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글’이 세계 최고의 문자인가?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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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광호 작성일2018.12.21 조회2,793회 댓글0건본문
이광호(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목차>
1. 한국어와 그 명칭
2. 세계의 문자와 한글
3. 한국문자 ‘한글’(훈민정음訓民正音)은 어떤 문자인가?
4. 맺음말
1. 한국어와 그 명칭
한국어가 쓰이는 지역은 남한과 북한, 곧 한반도가 중심이고 그 외에 미국, 중국,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이다. 이 지역 외에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등이 추가된다.
이러한 지역에서 한국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대략 6,000만 내지 7,5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곧, 남한의 4,500만 명, 북한의 2,500만 명, 미국의 200만 명, 중국의 180만 명, 일본의 60만 명, 러시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등의 40만 명, 그리고 각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는 20만 명 등의 숫자가 그것이다. 프랑스어나 이탈리어 사용자 숫자에 맞먹는 7500만 명이라는 한국어 사용자의 숫자는 약 3,500개 내지 6,000개에 이르는 세계의 언어 가운데서 약 12~16위 내외에 든다고 한다. 세계의 인구를 약 50억 명이라고 한다면 세상 사람들 63명 중 한 사람은 한국어를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니까 한국어는 매우 널리 쓰이는 언어 가운데 하나가 되는 셈이다.
한국어의 명칭은 한국 국내에서는 국어(國語, national language)라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고 북한에서는 조선어(朝鮮語)가 공식명칭이다. 곧 한국에서 국어학(國語學, national language science), 국어문법(國語文法, korean grammar), 국어사전(國語辭典, korean dictionary) 등에서 그 명칭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국어’라는 명칭을 일본에서도 ‘국어’라고 부르는 것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의 ‘조선어’는 조선어문법(朝鮮語文法), 조선어사전, 조선어학개론(朝鮮語學槪論) 등에서 확인된다.
한국과 친밀한 국가에서는 국어를 ‘한국어’로 부르고 있으나 북한과 가까운 나라에서는 한국어를 ‘조선어’로 부르고 있다. 미묘한 정치문제 때문에 러시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에서는 한국어나 조선어 대신 ‘고려어’, ‘고려말’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한국어, 조선어, 이외에 코리아어, 한글어로 부르기도 한다. 일본에서 특이한 것은 NHK방송의 ‘한국어 강좌’ 명칭을 ‘한국어 강좌’ 또는 ‘조선어 강좌’라고 부르지 않고 인사말 ‘안녕하십니까?’를 강좌명으로 쓰고 있다.
2. 세계의 문자와 한글
3500개 내지 6000개나 되는 이 지구상의 언어들 가운데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언어를 기록할 수 있는 고유한 문자를 가지고 있는 민족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현대인들이 쓰고 있는 대부분의 언어는 기존 문자를 차용하거나 그것을 일부 변형해서 쓴다. 예를 들어 로마문자를 빌어서 기록하는 영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등의 인구어(印歐語, Indo-European)를 비롯하여 말레이어, 인도네시아어, 터키어 등이 로마문자를 쓰거나 그것을 약간 변형시켜 쓰고 있고 콩고의 공용어인 스와힐리어(Swahili), 그리고 베트남어도 로마문자로 기록하고 있다. 러시아어의 키릴(Cyrillie)문자도 로마자와 유사하다.
몽고의 문어(writen Mogolian)문자는 만주어 문자로 차용되었고 한자는 그 일부의 획이 일본어의 문자(가다가나, 히라가나)로 쓰이게 되었고, 거란(契丹), 여진(女眞), 서하(西夏, 탕구트)문자 등등도 한자를 본따서 만든 문자이다. 이런 종류의 문자 이외에 수메르(Sumer)문자, 아랍(Arab)문자, 희랍(Greek) 문자 등등의 문자는 그 기원을 알 수 없는 것들이다.
현재, 이 지구상에서 몇 가지의 상형(象形, hieroglyphic) 문자를 제외하고는 어떤 문자가 어떤 원리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자는 오직 한글(훈민정음, 訓民正音)밖에 없다. 그것도 매우 구체적으로 ‘한글이 누가, 언제, 어떤 원리에 따라, 어떻게 만들어졌음’이 밝혀져 있고 ‘한글을 어떻게 발음하고, 어떻게 쓴다’는 내용에 따라 그 하나 하나의 예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세계의 석학들은 ‘한글’이 온 세상의 문자들 가운데 가장 자연과학적이고, 논리성을 두루 갖추었으며 더 나아가 인간이 발음할 수 있는 음성적 특질에 따라 만들어진 세계 유일의 자질문자체계(資質文字體系, featural system)라고 규정하고 있다. 최현배, 이숭녕, 이기문 등의 국내학자와 라이샤워(Reischauer), 보스(Vos), 킹(King), 오쿠라(小倉 進平), 우매다(?田 博之), 간노(管理 裕臣) 등 외국의 학자들이 그 대표라 할 수 있다.
