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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빈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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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교무부 작성일2018.12.03 조회3,75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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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김오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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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적으로 사람은 삶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삶 전체를 변화시키는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직면할 때가 있다. 이런 경우 자신의 선택으로 인해 앞으로의 삶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걱정하게 된다. 이때 대부분 사람은 자신을 도와줄 귀인 또는 스승을 만나 올바른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인해 미래의 자기 인생이 긍정적으로 개척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실제로 자신을 올바르게 이끌어 줄 수 있는 귀인이나 스승을 만났을 때, 그를 선택하기까지는 상당한 고뇌가 일어난다. 이런 경우, 자신의 고뇌를 잘 극복하고 현명한 선택을 한다면 성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이는 수도의 길을 선택하는 사람에게 더더욱 마음으로 다가오는 내용일 것이다. 그 이유는 선각을 만나 수도를 결심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현명하게 수도인의 삶을 선택하여 오랜 세월 동안 여러 가지 교훈을 세상에 남긴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여동빈이다. 
  여동빈은 중국 당나라 때 민중 사이에 가장 인기 있었던 팔선(八仙) 가운데 한 인물로 신선의 대표자로 흠모되고 있다. 어린 시절 남달리 총명했던 그는 20세에 과거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장안에서 두 번이나 과거시험에 응시했으나 낙방하였다. 과거에 낙방하고 가슴속에 쌓인 울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괴로워하던 어느 날, 관료가 되려는 꿈을 버리지 못하고 평소처럼 주막에 앉아 술을 마시다가 한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사리사욕이 없고, 온화함이 넘치는 노인의 풍모는 여동빈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노인은 현재의 삶이 얼마나 무상한지와 세상은 허영과 우연, 배신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말하였다. 그리고 세속적인 삶을 모두 버리고 영원한 생명을 찾아보라고 권했다. 알고 보니 그 노인은 종리권(鍾離權)이라는 신선이었다. 종리권은 여동빈의 마음을 다 꿰뚫어 본 듯이 그에게 내일 여기 적혀있는 주소로 자신을 찾아오라고 말하고는 먼저 자리를 떴다.

  

