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한글’이 세계 최고의 문자인가?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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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광호 작성일2018.12.21 조회3,131회 댓글0건본문
이광호(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목차>
3. 한국문자 ‘한글’(훈민정음訓民正音)은 어떤 문자인가?
4. 맺음말
(4) 초성 17자의 제자원리
(가) 상형의 원리
1. ㄱ(혀뿌리가 목구멍을 막는 모양) - 아음(牙音): [k,g]
2. ㄴ(혀가 윗 입천장에 붙는 모양) - 설음(舌音): [n]
3. ㅁ(입의 모양) - 순음(脣音): [m]
4. ㅅ(이의 모양) - 치음(齒音): [s]
5. ㅇ(목구멍의 모양) - 후음(喉音):[h]
(나) 가획의 원리
1. ㄱ → ㅋ
2. ㄴ → ㄷ →ㅌ
3. ㅁ → ㅂ →ㅍ(가획의 방식이 다름)
4. ㅅ → ㅈ → ㅊ
5. ㅇ → ㆆ → ㅎ
6. ㆁㅿ(모양이 다름)
7. ㄹ(가획의 원리는 같으나 획을 덧붙이는 뜻이 다름, 곧 거센소리가 아님)
8. ㅿ(가획의 원리는 같으나 획을 덧붙이는 뜻이 다름, 곧 거센소리가 아님)
(6, 7, 8 ‘ㅇ, ㄹ, ㅿ’은 이체자(異體字)로 분류되어 있음)
(4)의 초성 17자의 제자원리 (4)(가)와 그 명칭은 같으나 내용이 다른 것이 중성자이다. 또 (4)(나)의 가획의 원리는 중성자에서는 두 가지로 나뉘어 하나는 합이성(合而成)이고, 다른 하나는 기어 ‘ㅣ’(起於 ‘ㅣ’)이다. 곧, (4)(가)의 상형원리는 그야말로 음성학에 부합되는, 그리하여 자연과학적인 상형인 것에 반하여 중성의 상형원리는 기호적인 상형이라는 것이다. 또 합이성과 기어(起於) ‘ㅣ’도 (4)(나)와 다르게 단순히 기호의 합으로 그 원리를 삼았을 뿐 그 음성적 특성에 따라 제시된 원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정리하여 다음 (5)로 제시한다.
(5) 중성 11자의 제자원리
(가) 상형의 원리
1. ? (하늘의 모양) : [?, ?]
2. ㅡ (땅의 모양) : [?]
3. ㅣ (사람의 모양) : [i]
(나) 합이성(合而成)의 원리
1. ㅗ → ? + ㅡ : [o]
2. ㅏ → ㅣ + ? : [a]
3. ㅜ → ㅡ + ? : [u]
4. ㅓ → ? + ㅣ : [?]
(다) 기어 ‘ㅣ’(起於 ‘ㅣ’)의 원리
1. ㅛ → ㅣ + ㅗ : [jo]
2. ㅑ → ㅣ + ㅏ : [ja]
3. ㅠ → ㅣ + ㅜ : [ju]
4. ㅕ → ㅣ + ㅓ : [j?]
3.2 나머지 초성과 중성의 제자
(4)(가)(나)의 초성 17자 이외에 ‘ㄲ, ㄸ, ㅃ, ㅆ, ㅉ, ㅎㅎ’ 등 6자는 ‘ㄱ, ㄷ, ㅂ, ㅅ, ㅈ, ㅎ,’ 등을 나란히 써서[각자병서, 各自竝書]인 전탁자(全濁字)를 만든 것이고 ‘ㅅ’과 ‘ㅅ, ㄱ, ㄷ, ㅂ, ㅎ’이 결합하여 합용병서(合用?書) ㅆ, ㅅㄱ, ㅅㄷ,ㅅㅂ, ㅅㅎ등을 만들고 ’ㄺ, ㄻ, ㄼ, ㄳ’ 및 ‘ㅂ’과 ‘ㅅ, ㅈ, ㅅㄱ, ㅅㄷ’ 등과 결합하여 ‘ㅄ, ㅂㄱ, ㅄㄱ,ㅄㄷ’ 등의 합용병서를 만들었다. 이것들을 정리하면 다음 (6)과 같다.