3. 한국문자 ‘한글’(훈민정음, 訓民正音)은 어떤 문자인가?
3.1. 제자원리(製字原理)
한글은 세종 25년(AD 1443)에 조선의 제4대 왕 세종이 만들었다. 그 당시의 이름이었던 훈민정음(訓民正音)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소리”(訓民正音諺解本: 訓은 ??칠 씨오 민? 百姓이오 音은 소리니 正音은 百姓??치시논 正? 소리라)라는 뜻으로 뒤에 ‘한글’이라는 새로운 명칭으로 불리게 되었다.
세계의 문자사 가운데서 한글은 가장 자연과학적이고 논리정연한 체계를 가지고 있는 문자로 평가되고 있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 훈민정음(訓民正音) 해례본(解例本)이라는 책속에 문자 한글을 만든 제자원리(製字原理)가 발음기관(發音器官, speech organ)의 모양을 본딴 것(상형, 象形)에 획을 덧붙이는 것(加劃)이 매우 자연과학적이고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곧, 상형의 원리는 현대음성학(現代音聲學, mocern phonetics)에서 조음장소(調音場所, place of articulation) 또는 조음점(調音占, point of articulation)에 따른 자음(子音, consonant) 부류(部類)가 기본이 되어 만들어진 원리이기 때문이며 ‘가획의 원리’는 소리의 거셈[聲出稍?]에 따라 획을 하나씩 덧붙인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쉽게 이해하기 위하여 우리는 세종이 만든 자음(子音)[초성, 初聲] 17자의 내용을 다음 (1)의 (가)(나)와 같이 정리하고 (2)에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의 일부를 사진으로 제시한다.
(1) 세종의 신제 28자(新制 二十八字)
(가) 초성(初聲, initial consonant) [자음, consonant] 17자
1. 아음(牙音, Molar/Velar): ㄱ ㅋ ㅇ
2. 설음(舌音, Lingual/Tongue): ㄴ ㄷ ㅌ
3. 순음(脣音, Labial/Lip): ㅁ ㅂ ㅍ
4. 치음(齒音, Tooth/Dental): ㅅㅈㅊ
5. 후음(喉音, Laryngeal/Throat): ㅇㆆㅎ
6. 반설음(半舌音, Semi-lingual):ㄹ
7. 반치음(半齒音, Semi-dental):ㅿ
(나) 종성(終聲, final consonant)
1. 아음: ㄱㅇ
2. 설음: ㄴㄷ
3. 순음: ㅁㅂ
4. 치음: ㅅ(ㅿ)
5. 반설음: ㄹ
(2)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의 일부
(1)의 (가)와 (나)에서 초성 17자와 종성 8자(초성 가운데서 8자만 쓰임)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 17자는 어떻게 만들었는가? 주먹구구식으로 대충 만들었는가? 훈민정음 해례본 제자해에서 이 글자들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제자해에서의 상형원리 및 가획의 원리: 正音二十八字 各象形而制之
(가) 初聲凡十七字 牙音ㄱ 象舌根閉喉之形 舌音ㄴ 象舌附上?之形 脣音ㅁ 象口形 齒音ㅅ 象齒形 喉音ㅇ 象喉形 (초성은 모두 17자이다. 어금니 소리 ㄱ은 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을 본땄다. 혓소리 ㄴ은 혀가 윗 입천장에 닿는 모양을, 입술소리 ㅁ은 입모양을, 잇소리 ㅅ은 이의 모양을, 목구멍소리 ㅇ은 목구멍의 모양을 본 땄다).
(가′) ㅋ比ㄱ 誠出稍?, 故加?, ㄴ而ㄷ ㄷ而ㅌ ㅁ而ㅂ ㅂ而ㅍ ㅅ而ㅈ ㅈ而ㅊ ㅇ而ㆆ ㆆ而ㅎ 其因聲加?之義皆同(ㅋ은ㄱ에 비하여 그 소리가 거세게 나오는 까닭에 획을 덧붙이었다. ㄴ보다 ㄷ이, ㄷ보다 ㅌ이, ㅁ보다 ㅂ이, ㅂ보다ㅍ이, ㅅ보다 ㅈ이, ㅈ보다 ㅊ이, ㅇ보다 ㆆ이, ㆆ보다 ㅎ이 더 소리가 거세[稍?]므로 그 소리에 따라 획을 덧붙인 뜻은 모두 똑같다.)
