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대순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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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현주 작성일2020.12.22 조회4,329회 댓글0건본문
금릉1-11 방면 정리 이현주
대학 졸업하고 수도를 시작했습니다. 어린 나이에 경험이 별로 없으니 수도가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놀고 싶은 마음과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에 마음이 뺏겨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과연 내가 이대로 포덕사업을 계속해도 좋을까 하는 고민이 깊어질 때쯤 방면 임원께서 종사원 자리를 추천하셨습니다. 도의 일만 할 수 있다면 어디라도 좋았습니다.
포덕소에서는 입도치성이 없으면 우울하고 실망감이 들었지만, 회관에서는 힘들면서도 뭔가 해냈다는 뿌듯함이 있었습니다. 회관은 포덕소와 규모도 할 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회관 생활은 규칙적인 것 같으면서도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저를 긴장하게 했습니다. 늘 조심하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결혼하고 종사원을 그만두었고 아이를 낳고 직장 생활을 했습니다. 다행히 회관 근처에 집을 얻어서 성날이면 선각분도 뵙고 교화도 들었습니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어도 선각분과 대화하면 마음을 다잡고 수도하는 정신을 북돋우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종사원으로 있을 때도 임원분께서 회관에 들러서 교화해주셨기에 늘 수도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회관에 모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교화를 못 들으니 스스로 수도하는 정신을 세우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전에는 혼자서 해결하기 힘든 일이 생기면 선각분이랑 대화만 해도 풀렸는데 이제는 그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전화로 얘기해도 개운하지 않았고 갈수록 도와 멀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태가 이어지면서 이제는 제가 감당할 한도를 넘어섰나 봅니다. 최근에 직장 상사와 문제가 자꾸 생기면서 사표를 써야겠다는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몇 년 전에는 같은 팀에서 일했던 동료인데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내가 알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졌습니다. 같은 팀에 있을 때는 업무 추진력도 좋고 배려심도 많은 훌륭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완전히 융통성 없고 대화가 전혀 안 되고 오직 권위로 직원을 대하는 꼰대 중에 꼰대입니다. 사람들을 질리게 하는 데에 도가 튼 사람 같아 보였습니다. 자기가 지시한 사항도 제대로 기억을 못 하고 일 처리를 왜 이렇게 했냐고 타박할 때는 억울한 감정에 뭐라도 집어던지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계속 그런 상태이다 보니 정말 일할 맛이 안 났습니다. 우리 팀만 그렇게 당한 줄 알았는데 주변 다른 팀들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팀원 중 한 사람은 인권위에 제소라도 할까 싶다며 어떻게 하면 되는지 검색해본 사람이 있을 정도였습니다
아마도 코로나 사태 전이라면 선각분을 뵙고 말씀만 드려도 상사에 대한 감정이 누그러졌을 겁니다. 교화까지 듣는다면 이게 다 내가 겪을 업보려니 생각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을 겁니다. 사실 머리로는 뭔가 풀어야 하는 인연이 있으니까 이런 상황이 벌어지겠지 하고 생각은 하는데 마음으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습니다. 자꾸 억울하고 답답한 생각이 들어서 하루하루가 지옥 같았습니다. 문득문득 드는 나쁜 생각이 나에게서 시작하여 상대를 향해 칼날을 갈기에 이르렀습니다.
차라리 아무 생각 없이 멍하게 있는 게 낫겠다 싶어서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종단 홈페이지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대순회보》를 열어보았습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수기에 손이 먼저 갔습니다. 온몸에 줄이 감겨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무용수 같은 그림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갑갑함이 느껴지면서 마치 내가 저 상황이 아닐까 공감되었습니다. ‘내가 먼저 풀면 상대는 스스로 풀리게 되고’라는 제목조차 제게 ‘네가 겪는 상황’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수기를 쓴 사람도 사건은 다르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도와주고도 원망의 소릴 들었으니 제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 다시는 그 사람을 안 만나려 했을 겁니다. 사실 지금도 상사를 안 만날 수만 있다면 뭐라도 하겠다는 마음이라 수기를 쓴 사람은 어떻게 했을까 궁금해하면서 계속 읽어나갔습니다.
기도를 모실 때 심고를 드렸다는 내용에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렇게 마음이 힘들었을 때도 기도를 모실 생각을, 상사에 대한 제 감정에 대해 심고 드릴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수기에서 잘 되게 해달라는 심고가 진심이 아니었기에 별 반응이 없다가 상제님께서 해원신으로 오셨으니 상대를 원망하는 감정이 풀리게 해달라고 진실한 심고를 드렸더니 마음이 풀렸다는 내용이 딱 제가 해야 할 심고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천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대순회보》가 정말 고마웠습니다. 회관에 못 가니 선각을 만나 교화도 못 듣는 이런 시기에 제가 도인임을 일깨워준 것에 감사할 따름이었습니다. 바쁘고 피곤하다고, 아이들을 돌봐야 하니까, 이 핑계 저 핑계로 기도 모시기에 게을렀는데 반성과 동시에 실천 의지를 세웠습니다. 상사를 향한 나쁜 감정이 깨끗하게 사라진 건 아니지만 사라지게 할 비책을 얻은 것 같습니다. 사실 그 비책은 진작부터 제가 가지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다음 날 출근해서 우리 팀은 전날과 다름없이 상사랑 또 부딪쳤습니다. 그런데 상사는 어제와 다름없는 상사겠지만 저는 어제와 다른 저였습니다. 직장인이 부업이고 도인이 본분임을 인식했습니다. 본분을 깨닫자 상사 욕을 하는 팀원들에게 저도 모르게 교화를 했습니다. 자신이 뱉은 말은 결국은 자기에게 돌아오니 말이라도 좋게 하자며 차장이 요즘 일이 많아 예민한가 보니 우리가 좀 더 신경 써서 잘하면 이런 일이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사에 대한 감정이 덜 올라오는 것을 느낍니다. 좀 더 노력하면 씻은 듯 사라지겠지요. 이제는 온택트 시대라고 합니다. 직접 만나지 못하니 온라인으로 만나는 시대랍니다. 회관에는 못 가지만, 선각분은 자주 못 뵙지만 언제라도 《대순회보》를 볼 수 있으니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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