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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과 저승의온기를 담은 장소 - 호텔 델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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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 공균 작성일2019.12.24 조회3,9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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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팀 이 공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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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은 언제나 슬프다. 애정의 시간이 길수록 헤어짐의 온도는 높아질 터이다. 우리는 삶에서 가장 뜨거운 이별을 흔히, 죽음이라 부른다. 하지만 이곳에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반기는 객잔이 있다. 만월(滿月) 객잔. 천년의 시간에 이르러 호텔 델루나라 불리게 된 이곳은 갈 곳을 잃은 영혼들이 머물다가는 쉼터이다.

 

루나(Luna)는 라틴어로 ‘달’이라는 의미가 있으며,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달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다. 달의 호텔을 뜻하는 이름은 흔히 달을 음(陰)으로 일컫는 우리에게 죽은 이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것을 떠올리게끔 한다. 이렇듯 ‘호텔 델루나’는 죽은 이들이 삼도천(三途川)을 건너기 전 잠시 머무는 휴식처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현대적이고 코믹하게 풀어낸 드라마이다.

 

이 호텔에는 주인 장만월(이지은 분)과 함께 많은 직원이 머무는데 모두 죽은 이들이라는 것만 빼면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호텔과 다를 게 없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호텔에 방문한 영혼들을 무사히 저승으로 보내면서 공덕을 쌓는다. 극 중에서 저승세계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진 않지만, 그들이 공덕을 쌓는 이유는 생전의 죄업을 해소하기 위함인 듯하다. 하지만 흔한 귀신과는 달리 천년의 업(業)을 짊어진 채 호텔에 묶여있는 장만월은 기나긴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공덕을 쌓는 일보다 물질을 쌓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모습이다. 이런 장만월의 모습은 구찬성이 지배인으로 들어오면서 서서히 변하게 된다. 저승의 색채만 짙게 베여있던 곳에 한 인간의 마음이 더해지면서 이승의 온기가 섞여들기 시작한다.

 

지배인 구찬성. 그는 길 잃은 영혼들을 찾아 무사히 호텔로 안내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중에 악령(惡靈)에 의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산 사람과 죽은 사람의 원(怨)을 풀어주는 데 전념한다. 늘 남을 잘되게 하려고 애쓰는 구찬성 덕분에 망자의 미련이 인세에 품고 있는 건 비단 원한뿐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망자가 인세에 남기고 싶은 것 중에는 이해와 용서, 배려 같은 따뜻함도 존재하고 있었다.

 

한편, 호텔 델루나의 인상적인 한 부분은 ‘신’이라는 존재가 인간사에 직접 간섭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로 마고 신의 존재인데, 신의 다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12자매의 형상으로 등장한다. 특히 첫째 마고 신이 약방을 운영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약을 처방하는 모습에는 세상의 모든 생명을 보살피고자 하는 신의 따뜻한 면이 잘 드러난다. 천년을 담기에도 부족한 업을 짊어지고 있는 장만월, 그녀를 지키고자 하는 구찬성에게 마고 신은 “결과는 신이 주는 게 아니고 인간이 내는 거야”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그 외에도 “인간이 원하는 모습을 신이 보여준다면 노력을 하지 않는다”라는 드라마 속 대사는 신이 인간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해줬음을 시사하고 있다. 마치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께서 ‘지상천국건설’과 ‘지상신선실현’의 과제를 도인들에게 맡겨 주신 것처럼. 지배인 구찬성과 마고 신의 관계를 보며 수도인으로서의 소회(所懷)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극 중에서 생사를 떠나 타인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려는 구찬성과 그를 도우려는 동료들의 모습이 해원과 상생, 그리고 수도를 염두에 둔 도인의 모습과 닮았다고 말하면 과언일까? 호텔 델루나에 아직 남은 이야기는 드라마를 보지 못한 이들의 몫으로 남기며 글을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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