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림의 정월대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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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공균 작성일2018.04.30 조회6,254회 댓글0건본문
연구원 이공균
여주본부도장 밤골, 멀리서 보니 달집 근처로 제법 많은 사람이 북적거린다. 귀밝이술을 나눠주는 부스 옆에는 윷놀이, 팔씨름, 투호 등의 민속놀이가 한창이다. 윷을 잘 던져 경품으로 쌀을 받은 사람과 아쉽게 못 받은 사람들의 희비가 교차하지만, 모두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2018 무술년 달집태우기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사람들의 얼굴에 길조(吉兆)가 만연하다.
지역주민과 수도인 천여 명이 모인 자리에 달집태우기 시작을 알리는 풍악이 울린다. 솟대처럼 높이 쌓인 달집이 흥겹게 들썩거리는 듯하다. 대순한마당(대진국제자원봉사단)이 이끄는 길놀이에 액운은 물러가고 복이 촉촉하게 내린다. 강천면 주민들과 함께 우순풍조(雨順風調)를 기원하며 흥을 붙이고 소원을 더한다. 연을 날리는 아이들은 질퍽한 땅 위로 발자국을 새기느라 정신없다. 송액영복(送厄迎福)의 의미를 알 나이는 됐을까?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제 손에 잡힌 가오리연을 띄우기 바쁘다.
누르자 누르자 지신아 지신밟아 누르자
이집대주 문을여니 오복만복이 들어오고
가재복은 나아가고 송아지복은 뛰어들고
우환질병 막아주고 관재구설도 막아주고
천지풍화 막아주고 지화풍도 막아주소
손재풍재 막아주고 기쁜날만 가득하소
누르자 누르자 지신아 재수소망 누르세
일년하고도 열두달 과년하면 열석달에
삼백하고도 육십일 오늘같이만 점지하소
입춘은 대길하고 정월은 대보름날
잡귀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잡귀잡신은 물알로 만복은 이리로
잡신을 물리치고, 마을의 안강(安康)과 풍작, 가정의 다복을 축원하는 지신밟기가 이어진다. 오후 6시 40분깨나 됐을까, 이윽고 많은 이들의 소망과 함께 달집이 타오른다. 함께 터지는 폭죽에 잡귀들이 깜짝 놀라 달아나는 듯하다. 달집은 활활 타올라 보름달을 잘 그을린다.01 합장하며 고개 숙이는 사람들의 염원이 불길에 붙는다.
‘부정과 사악이 불길에 살라지듯 부디 무술년 올 한 해 무탈하고 풍작 하길 바라옵나이다.’
장작이 내려앉을 때까지 사람들은 떠나지 않는다. 정화(淨化)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정월의 대보름은 설날, 추석과 같이 우리나라의 대표적 세시풍속이다. 설에는 주로 개인적인 안녕을 기원하는 풍속들이 많고, 정월 대보름에는 마을 공동의 기원인 풍년을 바라는 공동체적 풍속들이 많다. 따라서 정월 대보름은 ‘개방’과 ‘소통’의 장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기도 한다.
대순진리회 수도인들은 매해 음력 1월 15일 정월 대보름 치성을 드리고 부럼과 귀밝이술을 나눠 먹는다. 그리고 달이 뜨는 시간에 맞춰 달집태우기를 한다. 여주본부도장에서 달집태우기를 한지 10여 년이 넘는 동안 큰 변화가 있었다. 도장 내의 행사에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대표 행사가 됐다. 달집 주위로 민속놀이와 음식 나눔 장을 열어 참여한 이들에게 넉넉한 자리를 마련해주었고, 전통공연으로 흥을 돋우고, 달집이 불에 타는 동안 풍악대의 꼬리를 잡고 서로 어울리며 모두의 안녕을 염원했다. 그렇기에 대순진리회 수도인과 지역주민이 공존하는 자리의 온기는 그 어느 때보다 따뜻했다.
행사에 참여한 강천면 주민은 “마을 사람들과 매년 달집태우기 행사에 참여한다”며 “지역발전을 위해 힘쓰는 대순진리회에서 이런 문화행사까지 준비해 주어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참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대진국제자원봉사단에서 주관했으며, 대순진리회 복지재단에서 협력하여 그전보다 더욱 풍성하게 준비했다. 대진국제자원봉사단 윤은호 이사장은 “지역주민들과의 상생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분들과 더 나은 관계를 위해 복지, 봉사 등의 계획을 세워나갈 것”이라 전했다.
01 달을 불에 그슬려야 가뭄이 들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충남, 경남 일부 지역에서는 달집을 태운 연기가 많이 나서 달을 잘 가릴수록 농사가 잘되고 무탈하다고 생각했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정월편』, 2004, p.118 참조.)
<대순회보 2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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