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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똘레랑스’를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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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7.02.04 조회3,6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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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위원 김대현

 
  사랑과 평화, 그것은 표현은 다를지라도 모든 종교가 추구하는 고귀한 덕목이자 희망입니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인류가 겪었던 수많은 전쟁 가운데 상당수는 종교적 갈등에 의해 빚어졌습니다. 독일의 신구교 간 30년 전쟁, 십자군 전쟁, 중동 전쟁, 이슬람과 힌두교 전쟁 등 역사를 피로 물들였던 크고 길었던 전쟁들이 바로 그 예들입니다. 또한 멀리 볼 것 없이 가까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각 종교들 사이에 흐르는 적대감을 누구나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종교 간의 안타까운 대립을 보며 문득 ‘똘레랑스’라는 말 한 마디를 떠올리게 됩니다.  ‘관용’이란 의미를 가진 불어로 프랑스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란 타인의 생각과 자유 그리고 정치적 종교적 견해에 대한 폭넓은 존중을 뜻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잔디밭 푯말에조차 다음과 같은 말을 전하고 있습니다. “존중하시오. 그리하여 존중하게 하시오(respectez, et faites respecter).” 짧은 이 말에 담긴 똘레랑스의 지혜를 여러분은 충분히 느끼실 겁니다. 이 말이 전하듯 자신이 신앙하는 종교가 인정받고 존중받는 최선의 방법 중 하나는 무엇보다 먼저 남의 종교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입니다. 이것은 자기 신앙에 대한 부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종교의 화평과 상생의 고귀한 실천입니다. 이것이 바로 모순 가운데 꽃피는 똘레랑스의 아름다운 묘미입니다.
  따라서 똘레랑스는 자신의 생각만을 주장하는 아집에서 벗어나 종교적 믿음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게 합니다.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옳다고 여겨 타인의 신념을 함부로 무시하고 자신의 편으로 전향시키고자 강요하는 행위는 다양성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 세계와 인간에 대해 마찰을 불러일으킬 뿐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자신의 입장에서 자신의 신념을 최고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확고한 그 신념 사이에는 서로가 양립할 수 없는 일종의 모순이 발생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난해한 모순도 사실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닙니다. 그냥 각자의 종교가 가르치는 가장 평범한 진리 하나만 실천해도 해결되는 것입니다. 그저 서로가 사랑하고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가르침 말입니다. 물론 그 대상이 나와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신앙의 힘은 무엇보다도 깊고 강한 것입니다. 인간은 신앙 속에 자신의 영혼을 맡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종교적 신념은 다른 신념보다도 더 독선으로 가기 쉽고 무서워지기 쉬운 것입니다. 신앙이 사랑과 평화라는 그 보편적인 가르침을 망각할 때 그것은 통제할 수 없는 무서운 힘이 되는 것도 그 이유에서입니다.  
  어찌 보면 자신의 종교적 신념으로 볼 때 타인의 것을 인정한다는 측면이 뭔가 잘못된 듯하지만 더 깊은 성찰을 통해 볼 때 그것은 오히려 신앙의 근본적인 발전을 향한 첫걸음입니다. 그릇이 클수록 그 속에 담겨지지 않는 것이 없으며 그릇이 클수록 그 속에서 각기 다른 존재가 어울려 균형과 조화를 향한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그것이 아닐까요. 확고한 자기 신앙을 바탕으로 하되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와 관용에서 나의 수양은 더욱 높은 단계로 가는 결과가 되니까요.
  이제 종교도 ‘똘레랑스’라는 말에 익숙해졌으면 합니다. 다른 종교를 자기편에서 무시하지 않고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통해 배우고 발전해 가는 관계로 가는 것입니다. 그 노력이 큰 종교일수록 그 신앙의 잠재력과 힘은 커져갈 것입니다. 분명 세상에는 하늘과 진리를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찬 이들이 있습니다. 아마도 그들이 찾는 종교가 있다면 바로 그런 배포를 가진 참다운 종교가 아닐까요? 종교, 이제는 정말 똘레랑스를 배울 때인 듯 합니다.
  “흔히 우리 사회에서는 자기가 믿는 종교가 제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타종교인과 무종교인을 이방인 취급하거나 백안시하는 경향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 도인들은 절대로 그리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들과 더욱 화목하고 화합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더라도 친절히 대하며, 상대방을 존경할 줄 알며, 자기 자신이 겸손해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도전님 훈시 말씀(1986. 4. 14),『대순회보』 4호>
 

​《대순회보》 1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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