 비난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한 구체적 사실만을 들은 자녀는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이지 않고 문제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사고를 확장하여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자녀가 행동을 고치길 바란다면 구체적인 말을 추가합니다.09 “나는 네가 계획표를 세워서 공부, 운동, 독서 같은 다양한 활동도 병행했으면 좋겠어.” 자녀가 부모의 조언을 참고하여 대안을 세우도록 돕습니다.
대화 후에도 문제 행동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머니: ‘일찍 일어나서 공부할게요’ 해놓고 한 번도 한 적도 없는 거 같고 내 생각에 몇 번. 물론 몇 번 있었겠지만 근데 네가 한 말에 대해서 네가 책임을 못 지니까 나는 그게 더 화가 나는 거야 그게.
딸 : (풀이 죽은 목소리) 엄마가 맨날 그렇게 말하니까 난 엄마한테 내 생각… 내 계획을 말하면 “너 또 안 할 거지” 이렇게 말하니까 내 생각도…
어머니: (화난 목소리) 엄마는 약속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네가 하도 약속을 어긴 적이 많기 때문에
딸 : (눈물을 흘린다)10
어머니와 딸은 이미 같은 문제로 자주 대화를 나눈 것으로 보입니다. 딸이 용기를 내어 자신의 생각을 말할 때마다 어머니는 딸의 끈기 부족을 지적하며 공격했습니다. 응원과 격려보다는 불신으로 일관했습니다. 그 결과 딸의 말투는 소심해졌고, 급기야 눈물을 보였습니다. 자녀와 가장 가까운 관계인 부모에게 비난 섞인 말을 들었을 때 자녀는 압박감에 쌓입니다. 그 속에서 죄책감과 수치심 같은 감정에 빠집니다.11 자녀가 목표를 세우고 수정할 때마다 부모의 불신이 담긴 대화에 계속 노출된다면 ‘어차피 안 될 텐데’, ‘내가 그렇지 뭐’라는 생각에 자신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게 됩니다.
자녀가 갈등 행동을 계속 반복한다면 다음과 같은 말을 추가합니다.12 “아침에 공부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자주 실천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는구나.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면 시간대를 바꿔보는 것이 어떠니? 아니면 혹시 내가 모르는 문제가 있는 거니? 내가 도와줄 방법은 없을까?” 자녀의 실패를 탓하지 않습니다. 대안을 권유하고, 행동의 원인이 되는 문제를 같이 고민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합니다. 서로가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지 않고 갈등 상황을 재차 강조하여 문제에만 집중하게 됩니다. 나아가 행동이 반복되는 이유를 부모와 자녀가 함께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부모가 자녀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대안을 찾을 때 부모에 대한 자녀의 신뢰는 높아지게 됩니다.
화목한 가정을 위한 대화는 부모가 자기 생각을 자녀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반대로 자녀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대화란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오해를 풀어야 합니다. 자녀의 말을 들을 때 표정과 자세도 중요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표정으로 눈을 마주치며, 적절한 끄덕임과 호응은 자녀가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이러한 대화가 지속된다면 부모와 자녀의 유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잘되길 바랍니다.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야!”라는 말은 부모의 그러한 마음이 투영된 소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되라는 소리’가 자녀에겐 하나부터 열까지 잔소리로 들릴 때가 많습니다. 비난과 분노, 불신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부모의 진심을 가로막기 때문입니다. 도전님께서는 대화로써 이해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해원상생의 원리라고 말씀하셨습니다.13 부모와 자녀도 이러한 원리로 대화해야 합니다.
도장의 해원상생 벽화에는 한 손에 광주리를 이고, 다른 한 손으로 아이를 어루만지는 어머니가 나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어머니의 눈빛은 따스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어머니를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은 평온합니다. 아이를 어루만지는 따스한 손길처럼 부모는 따뜻한 말씨로 자녀와 대화하고, 자애로운 눈빛으로 자녀의 말을 경청해야 합니다. 오늘부터 ‘나 전달법’을 사용하여 자녀와 대화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하루 13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켜켜이 쌓인 13분은 상생의 기운으로 가득한 가정을 만들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대순회보> 208호
참고자료
김윤정ㆍ권순희,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 양상 분석」, 『청람어문교육』 53, 2015.
권영애,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 경기 파주: 아름다운사람들, 2016.
루이즈 펠튼 트레이시 지음, 『매일 부모를 열받게 하는 10대 자녀와 행복해지는 법』, 이양준 옮김, 서울: 글담
출판사, 2006.
박진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서울: 시공사, 2016.
신의진, 『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서울: 걷는나무, 2010.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국내 아동, 하루 평균 ‘13분’ 가족과 함께 보낸다」, 《초록어린이재단뉴스》, 2018.5.17.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0.1%의 비밀」 8부, EBS, 201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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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국내 아동, 하루 평균 ‘13분’ 가족과 함께 보낸다」, 《초록어린이재단뉴스》, 2018.5.17 기사 참조.
02 《대순회보》 6호, 「도전님 훈시」, “첫째 솔선수범이고, 둘째 가정화목이며, 셋째 이웃과의 화합입니다. 이와 같은 3대 실천 사항을 전 도인들은 명심하고 실천하여 생활화하도록 합시다. 생활화한다 함은 곧 몸과 마음이 일치되어 저절로 행하여진다는 것입니다. … 만사를 행하려면 가정화목이 가장 우선입니다.”
03 이 대화는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0.1%의 비밀」 8부, EBS, 2010년 11월 29일에 방영된 내용입니다.
04 권영애, 『그 아이만의 단 한사람』 (경기 파주: 아름다운사람들, 2016), p.89.
05 토마스 고든(Thomas Gordon)이 사용한 개념으로 부모와 자녀가 나누는 의사소통 방법을 ‘너 전달법(You-message)’과 ‘나 전달법(I-message)’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였습니다[김윤정ㆍ권순희,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자녀 간 의사소통 양상 분석」, 『청람어문교육』 53 (2015), p.186 참조].
06 신의진, 『현명한 부모가 꼭 알아야 할 대화법』 (서울: 걷는나무, 2010), p.41.
07 박진영,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서울: 시공사, 2016), p.121 참조.
08 루이즈 펠튼 트레이시 지음, 『매일 부모를 열받게 하는 10대 자녀와 행복해지는 법』, 이양준 옮김 (서울: 글담출판사, 2006), pp.84~86 참조.
09 위의 책, p.88 참조.
10 ‘EBS 교육대기획 10부작 학교란 무엇인가’: 「0.1%의 비밀」 8부, EBS, 2010년 11월 29일.
11 권영애, 앞의 책, p.81 참조.
12 루이즈 팰튼 트레이시, 앞의 책, pp.140~147 참조.
13 「도전님 훈시」 (1990. 1. 30), “대화로써 이해하고 풀어 나가는 것이 도의 일이며 해원상생의 원리인 것이고 우리의 원 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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