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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대립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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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2.03 조회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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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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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에게는 오랜 이분법의 심연(深淵)이 있다. 그 심연을 사이에 두고 대치하고 있는 두 산맥은 바로 동양과 서양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규모의 편 가르기로서의 동서의 대립은 인류 문명사를 옥죄었던 한 질곡(桎梏)이다. 그 대립의 역사, 즉 서로가 우위에 오르려는 거친 동서양의 욕망은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과 옥시덴탈리즘(Occidentalism)이라는 두 개념을 낳았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은 원래 유럽 문화 속 동양미의 경향이나 동양학을 의미했던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동양 문화에 대한 서구 문화의 우월적 인식에 의한 서구인들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가리키는 말로 보통 쓰인다. 오리엔탈리즘이 동양학이라는 의미에서 ‘서양의 동양에 대한 인식’이라는 정치 이데올로기적인 뜻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1978년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Wadie Said, 1935~2003)가 『오리엔탈리즘』이라는 책을 저술한 데 있다. 책에서 그는 서구 세력이 비(非)서구 사회를 식민화하는 과정에서 동양에 대한 지배 근거를 꾸미기 위해 형성한 왜곡된 인식과 그 확산 과정을 면밀히 살피고 비판했다.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사이드의 정의는 ‘동양과 서양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자, ‘동양을 세뇌하여 지배하려는 서양의 정치적 코드’이다. 이러한 정의에 의하면 동양은 이성적이지 못하여 야만적이며 비도덕적인 반면 서양은 합리적이며 고양된 도덕의식을 가진 문명 세력으로 동양을 이끌 모범이 된다. 이러한 논리로써 서구는 그들의 제국주의적 지배의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동양의 언어, 문학과 예술, 역사, 지리 등의 제반 문화를 그런 식으로 왜곡 해석한 결과가 오늘날까지 동양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폐해는 서구 제국주의의 강권이 남긴 트라우마가 동양인들의 잠재의식 속에 각인된다는 데 있다. 무력적 억압에 의한 세뇌는 동양인 스스로가 서구를 태생적 강자로 인식하게 한다. 그리고 강자에 대한 약자의 동경심과 함께 오리엔탈리즘은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후대로 되물림되며 주체성이 약한 국가일수록 오래 지속된다.
  옥시덴탈리즘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반발로부터 생겨난 개념으로 오리엔탈리즘과 대칭적 구도를 만든다. 오리엔탈리즘이 ‘서양이 날조한 동양에 관한 인식’이라면, 옥시덴탈리즘은 ‘동양이 날조한 서양에 관한 인식’이다. 따라서 서양이 그러했듯 동양 또한 그들의 입장과 시각에서 서양을 비하한다. 오리엔탈리즘이 동양을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이라고 공격한다면 옥시덴탈리즘은 서양을 세속적이며 비인간적이라고 역공한다. 그와 함께 동양은 세속을 초월한 정신적 가치를 내세워 서양을 계도할 지위에 오르고자 한다. 오늘날 인류가 겪는 환경과 사회 문제의 탓을 서양 물질문명에 두고 동양의 지혜를 통해 극복하기를 강조하는 것이 그러한 현상의 한 예이다.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이러한 대립은 결국 서로에 대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상대적 공격의 맞물림이라 할 수 있다. 각자의 장점을 무기로 상대의 약점을 공격하며 지배자의 자리를 사이에 둔 줄다리기인 셈이다.
  이제, 『전경』에서 “세계의 모든 족속들은 각기 자기들의 생활 경험의 전승(傳承)에 따라 특수한 사상을 토대로 색다른 문화를 이룩하였으되 그것을 발휘하게 되자 마침내 큰 시비가 일어났도다. 그러므로 상제께서 이제 민족들의 제각기 문화의 정수를 걷어 후천에 이룩할 문명의 기초를 정하셨도다”(교법 3장 23절)의 구절을 되새겨 보자. 지구 곳곳에 정착한 여러 다른 민족은 타고난 기질과 주어진 환경에 따라 각자의 문명을 형성했다. 그렇듯 문명의 색채가 자연스럽고 다채롭게 펼쳐졌지만 문제는 자신의 색깔을 다른 색깔에 강제로 덧칠하려는 데 있다. 이러한 덧칠을 우리는 지배라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을 사이에 두고 각 문명 간의 시비가 발생했다. 이러한 동서양 대립 현상의 근본적인 해법은 각각의 문명의 정수를 걷어 세계사의 꼬인 매듭을 상생의 이치로 푸는 것이다.
  도장을 수놓은 단청을 보면 하나의 색이 다른 색을 배척하지 않고 오색(五色)이 모여 아름다운 상생을 이루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상극이 서로를 지배하려는 투쟁이라면 상생은 서로를 아껴 귀하게 여기는 조화이다. 투쟁은 나만을 고집하여 남을 수용하지 않는 편협됨과 함께하며 조화는 자신을 낮추고 타인의 고유한 가치를 받아들이는 넓음과 함께 한다. 투쟁의 편협됨은 타인을 파괴하고 타인의 가치를 품을 기회 또한 잃게 한다. 조화의 넓음은 타인도 살리고 타인의 가치까지 내 안에 품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상생의 힘이며 이 속에 인간완성이 있다. 즉 나를 완성하는 열쇠는 곧 나와는 다른 타인에게 있으며 그를 아끼고 인정하는 상생 속에 후천의 군자로 성장하는 길이 있다. 그렇듯 오리엔탈리즘과 옥시덴탈리즘의 상극이 조화와 하나 됨의 상생으로 화할 때 동양과 서양은 완성에 이르고 그것이 바로 세계개벽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대순회보> 205호

 

참고문헌
『전경』
『두산세계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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