(6) 초성ㆍ종성의 병서
(가) 각자병서: ㄲ, ㄸ, ㅃ, ㅆ, ㅉ, ㅎㅎ(전탁자)
(나) 합용병서: ㅆ, ㅅㄱ, ㅅㄷ, ㅅㅂ, ㅅㅎ (ㅅ계)
ㅄ, ㅂㄱ, ㅄㄱ,ㅄㄷ (ㅂ계 및 ㅄ계)
ㄺ, ㄻ, ㄼ, ㄳ (종성의 합용병서)
각자병서 및 합용병서와 다르게, 중성(모음)자들은 그 연합방식이 특이하다. 곧, (5)의 (가)(나)(다)를 서로 결합시켜 이중 모음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5)(나)의 ‘ㅗ’와 ‘ㅏ’, ’ㅜ’와 ‘ㅓ’, 그리고 (5)(다)의 ‘ㅛ’와 ‘ㅑ’, ’ㅠ’와 ‘ㅕ’를 연결시켜(合而成) ㅘ?ㅝ???ㆊ 등 4자를 만들었으며, (5)(가)의 ‘ㆍ? ㅡ’, (5)(나)의 ‘ㅗ?ㅏ?ㅜ?ㅓ’? 그리고 (5)(다)의 ‘ㅛ?ㅑ?ㅠ?ㅕ’와 ‘ㅘ? ㅝ? ?? ㆊ’ 에 각각 ‘ㅣ’ 모음이 결합된 ㆎ?ㅢ?ㅚ?ㅐ?ㅟ?ㅔ?ㅙ?ㅞ?ㆈ?ㆋ 등 10자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를 알기 쉽게 정리하면 (7)과 같다.
(7) 중성의 결합(合而成)
(가) 초출자(初出字)의 결합: ㅘ?ㅝ
(나) 재출자(再出字)의 결합: ??ㆊ
(다) ‘ㅣ’의 결합자(相合): ㆎ?ㅢ?ㅚ?ㅐ?ㅟ?ㅔ?ㅙ?ㅞ?ㆈ?ㆋ
여기서 초성 17자 가운데 같은 글자를 나란히 써서 만든 전탁자(全濁字)[각자병서, 各自竝書]와 합용병서의 ‘ㅅ’계, ‘ㅂ’계, ‘ㅄ’계 등은 매우 논리가 정연하고 자연과학적인 데 비하여 (7)의 중성의 결합은 자연과학적이지는 않지만 그 정연한 논리성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3.3 종성(終聲)자의 합리성
초성(初聲) 17자와 전탁자, 합용병서 등, 그리고 중성자 11자 및 그것들의 합결에 따라 만들어진 중성자들과 다르게 종성자는 훈민정음 해례본 본문(흔히 예의(例義)라고 불림)에 단순히 종성부용초성(終聲復用初聲)이라고만 언급되어 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설명이 있으나 구체적인 내용으로 보자면 “‘종성자’ 곧, 받침 글자는 따로 만들지 않고 초성자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다시 쓰라”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그 까닭은 종성해 부분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한다.
3.4 ‘제자’와 ‘실례’의 우수성
초성해에서는 이미 만들어 놓은 글자를 가지고 그 성격이 어떤 것이며 이것들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를 구체적인 예로 제시하고 있다. 곧, 초성 ‘ㄱ’은 한자 ‘君’에서 그 발음이 ‘군’인데, 이 글자의 첫소리 ‘ㄱ’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이며 ‘快’ 자의 발음 ‘괘’의 ‘ㅋ’, 한자 ‘?’의 발음 ‘뀨’ 의 ‘ㄲ’, 한자 ‘業’ 자의 발음 ‘업’의 ‘ㅇ’ 등등에서도 각각 ‘ㅋ?ㄲ?ㅇ’ 등이 초성이라는 것이다.
