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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들은 어떤 옷을 입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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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정철 작성일2018.01.22 조회4,42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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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릉3-2 방면 교감 문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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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본부도장 내 여러 벽화나 그림들은 각기 그 의미가 다르며 우리 수도인들은 거기서 많은 교훈을 얻곤 한다. 숭도문의 기둥 안쪽에는 오선위기(五仙圍碁)와 무병장수(無病長壽), 선녀직금(仙女織錦)과 금의창생(錦衣蒼生)의 벽화가 그려져 있다. 선녀직금은 선녀가 비단을 짜고 있는 그림이며, 금의창생은 후천의 창생들에게 비단옷을 입힌다는 뜻으로 무병장수와 더불어 건강하고 풍요로운 후천의 생활상을 상징하고 있다. 이 두 벽화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비단(錦)이 그것이다.

 

비단을 만드는 실인 견사(絹絲)는 중국의 독특한 발명품이다. 상당히 오랫동안 중국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견사를 생산, 사용하는 국가였다. 중국 신화와 전설 속에 출현하는 중화민족의 선조 황제헌원의 왕비인 ‘누조 ’가 양잠술의 공인된 시조(始祖)이다.

 

전설에 누조가 뽕나무 밑에서 물을 마시던 중, 누에고치가 그릇에 떨어져 나뭇가지로 누에고치를 건져내니 의외로 가는 잠사(蠶絲)가 걸려있었으며 점점 길게 뽑아지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에 영감을 받은 누조는 잠사로 옷을 만들려 시도하여 양잠술을 개발하게 되었다. 고대 황제들은 누조를 ‘잠신(蠶神)’이라고 불렀고 오늘날에도 누에의 고향 저장성(浙江省)의 항저우[杭州]에서는 매년 청명의 잠화절(蠶花節)에 이 ‘양잠술 시조’를 참배하고 있다.

 

비단은 중국의 왕과 귀족만이 사용하였으나 점차 중국 문화의 전파와 함께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중국 견직물은 기원전 550년경 처음 인도로 전하여졌고, 기원전 4세기경 알렉산드로스대왕의 동방원정에 이은 한(漢)나라 무제의 서역정벌 때 인도를 거쳐 페르시아 연안과 지중해 연안으로 전해져서 중국과 인도, 중동, 북아프리카, 유럽을 잇는 무역로가 발전하였다. 이 무역로가 바로 비단길 즉 실크로드이다. 한대(漢代)에는 양읍 이 주산지가 되어 이때부터 한금(漢錦)이 실크로드를 따라 서역(西域)에 본격적으로 전해지기 시작하였는데, 비단은 금(金)값에 맞먹는다고 해서 글자도 금(錦)으로 쓰게 되었다고 전한다.

 

 

고대 중국의 견직물은 서역보다 한국에 먼저 전해졌다. 한국에서는 주(周)나라 무왕 때, 기자(箕子)가 누에종자를 가지고 옴으로서 양잠법이 전래된 이래, 삼한 때에는 양잠ㆍ제사ㆍ견직 기술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견직물인 비단을 만들기 위해선 먼저 누에를 길러 실을 뽑아야 한다. 누에는 나비목에 속하는 곤충으로, 예전에는 명주실을 얻기 위해 농가에서 많이들 길러 왔다. 누에치기는 알맞은 환경과 양질의 뽕을 주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병누에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관리도 필요하다. 알에서 깨어난 누에는 보통 4번의 잠을 자고, 20여 일 동안 자라서 5령이 끝날 무렵이 되면 길고 가는 분비물을 토해서 자기 몸 둘레로 고치를 짓기 시작한다. 이 액체분비물은 누에 몸 안에 있는 2개의 큰 분비선인 견사선(絹絲腺)에서 분비되어 머리에 있는 토사구(吐絲口)를 통해 나온다. 일단 분비된 것은 공기 중에 노출되어 굳어지는데, 단백질 물질인 피브로인으로 이루어진 섬유를 형성한다. 이때 함께 분비되는 세리신은 끈적끈적한 물질로서 1쌍의 섬유를 교착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고치를 짓기 시작하여 약 60시간 동안에 무게 2.5g 정도 되는 타원형의 고치를 완성한다.

 

견사(絹絲)는 고치에서 길게 이어진 섬유형태로 얻어지며 그 길이가 약 600~900m에 이른다. 고치로부터 실을 뽑는 과정인 조사(繰絲)는 몇 개의 고치에서 나오는 실을 합쳐 가벼운 꼬임을 주면서 한 올로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견사가 이용하기에 너무 가늘면 여러 견사들을 함께 꼬아 튼튼하고 두꺼운 실로 만들 수 있다.

세리신을 제거하지 않은 견사를 생사(生絲)라 하는데 끈적끈적한 세리신은 실을 뽑는 과정에서 섬유를 보호하기 때문에 일단 실을 뽑고 난 후 비누용액에서 가열, 제거하면 부드럽고 우아한 광택을 가진 실이 탄생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실은 염색하여 화려하고도 실용적인 실로 재탄생 하게 된다. 실의 염색에는 여러 가지 천연재료가 사용되었다. 그 중 쪽염색은 우리 조상들이 다양하게 사용해 온 천연색소이다. 일상의 옷, 관복뿐만 아니라 오랫동안 사용할 책 표지, 병풍, 불화 등에 이용해 온 색소이기도 하다. 쪽 색소는 쪽풀을 베어서 물에 담가 색소를 추출한 다음 패각회(조개를 불에 태운 횟가루)를 넣어 침전시키고, 침전된 쪽 색소를 잿물에 풀어서 발효시킨 것으로 푸른색은 쪽풀에서 나왔지만 쪽풀보다 더 푸르다(靑出於藍而靑於藍)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쪽물의 추출과정에서 강알칼리 성분인 패각회를 넣고, 발효를 시킬 때 강알칼리 성분인 잿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발효된 쪽물은 pH 12-13이 된다. 다수의 미생물은 중성(pH7) 영역에서 활동이 활발하므로 pH 12-13 정도 되는 강한 알칼리 상태의 쪽물로 염색을 하게 되면 살균 소독된다. 염색을 하고 나서 잿물을 씻어 내지만 항균성과 항산화력을 갖고 있는 쪽의 색소는 섬유와 결합하여 그 색이 없어지는 순간까지도 균의 침입과 부식을 막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염색과정을 마친 실은 몇 가지 방법으로 직조되고, 천으로 만들어진 뒤에 자수(刺繡)를 놓기도 한다. 자수문양은 크게 식물문양, 동물문양, 기하문양, 문자문양, 자연문양 등이 있으며 식물문양인 꽃문양을 주로 사용한다. 자수는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장식하는 장식적인 목적을 위하여, 계급과 신분표시를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 자수를 보면 각 나라별 시대의 생활과 문화수준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직물은 가위질과 바느질을 통해서 비로소 옷으로 탄생된다.

 

이렇듯 비단은 누에를 기르는 것에서 시작하여 누에가 고치를 짓고 실로 자아서 염색과정을 거쳐 씨실과 날실로 베틀에 걸려 비단으로 직조되어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가위질과 바느질로 한 벌의 옷으로 탄생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친다. 『전경』에 상제님께서 경석에게 가르치시기를 “모든 일이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 사람 기르기가 누에 기르기와 같으니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다 인공에 있느니라.” 하신 바와 같이 비단옷 한 벌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땀, 정성이 들어갔으니 아마도 선녀들은 화려한 비단 옷에 감추어진 정성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닐까?

 

 

<대순회보 1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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