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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림과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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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은영 작성일2020.07.16 조회3,28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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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18 방면 선사 김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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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텔레비전을 보는데 어떤 연예인이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유심히 듣더니, 그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고 저건 다른 게 아니라 틀린 거라고 지적하며 그 둘의 차이를 설명해 주면서 혼동해서 쓰지 말자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걸 보면서 과거 저의 모습이 생각이 났었습니다. 아마 그 연예인도 인생의 어떤 시점에 ‘틀림’과 ‘다름’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을 것 같고 그 사이에서 가치관의 한 부분이 형성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세상 경험이 많지 않은 나이에 입도해 세상을 보는 기준이나 가치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전부였고 그것이 옳다고 믿으며 나름대로 성실히 살아가던 때였습니다. 교화를 들으면 도를 닦기는 해야 했고 도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기는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한때는 그냥 순수하게 100% 받아들이기도 해보았고 한때는 모든 것을 의심하며 두드리고 또 두드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갈 때도 있었습니다. 막연한 이상 속에서의 수도를 현실적으로 만들어 가는 과정에 저 자신을 많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제 마음속의 틀과 정말 치열하게 싸워야만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명백한 정답이라고 했던 것들도 다른 사람이 보기엔 정답이 아니게 보일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그것이 어느 한쪽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것이 정답은 아니기에 이해심이 부족하면 오해를 많이 하게 되고, 도리어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상대방을 무시해서 척을 짓게 되는 경우도 많이 생겼습니다. 어린 저로서는 그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나면 ‘저 사람의 행동이 이상한 걸까? 내 생각이 이상한 걸까?’ 저에게 계속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옳고 그름을 객관적으로 판단해야 다음으로 나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를 알아내고 그 근본이 바뀔 수 있는 것인지 바뀔 수 없는 것인지 분별한 다음, 어떻게 대처할지 많은 고민을 하며 수도생활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 속에서 ‘틀림’과 ‘다름’은 저에게 아주 중요한 기준이 되었습니다. 생활 중 내가 틀리게 한 것은 없는지 누군가의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고 내 틀에서 판단하며 척을 짓지는 않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하루를 정리하는 습관으로 되었습니다.

비교되는 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하다는 개념의 ‘다름’, 셈이나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나다 라는 개념의 ‘틀림’. 아마 그래서 그 연예인처럼 다른 사람이 나의 다름을 인정해 주지 않을 때, 틀림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나와 같지 않은 상대방에게 내 감정과 입장으로 상대방 탓을 하던 것들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갈등하는 시간도 점차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상황에서 내 생각과 마음이 작았고 정말 많은 것들을 모르고 살고 있었다는 걸 인정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한 명도 없고 그 사람 입장이 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신을 합리화하려는 편협한 마음이 드러나 스스로 더욱 괴롭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꼼짝 못 하게 되었을 때 많은 내 생각을 내려놓고 인정하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계속 나아가야 했습니다. 그러면서 상대방들을 이해하게 되고 표현하지 않던 내 생각과 마음도 상대방을 이해시키기 위해 표현해야만 했습니다. 서로의 ‘틀림’을 ‘다름’으로 인정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면서 한때는 주눅이 들어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조차 ‘이렇게 해도 되나? 내가 틀린 것은 아닌가? 내가 이야기하는 이 내용을 나는 제대로 알고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 하며 자신감 있게 말하지 못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사람들 속에서 인산(人山)수도 하는 입장에서 사람을 만나기가 두렵고 사람 대하기가 힘든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많은 시간이 흘러 다시 정리를 해보자면, 사실 주변에 같이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 나와 같다면 장점도 같고 단점도 같아서 여러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성격이 다혈질인 사람도 차분한 사람도, 부정적인 사람도 긍정적인 사람도, 말이 많은 사람도 말이 없는 사람도 모두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유전적인 다양성이 필수적이라고 하던데 수도에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면 구성원들이 각기 다른 생각과 방법이(물론 마음은 한마음이어야 하겠지만) 수도의 필수요소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말입니다. 사실 수도생활에서 ‘틀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해야 하고 안 되고는 처음 입도해서 교화를 듣고 조금만 수도해 보면 다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다름’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틀리지는 않았지만 내 기준으로 썩 유쾌하지 않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 준다는 것은 마음이 많이 닦여야 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 조금이라도 더 성장하는 일꾼이 되기 위해 “태산은 흙과 돌을 마다하지 않기에 높아질 수 있고 바다는 어떤 물도 마다하지 않기에 깊어질 수 있다.(泰山不讓土壤能成其高 河海不擇細流能就其深)”라는 『사기』의 한 구절을 떠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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