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르기와 수도(修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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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현 작성일2018.02.02 조회5,148회 댓글0건본문
민원실 김재현 교감
알레르기 질환은 알레르기성 체질인 사람이 그 원인 물질과 접촉할 때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정의 항원에 의해 항체가 생산된 결과 항원에 대한 이상한 병적 반응을 나타내는 현상을 말하며 과민증(hypersensitivity)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며, 알레르기에 의하여 일어날 수 있는 질환을 알레르기성 질환이라고 한다. 알레르기 반응으로 발생하는 기관지천식, 알레르기성 비염, 아토피성 결막염, 음식물 알레르기, 두드러기(蕁麻疹) 등을 가리킨다.
복지부에 따르면 1세 이상 어린이의 2010년 기준 의사진단 유병률은 천식 3.7%, 아토피피부염 6.1%인 것으로 조사됐다. 천식은 전년도 3.3%에 비해 0.4%포인트, 아토피피부염은 5.4%에 비해 0.7%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19세 이상 성인 알레르기 비염은 2005년 8.3%에서 2009년 11.9%로 2.6%포인트 증가했다. 증가 배경으로는 (1) 환경 악화, 즉 질소화합물 등에 의한 대기오염, (2) 주로 기밀성 증가에 따른 진드기 등 알레르기항원의 증가로 대표되는 실내 환경의 악화, (3) 식생활 변화, (4) 의류의 변화, 즉 합성섬유의 발달과 섬유 처리제의 영향으로 피부에 대한 자극 증가, (5) 스트레스의 증가로 면역계 이상 등을 들 수 있다.
알레르기성 질환의 치료법에는 크게 회피(回避) 요법과 대증(對症) 요법, 면역(免疫) 요법, 등이 있다. 회피 요법은 최선의 치료법으로 원인이 되는 물질을 찾아 그 물질을 피하는 방법이다. 대증 요법은 약물로써 증상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등이 사용된다. 면역 요법은 해당하는 항원에 대한 면역 능력을 올려 주어 증상의 호전을 시도하는 요법이지만 3~5년의 세월이 소요되고 그 효과 또한 불확실한 경우가 많아 흔히 시도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전남대병원 이비인후과 임상철 교수는 “알레르기라는 질환은 결코 몇 번의 치료나 특효약으로 완치될 수 없고 더욱이 약 몇 첩으로 사람의 면역체계를 바꿀 수도 없기에 고혈압, 당뇨처럼 환자 자신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병이라고 인식하고 회피요법과 약물요법을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상의 내용을 보면 알레르기성 질환은 증가 추세에 있고 치료법은 한계가 있음을 볼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들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 기전(機轉)01은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으며, 따라서 발생 자체를 완전히 예방하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없다. 적절한 환경 관리를 통해 원인이 되는 물질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약물치료를 통해 증상 및 합병증의 발생을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역요법(免疫療法)은 알레르기 질환의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치료법이지만, 모든 알레르기 질환 환자들에게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회피요법이나 대증요법은 근본적 치료법이 아니며 자신의 체질을 개선하여 면역체계를 바꾸는 것이 최상의 치료법이다.
동일한 원인 물질에 누구는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알레르기성 질환의 근본적 원인은 외부에 있지 않고 알레르기 체질을 가진 자신에게 있다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알레르겐(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정상적인 체질로 개선하는 방법이 최상의 치료법이다.
이러한 알레르기를 통해서 커다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알레르기는 회피요법이나 대증요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직 완벽한 면역요법이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자신의 체질을 개선하여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치료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세상을 살다 보면 괴롭고 힘든 일이 끝없이 발생한다. 이때 자신을 단련(鍛鍊)하여 그러한 일에 꿋꿋하게 맞서 나아가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하셨다. 내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괴로운 일을 제거한 사람은 오직 죽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괴로운 모든 외적인 원인을 다 없애고, 모든 조건을 다 갖추어야 즐겁고 행복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은 한 마디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을 없애면 저것이 문제가 되고 저것을 없애면 다른 것이 문제가 된다. 또 ‘이것만 있으면, 저것만 있으면’ 하여 이 조건 저 조건을 갖추고 나면, 다시 더 커지고 다양해지는 끝없는 조건과 욕구를 어떻게 충족할 수 있겠는가? 그 조건과 욕구를 충족하는 길은 천지가 개벽(開闢)해야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외부적인 환경을 바꿀 수 없으므로 그 원인을 ‘나’ 안에서 찾아서 해결하여야 한다. 유리컵은 망치로 때리면 깨진다. 높은 곳에서 떨어뜨려도 깨지고, 단단한 벽에 던져도 깨지고, 유리컵이 깨지는 조건은 무수히 많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물건이 망치로 때리거나 떨어뜨린다고 깨지는 것은 아니다. 유리컵은 그 자체에 깨지는 성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컵을 깨지지 않게 하려고 그 원인을 밖에서 찾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언제 어떤 충격을 받아 깨질지 예측할 수도 헤아릴 수도 없고, 설사 다 헤아린다고 해도 그 모든 원인을 제거하기는 불가능하다. 컵이 깨질 수 있는 모든 외부적인 원인을 제거하기보다는 컵의 재질을 바꿔서 어떤 외부의 충격에도 깨지지 않는 재질로 만들면 될 것이다.02
수도(修道)도 마찬가지이다. 도를 닦는 사람은 원인과 해결을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어떤 일에도 ‘탓’을 밖으로 돌리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고 편안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개조(改造)해야 한다. “천지종용지사(天地從容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하고 천지분란지사(天地紛亂之事)도 자아유지(自我由之)”라고한다. 이 말은 모든 일을 편안케 하거나 어지럽게 하는 일도 나로부터 비롯된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알레르기성 질환은 회피요법이나 대증요법은 한계가 있으므로 면역력을 길러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에 반응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듯, 마찬가지로 수도하는 사람은 주변의 상황에 불평과 불만을 품기보다는 대안을 제시하고, 남의 허물은 보지 말고 자기 허물은 추호도 용서치 말아야 하며, 어떠한 일에도 안심(安心) 안신(安身) 할 수 있도록 자신을 개조(改造)하는 것이 최상의 수도의 길이 될 것이다.
01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
02 김정섭 저, 『행복한 마음』, 김영사, 2007.
<대순회보 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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