중성해에서도 그 설명 내용이 유사하다. 곧, 한자 ‘呑’의 발음은‘ㅌㆍㄴ’, 한자 ‘卽’의 발음 ‘즉’, 한자 ‘侵’의 발음 ‘침’ 등등에서 각각의 ‘ㆍ, ㅡ? ㅣ’ 등이 바로 중성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종성해(終聲解)에서 그 설명은 초성해나 중성해의 그것과 다르다. 우선 한자 ‘卽’의 발음 ‘즉’, 한자 ‘洪’의 발음 ‘ ’에서 ’ㄱ’과 ‘ㅇ’이 종성이라고 설명하고 “然 ㄱㅇㄷㄴㅂㅁㅅㄹ 八字可足用也” (그렇지만 ㄱㅇㄷㄴㅂㅁㅅㄹ 8자로 가히 만족하게 쓴다)라고 하여 본문(예의)의 “終聲復用初聲”이라는 문맥상의 내용에 제한을 두는 것과 같은 설명을 하고 있다. 그 예를 구체적으로 보이기 위하여 ‘ ㆍㅅ비곶(梨花), 의 ㅿ여갗(狐皮)’ 등을 제시하고 ‘ ㆍㅅ비곶’의 ‘곶’, ‘ㅿ여’의 ‘갗’에서 ‘갗’ 의 받침(종성) ‘ㅈ, ㅊ’대신 ‘ㅅ’ 만을 써도 ‘가히 통용된다’(八字可以通用)고 설명하고 있다.
이 내용은 유럽의 유명한 언어학자 트루베츠고이(Trubetz-koy)의 중화(中和, naturalization)현상이라는 학설보다 무려 500년을 앞선 것으로 비록 그 학설의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하지 않았지만 세종은 이 내용을 매우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15세기(조선의 세종대)의 한국어에서 ‘곶(花), 닢(葉), 높(高), 앒(前), 갗(皮)’ 등등의 단어는 독립형으로 있을 때는 그 원형이 보존되나, 이것이 문장에 쓰여 ‘곳과, 닙도, 놉고, 앏도, 갓과’ 등에서처럼 자음으로 시작되는 격조사나 활용어미가 연결되면 ‘ㅈ, ㅊ’ 등은 ‘ㅅ’ 으로, ‘ㅍ’은 ‘ㅂ’으로 바뀌는데, 이것이 바로 중화(中和)라는 것이다.
세종이 이 중화라는 언어학 이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는 증거는 자신이 직접 지었거나 직접 관장한 일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곧, 세종 자신이 직접 지었던 ‘월인천강지곡’이나 자신이 관장했던 ‘용비어천가’에서는 각각 ‘곶, 낱(개(箇), 붚(鼓), 높고(高)’ 와 ‘곶(花), 깊고(深), 높고(高), 닙(葉), 빛(光)’ 등등과 같이 그 원형이 그대로 표기된 것이다.
한편, 훈민정음 해례본 합자해(合字解)에서 이미 만들어 놓은 초성, 중성, 종성이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쓰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곧, 소리의 한 음절 가운데서 가장 복잡한 것을 셋으로 나누어 그 처음의 것을 초성, 그 다음의 것을 중성, 그리고 마지막 것을 종성이라고 하고 “이 셋이 합해져야 성자[成字, 음절(音節)]가 된다. (初中終三合而成字)”고 하고 한자 ‘君’의 초성 ‘ㄱ’은 중성 ‘ㅜ’ 자의 위에, 한자 ‘業’ 자의 초성 ‘ㅇ’은 중성 ‘ㅓ’의 왼쪽에, 그리고 중성 ‘ㆍ, ㅡ, ㅗ, ㅛ, ㅜ, ㅠ’는 초성 밑에, ‘ㅣ?ㅏ?ㅑ?ㅓ?ㅕ’ 등은 초성 오른쪽에 써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종성은 초성과 중성의 밑에 쓴다고 하고 한자 ‘君’ 자의 종성 ‘ㄴ’ 한자 ‘業’ 자의 종성 ‘ㅂ’ 등은 각각 초성과 중성 ‘구’와 ‘어’의 밑에 쓴다는 예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에 덧붙여 합용병서에서 그 한 가지씩의 예로 ‘ㅼ? ㅶ? ㅴ’, 그리고 각자병서의 예로 ‘ㆅ? ㆀ? ㅆ’ 등의 예를 각각 ‘ㅼㅏ(地), ㅶㅏㄱ(隻), ㅴㅡㅁ(隙)’ 및 ‘ㅎㅎ ㅕ(引),괴ㆀㅕ(人愛我), 쏘다(射)’ 등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또 받침(종성)의 합용병서의 예로 ‘ㅎㆍㄺ (土), 낛(釣), ㄷㆍㅩ ㅵㅐ(酉時)’등의 예를 제시하고 있다.
