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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게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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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희엽 작성일2018.12.27 조회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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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고등학교 교사 오희엽

 

  『피터 팬』,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오즈의 마법사』, 『피노키오』, 『보물섬』, 『정글북』 등의 판타지나 모험 소설들은 어린 시절 우리네 상상력의 지평을 한껏 넓혀주었던 명작들이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도 시대를 뛰어넘어 영원히 인구에 회자될 명작들이 틀림없다. 나는 평소 이러한 책들을 볼 때마다 언젠간 우리도 이와 같은 멋진 판타지 작품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이 있었다. 그러던 중 1월 말경, 출근 준비하는 가운데 KBS 프로그램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KBS가 판타지 소설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어서 바로 구입하여 읽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작가는 기획 단계부터, 우리만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해리포터’처럼 전세계에 통할 만한 책이 되는 것을 목표로 썼다고 한다. 


  이 책은 이 세계 바깥에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는 건 아닐까? 하는 다소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한다. 고대 마야문명을 중심으로 시공간을 넘나들면서 상상의 세계와 현대의 모습과 시각들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히면서 결국은 인간들의 욕심이 부른 지구 멸망의 위기가 실감나게 묘사되어 있는 작품이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제로섬의 위치를 표시한 메모 한 장만을 남겨둔 채 갑자기 실종된 아버지들의 흔적을 찾아 주인공 수리와 사비, 마루는 멕시코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버지들이 고대 마야로 들어가는 문, ‘시발바’ 입구에서 사라졌다는 단서를 찾고, 모험을 시작한다. 고대 마야는 시간이 앞으로도 흐르고 뒤로도 흘러 결국 시간이 멈춰 있는 신비의 땅. 겉으로 보기엔 무척 평온해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들은 못된 난쟁이 마법사 치크가 걸어 놓은 맹종의 마법으로 조종되고 있었다. 치크는 이 신비의 땅에 시간이 영원히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죽여야 했다. 탄생이 있다면 죽음은 필연적이라는 논리로 마야인들을 조종해 아이들을 고대 마야의 신, 파칼 왕의 제물로 바치려 한다. 수리, 사비, 마루에게도 마수가 뻗쳐오고 이 아이들이 탈출할 길은 없어 보이는데…. 이후 상상을 넘어서 펼쳐지는 끊임없는 사건과 다양한 전투로 독자의 호기심을 쉴 새 없이 자극하며 마침내 아이들은 못된 난쟁이 마법사 치크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오고 결국은 위기에 빠진 아빠와 지구까지 구해낸다. 


  작가는 책 내용의 배경이 되는 고대 마야를 ‘희망을 가진 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신비의 땅’으로 설정한다. 하지만 그 땅은 탐욕의 화신인 치크가 지배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대 마야인들을 ‘맹종의 마법’으로 지배하는 악한 치크. 그에게서 현재 ‘순수와 희망의 상징’인 아이들에게 ‘맹종의 마법’을 걸어 조종하는 이 시대 어른의 모습이 엿보인다.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는 강요가 사실은 아이들을 옥죄는 쇠사슬은 아닌 것인지? 날마다 교단에 서는 나 역시 나도 모르게 치크를 닮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그들의 모험은 우리 아이들의 희망을 대변한다. 그들이 치크의 복종을 거부하고 세상을 구원하겠다며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진정한 용기이며, 이것만 우리가 이끌어낼 수 있다면 지금도 세상을 바꾸는 것이 늦지 않았음을 역설한다.


  또한 이 책에는 고대의 미스터리와 현재의 문제점 그리고 미래의 허구가 얽힌 무한한 상상력 속에 많은 의미를 담아내려 한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 


  “인간과 똑같아. 모든 걸 먹어치워. 그리고 서로를 먹어 치우기까지 하지. 피라니아가 잔인해서 무서운 게 아니라 우리의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무서워.” 


  오래 전 고대문명이 사라졌던 것도 또한 현재 지구가 봉착한 위기도 모두, 내일은 생각지 않고 지금의 욕심에 모든 걸 먹어치워 버리는 인간들의 탐욕 때문이었음을 암시하고 있는 것 같은 이 문장이 무섭게 느껴진다. 더불어 살인과 폭력에 대한 우리들의 자세, 용서와 화해의 참 의미, 선과 악의 대결, 탐욕과 악행의 최후 등 누구나 한번쯤은 생각해 봐야만 할 여러 가지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또한 저자는 순수성을 잃은 사람들에게도 한마디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편을 가르지 않는다. 그래서 ‘순수’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만 어울리는 단어라고 사람들은 곧잘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반박한다. 순수는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라 인간 본연의 모습이라고. 점점 커가면서 그것을 포기하게끔 현실이 조종한 것이라고. 부정적 현실에 조종당하지 않으려고 부단히 수련에 정진하는 우리 도인들이 떠올려지는 대목이다.


  그리고 저자는 우리가 사는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는 데 그치지 않고 개선할 수 있는 현실 방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한 예로 저자는 2012년 12월 21일. 고대 마야인들이 이야기한 세상의 마지막 날을 ‘죽음’이나 ‘경고’가 아닌 ‘재탄생’으로 설정했으니 우리 대순의 후천사상과 맥이 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 『판게아』는 어른들의 억압과 현실에 대한 두려움으로 고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무조건 주입시키려는 어른들에게 반성과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책이라는 것을 즐겁게 확인할 수 있었다.

  
*판게아(The Pangaea): 원래는 ‘지구 전체’라는 뜻의 그리스어 pangaia에서 유래. 1912년 독일의 기상학자 알프레트 베게너가 그의 대륙이동설(현재의 모든 대륙들이 하나로 붙어있었다는 설)의 일부로 제안한 가상의 원시대륙을 일컫는 말이다. 판게아가 지금처럼 나뉘면서 인간과 문명과 역사가 나뉠 수밖에 없게 되었는데, 작가가 조각조각 나누어진 인간의 각 문명과 역사를 퍼즐처럼 하나하나 맞춰가면서 시리즈로 구성하겠다는 의도로 지은 제목이다. 

 

<대순회보> 106호


<참고문헌>
ㆍ하지윤 저, 『판게아(지구를 구원할 비밀의 문 시발바를 찾아서)』, 홍진P&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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