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AND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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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광희 작성일2018.12.12 조회5,827회 댓글0건본문
연구원 조광희
올해 3월 종단의 복지재단 대진청소년수련원에서 ‘공감 AND 나눔’이라는 새로운 청소년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11월까지 대진남고와 여고에서 총 15차례 참가한 학생 수만 1,200여 명에 이른다. 자체설문조사 결과 95% 이상의 학생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을 지켜본 인솔교사 역시 여타 기관에서 봐왔던 기존의 프로그램보다 훌륭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복지재단 관계자 역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혀 10월 16일과 17일 양일간 있었던 대진여고 1학년 여학생 70여 명의 봉사활동 현장을 직접 찾아가 취재해 보았다.
사전교육에만 하루를 할애하는 철저한 준비
자원봉사활동은 아무런 대가나 보상을 바라지 않고 순수한 의도로 행해질 때 참된 의미를 갖는다. 그래서 봉사자 자신의 자발성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청소년 자원봉사활동 특성상 청소년 스스로의 자발적인 참여보다 학교기관이 인성교육에 목적을 두고 일괄적으로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동기부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원봉사활동의 의미와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대진청소년수련원의 ‘공감 AND 나눔’ 프로그램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청소년 봉사자의 소양과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한 사전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먼저 시간을 대폭 늘렸다. 현장에서의 봉사활동 시간이 반나절인데 반해 사전교육에만 하루의 시간을 할애한 것이다.
최근 봉사활동이 대학 진학에 반영되면서 청소년 상당수가 입시용 ‘스펙’으로 여기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교육현장에서는 청소년들의 잘못된 인식을 바꿔주기 위한 소양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한두 시간의 설명이나 특강만으로는 굳어진 인식을 새롭게 전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흥미를 유발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해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다. 대진청소년수련원은 이러한 요구를 알차게 담아 현재의 1박 2일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재미와 흥미로써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
십 대 청소년에게 가장 큰 동기 부여는 무엇일까? 바로 재미와 흥미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재미를 담았다. 대표적으로 ‘관계 형성 리더십’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들 수 있다. 본격적인 체험 활동이 있기 전 준비운동 성격의 프로그램으로서 다양한 조별 게임을 통해 봉사활동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고 흥미를 유발하는 데 효과가 있다.
이날 관계 형성을 위한 레크리에이션 시간은 흥미롭게 진행됐다. 무엇보다 진행을 맡은 대순청소년 캠프팀의 역량이 뛰어났다. 좌중을 들었다 났다 하는 유머와 재치 있는 진행은 학생들을 열광케 했고 콩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스태프진은 주연보다 빛나는 조연이었다. 한마디로 십여 년간 청소년캠프를 이끌어 온 노하우가 유감없이 발휘된 자리였다.
학생들은 “오기 전에 이렇게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며 다음 체험 활동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호응 또한 기대 이상이었다. 프로그램 시작 전 수업의 연장으로 생각하는 듯 지루해 하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그것도 잠시, 레크리에이션이 시작되자 낭랑 18세를 앞둔 17세 소녀들답게 밝고 명랑한 모습을 되찾았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담은 공감 활동
봉사활동에서 청소년들에게 재미와 흥미를 주어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아는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특히 어르신들과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요즘 청소년들에게 봉사하려는 대상이 몸이 불편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어르신이라면 필수적인 자세이다.
따라서 학생들이 어르신들의 입장을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공감활동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70대 이상 노인의 몸 상태를 온전히 느끼게 하는 ‘역지사지 고령자 체험복 입기’, 눈을 가린 채 장애물을 통과하는 시각장애인 체험, 특수 제작된 깁스 착용과 휠체어 타기 등으로 편마비 환자가 겪는 일상의 불편함을 힉생들 스스로 직접 느끼게 했다.
또 요양시설 입소자 어르신들의 심리상태와 학생들이 봉사 중 조심해야 할 행동을 ‘그대를 기다립니다’라는 제목의 연극으로 보여줬다. 대순캠프 선생님들이 직접 시나리오를 짜고 연기한 이 단막극은 한창 감수성이 풍부한 여고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연극을 보고 난 한 학생은 “말도 못하고 의식도 없어 보이는 할머니가 우리가 하는 행동과 말을 모두 인식할 수 있다는 것에 놀랐고 또 우리가 별 생각 없이 내뱉는 말과 행동이 할머니에겐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며 “특히 자식들의 연락을 기다리며 핸드폰을 두 손에 꼭 쥐고 놓지 않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라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요양시설 안에서 청소하는 요령을 직접 동영상으로 제작해 학생들이 청소할 구역과 어르신들을 처음 봤을 때 친절하게 인사하기, 빗자루와 걸레질 사용법 등 세세한 사항을 눈으로 보고 익힐 수 있도록 했다.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 준비도 빼놓지 않았다. 대순청소년 캠프 선생님과 학생들은 노래 선곡부터 안무까지 함께 준비했다. 공연 준비는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서로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때로는 학교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 진지한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쉬는 시간 대진여고 선생님들이 야식으로 준비한 양념통닭 앞에서는 “선생님 사랑해요.”를 연발하는 깜찍한 여고생 모습 그대로였다.
짧게만 느껴진 나눔 실천
다음 날 아침 학생들은 공연 소품을 챙겨 설레는 마음으로 대진요양시설로 갔다. 사회복지사의 간단한 설명을 듣고 먼저 유니트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이미 숙지 된 사항이라 큰 어려움 없이 청소를 끝내고 공연 준비에 들어갔다. 짧은 리허설을 마친 후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인 유니트 내에서 밤새 준비한 노래와 춤을 보여주었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최선을 다한 공연이었다.
어르신들의 반응은 학생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조용했다. 박수를 한 손으로 대신하고,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때로는 간간이 옅은 미소만 내보일 뿐이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알고 있었다. 어르신들의 마음속에는 자신들의 공연이 둘도 없는 손녀들의 재롱잔치라는 것을 말이다. 이윽고 학생들은 준비했던 모든 봉사활동을 마치고 수련원으로 돌아왔다.
“봉사활동 시간이 짧은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봉사활동이 끝난 뒤 설문조사에서 학생들 대다수가 쓴 소감이다. 그 외에도 “이곳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가 그리울 것 같다”, “이번 봉사활동에서 참된 보람을 느꼈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루었다. 대진여고 선생님들 역시 “많은 곳을 다녀봤지만 이곳에서의 봉사활동이 가장 진정성이 느껴진다.”며 “학생들을 대신해 고맙다.”라는 말을 남겼다.
도전님께서는 “교육사업을 추진하여 참된 인간 교육에 힘쓰라.”라고 말씀하셨다. 참된 인간 교육이란 건전한 도덕성을 함양한 전인교육을 뜻한다. 청소년 시기의 봉사활동은 전인교육에 큰 밑거름이 된다. 특히 인성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부각되는 요즘 청소년 자원봉사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청소년들의 자발성을 유발하고 진정성을 담은 대진청소년수련원의 ‘공감 AND 나눔’ 프로그램은 시작 단계이나 오늘날 청소년 자원봉사에 큰 획을 긋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순회보> 1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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