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정석균

  여주본부도장의 봉강전 뒤쪽 1층 벽면에 심우도(尋牛圖)가 그려져 있습니다. 심우도는 소를 찾는 것을 나타내는 그림입니다. 동자가 흰 소(白牛)를 찾아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흰 소를 왜 찾아야 하는가? 흰 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이길래 찾아야 하는가? 그 의미를 심우도와 ‘심(尋)’에서 찾아보려고 합니다.
  여섯 폭의 심우도 벽화는 먼저 심심유오(深深有悟)에서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은 깊이 깨달으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깊이깊이 감추어져 있는 무언가를 찾으라는 것이고, 깊숙이 감추어져 있는 진리를 찾아 새로움에 대한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봉득신교(奉得神敎)입니다. 하늘에서 가르쳐주시는 뜻을 받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면이수지(勉而修之)와 성지우성(誠之又誠), 도통진경(道通眞境)의 과정을 거치면서 끝에는 도지통명(道之通明)의 벽화로 마무리됩니다. 선녀가 날아다니고 신선들이 노니는 가운데 불로초와 장수의 상징인 학이 보이고, 항상 푸르면서 인간의 변치 않는 마음을 보여주는 소나무가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은 온 세상이 완성되는 후천선경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심심(深深)의 깊은 곳으로부터 많은 깨우침을 얻어 새로운 진리에 눈을 뜨게 되고, 결국에는 통명(通明)의 세상에서 신선 세계를 누리게 되는 것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심우도에서 심(尋)은 ‘법도에 맞게 다스리는 실마리를 찾는다’는 의미의 글자이며, 심 자의 부수는 마디 촌(寸)으로 ‘손목에서 맥(脈)이 뛰는 자리’를 뜻합니다. 그래서 심이라는 글자에는 맥을 짚어서 가슴 속의 심장이 아주 힘차게 뛰는지 미세하게 뛰는지 알아본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맥을 짚어서 어떠한 병이 있고 어떠한 장기에 문제가 있는지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맥은 기운이나 힘, 산맥이나 지세의 정기가 흐르는 줄기, 바둑에서 결정적인 변화의 실마리가 되는 중요한 수 또는 그 자리라는 뜻이 있습니다. 맥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손목에 전달되어 나타나는 소리와 진동입니다. 따라서 심장의 건강 여부는 손목으로 전해지는 맥박의 강약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렇듯이 심(尋) 자에는 맥박이 뛰는 것을 찾는다는 의미가 들어있어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즉 심우도에서 흰 소를 찾거나[尋]만나게 되면, 맥이 힘차게 뛴다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맥을 얻게 되는 것을 말하고,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심이라는 글자에는 흰 소를 찾아야 도성덕립(道成德立)을 이루게 되고, 흰 소를 만나야 모든 인류가 생(生)의 길을 가게 되어, 후천선경이 열릴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예로부터 “牛也는 丑也 이며, 丑也는 道也”라고 하여 소[牛]는 곧 도(道)라고 하였습니다. 도는 일 년을 뜻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이 운행하고 존재하는 원리와 이치입니다. 흰 소에서 흰색은 서방, 가을을 뜻하여 완성된 가을 세상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심우도는 동자가 깊은 상념에 잠기어 있는 모습부터 시작하여 동자가 소를 찾아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어 도통의 경지에 이르고, 후천선경이 열리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곧 소를 찾는 것이 도를 찾는 것이요 도를 찾으면 모든 것을 얻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이처럼 심(尋)의 의미를 통해 심우도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볼 수 있습니다.

<대순회보> 19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