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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영화가 주는 시사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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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소연 작성일2018.11.03 조회7,00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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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9 방변 선무 주소연

 

1. 좀비의 기원과 역사
  좀비(Zombie)는 원래 니제트어와 콩고어인 ‘nzambie’에서 왔으며 영어로 god(신)과 같은 말이다.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좀비의 개념은 아이티의 민속종교인 부두(Voodoo)교01와 서구 제국주의, 그리고 노예제도라는 역사적 상황이 결합하여 만들어졌다. 부두교 좀비에 대한 전설에 의하면 부두교의 주술사가 비약(秘藥)을 사용해 사람을 노예로 만든다고 한다. 그 전설에 대해 좀 더 부연하면, 먼저 약으로 사람을 가사(假死)상태에 빠지게 한 후 장례를 치르고 매장한다. 그런 다음 무덤을 파서 그 사람을 되살리는데 이때 되살아난 사람은 지능이 몹시 떨어진다. 살아있는 인간이지만 사고와 인지능력을 상실한 좀비가 되어 농장의 노예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이러한 아이티의 신비하고 비극적인 부두교 노예에 대한 이야기가 1929년 월리엄 브룩의 소설 『마법의 섬(magic island)』에 소개되었다. 이때부터 좀비는 당시 미국의 사회적인 문제 - 자본주의, 대공황, 흑인문제 - 와 결합하여 현대사회의 자본주의적 착취를 비판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이후  좀비는 로메로 감독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이라는 영화를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게 된다. 결국, 제국주의의 노예와 희생자, 노동자를 상징하는 좀비에서 ‘전염이 되는 질병’에 감염되어 ‘사람의 살을 파먹는 괴물’로 변한 것이다.02
  바이러스에 걸린 괴물 좀비는 2000년대 이후 9.11 테러와 환경오염, 자연재해 등의 문제 상황에서 인간의 불안과 공포를 상징하는 캐릭터가 되었고, 게임과 수많은 영화의 모티브로 발전하였다. 최근의 좀비 영화는 국가적 또는 세계적 재난으로 이어지는 종말론적 상상력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월드워Z>(2013), <레지던트 이블>(2002-2017), <메이즈 러너>(2014-2017) 등의 영화는 인구 대다수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상이 멸망에 이르게 된 인류 최대의 위기 상황을 설정한다. 좀비 바이러스로 발생하는 재난 상황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의 실존적 모습을 그린 영화로는 <나는 전설이다>(2007), <28일 후>(2002), <나잇 잇츠 더 월드>(2018)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몇 년 전 한국에서 많은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2015)은 좀비 바이러스라는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가족애와 사랑, 가족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인상적으로 보여주었다. 한편, 부산행의 전작인 <서울역>(2015)은 노숙자와 가출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설정함으로써 좀비 발생 상황을 통해 사회적 약자가 처한 불합리한 현실을 고발하였다.

  

2. 좀비의 특징
  좀비는 ‘괴물이 된 인간’이다. 그 괴물은 죽었다가 살아난 존재로 언어 능력이나 모든 사고 능력을 잃은 채 오직 인간의 살을 먹는 본능에만 충실하다.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사람으로서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한다. 좀비의 뇌는 오직 ‘인간의 살을 먹겠다’는 욕망만이 프로그램되어 있다. 『세계대전 Z』의 저자 브룩스는 좀비의 뇌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03

 
  한 가지 기능만 하도록 프로그램된 컴퓨터를 생각해보라. 그 기능은 멈출 수도, 수정할 수도, 삭제할 수도 없다. 새 데이터를 저장할 수도 없다. 이 컴퓨터는 전원이 끊어질 때까지 한 가지 기능만 몇 번이고 되풀이한다. 이것이 좀비의 뇌이다. 이 기계를 세우는 방법은 오직 파괴하는 것뿐이다.