특이한 것은 중성 ‘ㅣ’와 결합하는 ‘ㅛ? ㅑ? ㅠ? ㅕ’ 이외에 더 결합할 수도 있는 ‘ㆍ’와 ‘ㅣ’에 대하여 사투리(邊野之語), 어린이말(兒童之言) 이외에 이런 말이 없지만 굳이 이를 쓰려고 한다면 ‘기ㆍ, 기ㅡ’ 처럼 쓰라고 하여 그 논리성이 두드러짐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훈민정음 해례본에서는 위에서 말한 모든 내용을 종합하여 용자례(用字例)에서 구체적인 예를 보여 줌으로써 훈민정음 창제의 실용성을 유감없이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곧, 훈민정음의 창제목적은 이런 예를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몇 가지 예만 제시한다.
(8) 용자례의 몇 가지 예
초성: 감(?), ㄱㆍㄹ(蘆), 우케(未?稻), 콩(大豆) 등등
중성: ㅌㆍㄱ(?), ㅍㆍㄱ(小豆), ㄷㆍ리(橋), ㄱㆍ래(楸) 등등
종성: 닥(楮), 독(甕), 굼벙(??), 올창(??) 등등
4. 맺음말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12가지의 우리 문화유산 가운데서 ‘승정원일기, 조선왕조실록,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과 더불어 우리의 문자 ‘한글’ 의 구체적 내용을 담고 있는 책 ‘훈민정음’은 세계 최초의 기록유산임에 틀림없고 남승호 교수가 “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민족의 매개체”로 설명한 ‘한글’[훈민정음]은 또 다른 면에서 인류가 남겨 놓은 위대한, 그리하여 세계 최고의 문자임이 분명하다.
선각자 주시경 선생, 그리고 그 뒤를 이어 문자 훈민정음을 깊이 있게 연구한 김윤경, 최현배, 이희승, 이숭녕, 이기문, 김완전 등의 국내 학자와 외국의 학자들(小倉 進平, 河野 六郞, 管野 裕臣, 라이샤워, 보스, 샘슨, 킹)의 견해가 모두 한글의 과학성, 독창성 등을 강조하고 있으나 일반 국민들은 이런 내용을 거의 모르고 있는 형편이다.
한국 사람만이 아니고 인류문화유산의 하나인 우리의 문자 ‘한글’에 의하여 적어도 우리 국민은 그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런 내용이 밑바탕이 되어 새로운 문화를 창조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는 안 된다’는 부정적 인식이나 우리 역사를 폄하하는 식민지 사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다. ‘한글’의 위대함이 이런 인식을 벗어나게 하는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영국의 언어학자 샘슨(Sampson)의 평가를 덧붙여 두고자 한다. “한국의 문자 ‘한글’이 한국어에 대하여 매우 유용한 문자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모르겠으나 ‘한글’은 인류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 가운데 하나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Whether or not it is ultimately the best of all conceivable scripts for Korean, Han’g?l must nquestionably rank as one of the great intellectual achievements of humankind. Sampson<1985>, p144.) ”
<대순회보> 138호
[참고문헌]
강신항, 『훈민정음연구』(증보판), 성균관대학교 출판부, 1990.
김민수, 『주해 훈민정음』, 통문관, 1957.
남승효, “『훈민정음』새로운 문화를 이끄는 민족의 매개체”, 유네스코가 보호하는 우리문화유산 열두 가지(최준식 외), 시공사, 2002.
이기문, 『국어사 개설』(신정판), 탑출판사, 1998.
Kim-Cho, Sek Yen, THEKOREAN ALPHABET of 1446, Humanity Book &AC Press, 2001.
King, Ross, ‘Korean Writing’, THE WORLD’s WRITING SYSTEMS Edited by Peter T. Daniels and William Bright, 1996.
Sampson, Geoffrey, Writing System, Stanford University Press, 1985.
※ 이 글은 2005년도 한국학중앙연구원(구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시민대학원 강좌에서 강의하였던 것으로 여기에 다시 수록한다는 것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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