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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공균 작성일2018.02.18 조회4,18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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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이공균 

 

너와 함께한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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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도깨비>에 나온 대사다. 멋지고 예쁜 배우들의 명품연기와 독특하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도깨비’라는 한국적인 소재를 만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 다시 한번 한류라는 거대한 바람을 몰고 왔다.  도깨비설화와 저승사자, 전생과 윤회, 업보와 같은 한국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드라마 <도깨비>는 2003년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에 이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며 한국문화콘텐츠를 세계에 알리는 데 큰 활약을 하고 있다.01 

 

  ‘도깨비’는 한국인에게 아주 친숙하다. 어렸을 적, 할머니께서 들려줬던 옛날이야기 속에서, 혹은 어머니가 읽어줬던 동화책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신비롭고 아름다운 친구인 탓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라는 형태로 우리 민족의 삶 깊숙한 곳에 스며들어 전승되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통한 전승, 즉 구비문학으로 내려오는 ‘도깨비’의 모습은 우리 민족의 정신세계와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입과 입을 통해 내려온 이야기 중에는 창세 설화와 건국설화, 영웅설화를 비롯해 용(龍), 귀신, 요괴 등 신비로운 존재를 주제로 하는 교훈적 설화들이 있다. 여기서 ‘도깨비’는 지극히 서민적이고 한국적인 캐릭터로 구미호, 처녀귀신 등과 함께 신비로운 존재로 알려진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다. 하지만 구미호, 처녀귀신 등 구체적 형상을 띠고 있는 다른 존재와는 달리 그 형상이 뚜렷하지 않아, 배우 공유가 연기했던 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우리의 의식 속에 형성된 ‘도깨비’의 모습을 간단히 찾아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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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는 허주(虛主)·독각귀(獨脚鬼)·망량(魍魎)·이매(魑魅)라고 불리며 오래된 빗자루, 짚신, 부지깽이, 절굿공이 등이 변하여 나타난다고 한다. 밤이 되면 도깨비불로 등장하는데 다른 귀신들처럼 사람에게 해를 끼치기보다는 금은보화를 가져다주거나, 마을의 다리를 고쳐주는 등 기적적인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또한, 장난기가 심해 사람에게 장난을 걸고 심술을 부리기도 한다. 하지만 특유의 어리석음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오히려 골탕을 먹는 경우도 종종 있다. 이를 보면 ‘도깨비’는 우리에게 친숙한 얼굴이면서도 누구라고 단정할 수 없는 신비스러운 존재로서의 양면성을 띠고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도깨비’의 모습을 살펴보면 신격(神格)과 친근함이라는 양면성 외에도 민간의 기복(祈福)과 염원을 담은 대중성이라는 성격을 찾을 수 있는데, 이것은 도깨비의 어원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도깨비’의 어원을 찾아보면 다양한 견해가 있다. ‘돗+아비’의 합성어로 ‘돗’은 ‘도섭’의 원형이다. 여기서 ‘도섭’은 ‘수선하고 능청스럽게 변덕을 부리는 짓’, ‘아비’는 ‘남자 어른’을 의미하며, 그 사이에 사이음 ‘ㄱ’이 첨가되어 도깨비가 되었다는 견해02가 있다. 또한 ‘불의 신’과 ‘풍요의 신’의 면모를 가지고 ‘돗’은 ‘도섭’이 아니라, ‘불’이나 ‘곡식의 씨앗’을 의미한다는 견해03가 있다. 그리고 ‘두드리다’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두두리’, ‘두두을’은 곡식을 두드릴 때 쓰는 나무 농기구의 정령으로 한자어로 목매(木魅)라고 불렸으며, 이것이 도깨비의 원형이 되었다는 견해04 등이 있다. 이를 볼 때 도깨비는  여러 기원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원시사회에서는 불의 모습으로, 농경사회에서는 곡식의 모습으로, 제철기술이 발달하기 시작한 사회에서는 두두리(야장신)의 모습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민간에서의 바람, 즉 기복(祈福)과 염원의 대중성이 ‘도깨비’를 때로는 절굿공이신으로, 때로는 야장신으로, 때로는 부신(富神)으로 나타나게 한 것이다.

