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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葛藤)의 4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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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현 작성일2018.12.12 조회3,9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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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실 교감 김재현

 

갈등(葛藤)의 최초 출전은 진(晋)나라 때 저명한 고승 축불념(竺佛念)이 398∼399년에 한문 번역한 『출요경(出曜經)』01이다. 『출요경』 3권에 다음과 같은 명언이 보인다. “애욕이 얽어매면 떨어져 나갈 수가 없게 된다. 중생 중에 애착의 그물에 떨어진 자는 반드시 정도(正道)가 무너져 궁극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다. …마치 갈등(葛藤: 칡덩굴)이 나무를 감아 종말에 이르러 두루 미치면 나무는 고사하게 되고 마니 애욕 또한 이와 같으니라.” 이처럼 갈등의 최초 의미는 상대에 대한 지나친 애욕이 집착으로 되어 종국엔 상대를 압박, 파멸로 이끄는 것처럼 ‘애욕(愛慾)’에 대한 비유로써의 ‘칡덩굴’이었다. 그러다가 나무를 칭칭 감아 서로 뒤엉켜 분간이 어렵거나 마치 싸우고 있는 듯한 모습에서 갈등은 후에 일이 복잡하게 뒤얽힘을 비유, 분쟁·충돌, 선택의 기로에서 망설이는 심리적 상태를 나타내게 되었다. 칡덩굴이 휘감고 있는 나무는 비록 그것이 거목일지라도 칡덩굴을 정리해주지 않으면 어김없이 고사하고 마는 것이 자연법칙이다.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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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이라 하면 우선 사람들 간의 불화(不和)나 심리적 불안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과거에는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해로운 역기능으로만 작용하는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던 것이 근래에 와서는 갈등도 때에 따라서는 조직의 발전에 유익한 순기능도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갈등의 순기능으로 정책수립에서 각자 제시한 대안을 놓고 토론 과정에서 생겨나는 건설적인 갈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오히려 조직의 발전에 필요한 변동을 촉진해주는 원동력이 될 수 있고 조직 구성원들이 선의(善意)의 경쟁을 하도록 함으로써 정체된 사고방식에서 탈피하게 하고 조직의 활성화를 촉진케 한다. 또한, 갈등은 조직 내에 문제점이 있다는 신호의 역할을 한다. 조직 내에 갈등이 생긴다는 것은 곧 조직 내에 문제점이 있음을 암시해 주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겨났을 때 관리자는 그 갈등과 관련된 문제를 진단하여 조직의 혁신을 기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갈등이 해소되지 않고 누적될 경우 다음과 같은 역기능이 발생한다. 갈등은 조직이나 집단에 불안을 조성시키고, 조직의 구성원들 서로 간에, 또는 조직과 조직 간에 적대의식이나 분쟁을 격화시킨다. 그리고 조직 및 집단의 불균형을 초래케 하고 위계질서를 어지럽힌다. 이러한 갈등에는 여러 단계가 있다. ‘내가 옳고 네가 틀렸다’는 낮은 단계가 있고, 다음으로 ‘세상을 양편으로 가르는’ 양극화 단계로 이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한 가지 문제나 정책을 놓고 양 진영으로 대립하여 조직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3단계는 상대방이 틀렸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하는 조작 단계를 말한다. 갈등의 최종적 단계는 ‘내가 죽더라도 상대를 망가뜨리는’ 파괴적 단계로 치닫는 것이다. 낮은 단계의 갈등은 상대의 입장을 파악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대화를 통해 해결될 수 있지만, 단계가 높아질수록 약한 쪽을 보호하면서 중립적인 입장에서 중재를 강제하는 제삼자를 필요로 한다.03
