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속에 흐르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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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혜정 작성일2020.06.17 조회5,641회 댓글0건본문
원평2-24 방면 선사 박혜정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 서롤 불러왔던 것처럼. 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 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 요즘 잘나가는 아이돌 노래 가사다. 아마도 DNA 속에 흐르는 끈으로 연결된 상제님께서 맺어주신 인연이 바로 도를 닦는 선후각 사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직계 선각은 중학교 때부터 가깝게 지내던 친구다. 우리는 ‘어떻게 친구가 됐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격, 외모, 생각, 가치관 등이 완전 반대였다. 우리는 같은 노래를 듣더라도 친구는 음을 듣고 나는 가사를 들었고 친구가 좋아하는 음식은 내가 싫어하는 음식이고 내가 좋아하는 음식은 친구가 싫어하는 음식이었다.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도 정말 반대다. 친구는 액션을 좋아하고 나는 멜로를 좋아했다. 하지만 너무 다른 우리는 중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매일 붙어 다니는 단짝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친구는 학교를 졸업하여 직장에 취직했고 나는 재수를 하면서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리는 졸업 후에도 매일 연락하며 지냈지만 서로 갈 길이 달라지고 한동안 연락이 뜸해지면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친구가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해서 나간 자리에는 친구와 일행으로 보이는 한 사람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 겪는 낯선 분위기와 잔뜩 긴장한 친구의 표정이 너무 진지해서 나는 어색했다.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친구는 입도식에 대해 설명했고 평소에 무의식이나 종교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는 그 얘기를 들었을 때 그저 속으로 비웃었다.
‘칫! 이런 거 한다고 다 잘될 것 같으면 세상 사람이 다 잘 되겠네. 말도 안 돼’라는 말을 속으로 하고 있었다. 입도식을 할 생각이 전혀 없던 나는 그냥 예의상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았다. 친구가 입도 치성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지만 사실 하나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샤워하고 한복을 입는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졌다. 사실 친구를 만나기 전날 밤 꿈에서 정체 모르는 여자가 내 한복을 입고 도망가서 “내 한복인데 왜 네가 가져가냐!” 소리를 지르면서 그 여자를 쫓아가 한복을 빼앗아 입는 꿈을 꿨기 때문이다.
너무 신기한 꿈이라 아침까지 생생했는데 매우 놀라고 소름이 끼쳐 한동안 멍했다. ‘이건 운명인가?’라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입도하게 되었고 그렇게 우리는 친구에서 선후각으로 바뀌었다.
같이 도를 닦은 지 어언 10년이 훌쩍 넘었다. 때로는 친구라서 의지가 되고 때로는 친구라서 자존심도 상하고 때로는 친구라서 끈끈하고 때로는 친구라서 불편하고, 그렇게 선각에 대해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며 지나온 수도생활이었다.
가끔 우리는 얘기한다. 도대체 무슨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질긴 인연을 이어가는지 나중에 도통 받으면 알아보자고 농담처럼 이야기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입도하게 해달라고 집 앞에서 7개월을 매일 같이 심고 드렸다고 한다. 처음에 그 얘기를 들었을 때는 ‘그냥 그렇구나’ 싶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고맙고 감동적인 이야기로 나에게 다가온다. 아마 전생부터 아니 태초부터 상제님께서 맺어주신 DNA속에 흐르는 소중한 인연이 아닐까 싶다. 오늘도 우리는 서로 의지하면서 멀지만 가깝고, 가깝지만 먼 후천과 도통을 바라보면서 열심히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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