 

  드라마 <도깨비>에서도 ‘옛 도깨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진중하면서도 익살스러운 모습 속에서 나쁜 이는 벌하고 착한 이에게는 도움을 주는 권선징악적 성격,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다가가 옳은 길로 인도해주는 친 인간적 성격은 예로부터 민간의 삶에 가깝게 위치한 낮은 문턱의 신격을 잘 표현한 듯하다.

 

     “생사를 오가는 순간이 오면 염원을 담아 간절히 빌어. 혹여 어느 마음 약한 신이 듣고 있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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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도깨비> 첫 회에 나오는 어느 할머니의 대사는 극중에 나오는 ‘도깨비’가 이야기로 전승되어 온 ‘옛 도깨비’의 모습을 계승하고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그리고 도움을 구하는 사람의 간절한 염원에 응답하여 “그대는 운이 좋았다. 마음 약한 신을 만났으니”라고 말하는 ‘도깨비’의 모습은 현대식 세련미와 더불어 도깨비의 신격을 잘 표현한 명장면이다.

 

  현대사회에서 민간의 기복(祈福)과 염원이 물질적인 부분에 치우친 탓일까? 드라마에 나오는 ‘도깨비’는 부신(富神)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그 모습은 다소 충격적이다. 빗자루 같은 오래된 물건이 변한 게 아닌, 고려시대 무신(武臣) 김신이라는 인간이 신의 벌을 받아 도깨비가 된 것도 독특한 설정이지만, 현대문명에 맞춰 세련되고 스마트한 삶을 영유해나가는 모습은 현대식으로 재구성된 도깨비설화의 탄생이라 할 만큼 대단해 보인다. 도깨비방망이가 아닌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금 나와라 뚝딱!” 하고 외치는 도깨비를 상상해 보라. 그야말로 문화충격이 아닌가. 과거부터 지금까지 민간의 삶 속에서 기복과 염원을 담은 우리의 의식이 투영된 형상이 ‘도깨비’의 모습을 결정한다면, 선글라스를 끼고 스마트폰을 들고 있는 모습 또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로 이어지는 도깨비설화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전경』 교운 1장 7절에서 상제님께서는 “시속에 있는 망량의 사귐이 좋다고 하는 말은 귀여운 물건을 늘 구하여 주는 연고라. 네가 망량을 사귀려면 진실로 망량을 사귀라”고 하셨다. 진실로 망량을 사귀면 복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라 짐작된다. 이 구절은 드라마 <도깨비>에서 ‘진실’이라는 키워드로 이어진다. 첫 화에서 죽어가던 여성이 ‘도깨비’의 도움으로 뱃속 아이와 함께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도 간절한 염원 속에 담긴 ‘진실’이 통했던 이유이리라. 많은 시청자를 울리고 웃겼던 <도깨비> 이야기는 이렇게 ‘진실’에서부터 시작된다.

 

 

01 미주, 캐나다, 중남미, 유럽, 오세아니아, 일본,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인도네시아, 대만,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몽골, 스리랑카, 몰디브,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태국, 베트남에 수출되었으며, 각 나라의 TV, 동영상 사이트, 스트리밍 플랫폼 등에서 1위를 하는 쾌거를 이루고 ‘도깨비 신드롬’이라는 이슈를 만들어 냈다.

02 권재선, 「한국어의 도깨비와 일본어의 오니의 어원과 그 설화의 비교」, 『동아 인문학』 1 (대구: 동아인문학회 엮음, 2002), p.207.

03 김종대, 앞의 책, p 14.

04 김정란, 「도깨비 설화와 연금술」, 『비교문학』 48 (한국비교문학회 엮음, 2009), p.208.

 

 

<대순회보 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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