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다큐프라임 “아프리카대탐험 초원의 유랑자, 가구루족”을 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영화 작성일2018.12.10 조회5,797회 댓글0건본문
중흥2 방면 보정 정영화
케냐 접경지역, 탄자니아 북서부에 위치한 사바나 지역 만골레 초원에 사는 가구루족은 철저히 문명과 단절된 채, 삶의 터전을 찾아 이정표도 없는 초원을 떠돌아다니는 소수 부족으로 현재 200명 정도 생존해 있다.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초원을 유랑하고 다니는 이들은 다른 부족의 물건을 탐내지 않아 작은 다툼조차 없다. 필요하면 자연에서 얻고,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살기 때문에 욕심내는 일도 없다.
떠돌아다니다가 정착하면 제일 먼저 집을 짓는데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지은 움막은 집이라곤 하지만 땅바닥에 자는 노숙일 뿐이다. 불편한 잠자리에, 짐승의 공격을 경계해야 하는 피곤한 삶인 것 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행복해 한다.
오랜 세월 수렵생활을 해온 가구루족은 10미터가 넘는 거대한 바오밥(baobab)나무에 쐬기를 박아 사다리처럼 이용해서 나무에 올라간다. 이들이 힘들게 올라가 털어낸 열매는 고작 십여 개로 자신들이 먹을 만큼 외에는 욕심 내지 않는다. 그리고 먹을 것을 얻으면 반드시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한다. 이들에게 대자연은 신앙의 대상이다.
20~30명씩 나누어 소그룹생활을 하는 이들은 남녀의 역할이 분명해서 남자 아이들은 걷기 시작하면 활 쏘는 연습을 한다. 마을의 최고 어른인 부족장은 아이들에게 불피우는 방법을 가르친다. 현대 문명이 불에 의해 발달했다면 이들에게 있어서는 불은 살아남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또다시 시작된 하루. 해가 뜨면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이들은 시간 개념도 없다. 자연에 순응할 뿐, 늘 그렇듯이 사냥을 나간다. 어제와 다르지 않은 급할 것이 없는 삶이다. 혹 남자들이 사냥에 실패해서 빈손으로 돌아올지라도 별로 탓하지 않고 마을 여인들은 먹을 것을 찾아 나선다. 건기에는 흔한 나무열매 조차 구하기 힘들기에 끼니를 거를 때도 있다.
새벽녘에 잠들어 있을 원숭이 사냥을 나선다. 영리하고 민첩한 원숭이를 밝은 낮에 사냥하긴 쉽지 않다. 새벽 사냥은 잠든 동물을 잡기 위한 가구루만의 사냥법이다. 숲속 지리에 밝아 어둠속에서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다. 사냥에 성공한 이들은 숲의 정령에게 감사하는 의식을 빼놓지 않는다. 신에게 감사하는 의식 후 마을로 돌아와 사냥감을 나눈다. 사유재산의 개념이 없는 원시공동체사회. 마을 여자들도 사냥감을 받아 들고 감사의 기도를 한다.
이들은 단단하고 탄력이 있는 나무를 골라 활과 화살을 직접 만들어 쓴다. 칼끝이 들어갈 만큼 부드러운 돌을 구해서 그릇, 장신구, 돌도끼도 만들어 쓰는 석기시대의 생활방식을 유지한다. 손재주가 좋은 마을 여인들은 장신구를 만든다. 그러다 오지 부족들을 찾아다니며 물물 교환을 하는 만물상이라도 등장하면 신이 난다. 바꿀 수 있는 식량이 있기 때문이다. 그 식량이란 옥수수를 빻아 만든 우갈리라는 가루인데 물을 붓고 끓이면 죽이 된다. 커다란 냄비 하나 없이 작은 냄비에 줄을 서서 기다려 끓인다. 요리랄 것도 없는 이 옥수수 죽은 소화가 느려 포만감이 오래가고 쌀값의 20분의 1밖에 되지 않아 가난한 원주민들에겐 환영받는다. 환경오염과 부족간의 다툼으로 사냥감이 줄어 사냥이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재의 삶이 감사할 뿐이다.
먹는 양을 차별해서 주진 않지만 남자 여자 아이들이 따로 먹는다. 많이 먹는 남자 아이들에 비해 여자 아이들이 제 몫을 못 챙길까봐 그런다. 약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있다. 여자 아이들의 건강과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기에 아이들이 재산이자 곧 미래인 것이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이들을 지탱해주는 힘이다. 사냥감을 똑같이 나눠 먹지만 부족의 미래가 달린 아이들에게 특별한 배려도 잊지 않는다.
몇 년째 계속된 가뭄으로 강은 바닥을 드러냈다. 하지만 말라버린 강바닥을 파면 물이 고인다. 아직은 땅속에 물이 남아 있다. 이 흙탕물을 식수로 이용한다. 이 물을 거르지도 않은 채 그대로 마시고, 요리도 한다.
의사나 산파도 없고 출산일을 계산하는 방법도 몰라 마냥 기다린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흙탕물에 씻겨야 한다. 깨끗한 수건이 있을 리 없다. 어른이 입던 옷으로 닦는 것이 전부다. 생후 3개월까지는 생사를 몰라 이름도 없다. 해발 1500미터 고원지대라 큰 일교차로 새벽 공기는 쌀쌀하다. 막 몸을 푼 산모도 맨바닥에 담요하나 깔고 누워야 한다. 영아 사망률 50%가 넘는 이곳은 근친혼으로 인한 장애와 희귀병으로 죽는 이들도 많다.
열병을 앓는 이가 있어도 속수무책이다. 더러 죽는 이도 있다. 민간요법으로 자주 쓰이는 나무뿌리를 찾아 약으로 쓴다. 필요한 양만 잘라내고 뿌리가 상하지 않게 다시 잘 덮어 둔다. 자연에서 얻은 것은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는다. 날고기를 즐기는 이들은 생식으로 인한 기생충 감염과 오염된 식수, 비위생적인 환경으로 인해 질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평균 수명이 채 50세가 되지 않는다.
잠시 정착한 곳에서 2주 정도 거주하고는 본격적인 건기가 오기 전에 물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난다. 가진 것 별로 없는 살림이지만 빠짐없이 챙겨 떠난다. 그래봐야 잠자리로 쓰는 깔개와 플라스틱 그릇, 손잡이도 없는 냄비 하나가 전부다. 보통 3~4일 정도 초원을 헤매다 거주지를 정하는데, 1년에 약 30회 정도를 옮긴다. 앞으로도 이런 생활을 계속해야 하지만 가진 것이 없기에 미련이 남지 않는다. 자연에 순응하며 욕심없이 생활하는 가구루족.
하루 세 끼 걱정없이 식사하고, 맹수들의 공격 걱정없이 아늑한 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아프면 병원에 갈 수 있는 편안한 환경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나. 아마도 가진 것이 너무 많아 미련이 많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자연에 순응하지 않고 늘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에 거스르는 삶을 살아왔기에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자연에서 얻은 것이라면 열매 하나, 나무뿌리 한 조각에도 감사의 기도를 하는 가구루족은 정말 신명의 존재를 믿는 것이리라. 세상 어디든 누구에게서든 배울 점이 있음을 실감하며 지금이라도 마음을 비우고 양위 상제님과 도전님의 뜻을 받들고자 마음을 다져 본다.
<대순회보> 105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