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면 종교문화답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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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조우임 작성일2019.02.19 조회1,690회 댓글0건본문
깨달음의 시간
청주 방면 평도인 조우임
청명한 겨울 하늘이 유독 아름답던 2017년 12월의 첫 주말. 나를 포함한 우리 방면의 교사들은 종교문화답사를 다녀왔다. 오래전부터 임원분들의 권유에 따라서 교사들과 답사를 한 번 가야겠다는 마음을 품고는 있었으나, 각자의 생활이 바쁜 터라 선뜻 날을 잡지 못한 채 지금껏 시간이 흘러왔다. 답사 다니기 좋을 때는 다 지나쳐버리고 추운 겨울날 급작스럽게 일정을 잡은 것은 더는 미룰 수는 없다는 생각 끝의 결단이었다. 삶이 바쁘고 고달프다는 이유로 이처럼 수도를 게을리했다. 그래서 이번 답사는 나의 수도생활에 대한 반성의 발걸음이기도 했다.
첫 일정은 금산사에서 시작되었다. 말로만 듣던 미륵불을 직접 가까이서 보니 마음에 작은 울림이 생기는 것 같았다. 솥 위에 모셔진 미륵불을 직접 보니 신기하기도 하였다. 금산사는 상제님께서 강세하신 이치와 양산(兩山)의 진리를 암시하여 도의 근원을 밝혀 놓으신 곳이라고 한다. 방면 선감, 교감, 교령께서 해주시는 교화를 들으며 금산사를 둘러보는데 부족한 내가 그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는 못하겠지만, 그 기운만은 오로지 내 마음에 담고 싶었다.
추운 겨울 날씨를 걱정하며 옷을 단단히 껴입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날이 참 따뜻했다. 포근한 햇살을 받으니, 상제님께서 포근히 안아주시는 것 같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상제님께서 문화답사 하는 우리를 예쁘게 봐주셔서 좋은 날씨로 보살펴 주시는 것인가 봐요.” 머릿속 생각이 주책맞게 입 밖으로 나왔고, 모두가 동의하듯 웃었다. 그 순간 겨울바람은 따뜻한 봄바람이 되었다.
도담(道談)을 나누며 어느 때보다 더 맛있는 식사를 마친 우리는 동곡약방, 상제님 생가, 시루산 등을 답사하였다. 상제님께서 천지공사(天地公事) 보셨던 흔적들을 따라 걸으며 마음도 한 걸음 한 걸음 소중히 옮겼다. 혹자는 시루산이 천지공사를 보시기에 너무 작고 낮게 느껴지는 산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 큰 뜻을 품기에 어떤 산인들 작지 않겠는가? 태산(泰山)에 올라 천하가 참 좁다고 말한 공자의 호연지기에 견주어 생각해 본다면, 이미 넓은 세상을 품은 상제님께는 산의 높이나 천하 만물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짧은 시간 동안에 큰 뜻을 품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고 싶은 욕심에 빡빡한 일정을 채우다 보니 늦은 밤이 돼서야 숙소에 도착했다. 인솔한 임원분들의 교화를 들으면서 깊어지는 밤처럼 우리의 도담도 깊어져만 갔다. 더불어 우리의 도심(道心)도 깊어지기를 소망하며 잠이 들었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였다.
둘째 날은 송광사, 관촉사, 개태사, 동학사를 거쳐 서울로 올라오는 일정이었다. 송광사는 상제님께서 계실 때 스님들이 무례하게 대하므로 그들을 꾸짖기 위해 법당 기둥을 잡아당겨 한자나 물러나게 하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훗날 한 자나 물러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애쓴 흔적이 남아있는 기둥을 직접보았다. 문득 세상에 대한 마음이 삐딱해지거나 정도(正道)에서 한자쯤 물러서게 되면 나 또한 쩔쩔매며 세상을 살아가게 될 것이니 마음을 속이지 말고 중심 잡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촉사의 은진미륵불상은 관을 쓰고 청동제 꽃을 들고 있는데 멀리서 보아도 이목구비가 명료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도전님께서 임원들을 대동하여 은진미륵불상을 참관하게 하셨다는 교화를 들으며, 정성스럽게 읍배를 드렸다. 읍배를 하며 나도 모르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관촉사를 내려오며 감사한 마음이 떠올랐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지금 여기에 숨 쉬며 살게 하신 모든 은혜에 대한 감사함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개태사를 답사했다. 그곳에는 증산(甑山) 상제님과 정산(鼎山)이신 도주님 두 분, 즉 양산(兩山)의 이치를 떠올리게 해주는 큰 솥[鼎]과 메 산(山) 자 형상의 종무소가 나란히 있었다. 개태사를 뒤로 한 채 도주님께서 칠 일 동안 공부하셨다는 동학사를 거쳐 서울로 올라왔다.
저마다 바쁜 삶으로 함께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았기에 모두가 큰마음 먹고 잡은 종교문화답사였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싶은 욕심에 일정을 빡빡하게 잡았다. 그러나 몸은 피곤하여도 마음만은 절대 피곤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한 번의 답사로 도심과 공부에 대해 말하는 것은 섣부르겠지만, 그래도 도인으로 사는 삶에 매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임원들께서 이번 일정을 단순한 ‘여행’이라고 하시지 않은 이유를 헤아리게 되었다. 그것은 친한 도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나누고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는 것만이 아니라 시간 속에 깃들여 있는 상제님·도주님·도전님의 가르침과 행적들을 뒤따라가면서 그 속에서 얻는 깨달음이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대순회보 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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