 

  이때 좀비의 육체는 오직 그 뇌를 지탱하는 기계에 불과하다. 원래 인간의 두뇌와 몸은 상호 보완적이지만, 좀비의 몸은 오직 두뇌에 프로그램된 명령만 따른다. 그래서 몸의 일부가 없어지거나 파손되어도 머리만 온전하면 계속해서 살아있는 사람을 향해 돌진한다. 기형적인 뇌와 인육을 뜯어 먹는 입만 살아있을 뿐 몸은 죽어서 서서히 부패한다. 이 걸어 다니는 시체 좀비는 감정이나 생각이 전혀 없고 오직 사람을 공격하기 위한 폭력성만 남아있다.
  이처럼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사람이 아닌 존재, 신체가 훼손된 괴물 좀비는 현대 국가체제에 노예가 된 국민, 자본주의적 욕망에만 충실해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 이성과 감성(머리와 몸)이 분리된 채 신체는 죽고 뇌는 기형이 된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 인육을 탐욕스럽게 먹는 행위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을 이기려는 경쟁 속에서 끝없이 소비만 하려는 인간의 탐욕을 나타낸다.
  또한, 좀비가 공포스러운 것은 전염율과 치사율 100%라는 치명적인 질병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때문이다. 한번 좀비에게 물린 사람은 곧바로 좀비로 변해 사람을 공격하게 된다. 이렇게 좀비는 뱀파이어나 늑대인간처럼 독자적인 캐릭터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로써 강력한 파급력을 준다. 그리고 그것은 전 세계를 멸망 지경에 빠뜨릴 만큼 강력하다. 좀비 바이러스를 소재로 한 영화는 2000년대 이후 더욱 다양한 관점에서 여러 편이 제작되었다. 특히 <월드워Z>(2013)와 <메이즈 러너>(2014-2017)에서는 전염병으로서의 좀비와 이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고민과 노력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좀비라는 전염병은 고독과 절망이라는 정신적 고통을 초래한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의 부모, 자식, 친구였던 사람들이 한순간 괴물이 되어 나를 먹기 위해 달려든다는 것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그 이상의 절망감과 공포를 안겨준다. 또한, 모두가 좀비로 변해버린 마을에서 나 혼자만 사람으로 남아있다는 것은 공포뿐만 아니라 극심한 외로움에 직면하는 일이다. 좀비 바이러스로 모두를 잃고 홀로 남은 생존자 이야기를 다룬 <나잇 잇츠 더 월드>(2018), <28일 후>(2002) 등의 영화에서는 감염되지 않았는데도 상황을 비관해 자살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3. 좀비에 대한 해결책
  이 좀비 바이러스는 과연 치유 가능할까? 영화 <월드워 Z>의 경우, 좀비가 병에 걸린 사람은 공격하지 않는 점을 착안한 주인공이 다른 치명적 질병 바이러스를 자기 몸에 주입하는 목숨을 건 실험 끝에 치료제를 찾아낸다. 한편 <레지던트 이블>과 <메이즈러너>는 좀 잔인한 해결책을 찾는다. <레지던트 이블>에서는 한 무기개발사가 좀비를 퇴치할 강력한 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평범한 인간이었던 앨리스의  기억을 지우고 복제 인간으로 만들어 여러 번의 잔인한 테스트를 거치게 한다. <메이즈 러너>에서는 어린아이들을 특정한 환경 속에 가둬놓고 각종 시험을 거치게 한 후 이를 통과한 우수한 인성의 아이들의 체액을 뽑아 치료제를 만들려고 한다.
  좀 더 희망적인 대안이 영화 <웜 바디스>(2013)에서 등장한다. 좀비 중에는 몸이 다 부패한 좀비도 있지만, 사람의 모습이 남아있는 좀비도 있다. 후자에 해당하는 한 남자 좀비가 살아있는 여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죽었던 심장이 다시 뛰고 따뜻한 피가 다시 흐르기 시작하게 된다. 그의 동료 좀비들도 그를 도와주는 과정에서 사랑의 감정을 경험하면서 심장이 다시 뛰게 되고 치유되기 시작한다.
  이 영화들이 보여주는 좀비 치료의 가능성은 사람의 인성을 계발하고 회복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월드워Z>는 한 사람의 희생적인 행동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레지던트 이블>과 <메이즈 러너>에서는 역설적이게도 치료제개발 주체가 굉장히 비인간적이지만 그들도 결국 얻고자 하는 것은 완벽한 인성을 가진 인간이다. 여기서 주인공은 용기와 전투 능력 외에도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랑, 의리를 겸비한 사람들이다. 이 두 영화의 주인공들은 그 시험을 통과하면서도 비인간적인 치료제개발 주체에 대항하게 된다.
  이외에 또 다른 대안은 좀비 바이러스 생존자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영화 <나는 전설이다>, <나잇 잇츠 더 월드>는 좀비 바이러스로 도시가 황폐해진 후 홀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모든 기능이 마비된 도시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디며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아가는 남자 주인공은 갑자기 나타난 어떤 여성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공통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자기만의 안전지대라고 생각하는 곳은 실제로 안전하지 않다, 여기서 벗어나 직접 사람들을 찾아 나서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것은 공동체적 화합의 중요성이다. 자본주의 도시사회의 현대인은 개인주의에 빠져 모두가 자기만의 성을 쌓고 살며 그것에 안주하며 살아간다. 위 영화의 두 여성 방문객은 주인공으로 하여금 자기만의 성이 결국 자신을 가두는 감옥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사람들과 함께 하는 길을 안내해준다.