(가″) 唯 爲異 半舌音ㄹ 半齒音ㅿ 亦象舌齒之形而 異其體 無加?之義焉(오직ㅇ은 다르게 되었다. 반설음 ㄹ, 반치음 ㅿ은 역시 혀와 이의 모양을 본땄으나 그 모양은 다르다. 가획의 의미는 없다).
(나) 中聲凡十一字 ‘·’ 舌縮而 聲深 天開於子也 形之圓 象乎天也 ‘一’舌小縮而聲不深不淺 地闢於丑也 形之平 象乎地也 ‘ㅣ’舌不縮 聲淺 人生於寅也 形之立 象乎人也(중성은 모두 11자이다. ‘·’ 는 혀가 오무라들고 그 소리가 깊다. 하늘이 자(子)시에 열리는데, 그 모양이 둥근 것은 하늘을 본딴 것이다. ‘ㅡ’ 는 혀가 조금 오무라들고 그 소리는 깊지도 얕지도 않다. 땅은 축(丑)시에 열리는데, 그 모양이 평평한 것은 땅을 본딴 것이다. ‘ㅣ’는 혀가 오무라들지 않고 그 소리는 얕다. 사람은 인(寅)시에 태어나는데, 그 모양이 선 것은 사람을 본딴 것이다).
(나′) ‘ㅗ’與 ‘·’ 同而口則 其形則 ‘·’ 與 ‘ㅡ’合而成. ‘ㅏ’與 ‘·’ 同而口張其形則 ‘ㅣ’與 ‘·’合而成. ‘ㅜ’與‘ㅡ’同而口蹙 其形則‘ㅡ’與‘·’合而成. ‘ㅓ’與‘ㅡ’同而口張 其形則‘·’與‘ㅣ’合而成. → 初出(‘ㅗ’는‘·’와 같으나 입이 오무라들고 그 모양은 ‘·’와 ‘ㅡ’가 합해서 된 것이고 ‘ㅏ’는 ‘·’와 같으나, 입이 펼쳐지며 그 모양은 곧 ‘ㅣ’와 ‘·’가 합해서 된 것이고 ‘ㅜ’는 ‘ㅡ’와 같으나 입이 오무라든 것으로 그 모양은 ‘ㅡ’와 ‘·’가 합해서 된 것이다. ‘ㅓ’는 ‘ㅡ’와 같으나 입이 펼쳐진 것으로 그 모양은 ‘·’와 ‘ㅣ’가 합해서 된 것이다.
(나″) ‘ㅛ’與‘ㅗ’同而起於 ‘ㅣ’ , ‘ㅑ’與‘ㅏ’同而起於 ‘ㅣ’ , ‘ㅠ’與‘ㅜ’同而起於‘ㅣ’ 合而成. ‘ㅕ’與 ‘ㅓ’同而起於 ‘ㅣ’→再出(‘ㅛ’는 ‘ㅗ’와 같으나 ‘ㅣ’에서 시작된 것이고 ‘ㅑ’는 ‘ㅏ’와 같으나 ‘ㅣ’에서 시작된 것이고 ‘ㅠ’는 ‘ㅜ’와 같으나 ‘ㅣ’에서 시작된 것이고 ‘ㅕ’는 ‘ㅓ’와 같으나 ‘ㅣ’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1)의 (가)에서 세종이 만든 초성 17자를 확인할 수 있는데, 이 17자를 만든 원리를 제자해에서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그 첫째 원리가 한자나 이집트 문자와 같은 상형(象形)의 원리인데, 이 원리는 ‘한자는 사물의 모양을 본딴 것’(山, 川, 艸 등등)임에 반하여 한글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땄다는, 매우 뜻이 깊은 특징적인 것이다. 온 세계의 문자 가운데 이런 원리가 적용되어 만든 문자는 ‘한글’ 이외에 전혀 그 예가 없다.
이런 원리에 덧붙여, 샘슨(Sampson)이 처음 지적했지만 소리의 특질에 따라 획을 덧붙이는 소위 ‘가획(加?)의 원리’ 또한 한글만이 가지고 있는 매우 우수한 문자적 특징이다. 이 두 원리를 정리하고 그것에 따라 제자된 초성자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138호 제2부에서 계속>
<대순회보>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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