  사람이 사는 곳에 갈등은 당연한 일이다. 다만 이 갈등에 대처하는 자세가 수도하는 사람은 달라야 한다. 수도인은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문제를 해원상생에 입각해서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상제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는 것이 해원상생이라고 하셨다. 도전님께서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시는 과정에 겪으셨던 일을 말씀하실 때, 태극도 사람들이 유공자이며 척을 지으면 도통을 못 받는다고 하셨다.04 그렇다면 수도 과정에 발생하는 갈등으로 억울하고 힘든 일을 당할 때 그 상황을 어떤 시각으로 보고,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이에 대해서 도전님께서 돼지를 잃어버린 사람의 예를 드시면서, 돼지 주인이 키운 공을 생각하여 아까워하는데, 내가 전생에 남의 돼지를 훔친 그 죄는 없어졌다고 하셨다. 이러한 일은 전생에 맺은 것을 푸는 것으로 오히려 상대방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하시며, 모든 것이 해원상생에 의해서 참아나가라고 하셨다.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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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등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는 자기 주변의 상황만을 탓하는 데서 생기는 갈등이다. 선각을 탓하면서 선각이 변하기를 바라고, 동료나 후각이 나와 생각이 다름을 탓하고, 내 마음에 들게 변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수도란 외부 상황은 그대로 둔 채 내 마음이 그것에 구애받지 않아 안심의 경지에 이르도록 나를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상제께서 “너희들이 이후로는 추워도 춥다 하지 말고 더워도 덥다 하지 말고 비나 눈이 내려도 불평하지 말라. 천지에서 쓸 데가 있어서 하는 일이니 항상 말썽을 부리면 역천이 되나니라.”고 말씀하셨다.06 어찌 이것이 날씨에만 해당하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중심으로 환경을 변화시켜 만족을 얻으려 하다가 주변의 상황이 뜻대로 변하지 않으면 불평과 원망을 한다. 수도란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그러므로 크게 문제가 될 일이 아니면 모든 일을 해원상생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전경』을 보면, “박 공우가 상제의 명을 받들어 각처를 순회하다가 어느 곳에서 상제를 믿지 않고 비방하는 것을 듣고 돌아와서 상제께 아뢰려니 상제께서 미리 아시고 ‘어디서 무슨 부족한 일을 보고 당하여도 큰일에 낭패될 일만 아니면 항상 남을 좋게 말하기를 힘쓰라’고 타이르셨도다.”07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상제님께서는 누군가 나를 능욕하고 곤욕을 치르게 하더라도 그 사람을 나무라지 말고, 그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자신의 허물을 살펴 뉘우치라고 하셨다. “김 형렬이 출타하였다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예수교 신자 김 중구(金重九)가 술이 만취되어 김 형렬을 붙들고 혹독하게 능욕하는지라. 형렬이 심한 곤욕을 겪고 돌아와서 상제께 사실을 아뢰니 상제께서 형렬에게 ‘청수를 떠 놓고 네 허물을 살펴 뉘우치라’ 하시니 형렬이 명하신 대로 시행하였도다. 그 후 김 중구는 한때 병으로 인해서 사경을 헤매었다고 하느니라. 이 소식을 형렬로부터 들으시고 상제께서 다시 그에게 충고하시기를 ‘금후에 그런 일이 있거든 상대방을 원망하기에 앞서 먼저 네 몸을 살피는 것을 잊지 말지어다. 만일 허물이 네게 있을 때에는 그 허물이 다 풀릴 것이요 허물이 네게 없을 때에는 그 독기가 본처로 돌아가리라’ 하셨도다.”08
  나를 능욕하고 곤욕을 치르게 하는 사람은 나의 척을 풀어주는 사람으로 결과적으로 나에게 은인이 되고, 겪을 것을 겪은 후에 복을 구할 수 있다. 이러한 일을 비추어 보면, 복은 꼭 행운의 형태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척신이 피켓을 들고 오지 않듯이 복은 화를 잘 이겨낸 이후에 찾아오는 듯하다. 그리고 수도 과정에서 찾아오는 어려움과 화(禍)가 나의 정혼(精魂)을 굳게 뭉치게 하는 과정임을 안다면, 주변의 모든 일이 복 아닌 것이 없고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잃지 않을 것이다.
  갈등은 우리 주변에 늘 존재한다. 갈등이 발생하면 낮은 단계에서 상대를 배려하여 조기에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자신의 뜻을 고수하여 갈등이 커져 싸움으로 번져서 상대방과 서로 원수로 지내면서 운수에 지장 받는 것이 좋을 것인가? 아니면 한 발씩 양보해서 웃으며 지내는 것이 좋을 것인가?

 

 <대순회보> 1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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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출요(出曜)는 산스크리트어avadāna의 번역으로 비유(譬喩)를 뜻함.
02 박대종, 「박대종의 어원 이야기」‘葛藤(갈등)’, 《주간한국》 2015. 1. 17.
03 신좌섭, 「기시감, 그러나 보이지 않는 몇 가지」,《경향신문》, 2015. 12. 1.
04 도전님 훈시(1994. 9. 2)
05 도전님 훈시(1994. 9. 2)
06 권지 2장 36절.
07 권지 2장 24절.
08 교법 2장 28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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