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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위한 진심에서 이뤄지는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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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현정 작성일2019.12.26 조회5,6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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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1-6 방면 교령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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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지상파 방송에서 맛집을 소개하고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인기였다. 나 또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모습에 대리 만족을 느끼며 즐겨봤다. 그런데 갈수록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출연하고 하나같이 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아 신뢰가 떨어지고 보기 불편해졌다. 더구나 방송에서 맛집이라고 소개한 곳에 큰마음 먹고 찾아갔다가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린 데다 생각보다 맛도 없어서 실망한 적이 있다. 그 후로 그런 방송을 보지 않았는데, 최근 손님과 주인을 모두 잘되게 하는 모습으로 신뢰를 주는 음식 프로그램이 다시 나의 시선을 끌었다.

 

  우연히 본 방송에서는 요식업계에서 유명한 대표가 진행자로 나와 식당 주인을 나무라고 있었다. 방송에서 이런 장면을 내보내는 것이 너무 생소해서 무슨 일인가 싶어 눈여겨보았다. 알고 보니 혼나는 사람은 식당 주인의 아들이었다. 그는 어머니 가게에 도움을 주겠다고 나왔지만, 열정도 정성도 없었다. 조리에 필요한 물품이 어디에 있는지, 손님이 오면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도 몰라 뒷짐 지고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관찰 카메라로 쭉 지켜보던 진행자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그와 대화를 했고 앞으로 방송을 통해 문제를 개선 받을지 결정하라고 했다. 게다가 방송에는 좋은 모습만 나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그는 호기롭게도 한번 해보겠다고 대답했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하는데 과연 그가 해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다음 방송 예고편에서도 그가 혼나는 듯한 장면이 나왔다. 과연 저 식당에 대한 방송이 계속될 수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일주일을 기다려 시청한 방송은 전과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주인 아들은 여전히 주방일에 서툴렀다. 진행자는 그에게 재료를 다듬고 칼을 사용하는 기본부터 가르쳤다. 더구나 진행자는 사비까지 들여 음식의 주재료인 생닭을 사와 주인 아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까지 하지?’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방송의 재미를 위한 건지, 자신의 인간성을 알리고 싶은 건지 숨은 의도가 궁금했다. 

 

  진행자의 노력이 있었던 덕분인지 식당 주인 아들은 주방 일을 성실하게 배웠고 차츰 식당을 찾는 손님도 늘었다. 그는 출근해서 조리 준비하는 과정을 사진을 찍어 진행자에게 보냈다. 진행자는 매일 새벽마다 메시지에 꼬박꼬박 답을 해줬다. 나는 수반들이 메시지를 보내오면 상황에 따라 답하지 않기도 한다. 답을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진행자는 매일같이 그에 답을 해줬다. 점점 그 진행자의 행동이 진심인지 방송용인지 헷갈렸다. 나는 결국 궁금함을 못 이기고 지나간 방송을 찾아보기까지에 이르렀다.

 

  방송 진행자는 과거 여러 가게를 다니며 가게 운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적절한 조리법을 가르쳐줬다. 맛있는 음식을 소비자가 돈을 낼 의사가 있는 적당한 가격에 팔라고 권했다. 메뉴를 줄이고 조리 시간을 단축해서 손님에게 더 빨리 음식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했다. 손님도 주인도 같이 이익을 볼 수 있는 운영 방식을 제안했다. 한 예로 가게를 처분해야 할 처지에 놓인 분식점이 있었다. 주인은 식당 운영이 처음인 데다 손까지 느려 손님 응대에 어려움이 많았다. 진행자는 주인이 손은 느려도 김밥은 잘 싼다는 장점을 찾아냈고 주인과 대화하면서 꼭 팔고 싶은 메뉴를 선택하게 했다. 주인의 선택은 국수였다. 진행자는 멸치를 대가리와 내장, 몸통으로 구분해서 각각 따로 통에 넣어 육수를 우려내고 건진 멸치를 조리했다. 몸통은 양념해서 김밥 재료로 활용했다. 대가리는 달걀 삶는 물에 넣어 색다른 맛의 달걀 메뉴를 추가했다. 손님에겐 기다리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까먹을 수 있는 삶은 달걀 메뉴를, 주인에겐 조리에 집중할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준 것이다. 그리고 재료비를 아껴서 더 싼 가격에 음식을 내놓으니 손님도 주인도 이익을 보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얼마 전 특집 방송에서 진행자는 그동안 방송에 나갔던 식당들을 다시 찾아가서 살펴주고 계절성 메뉴를 보완해주었다. 그는 처음 방송에 나갔던 식당에 개인적으로 회사직원을 보내서 조리 상태를 점검하며 계속 관리해주고 있었는데 그 식당 주인은 오히려 관리해주는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SNS에 그 식당 음식에 대해 혹평이 올라왔고 식당 운영도 어려워진 상태였다. 그는 직접 식당 주인을 만나 자기가 제안한 개선점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자신의 사진을 걸고 장사하는 것은 서운하다며 주인에게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식당 주인은 곧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받아들였다. 