  

4. 좀비와 대순진리회의 의통
  괴물이 된 인간, 좀비는 겉모습은 사람이지만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을 말한다. 또한, 좀비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초상이자 인류가 극복해야 할 문제점을 상징한다. 하지만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인간의 역사는 문제 상황을 직면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하였다. 좀비 영화의 종말론적 상황은 기존의 모든 것이 붕괴하는 불안과 혼란을 야기하지만 인간이 자신을 반성하고, 의식을 일깨우고, 더 나은 새로운 사회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좀비 영화가 대중적인 인기를 끄는 것도 우리 모두 현재의 문제를 타파하고 싶은 욕구가 있어서가 아닐까?
  좀비의 치료제는 결국 인간성이고, 그 인간성은 다양한 사람들과의 관계가 이루어지는 공동체를 통해 되찾을 수 있다. 상제님께서 천지인 삼계를 대순하신 후 이 세상을 진단하시길 충·효·열을 잃어 대병(大病)에 걸렸다고 하셨다. 충·효·열은 인간 사회에서 지켜야 할 가장 보편적이고 기초적인 윤리이다. 대병에 걸린 세상은 사람들이 인간성을 상실해 좀비가 되어버린 세상에 비유할 수 있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를 통해 인간 세상에 펼치신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의 대순진리는 인간성 상실이란 병에 걸려 진멸지경에 빠진 세상을 구원할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의통(醫統)이다. 의통은 끊어진 관계를 바로잡고 고쳐서(醫) 모든 것에 있어 아무 막힘이 없고 두루 통하게 하여 이끌어간다(統)는 것이다. 의통을 통해 나 자신의 마음과 몸부터 시작해 가족, 선·후각, 동료와의 모든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 자연, 천지신명과 통하게 하는 것은 해원과 보은을 실천하는 것이고, 결국 도(道)에 통하여 도통군자가 되는 길일 것이다.
  상제께서 “너희들은 손에 살릴 생자를 쥐고 다니니 득의지추(得意之秋)가 아니냐…”(예시 87절)고 하셨고, “하루 짚신 세 켤레를 닳기면서 죽음을 밟아 병자를 구하러 다니리니…”(예시 43절)라고 하셨다. 이처럼 대순진리회 수도인은 의통으로 자신을 치유하고, 더 나아가  세계 창생을 구제하는 사람들이다.

 <대순회보> 212호

【참고문헌】

『전경』
이희수(2014). 「현대사회의 초상으로서의 좀비」.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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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부두교는 서아프리카 민속종교로 모든 곳에 정령이 있고 이들이 인간세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인간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02 이희수.  「현대사회의 초상으로서의 좀비」. (성균관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4), pp.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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