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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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07.13 조회5,316회 댓글0건본문
연구위원 이광주
‘성(誠)’의 의미를 『대순진리회요람』에서 찾아보면 인간의 마음이 지닌 가치에 대해 언급한 곳이 있다. 그것은 곧 “…마음은 일신(一身)을 주관하며 전체를 통솔 이용하나니, 그러므로 일신을 생각하고 염려하고 움직이고 가만히 있게 하는 것은 오직 마음에 있는 바라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이니”라고 하는 구절이다. 이에 의하면 인간의 모든 언어, 행동과 처사의 중심에는 항상 마음이 있으며, 그 마음의 작용이 있고 없음의 유무에 따라서 나타나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제님께서도 「현무경(玄武經)」 3면에서 “천지의 중앙이 마음이다. 그러므로 동서남북과 몸이 마음에 의지한다(天地之中央心也 故東西南北身依於心)”(교운 1장 66절)라고 하셨다. 이처럼 마음은 일신을 주관하며 전체를 통솔하고 이용할 뿐만 아니라 천지의 중심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대순진리회요람』의 마음에 관한 설명에서 특히 우리의 시선을 끄는 대목은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이니’라고 하는 구절이다. 이와 관련해 도전님께서는 “마음에 있다고 생각해서 하면 있는 것이고, 없다고 생각해서 안 하면 없는 것이다. 유기심유(有其心有) 무기심무(無其心無)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 된다고 하면 되고,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01라고 하셨다. 이 말씀처럼 어떤 일이 가능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하면 그것이 실현될 수 있지만, 불가능하다는 마음에서 하지 않으면 실현될 수가 없다.02 비록 그것이 자신과 타인에게 이로운 일이라도 마음에 두지 않으면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순진리회 도인들은 운수와 도통을 바라고 수도해 나가는 사람이다. 운수와 도통이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바르게 수도하면 그것이 있겠지만, 운수와 도통이 없다고 생각해서 하지 않으면 운수와 도통은 없게 된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실제로 도에 대한 자각과 도심(道心)의 정도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그래서 같은 의례(儀禮)를 행하더라도 거기에 담기는 정성과 공경과 믿음의 크기가 다른 것이다. 기도를 모실 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이 드리는 정성만큼 상제님과 천지신명들로부터 기운을 받게 된다. 즉, 동일한 행위를 하더라도 마음이 담기는 정도에 따라서 나타나는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의 신묘한 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흥미로운 실험이 있어서 소개해 보겠다.
컬럼비아대학교 심리학자인 앨리아 크럼(Alia Crum)은 미국의 7개 호텔에 객실 청소부들을 고용해서 사람의 믿음이 건강과 체중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객실 청소는 시간당 300kcal 이상 소비되는 고된 노동이어서 운동으로 치면 역도나 수중발레, 또는 시속 5.6km로 걷는 것과 맞먹는 활동이다. 이에 비해 회의 참석이나 컴퓨터 작업 등의 사무 업무는 시간당 100kcal 정도밖에 소비되지 않는다. 그런데 크럼이 고용한 청소부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규칙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런 인식은 신체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그들의 평균 혈압과 허리-엉덩이 비율 및 체중이 사무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의 수치와 거의 비슷했다.03
크럼은 7개 중 4개 호텔 청소부들에게 객실 청소로 인해 소모되는 칼로리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시행하고 이에 관한 포스터를 제작하여 호텔 곳곳에 붙여두었다. 4주가 흐른 뒤 자기 업무의 운동 효과에 대한 정보를 얻은 청소부들은 체중과 체지방이 줄고 혈압이 내려가는 놀라운 변화를 보였다. 그 기간 호텔 밖에서 이들의 활동에는 변화가 없었고, 유일하게 달라진 것은 자신이 운동한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객실 청소의 운동 효과에 관한 정보를 얻지 못한 청소부들에게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 실험을 통해 크럼은 객실 청소부들이 자기 업무를 건강에 좋은 운동이라는 인식을 가지면 노동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이 달라진다는 결론을 얻었다.04