  그뿐 아니라 진행자는 불성실했던 식당 주인 아들과도 꾸준히 연락하고 있었다. 진행자는 어느덧 성실한 식당 주인의 모습으로 바뀐 그에게 그 식당과 어울리는 여름 메뉴를 제안했고 그는 고맙게 받아들였다. 진행자는 서로 도와 잘 되는 것이 프로그램 취지라며 방송에 나왔던 다른 가게의 막걸리를 팔아보라고 추천했다. 

 

  비로소 진행자의 진심이 방송용이 아님이 느껴졌다. ‘아, 그래서 저 사람이 요식업계에서 성공했구나’ 싶었다. 진행자는 여러 번 사업이 망했었고 그렇게 실패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며 얘기했다. 쉬는 날이면 식당 관련 자재 파는 곳을 찾아가 공부하듯 사용법을 배웠고 수익이 생기면 일정 부분은 반드시 가게에 재투자하였다. 새로운 음식을 먹으면 그 조리법에 대해서 반드시 알아보고 응용해서 상품화하려고 했다. 최근에는 개인 인터넷 방송도 하는데 식당 운영이 처음인 사람을 위해 대량의 음식 조리법, 풍년으로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 농민을 위한 양파 구매 촉진 조리법 등을 방송했다. 진행자는 이미 생활 속에서 상생을 실천하고 있었다.

 

  나를 돌아보며 상제님의 상생 진리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입도한 수반들을 얼마나 살피고 도와줬던가? 입도식을 해주고 교화에 자신이 없어서 늘 선각들께 교화를 맡겼다. 아직 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수반들을 무시하고 작은 행동 하나에도 수도인은 이래야 한다며 지적했다. 살뜰하게 살펴주지 못했다. 어쩌면 수반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스스로 교리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다는 생각에 수반을 교화하여 챙기기가 부담스러웠다. 갈수록 포덕과 교화에 자신이 없어졌다. 점점 수반들에게 전해줄 수도 경험이 부족했다. 난 수반을 아끼고 잘 되게 해주려는 진심이 부족하였다. 

 

  상제님 덕화로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내가 선각의 살핌 속에 도인이 되었음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처음엔 그런 관심이 귀찮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선각의 꾸준한 살핌이 나를 키우고 내 삶을 바꿨다. 그런데 나는 선각의 진심을 깨닫지 못했고, 선각의 은혜를 수반에게 전하지 못했다. 방송 진행자는 자신의 실패 경험을 솔직하게 얘기했고 식당 운영이 처음인 주인들의 상황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도와주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자신이 제시한 문제 해결 방법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은 식당 주인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내 모습과는 극명한 차이였다. 나는 나를 극복하지 못했기에 부끄러워하며 나를 감추기 바빴다. 수도와 멀어진 수반들에게 더 관심을 쏟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탓하며 나를 위로했다.

 

  요식업 분야에 성공한 진행자의 진심을 보며 그동안 해원과 보은의 상생을 아는 데만 머물렀고 진실로 이해하고 실천하지 못했음을 느꼈다. 남을 잘 되게 하려는 진심에서 상생은 절로 이루어진다. 상생은 도에만 있는 게 아니라 세상 어디에도 있다. 손님도 주인도 잘되는, 선각도 후각도 잘되는 게 상생이다. 이제 부끄러웠던 나의 수도를 인정하고 진심을 드러내는 것부터 해야겠다. 내 수도가 실패가 아닌 성공을 향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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