  여동빈은 영원한 생명을 찾아보라는 그의 언어와 풍모에 마음이 동하여 헤어진 다음 날 종리권이 준 주소를 들고 장안 근처의 숙소로 찾아갔다. 찾아간 때가 정오여서 종리권은 마침 방안에서 작은 화롯불을 피워놓고 부채질을 하면서 노란 조밥을 짓고 있었다. 서로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여동빈은 갑자기 졸음이 물밀 듯이 몰려왔다. 종리권이 보고는 “자네는 이미 피곤함에 지쳐 자고 싶다는 생각뿐이니 저기 내 침상에 올라가 조금 자게나. 내게는 작은 베개가 있는데, 이름을 여의침(如意枕)이라고 하네. 자네는 여의침을 베고 자면서 여의몽(如意夢)이나 한번 꾸게나”라고 했다.
  여동빈이 여의침을 베고 눕자마자 몽롱해지더니 하염없이 잠에 빠져 꿈을 꾸었다. 여동빈은 젊어서 장안에 가서 과거시험에 장원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었고, 그 후 권문세가의 아내를 맞아 장가들고, 자식도 여럿 낳았다. 인간 세상의 부귀영화가 한 몸에 모이듯이 출세 가도를 달렸다. 평생의 소원을 크게 이루었다고 기뻐하였고, 바야흐로 만사가 순조로워 인생의 최고조를 만난 듯 득의양양할 때, 재앙이 닥쳐 다른 당파 모함에 걸려들었다. 천자의 노여움이 감찰기관으로 하여금 그의 죄를 다스리게 하여 재산을 전부 몰수하였고, 아내와 자식들도 다 흩어졌으며, 그 자신도 재판을 받아 변방으로 쫓겨나게 되었다. 혈혈단신, 그 고초는 이루 형언할 수가 없었다. 스스로 인생의 무상함을 크게 탄식하다가 홀연 꿈에서 깨어났다. 여동빈은 잠에서 깨어나면서, “그 수십 년의 인생살이 부귀영화가 정녕코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는 것인가?”라고 스스로 자문해 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보니, 낮잠이 들기 전처럼 선인 종리권이 아직도 화롯가에 쭈그리고 앉아 노란 조밥을 짓고 있었는데 그 조밥이 아직 익지도 않았다.
  종리권은 여동빈이 꿈에서 깨어난 것을 보고는 웃으며 읊조리듯이 말했다. “노란 조밥이 아직 익지도 않았는데 꿈이 끝났다. 너의 수십 년 부귀영화도 절정까지 갔다가 이렇게 결말나지 않았는가?” 여동빈은 본래 도를 향한 마음이 있었다. 단지 지난 수십 년간의 고난에 대한 소득이 없어서 불만스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생생하게 꿈속에서 그런 과정들이 점화(點火)되었고, 갑자기 자신을 성찰하고 깨닫게 되자 세상에 미련을 버리고 수도하고자 결심하였다. 그 자리에서 일어나 여동빈은 종리권에게 예를 갖추어 스승으로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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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동빈이 스승을 만나 과거의 미련을 버리고 수도하고자 한 결심은 꿈을 통해 부귀영화의 허망함과 인생의 참된 의미를 깨달은 데서 비롯한다. 누구나 세속에 재리와 명예를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스승인 종리권은 여동빈에게 인생의 부귀영화도 결국 일장춘몽(一場春夢)에 지나지 않는다는 깨우침을 주었다. 인생의 부귀공명과 쇠락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는 여동빈의 꿈은 삶에 있어서 과거에 대한 집착과 세속의 흥망에서 벗어나 새 삶의 가치를 찾는 희망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여동빈의 고사에서 도인은 허욕과 인생의 무상함, 그리고 선각자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도에 일심으로 전념하기까지 세상의 온갖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수행에 정진하고자 마음을 다잡는 과정이 있는 것이다. 『대순진리회요람』에는 “허무한 남의 꾀임에 움직이지 말고 당치 않는 허욕에 정신과 마음을 팔리지 말고 기대하는 바의 목적을 달성하도록 항상 마음을 안정케 한다”라고 하였다. 즉 도인은 허망한 욕망을 초탈하여 수도의 목적에 도달하도록 ‘마음을 항상 양심의 상태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동빈과 종리권의 인연이 있듯 세상의 아귀다툼과 부귀공명이 허망함을 자각케 하여 현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인에게는 대인대의(大仁大義)의 길을 지도해주는 선각자가 있다. 처음 접하는 수행의 길이 그리 순탄하다고는 볼 수 없다. 수도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는 반드시 장애가 있기 마련이다. 올바른 진리를 통해 믿음과 인내로 그 과정을 극복하게 하고 진리를 깨닫게 하여 수행의 바른길을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선각자가 있는 것이다.
  여동빈은 스승 종리권을 만나 인생의 재리와 명예를 버리고 수행의 길을 선택했다. 세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수행의 길을 선택한 여동빈은 세상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다. “아무리 대단한 권력도 십 년을 넘기기 어렵고, 붉고 아름다운 꽃도 열흘을 넘기가 어렵다(權不十年, 花無十日紅)”라는 말이 있다. 이는 세속적 욕망에 집착하는 것이 얼마나 헛된 것인지를 말하고 있다. 영원할 것만 같은 권력이나 눈부신 아름다움도 언젠가는 쇠하게 마련이다. 이처럼 여동빈의 선택은 사람들에게 무상하고 허망한 세속적 욕망을 버리고 천지대도(天地大道)에 귀의하라는 교훈을 일깨워 준다고 볼 수 있다.

 

 <대순회보> 197호

참고문헌
최창록, 『여동빈 이야기』, 서울: 살림, 1994.
김관종, 전윤주, 『팔선열전』, 서울: 리토피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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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김관종, 전윤주, 『팔선열전』 (서울: 리토피아, 2015), pp.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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