크럼의 실험에서 우리는 같은 일을 하더라도 그것을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서 신체에 나타나는 운동 효과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소부들 중 객실 청소의 운동 효과를 인지한 사람들은 노동을 자기 신체에 긍정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운동 효과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이러한 인식이 없었던 사람들은 객실 청소를 자기 신체에 부담을 주는 부정적인 활동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운동 효과를 감소시켰다. 이는 곧 자기가 실제로 운동을 하더라도 운동 효과가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했을 때와 없다는 마음을 가지고 했을 때 우리 몸에 나타나는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이 일신의 주체가 되는 것이므로 마음의 변화가 신체의 변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마음에 있고 없음에 따른 영향이 단지 몸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살아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미국학자들이 자국 역사에 공헌한 사람들을 뽑아서 출신지를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랬더니 미국 북동부의 작은 지방인 뉴잉글랜드에서 특히 많은 인재가 배출되었다. 학자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조사해 보았다. 그 결과 이 지역의 부모들은 “애야, 꿈을 가져라”, “애야, 커다란 포부를 가져라” 같은 말로 자녀들을 양육하며 격려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05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큰 뜻을 품고 세상을 살아가도록 장려함으로써 자국 발전에 이바지할 훌륭한 인재를 육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조선 시대 성리학자 율곡은 학문의 목적을 성인(聖人)에 두고 만일 털끝만큼이라도 성인에게 미치지 못한다면 나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하였다.06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무엇보다 입지(立志), 즉 뜻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격몽요결』의 첫 장에서 입지를 거론하였고, 『성학집요』에서도 수기(修己) 공부는 입지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07 그만큼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그것을 이루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와 동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목적이 크면 클수록 마음속에 그것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뜻한 바를 이뤄낼 수 있다. 만약 그 의지가 약하거나 신념이 투철하지 못하다면 기대하는 바의 목적을 달성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도인들은 상제님께서 광구천하·광제창생하기 위해 천하를 대순하시며 펼치신 진리를 신봉하고 있다. 모두가 대순진리회라는 울타리 속에서 운수와 도통을 바라며 수도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에 정말로 운수와 도통이 있다는 확고한 의식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즉, 도(道)에 대한 자각과 도심(道心)의 깊이에 따라서 도에서 행하는 의례와 수행에 담기는 마음의 크기가 다른 것이다. 『대순지침』에 “사람은 누구나 마음을 먹는 대로 행동하게 되는데, 옳은 일도 마음에 두지 않으면 바로 행하지 못한다(有其心 則有之 無其心 則無之)”08라고 하셨다. 모든 것이 마음에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이므로, 운수와 도통이 있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을 때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 대순진리를 수행(修行)해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모든 도인들은 상제님께서 이 땅에 강세하신 뜻을 잠시라도 잊지 않도록 『전경』의 상제님 말씀을 많이 읽어야 하며, 이의 실천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01 「도전님 훈시」 (1993. 7. 11)
02 “이제 범사에 성공이 없음은 한마음을 가진 자가 없는 까닭이라。 한마음만을 가지면 안 되는 일이 없느니라. 그러므로 무슨 일을 대하든지 한마음을 갖지 못한 것을 한할 것이로다. 안 되리라는 생각을 품지 말라.” (교법 2장 5절 참조)
03 켈리 맥고니걸, 『스트레스의 힘』, 신예경 옮김 (경기: 21세기북스, 2017), pp.30-31 참조.
04 같은 책, pp.31-32 참조.
05 차동엽, 『무지개 원리』 (경기: 국일미디어, 2012), p.64.
06 『율곡전서』, 「자경문(自警文)」, “先須大其志, 以聖人爲準則, 一毫不及聖人, 則吾事未了.” 참조.
07 황금중, 「율곡의 공부론과 『성학집요』」, 『한국교육사학』 24 (2002), p.318.
08 『대순지침』, p.52.
<대순회보 20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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